교육수출 ‘글로벌 청심’의 꿈
교육수출 ‘글로벌 청심’의 꿈
청심국제중고등학교의 성공을 발판으로 문화교육 기업 청심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문화교육 기업’을 꿈꾸고 있다. 청심 한현수(38) 대표는 이를 위해 ‘인터내셔널 빌리지’ 건설과 해외에 청심의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청심이 추구하는 문화교육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워터스토리를 보면 된다.”
한 대표가 말한 워터스토리는 지난해 3월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청심국제병원 등이 있는 경기도 청평의 청심 단지 한가운데 세워진 시설이다. 연면적 637.40㎡ 규모의 지상 2층, 지하 2층 건물이다. 지상 1층에서는 직접 물을 만지고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 지상 2층에는 물과 관련된 교육공간과 미디어아트 작품 전시실이 있다. 지하엔 오수 정화시설이 들어서 있다.
쉽게 말하면 워터스토리는 오수 정수처리장인 것. 혐오시설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오수 정수처리장을 물의 교육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셈이다.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한 대표는 “문화교육 기업 청심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청심이 만들고 있는 모든 문화 콘텐트의 기저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청심초등학교 대안학교로 설립 인가 얻어한 대표가 요즘 공들이고 있는 ‘인터내셔널 빌리지’도 마찬가지다. 1차 프로젝트에 3500억원을 투자하는 거대 사업이다. 인터내셔널 빌리지는 현재의 청심 단지를 대폭 확장해 대륙·문화권별로 조성하고 세계의 다양한 문화 콘텐트를 결합한 공간이다. 한 대표가 2010년 2월 시작한 외식업 ‘엘본 더 테이블’이나 해외명품 브랜드 수입 전문점 ‘엘본 더 스타일’ 등도 이곳에 자리 잡는다. 뮤지컬 ‘서편제’와 ‘카르멘’으로 공연계에서 인정 받은 공연기획사 ‘오넬컴퍼니’도 인터내셔널 빌리지에 공연 콘텐트를 제공하게 된다. 한 대표가 오래 전부터 펼쳐온 수익사업은 인터내셔널 빌리지를 채워주는 콘텐트인 셈이다.
한 대표는 “아트 사이트(예술 구역)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자랑하는 것은 조각공원이다. 세계적인 미술가의 작품도 들어설 예정이다. 한 대표는 “런던올림픽 기념탑을 만든 영국의 유명 건축가 아니시 카푸어의 작품도 들어서게 된다”면서 “미술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렵게 교육 받았을 뿐이다. 누구든지 와서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 콘텐트에 교육을 결합했다는 설명이다.
한 대표가 문화교육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문화와 교육이 결합한 청심국제중고등학교를 성공시킨 노하우와 자신감 때문이다.
1995년 ‘문화교육 기업’ 가치를 내걸고 설립된 청심은 비영리기관의 성격이 강했다. 2002년 한 대표가 청심을 이끌면서 문화교육 기업이라는 정체성은 뚜렷해졌다. 청심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청심유치원과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설립이다. 얼마 전에는 청심초등학교 설립인가도 받았다. 청심초등학교는 외국에서 거주하다 귀국한 초등학생을 위한 대안학교다.
한 대표는 “교육이 미래라는 생각을 했다”며 “제조업 중심의 사고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교육을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청심초등학교가 건립되면 그가 꿈꿔온 유·초·중·고 15학제 교육기관이 완성된다. “우리는 ACG 교육철학에 기반을 두고 교육을 한다. 성적 위주의 학습이 아니라 학생의 창의성을 키워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 대표가 말한 ACG는 ‘Altruistic Mind(이타적 품성)’ ‘Creative Knowledge(창의적 지식)’ ‘Global Leadership(글로벌 리더십)’을 뜻한다. 청심국제중고등학교는 해외 명문 대학 진학률 1위라는 기록을 갖고 있지만, 국·영·수 위주의 수업은 지양한다. 교육부가 지정한 교과과정은 충실하게 지키지만 음악·미술·체육 등 예체능 수업에 중점을 둔다.
매월 1권의 책을 읽고, 전교생이 1인 1악기 활동을 해야만 한다. 국내외 인턴십 프로그램, 해외 명문학교 투어 등 다양한 리더십 프로그램도 강조한다. 그 결과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학교생활을 꾸려가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동아리다. 학생이 직접 만들고 활동하는 동아리가 청심국제중에는 37개, 청심국제고에는 128개나 된다.
개교 초반에는 학부모들이 예체능보다 국·영·수 교과목 수업을 늘려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ACG 교육철학의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대학 진학률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낸 것이다. 지난해 국내대학 지원자 53%가 상위권 대학에 합격했고, 해외대학 지원자 50%가 아이비리그와 세계 톱 30위권 대학에 합격했다. 한 대표는 “그동안 공교육에서 하지 못했던 문화교육이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나에게 애들을 학교에 입학시키려면 뭘 준비해야 하느냐고 많이 묻는데, 내 대답은 하나다. 책 많이 읽고, 여행 많이 하면서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동화 읽으면서 수학 이해하는 초등교재 출간하지만 청심국제중고등학교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도 있다. 1년 1800만원 정도의 학비 때문이다. 학생수도 그리 많지 않다. 중학교 300여 명, 고등학교 300여 명이다. 설립 예정인 초등학교의 경우 학년당 2학급(학급당 24명)에 불과하다. 돈 있는 집 아이들만을 위한 교육기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대표는 “우리는 많은 아이에게 우리의 문화교육을 전파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우리 학생 중에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도 많다. 미래 가능성이 높은데 돈이 없다고 우리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청심은 ACG 교육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몇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우선 ACG 교육철학을 담은 초중고생 대상의 교재를 출판한다. 초중고 학습서인 ACG School을 통해 수학, 역사, 국어, 과학, 예술, 영어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 교재는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ACG 수학 시리즈’로 오는 6월에 발간된다. 한 대표는 “다른 학습서와 많이 다를 것”이라고 자랑했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ACG 교육의 해외 수출이다. 한 대표는 “아프리카에 투자해 놓은 교육 사업이 있다”고 했다.
“몇몇 나라에서 그런 요청을 받기도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다.” 한 대표는 한국의 젬스에듀케이션을 꿈꾸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청심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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