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글로벌 파워피플 [58]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 기부 천사로 변신한 투자의 귀재

글로벌 파워피플 [58]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 기부 천사로 변신한 투자의 귀재

자선재단에 28억 달러어치 주식 기부 ... ‘재산의 절반 기부’ 캠페인 해마다 실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84)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세계 최고의 경영인 중 한 명이다. 버핏은 자신의 고향인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본사가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를 통해 전 세계의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거대한 손이다. 그는 이 회사 지분의 20%를 보유한 1대 주주이며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를 겸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기업의 숨은 가치를 알아보는 혜안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실제로 그가 미래 가치에 주목해 투자한 기업의 상당수가 크게 성장했다. 이에 따라 그는 수많은 투자를 성공시킨 투자가로서 ‘가치 투자의 귀재’라는 칭찬을 듣는다. 사실 그는 20세기에 가장 성공한 투자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의 투자 성향을 보고 따라가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투자가로 통한다. 실제로 버핏과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시장에서 대단한 신뢰를 얻게 된다. 버핏의 투자가 기업의 실적에 도움을 주고 이에 따라 버핏의 투자 성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는 것이다. 돈으로 돈을 버는 금융산업과 달리 버핏의 투자는 기업의 실질적인 미래 가치를 평가해 투자함으로써 기업이나 산업 자체를 성장시키는 효과도 거둔다. 그런 점에서 버핏은 기업 입장에선 엔젤이다. 버핏이 ‘존경 받는’ 투자가로 평가 받는 이유다.

버핏은 그런 성공의 보상으로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그는 현재 전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이다. 포브스의 추산에 따르면 그의 개인 자산은 629억 달러에 이른다. 대부분이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이다. 이에 따라 그는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803억 달러), 미국의 빌 게이츠(801억 달러), 패션 브랜드 자라의 소유주인 스페인의 아만시오 오르테가(645억 달러)에 이어 세계4위의 부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 버핏이 최근 통 큰 기부로 다시 한 번 뉴스 지면을 장식했다. 버핏은 7월 14일 시가로 28억 달러에 이르는 버크셔해서웨이의 B클래스 주식 2173만주를 5개 자선재단에 나눠 기부했다. 그동안 자선단체에 기부한 금액 중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약 21억 달러에 이르는 1660만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전달됐다.

나머지는 버핏의 첫 부인과 자녀의 이름을 따서 만든 가족 재단 4곳에 분산돼 기부됐다. 버핏과 게이츠는 전 세계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자는 캠페인을 펼치는 ‘기빙 플레지’ 운동을 함께 벌이고 있다.

버핏은 2006년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이래 매년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도 그는 시가 20억 달러에 이르는 주식을 기부했다. 버핏은 부호들이 이런 기부에 앞장섬으로써 경제활동의 혜택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미치게 하자는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기부 문화 활성화에 그의 역할은 지대하다. 아울러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며 부자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존경 받는 세계 4위의 부자그는 자신과의 점심을 경매에 부쳐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0년부터 매년 자신과의 점심 자리를 경매에 내놓고 있으며 수익금 전액을 빈민 구호재단인 글라이드에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점심 경매를 통해 기부된 금액은 1600만 달러에 이른다. 올해는 이베이를 통해 6월 초 일주일 간 경매를 진행해 216만6766달러에 최종 낙찰됐다. 이는 2012년 올렸던 최고가 34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의 100만1000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올해의 낙찰자는 싱가포르인 앤디 추아로 그는 최다 7명까지 자신이 지정한 사람을 데리고 뉴욕 맨해튼의 스테이크 전문 식당 ‘스미스 앤드월런스키’에서 버핏과 점심을 함께하며 버핏에게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다. 다만 ‘앞으로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는 질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조건이다.

버핏은 꾸준한 정치 기부로 미국 정계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자료에 따르면 버핏 개인은 1997년부터 최근까지 약 22만2000달러의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공화당에 약 130만 달러, 민주당에 69만 달러 등 합쳐서 199만 달러의 정차자금을 내놨다.

