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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 - 눈물로 빚어진 세 글자, 어머니의 삶과 사랑

RELIGION - 눈물로 빚어진 세 글자, 어머니의 삶과 사랑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 ... 어머니란 뿌리에 기대고 살았던 우리 모두의 공통된 기반 자각할 기회
해거름이 질 때면 갈대를 지휘봉 삼아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다. 막둥이 업고, 보따리 이고 오는 어머니의 고통도 모른 채



어머니가 두 팔을 벌려/ 돌아온 애기를 껴안으시면/ 꽃 뒤에 꽃들/ 별 뒤에 별들/ 번개 뒤에 번개들/ 바다에 밀물 다가오듯/ 그 품으로 모조리 밀려 들어오고(하략)

서정주 시인의 시 ‘어머니’의 일부다. 어머니 품의 넓고 깊은 품을 읊은 시다. 시인에게 어머니는 ‘우주’와 같은 것이다. ‘태초’, ‘광야’, ‘대지’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애기와 꽃과 별과 번개를 품고, 바다에 밀물 다가오듯 모든 것이 어머니의 품속으로 수렴된다고 생각한다.

그 ‘가이없는’ 사랑은 뭇 생명과 존재의 바탕임이 분명한데, 그 에너지가 어디에서 오는지는 시인도 알 수 없다. 미스터리다. 원래 어머니란, 특히 돌아가신 어머니란 추억의 단편 속에서만 존재한다. 대체로 그의 존재는 자식의 회한과 죄의식 속에서 재구성된다.

뜨거운 햇빛 아래 어머니의 손이 고춧빛으로 물들었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도 붉은색 단심(丹心)으로 물든다


모든 사연이 한 편의 서정시요, 단편소설어머니가 그리운 모든 이에게 일람을 권하고 싶은 전시회가 있다. 하나님의 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가 주최하고 (주)멜기세덱출판사가 주관하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이다. 6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약 8주간에 걸쳐 서울 마포구 신수동 소재 마포 하나님의 교회에서 열리고 있다.

교회 본관 1층에 마련된 특별전시실엔 어머니를 소재로 한 99점의 글과 사진, 소품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전문 작가의 글도 아름답지만 일반 독자들이 보낸 글과 사진, 추억의 소장품에는 특별한 감동이 묻어 있다. 어머니를 향한 부끄러움과 그리움, 사무치는 사랑, 후회와 각오가 뒤섞여 있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탓인지 눈물샘을 강하게 자극한다. 그 사연 모두가 한편의 서정시요, 단편소설이다.

전시회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서울 강남 지역을 필두로 대전·인천·부산·대구·광주·울산 등 전국 6대 광역시에서 열렸다. 서울 동대문·수원·전주·창원·안산·서울 관악·춘천·구미·남양주에서 잇따라 개막해 전국 26만여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방문했다. 대부분의 전시회가 1만~2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했고, 특히 마감 직전에는 밀려드는 관람객이 입장을 기다리며 20~30분씩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전시회의 감동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지역별 전시관 오픈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이 전시회의 실무를 맡고 있는 멜기세덱출판사 이신아 대리는 “기획 단계 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반향을 지켜보면서 우리에게 어머니란 존재의 무게가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각 지역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도 전시회는 큰 화제가 됐다. 학교 차원에서 단체 관람이 이뤄지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학원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학원장의 인솔로 전시회장을 찾기도 했다. 남녀 중고생의 개인적, 자발적 관람도 적지 않았다. 세태가 변하고 또 변해도 자식들은 어머니의 그늘 안에서 행복하고, 그 행복을 주신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양이다.

호평을 받은 이 전시는 각 지역문화의 독특함을 일깨우는 데에도 기여했다. 지역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갖는 어머니상이 부각됐고, 출품된 소품을 통해서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개진됐다. 하나님의 교회 김주철 총회장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이 전시회가 효에 대한 인식 제고는 물론, 갈등과 불화를 겪던 많은 가족이 전시회 관람을 계기로 화목을 되찾았다”고 자평했다. 서울 마포 지역 전시회에 이어 지역 교회의 요청에 따라 청주, 고양, 천안은 이미 오픈했고 , 부천, 서울 강서 등지에서 계속해서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7월 3일 마포 하나님의 교회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5년 전 숙환으로 어머니를 잃었다는 가정주부 오혜련(45·서대문구 창천동) 씨는 “외손자의 대학등록금 마련을 돕기 위해 10년 간이나 교육보험금을 부었다는 사실을 돌아가신 후에야 알게 돼 통곡한 적이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랑으로 스미는 어머니에 대하여전시회가 슬픔과 회한의 메시지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가족공동체가 사랑으로 똘똘 뭉쳐 인생의 위기를 극복한 사연도 많다. 전시장에서는 어머니의 ‘내리사랑’이 자식의 ‘치사랑’으로 이어져 희생과 감사, 그리고 보답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순환의 정경이 펼쳐졌다.

