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 angel - “아이디어보다 사람에게 투자한다”
sv angel - “아이디어보다 사람에게 투자한다”
5월 14, 15일 이틀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컨퍼런스 ‘비론치 2014(beLAUNCH 2014)’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 1관에서 열렸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15일 행사장을 찾았을 때는 70여 개 스타트업이 선보인 부스엔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중앙 무대에선 ‘스타트업 배틀’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 일본, 싱가포르 등지에서 예선을 거쳐 선발된 20개 팀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를 심사하는 벤처투자자 중 한 명이 재미교포 2세 데이비드 리(44) SV엔젤 공동창립자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엔젤투자자다. 올해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최고의 벤처투자자 100인(The Midas List: Top 100 tech investors)’ 중 82위에 올랐다. 2009년 설립된 SV엔젤은 300여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대부분 웹이나 모바일 계열의 인터넷 기업이다. 트위터, 포스퀘어,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드롭박스 등이 모두 SV엔젤의 투자사다.
리 공동창립자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론 콘웨이의 오른팔’로 불린다. SV엔젤의 설립자 중 한 명이 론 코웨이다. 리 공동창립자는 “론 콘웨이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열정적이에요. 하루는 와인을 마시면서 그에게 벤처에 투자하는 이유를 물어봤어요.
딱 한마디하더군요. 이 일에 중독됐다고요. 그가 어떻게 투자를 결정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지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됩니다. 무엇보다 그는 다른 사람의 얘기에 귀 기울일 줄 알죠.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아닐까요. 그를 비롯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훌륭한 리더는 경청의 대가였습니다.”
SV엔젤은 1년에 약 100개 회사에 투자한다. 투자 규모는 평균 10만 달러(약 1억원)에서 20만 달러다. 리 공동창립자는 “일주일에 30건의 거래를 심사하고 최종적으로 한 곳에 투자를 결정한다”고 얘기했다. 투자에 앞서 해당 기업 대표와 두 번 정도 미팅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그는 기업의 뛰어난 아이디어보다 경영자의 자질에 더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기업가를 찾습니다. 아이디어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바뀔 수 있지만 경영인은 변하지 않거든요.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눈여겨 살펴봅니다. 최근 음식 배달업체인 도어데쉬에 투자했습니다. 사업 아이템이 평범해 대부분의 벤처캐피털리스트에겐 인기를 끌지 못했던 기업이지요. 하지만 경영인의 비전에 반해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점차 사업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합니다.”
그렇다면 투자 전에 성공할 기업을 예측할 수 있을까. 리 공동창립자는 손사래를 치며 “어렵다”고 했다. “투자한 회사 중 60%가 파산합니다. 성공할 확률은 5% 정도예요. 사실 어떤 투자자도 트위터가 7억 달러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엔젤투자자는 자금을 지원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줍니다. 경영 자문을 하거나 사람을 채용하는 일도 돕고요 .”
성공한 IT기업가의 공통점은 ‘테크놀로지스트’리 공동창립자는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기업가에겐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 배짱이 있다는 것. 특히 그가 주로 투자하는 IT분야에선 남다른 시각을 지닌 테크놀로지스트(과학기술전문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다수 사람이 인과관계로 세상을 본다면 테크놀로지스트는 직관적으로 시장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을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미국 포드자동차 창업자 헨리 포드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잖아요. 만약 그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 지 물었다면, 사람들은 더 빨리 달리는 말을 원한다고 답했을 것이라고요. 하지만 포드는 기막히게 자동차가 필요한 시기인 것을 안 겁니다.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를 조립라인을 활용한 대량 생산체제로 대중화시킨 거죠.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영역을 발견한 스티브 잡스도 뛰어난 테크놀로지스트였죠.”
요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SNS서비스인 인스타그램과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인수하거나 래리 페이지 구글 CEO가 인공지능 분야에 몰두하는 이유도 테크놀로지스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마크 저커버그가 2012년 10억 달러에 사들인 인스타그램은 2년된 스타트업이다.
인기는 높았지만 매출을 예측할 수 없어 업계에서 투자 거품론이 일었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보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를 했다. 최근엔 월간 사용자가 4억5000만 명에 이르는 왓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했다. 래리 페이지도 지난 1월 4억 달러에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인수했다.
리 공동창립자의 이력도 흥미롭다. 그는 존스홉킨스대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복수 전공했고,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뉴욕대에서 법학을 전공해 기술전문 로펌에서 기업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3년엔 구글에 입사해 신사업 개발팀을 이끌며 시장의 트렌드를 익혔다. 그는 “다양한 경험이 투자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처음엔 대학 교수를 목표로 학업에 전념했지요. 공부할수록 적성에 안 맞았어요. (웃음) 과감히 포기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섰어요. 사업하는 아버지를 보며 경영 자문의 중요성을 알았습니다. 보다 전문성을 찾기 위해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리 공동창립자는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크라우드틸트 설립자에게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기업이 힘들었을 때 자문했던 일에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지요. 그 순간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재미교포로서 한국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이유기도 하고요. 최근 한국의 미미박스가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미국 스타트업 육성기관 와이컴비네이터의 벤처 기업 지원 프로그램 참가자로 뽑혔다는 데 대단합니다. SV엔젤은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투자를 진행해 아직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알아보고 있어요. 최근 한국 비트코인거래소 코빗에 투자했습니다.”
리 공동창립자는 “기술의 변화에 주목하라”고 얘기했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지난 20년간 봐왔던 변화보다 더 많은 기술 혁신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2018년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0억 명이 스마트폰처럼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닐 겁니다. 나는 임파선암을 앓았기 때문에 유전자 데이터에 관심이 높은데요. 유전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부분의 암이 치료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인도서 ‘일하기 좋은 기업’ 2년 연속 선정된 LG전자
2‘쉬다가 쇼핑하는 곳’ 전략 통했다…이마트의 진화
3‘성매매 무혐의’ 최민환, “율희 일방적 주장" 일파만파 퍼져...
4‘혼외자 논란’ 닷새 만에 '정우성' 고개 숙였다
5내년 '연봉 3배' 콜?...브레이크 없는 인재 채용 '치킨 게임'
6 ‘유퀴즈’ 출격 고현정, 드뮤어룩 완성한 ‘이 브랜드’
7이커머스에 반격…기대 이상 성과 낸 ‘스타필드 마켓’ 비결은
8‘1400원 强달러’에 달러보험 눈길 가네…장·단점은?
9구글 최고의 무기, 세계 1등 브라우저 크롬…분사해야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