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 SERVICE - 온라인 행정도 한류가 휩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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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호정보화시대에 살면서 많은 편의를 누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편함도 있다. 예컨대 며칠만 지나면 익숙한 정보는 더 이상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 그 정보가 지니는 가치와 의미에 대한 반추의 기회도 없이 새로운 정보가 우리 삶을 공습하는 것이 요즘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다시금 돌이켜볼 가치가 있는 정보는 바로 우리나라가 UN전자정부평가에서 3회 연속(2010년, 2012년, 2014년) 1위를 달성했다는 소식이다. 다른 나라는 1위를 한번 하는 것도 어려운데 3연속 전 세계국가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1위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쉽게 잊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
무엇이 우리나라 전자정부를 글로벌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았을까? 전자정부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산출물이 아니며 장기간에 걸쳐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유사한 시기에 추진한 전자정부사업이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자정부 성공요인우리나라의 경우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전자정부사업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이 큰 작용을 하였다. IMF구제금융 하에 대통령으로서 정부개혁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부처 장관들의 우선적인 관심사항이 됐다. 전자정부의 정책적 기반은 정부개혁의 일환으로서 빠른 기간안에 강화됐다. 후임 대통령들 역시 정부개혁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둘째로, 전자정부 추진 체계와 전략을 신속하게 구축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자정부는 부처를 아우르는 정부 혁신인 관계로 특정 부처에서 책임지고 추진할 수 없다. 김대중정부는 초기에 전자정부를 전담하는 전자정부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자정부 11대 사2014.9.22업을 추진함으로써 현재의 전자정부 틀을 마련했다. 노무현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전자정부관련 30여개 주요사업을 선정하여 추진했으며, 이명박정부에서는 대통령소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를 출범함으로써 전자정부추진기반을 정비했다. 특히 기존 국무총리 소속 국가정보화 추진체계를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전자정부 추진동력을 확보했다. 각 정부마다 성과 차이는 있겠으나 효율적인 추진체계와 전략을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온 노력은 분명히 전자정부의 성공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끝으로, 범 부처차원의 전자정부 전략과 핵심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적인 예산확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초기 전자정부추진과정에서는 선구축·후정산이라는 전대미문의 예산집행도 이뤄졌다. 별도로 책정된 정보화촉진기금 덕분에 예산이 안정됐다. 특히 전자정부지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예산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많은 개도국들이 전자정부구축과정에서 경험하는 재정확보의 어려움측면에서 볼 때 한국이 예산확보를 위해 신속하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점은 긍정적이다.
국민과의 간극 좁혀야해외에선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국민의 정서와는 괴리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90년대 중후반에 전자정부라는 용어는 대부분의 국민에게 정부혁신으로 다가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거리감이 전자정부를 구축한다고 해서 한순간에 해소될 수도 없다. 특히 입맛에 맞는 컨텐츠로 무장한 민간 포털의 서비스 제공에 익숙한 국민들이 볼 때 전자정부 초기의 서투른 서비스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정부마다 지속적이며 단계적으로 전자정부추진방향을 재설정하고 주요사업 등을 새롭게 발굴하거나 기존사업을 재정립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용자인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전자정부를 구축하려고 노력한 점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민원24’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민원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으며, 서비스 가입자 수는 2013년 1220만 명을 돌파했다. 무엇보다도 온라인 민원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2010년 78.7점에서 2013년 83.1점까지 3년 연속 만족도가 상승했다. 또한 정부가 매년 조사하고 있는 전자정부서비스이용률에 의하면 2013년의 경우 조사자의 56.9%가 전자정부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이용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는 않으나, 2012년의 51.2%에 비하여 조금이나마 상승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정부는 국민이 존재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전자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성공적인 전자정부는 단순히 국제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편안하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데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전자정부추진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이 필요한 전자정부가 되어야 한다. 전자정부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며 국민이 바로 그런 수단을 이용하는 주체이다.
지금까지의 전자정부가 공급자입장에서 단위사업중심의 업무시스템이나 기반 구축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수요자인 국민 입장에서 서비스를 적시에 편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단일 부처중심의 사업보다는 다 부처연계사업에 초점을 두어 현재 분절적으로 존재하는 기관중심의 행정서비스가 이음새없이 연결되어 국민 개개인이 원스톱으로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때 국민과 정부의 간극은 자연스럽게 좁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 행정업무환경 역시 부처간 협업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자료공유 등 클라우드 업무환경으로의 변신이 절실하여 동시에 주먹구구식의 행정행위를 벗어나 증거기반의 과학적 행정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무원의 행태를 바꾸는 운동이 필요하다.
전자정부는 분명히 국민의 편리한 삶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그러한 편리함이 강요된 것이 아니고 국민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진실로 필요한 것일 때 전자정부는 생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전자정부에 평가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3회 연속 UN평가 1위에 담긴 뜻을 되새기며 국민이 스스로 찾고 사랑하는 따뜻한 모습의 전자정부를 그려본다.
[ 필자는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이자 한국정책학회 회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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