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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부동산 규제 ‘대못’ 빼려는 2기 경제팀

Issue | 부동산 규제 ‘대못’ 빼려는 2기 경제팀

정부·금융당국, LTV·DTI 완화로 돌아서 부작용 줄일 묘안 찾아야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6월 13일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부동산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다.” 6월 13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한겨울에 비유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를 여름옷”이라며 “이대로 가면 얼어 죽을 것”이라고 말하며 부동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이야기 했다. 그가 지목한 부동산 규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LTV와 DTI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노무현 정부 당시 내놓은 규제다.

최 후보자의 LTV·DTI 완화 발언에 정부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LTV·DTI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서승환 장관도 6월 18일 “LTV와 DTI 규제 완화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며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주택업계의 DTI·LTV 완화 요구에 대해 금융당국과 함께 “DTI·LTV는 금융 건전성을 위한 규제이지 주택정책의 수단이 아니다”라며 완화 의사가 없음을 밝혀 왔다. 하지만 최 후보자의 발언 이후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최 후보자와 함께 경제정책을 이끌 안종범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 후보자의 ‘겨울옷’ 발언과 관련 “여러 여건이 바뀐 상황에 세제개편 방향이 어떻게 돼야 하느냐는 새 경제팀이 기존의 것과 새롭게 조화되게 만들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TV·DTI 규제 완화 때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했던 한국은행도 중립적인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6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회수하려고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고 가계부채 증가 규모를 소득증가율 이하로 낮추는 것이 가계부채 해결의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예정대로 최 후보자가 부총리로 취임하면 DTI·LTV를 포함한 금융 규제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전반적인 제도 손질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 분위기는 LTV·DTI 완화로 돌아섰지만 적용대상과 완화 수준은 아직 미지수다.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정책으로 시장이 급격히 가라앉는 상황에서 폐지 수준의 강력한 완화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 가계부채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위험한 도박을 하긴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주택업계는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주택임대차선진화방안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주택경기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환영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시점에 DTI를 완화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더라도 결국 국민이 지고 가야 할 빚만 더 늘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김성식 전 의원은 “DTI 규제를 풀면 상환 능력을 초과해 대출이 이루어지게 되고 이는 금융 리스크를 키울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소비능력을 위축시켜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는 건 구시대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LTV·DTI는 마지막 남은 부동산 규제같은 이유로 금융당국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6월 17일 “규제가 그동안 가계부채 증가를 효과적으로 억제해 왔지만 지역과 권역별로 차이가 있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앞으로 관계 부처와 협의해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찬성론자들은 DTI 완화가 가계대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점을 들어 반박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2012년 4월 발표한 DTI 규제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DTI 규제를 풀어줬던 2010년 8월부터 2011년 3월까지 가계부채가 3조851억원이 늘어났다. 이에 비해 DTI 규제를 강화했던 2011년 4월부터 11월까지도 3조5688억원의 부채가 증가했다. 은행 담보대출은 줄었지만 신용대출이 늘어나며 가계부채가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우려와 달리 금융 규제 완화 때보다 금융 규제 강화 때 오히려 가계대출이 더 많았던 셈이다. 부채 증가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DTI를 꼬집어 부채 증가의 요인이라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DTI와 부채의 관계에 대해 “금융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대출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며 “은행이 자율적으로 대출 심사를 하기 때문에 부채가 하루아침에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LTV와 DTI는 노무현 정부 당시 집값이 급등하던 2002년과 2005년에 각각 도입됐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던 정부는 주택시장으로 흘러 드는 자금줄을 줄이기 위해 LVT와 DTI 카드를 들고 나왔다. 특히 DTI는 대출 수요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 상환액을 따져 대출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에 집값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8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주택 거래면적은 월 평균 89만㎡에 달했다.

하지만 다시 규제를 강화한 2011년 4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거래면적은 월 평균 76만㎡로 14.6%가 감소했다. 2005년 서울 수도권 50%, 지방 60%의 비율과 함께 도입된 LTV도 집값 잡기에 큰 힘을 발휘했다. LTV는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미국과 EU의 대형 금융회사가 무너지던 상황에서 한국이 금융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가계부채는 다소 늘었지만 부동산 거래 규모는 줄어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들어섰다. 가격 안정에 기여한 LTV와 DTI지만 이제는 손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부동산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이 등장했다. 다주택 양도세 폐지, 취득세 영구인하, 재건축 기준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마지막 남은 부동산 규제는 LTV와 DTI 뿐인 상황에서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이 들어섰다. 그 수장인 최 후보자가 드디어 LTV와 DTI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가 규제 완화를 언급한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세월호 사고로 인한 내수경기 침체를 돌파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선 최 후보자는 당분간 정책사안에 대한 공식 언급을 피한다는 입장이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부처 실무자들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현안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고 그의 근황을 전했다. 박근혜정부의 2기 경제팀이 추진할 부동산 정책에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면, 연간 소득이 5000만원인 대출 희망자의 DTI를 40%로 설정하면 총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보인정비율을 뜻한다. 은행이 주택·상가·빌딩 등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줄 때 담보 물건의 실제 가치 대비 대출금액 비율을 뜻한다. 은행은 현재 60% 안팎에서 LTV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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