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 후박사의 힐링 상담 - 외도의 갈등 - 엉킨 실타래 제3자 입장에서 풀어야
Healing | 후박사의 힐링 상담 - 외도의 갈등 - 엉킨 실타래 제3자 입장에서 풀어야
몇 년 전 동창을 우연히 만났다. 중학교 때 좋아했던 단짝 친구였다. 그는 장난꾸러기였지만 공부도 잘 해 전교생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친구는 지금 교수·예술가·사업가로서 크게 성공했다. 우리의 만남은 열정적인 그의 영웅담으로 화기애애했다. 그는 부인 몰래 띠동갑, 아름다운 싱글 커리어우먼을 만나고 있다. 최고의 섹스 파트너, 최상의 소울 메이트란다. 모든 남성들의 로망이다. 부러울 따름이다.
친구는 결혼 초부터 오랜 기간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해 왔다. 밤샘 작업을 하고, 오전에 푹 자고, 오후 3~4시에 강의를 한다. 부인은 평범한 주부다. 두 자녀를 훌륭하게 키운 좋은 엄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부부는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아온 것이다. 그렇다고 친구가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훌륭한 동일시 대상, 부인의 따뜻한 조언자 역할을 해 냈다. 친구는 열변을 토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섹스야! 모든 에너지와 창조력의 원천이지!” 그는 분명히 성(性) 예찬론자다. “결혼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속궁합이야! 난 딸한테 결혼 전에 필히 동거부터 하라고 하지!” 그는 분명히 진보주의자다.
“섹스는 에너지와 창조력의 원천”최근 동창을 다시 만났다. 머리가 희끗해지고 얼굴이 좀 수척해 보였다. 세월이 꽤 지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둘의 사랑은 아직도 뜨겁단다. 정말 의외다. 바람은 보통 바람처럼 사라지고, 외도는 그냥 외도로 끝난다. 사랑의 열병은 길어야 3년이다. 케미컬의 약발은 오래 못 간다. 둘의 사랑에는 필시 무언가 있다. 친구는 달라진 집안 환경을 얘기한다. 우연히 외도가 밝혀진 것이다.
그는 이혼을 원하지만 부인은 해 줄 마음이 전혀 없단다. 아들놈은 ‘오케이’인데, 딸은 아빠를 이해하지만 자기가 결혼할 때까지 참으란다. 아들놈은 나 몰라라 바깥으로 돌고, 딸은 힘든 엄마를 위로하느라 고달프다. 이미 이혼 얘기가 나온 마당에 부부가 한 공간에 머문다는 것이 생지옥이다. 실타래가 엉킬 때로 엉켰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 여러 여자들에게 쉽게 싫증을 냈는데 이번은 달라! 보면 볼수록, 만나면 만날수록 더 좋거든. 5년 전 처음 만날 때, 그녀가 오랜 친구관계에서 받은 배신감으로 엄청 힘들어 했어. 그때 내가 멘토 역할을 해 줬거든. 우리 관계는 아무런 조건도 아무런 대가도 없어!” 그리고 그는 한 마디 덧붙인다. “섹스는 몸보다 맘이 더 중요한 것 같아….”
성(性)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다. 조물주가 내린 축복이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생육하고 번성하고 충만하라.’ 바다와 육지는 온통 생물로 가득하다. 모두 성의 산물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다양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하루하루 보낸다. 하늘에 떠 다니는 흰 구름, 땅에 기어가는 개미, 신기한 모양의 돌멩이, 고사리 손 같은 빨간 단풍 등 자연의 신비에 흠뻑 젖어 산다.
그런데 어느 날 몸에 성 호르몬이 돌게 되면 우리의 관심과 호기심은 오직 하나로 집중된다. 모든 에너지가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향한다. 서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속이 달아오름을 느낀다. 이렇게 우리는 성을 통해 창조되었고, 성을 느끼는 순간부터 성적인 존재로 살아가도록 창조되었다.
