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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O&COMPANY CEO Kim, jong-chun | 가발용 원사 기술로 검은 대륙 사로잡아

UNO&COMPANY CEO Kim, jong-chun | 가발용 원사 기술로 검은 대륙 사로잡아

가발용 원사생산업체 우노앤컴퍼니가 가발 산업의 최대 시장인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김종천 대표가 일본의 경쟁업체들을 상대로 싸우는 무기는 ‘기술과 도전’이다.
김 대표의 경영철학은 ‘믿음’이다. 직원들, 고객사와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위기가 찾아오면 ‘진인사대천명’이라는 옛말을 생각한다.



2013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의 셀레브리티 100(U.S.Celebrity 100)’에서 1위를 차지한 오프라 윈프리. 그의 어깨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머리가 가발이라는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흑인 여성의 모발은 5~10㎝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 데다 쉽게 끊어진다. 그들에게 가발이 필수 패션 아이템인 이유다. 아프리카는 가발뿐만 아니라 가발용 원사산업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연간 5만t의 가발용 원사가 소비된다.

아프리카 가발 시장은 일본업체 가네카와 덴카가 선점하고 있다. 그 틈새를 ‘기술’을 무기로 파고드는 한국 기업이 있다. 바로 우노앤컴퍼니다.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시장에 진출한 가발용 원사생산업체다. 지난해 10월 남아공에 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김종천(57) 우노앤컴퍼니 대표는 “아프리카시장을 일본기업이 선점하고 있지만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업을 시작할 때 가졌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마음으로 달려들면 두려울 게 없어요. 초심을 잃어선 안됩니다.”

김 대표는 1997년 친구인 김환철 교수(전북대 유기소재파이버공학)로부터 가발 사업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섬유화학을 연구하던 친구의 설명을 듣고 승산이 있겠다 싶어 선뜻 자본금 1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기술이 개발되면 사업자등록증을 내겠다고 단단히 맘먹고 전북대 연구소 내에 사무실을 차렸다. 김 교수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겠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가발용 원사를 만드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원사가 2m이상 나와야 제품화가 되는데 중간에 끊어지기 일쑤였다. 자본금도 거의 바닥나 재료 살 돈조차 없었다. “서울에서 사업하던 친구에게 투자 좀 하라고 연락했었지요.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조용히 서울로 돌아간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투자 대신 필요한 걸 사주겠다고요. 그래서 800만원 상당의 원사 원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구세주였지요.”

김 대표는 원사 생산이 성공했던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1998년 12월 21일이었다. 유난히 추웠던 그날 원사가 처음으로 끊어지지 않고 2m이상 길게 뽑아졌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다음날 다시 원사가 끊어져 나왔다. 크리스마스가 지나서야 제대로 된 원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말이다. 김 대표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며 아직도 그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999년 7월 김 대표는 우노앤파이버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냈다(2011년 화학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우노앤컴퍼니로 사명을 바꿨다). 2005년에는 이익의 대부분을 기술개발에 투자해 불에 타지 않는 난연 합성수지(PET)원사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가발은 머리 모양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드라이기를 이용해 스타일을 바꾸고 싶어도 가발이 변질될까봐 엄두도 못 냈죠. 아프리카 여성의 그런 마음을 읽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제가 기술을 늘 입에 달고 사는 이유입니다.”



세계 누비며 트렌드 파악기술력을 인정받은 우노앤컴퍼니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6년 5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1년 546억원, 지난해는 621억원으로 늘었다. 생산 제품의 99%를 수출하는 우노앤컴퍼니는 2008년 1000만불 수출탑, 2013년 3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우노앤컴퍼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남아프리카 등지에 원사를 공급하고 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경쟁업체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2010년 가네카는 우노앤컴퍼니의 고객사를 상대로 난연 PET 가발원사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 대표가 납품한 가발 원사였다. “당시 고객사는 중소업체라 비용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우리가 비용을 댈테니 소송을 진행하자고 설득했죠. 우리 일이기도 했으니까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소송은 사실 김 대표에게도 큰 부담이다. 돈도 돈이지만 일을 제대로 할 수 가 없었다. 그는 지난해 재판 때문에 미국에 두 달간 머물기도 했다. 2012년 28억원 정도였던 소송비용은 지난해 50억원으로 늘었다. 그래도 김 대표는 소송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가 사업 초기부터 외쳤던 기술 때문이다. “물러서는 순간 기술개발에 매진했던 직원들의 땀은 모두 허사가 된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 대표는 경쟁업체로부터 좌절이 아닌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다. “대기업이 우리 회사를 의식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 존재감에 더 열심히 뛰게 됩니다.” 그는 1년에 100일 이상을 해외의 가발 공장을 탐방한다. 트랜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지, 어떤 원사를 쓰는지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제품 개발에 나섭니다.” 지난 2월에는 점보 브레이드용 원사 ‘아크라(Acra)’ 개발에 성공했다.

브레이드는 ‘땋음머리’ 전용 부분 가발로 전체 가발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양한 스타일로 멋을 낼 수 있어 흑인 여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원사 역시 가네카가 독점하고 있었다. “아크릴 성분을 추가해 원사가 가볍고 촉감이 부드러워 일본 제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김 대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대표의 경영철학은 ‘믿음’이다. 직원들, 고객사와의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위기가 찾아오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옛말을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정해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전력을 다했는데도 안될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할 수는 없지요. 그럴 때 그 말을 되뇌입니다.” 김 대표는 작정하고 아프리카시장에 뛰어든만큼 할 수 있는 일은 다해볼 생각이다. 문제가 생기면 피하지 않고 맞설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운명에 따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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