전시실은 ‘희생·사랑·연민·회한… 아, 어머니!’라는 부제로, ▷A구역 ‘엄마’ ▷B구역 ‘그녀’ ▷C구역 ‘다시, 엄마’ ▷D구역 ‘그래도 괜찮다’ ▷E구역 ‘성경 속 어머니 이야기’라는 소주제를 가진 총 5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됐다. 각 테마관에는 시·수필·칼럼 등의 글과 사진, 추억의 소품 등 다양한 작품이 입체적으로 전시됐다. 관람객들은 옛 추억을 반추하며 어머니의 끝없는 내리사랑을 가슴 한가득 느낄 수 있다. ‘영상문학관’, ‘사랑의 우편함’, ‘포토존-어머니라고 말해요’, ‘북카페’ 등 부대행사도 아기자기하게 기획됐다.

A구역의 테마는 ‘엄마’다. 일종의 총론격으로 어머니와 관련된 따뜻하고 감동적인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A구역 입구 패널에 압축돼 설명된 테마가 자못 의미심장하다. “내 삶이 시작된 곳/ 유년의 세계였고/ 추억하면/ 사랑으로 스미는 어머니에 대하여”라는 설명이다. 전시회 전체의 콘셉트를 제시하는 곳이 바로 A구역이다. 이 테마관에는 시인 도종환의 ‘어머니의 채소농사’ 외 두 편의 시와 다수의 수필·칼럼·수필 만화·사진·추억의 소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어머니는 사랑의 하나님이기에’(칼럼), ‘엄마빵’(수필만화), ‘유년의 해질녘’(사진), 호롱(소품) 등 어머니와 관련한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글과 사진, 소품으로 조화롭게 구성됐다. 관람객은 이 작품들과 접하면서 삶이 시작된 곳이자 유년 시절의 전부였던 어머니를 추억하고 행복한 웃음을 짓게 된다.
(맨 왼쪽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어머니를 향한 부끄러움과 그리움, 사무치는 사랑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고된 풍파의 세월을 살아오신 어머니가 자식을 바라보고 웃는 표정엔 오직 사랑만 가득하다. 모녀 관람객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그 숭고한 삶의 가치를 곱씹고 있다. 세태가 변해도 자식들은 어머니의 그늘 아래 행복하고, 행복을 주는 어머니께 고개를 숙인다.





어머니의 어두육미(魚頭肉尾)A구역 관람객들은 ‘엄마빵(우성정 작)’이라는 수필만화가의 패널 앞에서 발길이 더 뎌진다. 9개의 화면으로 구성된 수묵화 그림이다.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온 빵봉지에서 크림빵·버터빵·곰보빵은 아이들이 먼저 챙기고, 엄마는 늘 인기가 없었던 단팥빵만 먹었다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림의 소재다. 그래서 어머니가 단팥빵만 좋아하는 줄 알고 ‘예비형부’가 결혼을 앞두고 인사를 오면서 단팥빵 30개를 사 들고 와서 나중에 자식들을 슬프게 했다는 내용이다.

이 그림 앞에서 몇몇 관람객들은 탄식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늘 생선의 대가리만을 드시며 ‘어두육미(魚頭肉尾)’라고 하셨는데, 그 진짜 의미를 철들고 나서야 알게 됐다”는 한탄이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한 양보와 희생을 늘 감추는 어떤 ‘본능’ 같은 것이 있었다는 ‘뒤늦은 깨달음’이다.

B구역의 테마는 ‘그녀’다. 여자로서의 삶을 내려놓아야 했던 어머니의 희생을 보여주는 구역이다. 이 테마관에는 ‘뿌리’(시), ‘어머니의 성찬’(사진), ‘아들 군대 보내는 날’(사진), ‘당신의 젊음을 꿰어’(사진), 경대(소품) 등이 전시돼 있다. 좋은 것은 모두 자식에게 내어주고 하찮고 볼품없는 것은 모두 당신 몫으로 여기며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의 희생이 녹아 있는 삶의 일상이다. 그 양상이 사진 속 풍경을 통해 아

련히 펼쳐진다.