하지만 버핏이 투자를 잘 하고 재산이 많으며 기부활동을 활발하게 펼친다는 것은 그의 한 단면일 뿐이다. 그가 벌여온 구체적인 비즈니스 활동은 일반인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사실 버핏의 진면목은 그의 비즈니스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가 1대주주 및 회장과 CEO를 동시에 맡고 있는 버크셔해서웨이는 미국의 다국적 복합 지주회사다.

전 세계 수많은 회사에 투자하고 이를 관리해 자산을 불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1821억5000만 달러이고 세전 이익이 287억9600만 달러, 순이익이 194억7600만 달러에 이른다. 시가총액이 2244억8500만 달러나 되며 총 자산은 4849억3100만 달러에 달한다.

모기업과 자회사를 합쳐 직원이 모두 32만명이나 된다. 이 회사의 주식은 7월 23일 기준으로 뉴욕증시에서 주당 19만2205달러(클래스A 기준)에 거래됐다. 3월1일 버핏이 연례 서한을 발표하기 직전에는 주당 17만473달러였는데 불과 4개월도 못돼 12.7%나 오른 것이다. 이 주식은 지난해 4분기 경영자본이익이 클래스A 주당 2495.92달러에 이르렀다.

버크셔해서웨이는 80개가 넘는 기업을 소유하고 100억 달러가 넘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공룡 투자기업이다. 보험을 비롯한 금융과 에너지를 중심으로 의류·건설·항공·유통·미디어·식품·가구·보석 등 다양한 업종의 유망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포스코 주식의 4%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구에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 절삭공구 및 관련 산업제품 생산업체인 대구텍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토마토케첩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식품회사 하인즈의 지분 50%를 233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56억 달러를 들여 미국 네바다주의 천연가스업체 NV에너지를 사들이기도 했다.

이 회사의 이사회는 쟁쟁한 인물로 구성됐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토마스 머피 ABC방송 CEO, 코카콜라 사장과 컬럼비아영화사 회장을 지낸 도날드 커 앨런 앤드 컴퍼니 회장, 스티브 버크 컴캐스트 부사장, 수장 대커 전 야후 사장 등이 포함됐다.

올 5월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왼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버핏 회장.





꾸준한 정치 기부로 미 정계에도 영향력 행사버핏은 1962년부터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을 사들이다 경영권을 인수하게 됐으며 1965년 이후 보험회사를 잇따라 인수했다. 이후 다양한 영역으로 투자업체를 늘렸다. 원래 이 회사는 1839년 섬유 제조업체로 출발했으나 1985년 섬유업을 정리하고 여러 가지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변화와 혁신에는 한결같이 버핏의 손때가 묻어있다.

버핏은 경영 철학과 이론으로도 명성이 높다. 그의 말과 글은 경영 격언이나 지침으로 손색이 없다. 그는 매년 주주들에게 연례 서한을 보내고 있는데 그 내용은 그가 지닌 경영 혜안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투자의 5대 원칙’을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가 제시한 5대 원칙의 첫째는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기 위해 반드시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버핏은 투자가들에게 “자신이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면 스스로 투자 상한선을 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합리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택하라”고 충고했다.

버핏은 둘째 원칙으로 ‘미래 수익에 주목하라’를 제시했다. 그는 “투자하려는 자산이 앞으로 계속 수익을 낼지 확신할 수 없다면 그냥 잊어버려라”라고 조언했다. “모든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투자를 할 때 필요한 건 전지전능함이 아니라 자기가 하는 행동의 의미를 명확히 아는 것”이라고 것이 그의 설명이다.

버핏은 ‘자산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분석하지 않고 덥석 사는 것은 투기다’라는 것을 셋째 원칙으로 제시했다. 투자의 큰 크림을 그려 보라는 이야기다. 그는 “경기에 몰두하는 선수가 전광판 점수만 쳐다본다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가들에게 “주가지수를 보지 않고 주말을 잘 보냈다면 주중에도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버핏이 다섯째이자 마지막으로 제시한 원칙은 “투자기관의 거시경제 전망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경제 뉴스를 전하는 방송을 꺼버려라”라고 충고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주변의 영향을 받아 덩달아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며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오히려 투자자들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가인 나는 특정 주식을 사지만 일반인은 여러 종목을 묶은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최선의 투자법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수수료가 낮은 인덱스 펀드를 추천했다. 그는 이번 서한에서 “사람들은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수십년을 기다리면서도 주가 등락에는 안절부절 못한다”는 말로 장기 투자를 강조했다. 이 말은 당장 투자 격언의 반열에 올랐다.

