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 성적표는 - 중소형주 빛나고 채권 펀드 웃었다
국내 펀드 성적표는 - 중소형주 빛나고 채권 펀드 웃었다
코스피 지수는 3분기에도 지긋지긋한 박스권 돌파에 실패했다. 7월 1일 1999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기조 기대감에 2060선을 넘어섰다. 2060선을 넘어선 건 2011년 8월 3일 이후 3년 만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9월 들어선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가가 급락하고 아르헨티나의 채무 위기까지 불거지면서 다시 2020선으로 내려앉았다. 다행히 미국의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소폭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결국 2000~2060선의 박스권을 맴돌다가 10월 1일에는 엔저 쇼크 등으로 2000선마저 무너졌다.
코스피 지수는 3분기에 1.22% 올랐다. 국내 주식형 펀드(설 정액 10억 원 이상) 평균 수익률도 같은 기간 0.67% 오르는 데 그쳤다. 낮은 수익률은 국내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가 크게 떨어진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부문 실적 둔화에 따른 이익 감소, 현대차는 한국전력 부지 매수에 따른 리스크 탓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간판급 종목 200개에 투자하는 코스피200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은 -1.04%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인덱스 주식 섹터 수익률도 마이너스였다.
이와 달리 액티브주식중소형·배당펀드는 선전했다. 중소형 주에 주로 투자하고 적극적 매매를 통해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액티브주식중소형 펀드는 3분기 동안 8.99%의 성과를 냈다.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수익률 게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어 대형주에 베팅하기 어려운 것도 원인이었다. 이런 특징이 펀드 수익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결국 박스권 벗어나지 못해 국내 주식형 펀드 1222개 중 상위 50위 안에 중소형 펀드가 13 개나 포함됐다. 전체 1등도 액티브주식중소형 펀드다.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 100위 미만인 종목과 코스닥 종목 중 저평가 우량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마이다스자산운용의 ‘마이다스미소 중소형주증권투자신탁(주식)A’펀드는 3분기에 17.1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배당주 펀드가 3분기 동 안 5.91%로 수익률을 냈다. 배당주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펀드는 동양 자산운용의 ‘동양중소형고배당증권자 투자신탁 1(주식)Cla ssC e’ 펀드로 12.5%의 수익률을 올렸다. 배당주는 주 가 변동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기는 어 렵지만 기업의 연말 배당으로 시중금리 보다 약간 높은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 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편이다. 윤태웅 신한여의도PB센터장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중소형주 중에서도 고배 당을 하는 주식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국내 혼합형 펀드 3분기 평균 수익률 은 1.73%을 기록했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1.36% 수익률을 냈다. 국내 주식형·혼합형·채권형 펀드 가운데 국내 채권형 펀드가 올들어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연초 이후 3.59%다. 국내 채권형 중 수익률 1위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퇴직플랜증권자투자신탁 1(채권)종류C-F’펀드로 2.29%의 수익률을 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여전히 박스권에 머물면서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자들이 일정 수익률이 보장되는 채권 투자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강남 PB센터 부장은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채권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앞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후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국내 채권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2조1805억 원이 빠져나갔지만 국내 채권형 펀드는 5224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저평가주나 배당주 투자할 만 테마펀드는 명암이 엇갈렸다. 업종별로는 살펴보면 3분기에는 금융주·헬스케어·소비재 펀드가 선전했다. 금융주 펀드의 3 분기 평균 수익률은 12.17%로 테마별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대규모 희망퇴직과 정부의 각 종 경기 부양 노력이 은행의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금융주가 소폭 오른 데 따른 것이다. 그 다음으로 헬스케어 펀드가 평균 6.15%의 수익률을 냈다. 고령화로 건강산업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데 따른 수혜를 본 것이다. 헬스케어 펀드의 설정액은 1154억 원 수준으로 많지 않지만 여러 대형 펀드들의 수익률보다 앞서며 작은 고추의 매운맛을 보여줬다. 이와 달리 2분기(4월 1일~6월 30일) 3.12%의 수익률을 보였던 금 펀드는 3분기 -9.24%로 부진했다. 농산물 펀드도 -15.61%를 기록했다. 윤태웅 센터장은 “미국의 양적 완화 가 종료되고 내년엔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금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4분기 코스피 시장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4분기에도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있고 유로존 소비 둔화, 대중국 수출 환경 악화 등의 이유에서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4 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1900~2200포인트 박스권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박스권 장세를 감안한 투자전략으로 분기 실적이 좋았던 기업이나 저평가주 등을 제시했다. 이아람 NH농협 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는 유틸리티, 증권, 음식료·담배, 디스플레이, 은행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관심 종목으로는 한전기술·한전KPS·CJ제 일제당·한국금융지주 등을 추천했다. 또 시장 상승에 베팅하는 성장형이나 인덱스펀드보다는 저성장·저금리 상황과 맞물 려 배당주 상품이나 국내외 채권 혼합형으로 변동성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투자를 추천했다.
류주형 신한 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 투자전략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건 배당”이라며 “한국거래소가 준비 중인 새로운 배당지수가 10월 27일 발표되면 배당주와 배당펀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배당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배당성장지수, 코스피고배당지수, KRX 고배당지수, 우선주지수 등 4개의 배당 지수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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