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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RMACEUTICAL INDUSTRY | 국내 제약사 ‘1조 클럽’ 가입 눈앞

PHARMACEUTICAL INDUSTRY | 국내 제약사 ‘1조 클럽’ 가입 눈앞

국내 제약사의 오랜 숙원이 올해는 이뤄질까. 지난해 각각 9316억원, 8882억원 매출을 올린 유한양행과 녹십자가 유력한 후보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라이벌이지만 성장 전략은 다르다.
신약 개발을 위해선 연구·마케팅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든다. 제약사의 매출 성장이 필요한 이유다.



120여년 가까운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매출 1조원이 넘는 제약사가 없다. 국내 제약사 수가 600개가 넘는데도 세계 50위 내에 하나도 들지 못한다. 제약산업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88.6%로 높아 ‘골목대장형 산업’이란 비아냥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대부분 제네릭(복제약) 판매에 머물러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약은 20여 개에 불과하다.

수년 전부터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제약사들은 목소리를 높였지만 쉽지 않았다.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매출 1조원의 문턱까지 온 제약사가 있다. 바로 유한양행과 녹십자다. 특히 유한양행은 ‘1조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지난 해 매출 9316억원, 영업이익 559억원을 기록했다. 내친 김에 올해 매출 목표도 1조400억원으로 잡았다.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4.8% 늘어난 2258억원을 기록하며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녹십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매출 8882억원, 영업이익 788억원을 기록했다. 창사이래 최대 실적이다.

매출 1조원이란 두 회사의 목표는 같지만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다르다. 영업력·마케팅을 앞세운 유한양행은 다국적사의 신약을 판매해 공격적으로 수익을 끌어올린다. 녹십자는 백신이란 특화된 분야에서 연구개발에 집중해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유한양행 김윤섭 대표는 1976년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승부욕이 강하다. 직원들에게 늘상 “1등이 돼라”고 독려한다. 김 대표가 취임한 2009년은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영업’이 논란이었다. 그는 취임하며 리베이트 관행을 끊겠다고 단언했다. 리베이트 영업 관행에 젖어있던 유한양행 영업사원들은 갑작스런 변화에 혼란스러웠다.

영업매출이 줄더라도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한 김 대표는 “직접 발로 뛰라”고 주문했다. 이듬해인 2010년 유한양행은 제약사 중 영업활동 1위를 기록했다. 컨설팅업체인 CSD가 ‘업체별 영업사원 방문수’를 조사한 결과 유한양행은 병·의원을 총 40만4030번 찾았다. 2위였던 대웅제약(37만 5964번)과도 2만번 이상 차이나는 기록이다.

녹십자 종합연구소(왼쪽)과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오른쪽). 양사의 중장기적인 관심사는 신약개발이다.





유한양행의 타고난 영업력바닥부터 다진 영업력은 도약의 발판이 됐다. 리베이트를 꺼리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유한양행의 영업력을 눈여겨 본 것이다. 매출을 끌어올릴 기회가 찾아왔다. 아

이엠투자증권의 노경철 연구원은 “다국적 제약사들은 영업력이 탁월한 기업에만 자사 블록버스터 제품을 판매할 기회를 준다”고 설명했다.

자사 신약을 국내에 판매하려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제안이 이어졌다. 유한양행의 영업력에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경쟁력이 더해지자 시너지가 나기 시작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약인 ‘트윈스타’ 하나로 2012년 500억원, 2013년 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국적사의 신약이 벌어들이는 매출은 연간 2500억원이다. 매년 20%씩 매출을 끌어올리는 핵심동력이다.

하지만 토종 신약이 아닌 수입 신약으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제약산업 특성상 신약 개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인 전략으로 봐야한다는 긍정론도 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의 김성호 전무는 “글로벌 제약사가 되려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매출 규모 등 외형적인 성장도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제약사의 규모가 아직 영세하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유한양행의 김 대표와 달리 녹십자의 조순태 대표는 신속하고 강한 추진력이 강점이다. 조 대표가 과천의 한 아파트에 살 때였다.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데 현관문이 고장났다. 그는 망치 등 연장으로 현관문을 부수고 제 시간에 출근했다고 한다. 그는 영업사원 시절에도 가는 지점마다 이름을 날렸다. 그의 리더십은 취임한 후 녹십자가 전환점을 맞는 원동력이 됐다.

조 대표가 취임한 2009년은 전 세계가 신종플루로 몸살을 앓던 해였다. 당시 조 대표는 발 빠르게 신종플루 백신을 개발해 공급했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 가까이가 접종할 수 있는 규모였다. 신종플루 백신 개발은 결과적으로 녹십자에 ‘신의 한 수’였다. 독점으로 공급한 덕분에 매출이 비약적으로 늘며 업계 5위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2009년, 2010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신기록을 세웠다.

백신과 혈액제제를 가진 것이 녹십자의 경쟁력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품목들 이었다. 1983년 B형간염 백신개발을 시작으로 필수의약품 국산화에 집중했다. 단기적으로 매출 성과가 나는 복제약 비중을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품목에 집중했다.

백신 분야에 집중해 역량을 쏟은 덕분에 기술력도 좋아졌다. 국제기구 독감백신 입찰 자격을 확보할 만큼 성장했다. 아시아에선 녹십자가 유일하다. 세계에서 단 4개 회사만 확보하고 있다. 제약회사가 지속성장이 가능하려면 R&D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유한양행과 녹십자 모두 연구개발 역량을 끌어올려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전략적으로 R&D 자원을 3대 질환군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대사·순환질환, 면역·염증질환, 종양이 그것이다. 차기 신약 개발도 순항 중이다. 레바넥스를 개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2종의 소화기계 신약이 임상개발 단계에 있다. 류마티스성 관절염 치료제는 초기 임상연구를 끝내고 해외에 기술을 이전했다. 퇴행성관절염 치료제는 초기임상연구 완료를 앞두고 있다.



매출 1조원 달성 이후는 R&D가 관건R&D를 뒷받침하는 것은 다양한 사업군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수익이다. 신약 개발에만 몰두하지 않고 국내외 약품판매 등을 고루 성장시키는 전략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의 여재천 전무는 “다국적 기업의 신약군을 도입해 수익을 올린 후 R&D 투자를 늘려나가는 것이 유한양행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수입 신약 판매만 한다면 2~3년을 넘지 못하겠지만 유한양행은 R&D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와의 협력을 통한 연구개발도 유한양행의 강점이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의 김성호 전무는 “글로벌 협력을 늘리면 기술력 있는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 연구개발하는 등 좋은 기회를 많이 얻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제약시장이 작아 세계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도 유한양행은 적극적으로 다국적 제약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갔다.”

녹십자는 인재 개발에 주력한다. 지난해 기준 연구개발 및 기술 인력이 859명으로 전체 직원의 56%에 달한다. 연구개발비는 2009년 약 461억원에서 2012년 약 756억원으로 64% 늘어 났다. 녹십자의 최승권 인력운영팀장은 “신약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앞으로도 우수한 연구개발 인재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녹십자는 B형 간염백신, 수두백신,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 등 희귀의약품 개발에 나섰다. 현재 70여 건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핵심제품인 독감백신은 해외에서 이미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생산 중인 유정란을 활용한 전통적인 방식 이외에 세포배양 방식을 활용한 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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