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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서명수 전문기자의 은퇴 성공학 - 집, 깔고 살지 말고 굴려라

Retirement | 서명수 전문기자의 은퇴 성공학 - 집, 깔고 살지 말고 굴려라

서울 개포동의 이모(59)씨는 며칠 전 살던 아파트를 팔았다. 중개업소에 내놓은 건 2년 전이지만 이번에 임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집을 내놓을 당시만 해도 재건축 대상이어서 어렵지 않게 팔 수 있을 것 같았으나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탓인지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러던 집이 요즘들어 매수 문의가 늘더니 사겠다는 사람이 나섰다. 기회다 싶어 흥정이고 뭐고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에 계약을 했다. 이씨가 희망했던 가격보다 5000만원 정도 깎아줬다. 퇴직 후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그로선 집을 빨리 팔아야 노후자금도 쓰고 자녀 둘의 결혼비용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중앙포토
이씨는 당분간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 같이 살면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살던 집이라 정을 떼기 어려웠지만 나와 부인의 노후를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집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다. 그러다 보니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가계 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자산 대비 부동산 비율이 67.5%로 미국 31.5%, 일본 40.9%, 유로존 58.3%보다 월등히 높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부동산이 재산 형성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으로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통도 그만큼 심하게 받고 있다. 특히 집 외엔 별다른 자산이 없이 퇴직한 고령층은 직격탄을 맞았다.

오랫동안 겨울잠을 자던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퍼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재건축 연한 규제완화 등 일련의 시장 부양 조치에 힘입은 바가 크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과연 이번 회복세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 집을 팔아야 하나, 판다면 그 돈을 어떻게 굴려야하나 등등.

부동산 경기는 대개 세가지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첫째, 인구가 가장 큰 변수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에 따라 인구가 감소 추세에 있다. 부정적 요인이다. 둘째, 시장 내 수급이다. 이 역시 부정적인 것이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대기매도 세력이 만만치 않다. 이와 달리 수요는 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부진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소득인데, 이건 긍정 변수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개인의 소득은 완만하게나마 오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간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인이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많은 전문가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는 이유다.





한국인 부동산 보유 비중 미국인의 2배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오른 곳도 있었다. 재건축·재개발 같은 재료를 안고 있거나 입지가 좋은 곳은 서울, 지방을 가리지 않고 올랐다.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에 아랑곳 않는 외딴 섬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시장의 양극화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탄다 해도 양극화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그 진행 속도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평준화를 기대했다간 헛물만 켤 수 있다. 돈이 되는 곳에만 수요가 몰리는 식으로 시장 패러다임이 바뀐 지 오래다. 그렇다면 결론은 다 나왔다. 요즘의 부동산 시장 회복세를 자산 재편의 기회로 삼아 노후자금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두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집을 처분한 다음 크기를 줄여 이사하고 남는 돈을 금융상품이나 월세 아파트 등 이리저리 활용해 보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주택의 연금화인데,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방법이다. 어느 방법이나 내 집을 굴려 노후생활을 도모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다만 서로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요모조모를 따져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기회비용 따져 소유욕 물리쳐야

집을 팔 때 관건이 되는 것은 소유욕을 어떻게 제어하느냐다. 어떤 물건을 소유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 물건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애착을 갖는다. 이를 ‘소유효과’라고 한다. 소유효과는 부동산 같은 실물일 때 나타난다. 상품권이나 주식 같은 추상적인 물건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부동산 매매시장 같은 중고시장에서도 생긴다. 소유효과의 힘은 강력하다. 옆 동네 집값이 올랐으니 내 집도 그 정도는 올라줘야 한다는 착시현상을 동반한다. 그러다 보면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에 호가의 괴리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처분해야 할 것을 망설이거나 너무 늦게 처분하는 일이 생긴다. 부동산은 개인적인 감정을 집어넣다간 헤어지기 어렵다. 감정은 고집의 오류를 낳는다. ‘내 집을 깎아 내리는 당신한테 절대 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간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감정이입을 차단하는 데 유용한 해법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심리적인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팔지 않았을 때 나타날 결과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질 경우 집을 팔지 못해 오랜 세월 마음고생을 반복할 수 있다. 노후생활비가 모자라 추한 꼴을 남들한테 보여야 하고 자녀들의 결혼비용을 대느라 빚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은 앞의 임씨 경우처럼 값을 합리적인 선으로 조정해 집을 처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음은 기회비용을 따져보는 것이다. 집을 팔아 부부둘이 살기에 알맞은 규모로 줄여 이사하고 나머지 돈으로 금융수익을 올린다고 가정하자. 만약 매매를 주저했다면 이런 기회를 날리고 만다.





즉시연금 vs 주택연금금리 하락기-부동산 상승기엔 주택연금

연금상품 중에 ‘역(逆)’자 돌림 형제가 있다. ‘역적립식’인 즉시연금과 ‘역모기지론’인 주택연금이다. 즉시연금은 집을 팔아 남은 목돈으로 가입해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택연금은 집을 주택금융공사에 담보로 맡겨놓고 연금을 받는 구조다. 따라서 즉시연금은 금리 상승기에, 주택연금은 금리 하락기에 각각 유리하다. 3억원짜리 집을 가지고 있는 60세 남성이 이 집을 팔아 1억원으로 전셋집을 얻고 2억원으로 즉시연금을 가입하는 경우와 팔지 않고 주택연금을 드는 경우 장단점을 따져보자.

먼저 즉시연금을 신규로 가입하면 보험회사별로 7~8%의 사업비를 떼고 연금을 지급한다. 세금은 없다. 현 공시이율(3.9%) 기준 월 74만원 가량 된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공시이율이 4.8%일 때엔 94만원가량 했던 것이 그동안 약 20만원 떨어진 것이다.

주택연금은 대출을 받는 것으로 CD(양도성예금증서)+1.1%의 금리가 적용된다. 요즘 대출이자는 연 3.1%정도 된다. 이를 기준으로 할때 60세 남성이 매달 받는 연금은 69만원 정도. 금액상으로만 본다면 아직까지는 주택연금보다 즉시연금이 약간 유리하다.

그러나 주택연금을 죽을 때까지 내 집에 살면서 연금을 받는다는 무형의 이점이 있다. 거주 안정성이다. 즉시연금에 가입하고 전세주택에 거주할 경우, 전세계약 만기 때 이사를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며, 전세금이 오르면 집을 구하는데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주택연금은 집값이 하락해도 최초 가입 때의 집값을 기준으로 연금액이 계산되기 때문에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생존해 있는 동안 주택연금을 받다가 부부가 모두 사망하면 집을 처분해 그 동안 지급한 연금액을 변제하게 되는데, 그때 처분금액이 연금 지급액에 못 미치더라도 상속인에게 부담시키지 않는다. 반대로 집값이 상승한 경우에는 연금액을 변제하고 남는 금액을 상속인이 가져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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