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워피플 [59]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 엔지니어·경영인에서 디지털 구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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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슈미트(59) 구글 회장은 디지털 세계에서 너무도 유명하다. 2001년 3월 구글 이사회 의장에 오른 그는 그 해 8월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면서 CEO를 겸했다. 하지만, 2011년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다시 CEO에 오르면서 CEO 자리는 내놓았으나 회장 자리는 계속 맡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디지털 세계에 대한 대처와 비전 제시, 신기술 산업 등에 주력하고 있다. 하루하루의 경영에서 잠시 손을 뗀 대신 미래 비전과 통찰력을 지닌 ‘디지털 구루’로서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저술활동이다. 슈미트 회장은 지난해 <새로운 디지털 시대(the new digital age: reshaping the future of people, nations and business)> 라는 책을 펴냈다. 미래 디지털 시대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두루 전망하면서 디지털 분야에 대한 인류의 ‘구루’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디지털 엔지니어에서 경영자로, 이제는 새로운 디지털 미래를 여는 선교사이자 스승으로 나선 것이다.
이 책은 구글의 싱크탱크인 ‘구글 아이디어’의 소장이자 최연소 국무부 자문관을 지낸 천재 지정학자 제러드 코언과 함께 썼다. 세계의 선진지역과 개발도상국의 현장을 두루 방문해 현지인을 만나서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 책에서 슈미트 회장은 디지털 시대가 새롭게 열 미래에 대해 설파했다. 그의 디지털 비전인 셈이다.
디지털 미래 여는 선교사이자 스승인터넷을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기기가 엄청난 속도로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 세계인의 숫자는 21세기 들어 첫 10년 동안 3억 5000만에서 20억 이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7억 5000만에서 50억을 넘었으며 지금은 60억명에 이른다. 이런 기술은 지구촌의 오지로까지 확산돼 히말라야나 안데스에서도 휴대전화는 흔하다.
그들은 그곳에서 전 세계와 접속하다. 2025년쯤이면 80억명에 이르는 전 세계 인류의 대부분이 자그마한 휴대전화 하나만으로 세상의 모든 정보에 접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통해 연결성이 강화된 인류는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를 통해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며 더욱 경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스토피아도 있다. 인터넷에는 온라인 사기, 폭력과 집단 따돌림, 증오집단의 웹사이트, 테러리스트들의 대화방이 이미 등장해 수많은 접속자를 맞고 있다. 인터넷은 누구도 통제하지 않고 통제할 수도 없는 세계 최대의 공간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앞에 인류가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이며 만들어야 하는지를 이 책에서 슈미트 회장은 설파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비록 기술만으로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기술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면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만은 자명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에는 인간과 컴퓨터가 각자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따라 서로 역할을 나눌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어 테러리스트를 추적, 체포 작전을 펼칠 때 컴퓨터를 이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의 위치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체포한 테러리스트를 심문하는 데는 인간의 능력이 중심이 될 것이며 인간이 만든 법과 제도의 범위 안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슈미트 회장은 국가 권력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에 각각 맞춘 두 가지의 정책을 거의 전 분야에 걸쳐 펼쳐야 한다고 제안한다. 사회 정책에서는 사이버 세계에서 반체제, 반사회, 반국가, 반정부, 반정권적인 행동이 늘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현실세계의 정책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온라인에서의 자유로운 불만 표출과 지지자 연결은 현실세계에도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권력의 사이버 개입도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외교관계, 국제관계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슈미트 회장이 특히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인터넷에서의 사생활 보호와 보안 문제다. 그는 전 세계가 디지털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고 휴대전화 보급이 확산함에 따라 시민들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권력을 갖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생활과 보안 문제에서 그에 따른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싸우지 않으면 특히 안보 강경론자들이 테러 범죄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현재와 과거의 개인정보에 더 많이 접근할 권한이 있다’라고 주장할 것이고 결국 안보 위기 상황 때마다 많은 이가 사생활의 비밀을 폭로 당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사생활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정하고,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바로 그 기술이 또한 정부에게 국민을 더 철저히 감시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해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더 빨리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입장에선 이런 변화에 맞춘 새로운 기술도약과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인터넷에서 개인 정보 삭제할 권리 보장슈미트 회장의 신념이 가장 잘 표출된 사건의 하나가 지난해 5월 구글이 인터넷에서 개인이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당시 유럽사법재판소(ECJ)가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는 인터넷에서도 보호해야 한다”며 인터넷에서 잊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구글은 즉시 개인이 삭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창구를 열었다. 눈치만 보는 다른 인터넷 기업과는 딴판이다.