섹스는 종종 ‘먹는다’는 연상을 일으킨다. 식욕과 성욕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식욕이 왕성하면 성욕이 넘치고, 식욕이 떨어지면 성욕이 부진하다. 남녀가 데이트할 때 보통 남자 쪽에서 음식 값을 내려고 하고, 여자 쪽에서 손수 음식을 해주고 싶어 한다. 여성은 실제로 상대의 몸 일부를 품고, 남성은 맘으로 상대의 몸 전체를 품으려 한다.
왕궁의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정말 아름답고 요염했다. 워낙 하류계층이라 교수도 장관도 전혀 탐하지 않는, 몸 외에는 정말 내세울게 없는 여자다. 그런데 왕자가 그녀에게 홀딱 빠졌다. 둘은 동거를 시작했다. 하루 일과는 섹스로 시작해 섹스로 끝난다.
아무런 조건도 없는 사랑, 아무런 대가도 없는 사랑, 아무도 안 말리는 사랑을 했다. 둘은 숙소를 화장터로 옮겼다. 거기는 매일 수많은 사람이 한 줌의 재로 화하는 곳이다. 가족들의 통곡이 유일한 음악이다. 화장터에서 둘은 하루 종일 섹‘ 스+섹스+섹스…’를 했다. 매일 죽음을 떠올리면서…. 탄트라는 이렇게 탄생했다. 탄트라는 성적 에너지를 통해 인간이 보다 높은 의식 세계로 들어가는 몸 명상법이다.
우리는 첫사랑의 기억을 오래 간직한다. 처음으로 그녀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때의 설렘, 처음으로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의 떨림, 처음으로 서로 입을 맞추어 보는 순간의 달콤함을 누구나 한 번쯤은 기억한다. 성의 신비는 첫 경험의 순간에서 일어난다. 성의 신비는 가끔 오래 행할 때 도달할 수 있다. 성의 신비는 온 몸과 온 맘으로 관계할 때 체험된다. 성의 신비는 α를 보탤 때 열릴 수 있다. 섹스는 남녀가 전체적으로 합일하는 몸과 맘과 혼의 예식이다.
이제 동창에게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는 생애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과연 그에게 가장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많이 엉켜 있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풀 수 없으면 끊어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포지션 체인지(position change)란 방법이 있다.
입장 교대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는 유용한 기법이다. 나 입장, 상대방 입장, 제삼자 입장이 있다. 우선 동창 입장에서 보자. 엉켜져 있는 실타래를 당장이라도 끊어버리는 게 속 편할 수 있다. 아무리 천부적인 관계 능력이 있다고 해도 양다리를 걸치는 것은 힘들다. 모든 비밀이 폭로된 경우에 더욱 그렇다. 아무리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도 라이브로 진행되는 불편한 감정을 참아내기란 쉽지 않다. 오래 억압된 감정은 어떤 식으로든 폭발하게 마련이다. 또한 분노·적대감·배신감·죄의식은 인간으로서 가장 다루기 힘든 감정이다.
계속 양다리 걸치긴 어려워그런데 부인 입장은 그렇지 않다. 어떻게든 풀어보자는 거다. 무조건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는 것이다. 그녀에게 남편은 오랫동안 ‘좋은 사람’이었다. 물론 동상이몽임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항상 의지할 수 있는 훌륭한 멘토였다. 평생 이혼이란 걸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급작스럽게 닥친 일이다. 둘은 세상을 보는 견해가 같지 않은 것 같다. 입장 조율은 불가능해 보인다. 딸 입장은 또 따르다. 적당히 푸는 시늉을 하다 천천히 끊어버리자는 거다. 현명해 보인다.
아빠의 입장도 이해하고, 엄마의 입장도 이해한다. 둘다 망가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결혼을 앞 둔 자신의 입장도 있다. 아무튼 실타래가 많이 엉켜 있다. 제삼자 입장이 필요하다. 중재자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친구는 이렇게 말을 흐린다. “우선 자그마한 방을 구해 떨어져 살아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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