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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금융허브 되려면

아시아 금융허브 되려면



한국이 아시아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것은 2003년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을 발표하면서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후 2008년에 ‘금융 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금융감독원에 ‘금융중심지 지원센터’가 마련됐다.

또 2009년에는 종합 금융 중심지로 서울이, 특화 금융 중심지로 부산이 선정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아시아 금융허브는 홍콩과 싱가포르가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홍콩과 싱가포르를 제치고, 아니면 최소한 이 두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될 수 있을까?

필자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주요 인사들과 인터뷰를 해본 결과 이들은 한 도시가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조건으로 다음 사항을 제시했다. ①풍부한 비즈니스 기회 ②합리적이고 투명한 법체계의 존재와 엄격한 실행 ③철저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존재와 사유재산권의 보장 ④외국인들이 살기 좋은 생활환경 등이다.

어떤 도시에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몰려들어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이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풍부한 비즈니스 기회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제조업 기반이 뛰어나거나 무역의 중심지인 도시가 금융허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수익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법체계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이것이 엄격하게 실행돼야 한다.

투자수익이 났을 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유재산권이 확실히 보장돼야 함은 물론이다. 영어와 같은 세계 공용어가 자유롭게 통용되고 글로벌 IB의 고급 인력이 문제없이 살 수 있도록 좋은 교육·의료시스템, 자연환경 등 뛰어난 생활환경도 필요하다.

홍콩은 예로부터 영국과 중국의 무역항이어서 서양과 동양을 잇는 통로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중국이 급성장을 하며 이에 따른 비즈니스 기회를 활용하려는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중국과 지리적·문화적·언어적으로 가까운 홍콩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또 홍콩은 영국 법체계의 영향을 받아 매우 엄격하고 투명하며 명확한 금융 관련 법체계를 가지고 있다.

철저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신뢰도 얻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홍콩은 영어가 통용되고 외국인 자녀를 위한 교육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데다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여서 서양 사람들이 ‘이방인’이 아니라 ‘주민’으로 섞여 사는데 무리가 없다. 글로벌 IB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이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허브로 거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IB들은 한국이 비즈니스 기회 측면에서는 홍콩·상하이·도쿄 등에 다소 뒤쳐지긴 하지만 금융허브가 되기에는 크게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금융 관련 법체계도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공표된 법과 규정에 의거하지 않으면서 투자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예상하지 못한 정책이나 행정지도 등이 자주 나온다는 것이다.

생활환경에 관해서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고, 외국인에 대해 다소 배타적인 사회분위기가 있으며, 공해가 심하고 물가가 높아 그다지 좋지는 않다고 평했다. 이중 특히 법 체계는 잘 갖추어져 있지만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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