이름과 처리 결과를 받아볼 e-메일 주소, 디지털 기록을 없애길 원하는 자료의 인터넷 주소(URL)를 입력하면 되도록 했다.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이 효력을 가지는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에서만 가능하다. 창구가 열리자마자 첫 날 신청자가 1만2000명에 이를 정도로 요청은 폭주했다. 유럽 지역에서 구글을 사용하는 사람은 5억명 정도인데 그 중 상당수가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잊힐 권리는 개인이 인터넷에 공개되길 원하지 않는 자신의 정보를 모두 지울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합법적으로 작성된 자료라도 개인이 원치않는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떠다녀 고통 받는 일은 없도록 당사자가 원하면 인터넷 사업자가 삭제해야 한다. 슈미트 회장은 인터넷과 관련한 개인 권리는 존중하면서도 부작용도 염려했다.
그는 “ECJ의 판결로 잊힐 권리와 알 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더 어렵게 했다”고 지적하며 “잊힐 권리는 인터넷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정부가 악용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범죄 이력이 있거나 문제를 일으켰던 사람이 ‘개인 과거사 세탁’ 용도로 잊힐 권리를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범죄 이력 등 공익이 앞서는 정보는 잊힐 권리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슈미트의 힘이다.
슈미트 회장은 최근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부 당국의 정책에 항의하고 기업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는 ‘인터넷 이용자의 사회적 권리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2월 애플 등 미국의 15개 인터넷 회사 대표들과 함께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국가안보국(NSA)의 감청 프로그램을 개혁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애플의 팀 쿡,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를 비롯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 넷플릭스의 고위 관계자와 AT&T의 랜덜 스트븐슨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는 오바마와 함께 조 바이든 부통령까지 함께 했다. 2시간 45분 간 진행된 이 자리에서 슈미트를 비롯한 대표들은 NSA가 자신들도 모르게 자신들의 시스템에서 광범위한 감청을 벌인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슈미트 합류 후 구글 크게 달라져슈미트는 젊은이들에게 미래 디지털 세계에서의 적극적인 활동을 주문한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서울대에서 ‘다음을 준비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며 청년들을 격려했다. 그는 “(구글의 성공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엔지니어와 새로운 제품을 원하는 설립자가 같이 만나서 만든 것”이라며 “훌륭한 회사가 되려면 기술적인 도약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 속에는 디지털 시대를 건설한 경영인으로서, 그리고 엔지니어로서 자신감과 비전, 그리고 전략이 담겨있다. 슈미트 자신이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한 충고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경영 경험까지 갖추고 거기에 더해 미래 비전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의 이력은 디지털 세계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워싱턴 출신인 그는 프린스턴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록스 팰러앨토 연구센터의 컴퓨터 과학 연구소와 벨 연구소 등을 거친 뒤 1983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둥지를 틀었다. 최고기술책임자를 맡은 그는 플랫폼에 구애 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구동시킬 수 있는 기술인 자바의 개발을 주도해 디지털 세계에 한 획을 긋는 업적을 남겼다. 이 때까지는 디지털 엔지니어로서 디지털 세계의 발전을 주도한 모습이다.
그 뒤 노벨 CEO로 일하다 2001년 뒤늦게 구글에 최고 경영자로 영입됐다. 당시 닷컴 거품이 끝나 디지털 분야가 별 인기가 없었던 데다 신생 구글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벤처기업인의 권유로 구글에서 CEO 면접을 보고 나서도 처음엔 곧바로 옮아갈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구글의 젊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과감한 상상력과 통찰력, 그리고 미래 비전에 감탄한 그는 구글에 합류를 결심했다.
슈미트는 디지털 기술 개발자이자 경영인으로서의 경험을 구글에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그의 노하우는 구글의 독특한 기업 문화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구글은 슈미트가 합류하기 전과 합류한 뒤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슈미트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그는 검색엔진 업체이던 구글을 세계적인 디지털 기술혁신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구글은 초고속 성장을 했으며 특히 모바일 시대를 주도했다. 슈미트는 두 창업자에 날개를 달아줬다.
그는 83억 달러의 재산으로 전 세계 138위, 미국 내 49위의 부자이기도 하다. 기부와 자선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 경영인인 그가 이런 재산을 모은 것은 구글에서 받은 스톡 옵션과 보너스가 한 몫 했다. 그래서 그는 벤처기업인과 함께 오너가 아닌 엔지니어들의 희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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