이런 그의 충고를 금과옥조로 삼고 투자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한 둘이 아니다. 그는 기부문화 확산으로 전 세계의 부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이러한 경영·투자 철학으로 개미투자가들에게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경제인 버핏 회장의 진면목이다. 버핏은 1930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나 하원의원으로 4선을 한 아버지를 따라 워싱턴에서 학교에 다녔다. 재미난 것은 버핏이 어려서부터 경영 수완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는 집집마다 추잉검과 코카콜라, 주간지를 들고 다니며 팔아서 돈을 모았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료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받은 월급을 저축하기도 했다. 고교 시절엔 신문을 배달하고 우표와 골프공을 주변에 팔아 용돈을 벌었다. 자동차에 장식을 해주고 돈을 받기도 했다.

14살 때인 1944년 세금 환급을 받은 기록이 있다. 버핏은 자전거와 시계를 구입한 돈을 비용에 포함시켜 당시로는 상당한 액수인 35달러의 세금경감 혜택을 받았다. 15세 때인 1945년에는 친구들과 돈을 모아 25달러짜리 핀볼 기계를 구입해 이발소에 설치해 돈을 벌었다. 그의 핀볼 기계 사업은 승승장구해 첫 설치 몇 달 만에 여러 대로 불어났다. 그 나이에 또래와 달리 어려서부터 활발한 경제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다.



수수료 낮은 인덱스 펀드 투자 권유그는 어려서부터 주식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10살 때 뉴욕을 여행했을 때 뉴욕주식거래소를 일부러 찾아 나서기도 했다. 11살 때는 용돈을 모아 세 주의 주식을 사기도 했다. 주식거래인이기도 했던 아버지의 회사에서 멀지 않은 지역 증권회사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고교 시절에는 아버지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기도 했으며 소작농이 대신 경작해주는 농장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경영학 교육의 수혜자다. 1947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 입학한 그는 2년을 다닌 뒤 1950년 링컨 네브래스카대로 옮겨 졸업했다. 전공은 경영학이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응시했으나 낙방하자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 들어가 1951년 마쳤다.

26세 때인 1956년 버핏 어소시에이츠를 창업한 그는 1965년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한 뒤 몸집을 불려 지금에 이르렀다. 버핏은 2012년 4월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으며 그 해 9월 수술을 통해 완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팔순의 나이에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여전히 투자와 기부 일을 정력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홍상수·김민희, 불륜 중 ‘득남’…혼외자 호적 '난제' 남았다

2"청년이 머무는 도시로!" 경주시, 올해 105억 규모 청년정책 운영

3"2027년에는 포항산 연어 나온다"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순항

4수원 광교호수공원에 500명 모여…‘함께고워크’ 캠페인은 무엇?

5"망한거 아닙니다"...홈플러스, 고객·매출 더 늘었다

6또 터진 금융사고...‘취임 100일’ 강태영 농협은행장, 무거운 어깨

7금감원, 美 상호관세 대응 ‘총력’…매주 원장 주재 회의

8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 2025' 주관기관으로 코스포·벤기협·VC협회 선정

9"만화왕국 日에서 1위 매출이 네이버웹툰?"...라인망가, 앱 매출 날았다

실시간 뉴스

1홍상수·김민희, 불륜 중 ‘득남’…혼외자 호적 '난제' 남았다

2"청년이 머무는 도시로!" 경주시, 올해 105억 규모 청년정책 운영

3"2027년에는 포항산 연어 나온다"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순항

4수원 광교호수공원에 500명 모여…‘함께고워크’ 캠페인은 무엇?

5"망한거 아닙니다"...홈플러스, 고객·매출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