B구역 입구 패널에 소개된 테마 문구에 적힌 ‘개명(改名)’이란 말이 눈에 꽂힌다. “열 달 동안 한 몸이었던 핏덩이와/ 처음 두 눈을 마주했을 때,/ 그녀는 마지막 개명을 다짐합니다/ 여생을 바친 대가로 받은 이름, 어머니”

9장의 작은 사진을 보면서 관람객은 다시 발걸음을 멈춘다. ‘소녀’에서 ‘아가씨’로 성장하고, 또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살다가 마침내 ‘어머니’로 재탄생하는 여인의 운명이다. 관람객 박세정(51·서대문구 연희동) 씨는 “초등학교 다닐 때 젊고 고왔던 어머니 모습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가슴을 치게 하는 사진”이라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아들 군대 보내는 날’이란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그날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이발관에 와서 머리를 짧게 깎는 아들의 모습을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본다. “잘하고 무사히 돌아와야 할 텐데…”라고 되뇌는 듯하다. 이발사의 표정도 자못 엄숙하다. 아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을 지긋이 감고 있다. ‘사각사각’하는 가위질 소리만 귀에 들리는 듯하다. 어머니도, 아들도 고독한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진실의 순간’이다.



어머니가 웃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C구역의 주제어는 ‘다시, 엄마’다.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깨달은 자녀들의 회한의 감정을 진솔하게 그려낸 편지와 글, 사진으로 구성했다. 시인 김초혜의 ‘어머니1’(시), ‘어머니의 노을’(사진), ‘Dear 그리운 엄마!’(편지), 털조끼(소품) 등이 전시됐다. 당신의 삶을 버리고 자식에게 내리사랑만 부어주신 지고지순의 어머니 사랑에 죄스럽고 숙연한 마음이 든다.

오랜 시간 ‘엄마와 보름달 빵’이란 패널 앞에 머물렀던 한 60대 남성 관람객의 눈가가 촉촉해 보였다. 이유를 물었더니 여섯 살에 죽은 누이동생 이야기를 꺼낸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누이 이야기를 하셨죠. 죽기 전에 고무신을 사달라고 그렇게 졸랐는데, 끝내 사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시며….” 어머니는 자식에게 못해준 것을 죽을 때까지도 잊지 못하는 데, 자식은 어머니가 주신 그 모든 것을 온

전히 기억하지 못한다.

D구역의 주제는 ‘그래도 괜찮다’이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용서와 사랑이다. 이 테마관에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시 ‘동구’, 허형만 시인의 시 ‘어머니 찾아가는 길’이 걸려 있다. 그 외 수필과 사진, 다양한 소품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는 자녀를 향한 어머니의 무한한 용서와 신뢰, 끝없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왜 창조주는 어머니를 지으셨는가?‘어머니의 기억 속에서’란 사진이 담긴 패널 앞에 선다. 티 없이 맑은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는 남매의 얼굴이 찍혀 있다. 그 표정이 나타내는 아이들의 행복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진을 찍으면서 어머니도 행복했을 것이다. 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줄 수 있다는 각오를 아마도 했을 것이다. 그 골목길을 어머니는 사진처럼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 길이 그 길 같은 골목길/ 그래도 어머니는 다 기억합니다./ 내 아들 내 딸이 그 곳 어드메에 첫발을 딛고, 어디로 어떻게 지나왔는지./ 어머니의 기억 속 골목에는 늘 그들이 서 있습니다.”

E구역의 테마는 ‘성경 속 어머니 이야기’다. 유명한 솔로몬 왕의 재판 이야기 속에 담긴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이 소개된다. 그 밖에도 성경 속 어머니들의 모습을 통해 모성의 위대함을 통찰한 종교적 지혜를 제시한다. “아담이 그 아내를 하와(생명)라 이름하였으니 그는 모든 산 자의 어미가 됨이더라”(창세기 3장 20절)

전시를 관람한 많은 사람의 눈가가 붉다. 평생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도, 그 사랑의 가치를 잊고 살았던 것을 깨달은 사람들의 표정이다. 마포 하나님의 교회 윤무강 목사는 “전시회를 보고 감동한 사람들의 존재가 또한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전시회를 통해 어머니란 뿌리에 기대고 살았던 우리 모두의 공통된 기반을 자각했다는 의미다.

어린 딸의 손을 붙잡고 전시장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던 관람객 조재화(42·용산구 이촌동) 씨를 E구역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노환으로 고생하는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전시장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가장 필요할 때 어머니는 늘 그 자리에 계셨다”면서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서 어머니의 여생을 돌볼 차례가 됐다”는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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