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차터스쿨 대실험

사이아카데미(Sci Academy)가 첫 졸업생을 배출하기 오래 전부터 찬사가 쏟아졌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차터 스쿨(자율형 공립학교)이다.
사이아카데미가 설립된 지 불과 2년째인 2010년 9월, 들뜬 재학생들이 학교 옆의 그레이터 세인트 스티븐 침례교회로 줄지어 들어갔다. 당시엔 1학년과 2학년생이 전부였다. 학생들은 지역 명사, 기자, 취주악대와 함께 대형 스크린을 지켜봤다. 미국 각지의 6개 차터 스쿨 지도자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했다. 쇼가 끝날 무렵 오프라가 사이아카데미 설립자 벤 마코비츠를 포함한 차터 스쿨 지도자들에게 100만 달러짜리 수표를 한 장씩 건넸다.
사이아카데미는 차터 스쿨의 대명사다. 데이터에 입각하고 비즈니스 색깔을 더한 새 교육방식의 본보기다. 이 방식은 미국에서 가장 학력이 낮은 지역으로 손꼽히던 뉴올리언스에서 꽃을 피웠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이후 교육 개혁가들은 지역에 남아 있던 기존 공립학교들을 모조리 정리했다. 그 자리에 차터 스쿨들을 세우고 교육과정의 선택과 성적향상 책임의 확대를 약속했다. 뉴올리언스 청소년의 75% 이상이 이른바 부흥교육구(RSD)가 관할하는 학교에 입학했다. 차터 스쿨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교육구였다.
“뉴올리언스의 이 같은 교육 시스템 혁신은 인종차별 철폐 이후 교육 분야에서 가장 의미 있는 국가적 발전으로 판명될지 모른다.” 도시의 차터 스쿨을 육성하는 선도적인 지역 벤처-자선 단체 ‘뉴올리언스 뉴스쿨스(New Schools for New Orleans)’의 니라브 킹슬랜드 대표가 예전에 썼다. “뉴올리언스 학생들은 근래 어느 때보다 훨씬 더 탁월한 교육기회를 누린다.”
그러나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후 9년이 지났지만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증거가 적잖이 드러난다. RSD 차터 스쿨의 79%는 여전히 루이지애나 교육부로부터 D 또는 F의 평가를 받는다(루이지애나주 학교평가 시스템의 기준은 계속 상향 조정된다. 일부 차터스쿨 운영자들은 학교의 개선 실적이 시스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사이아카데미는 또 하나의 RSD 고교와 함께 B 평점을 받았다.
자유입학제(open-admission) 학교 중 A 평점을 받은 곳은 없다. 뉴올리언스 교육구에는 주로 가난한 흑인 청소년 4만 2000명 안팎이 소속돼 있다. 매년 평균적으로 수천 명이 학교 울타리 밖에 있다. 정학을 당했거나, 중퇴했거나, 감방에 있기 때문이다. 높이 평가받는 사이아카데미 같은 성공적인 학교에서도 무사히 졸업장을 받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그리고 나머지도 대학까지 마칠 가능성이 희박하다.
뉴올리언스 학교 시스템의 현실은 단지 현지 주민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뉴욕 같은 도시로부터 미시건주머스키건 하이츠 같은 소읍에 이르기까지 시장 스타일의 개혁이 미국의 교육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널리 장려됐다(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지역 교육 개혁가들에게 “루이지애나 모델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뉴올리언스는 이들 개혁이 실제로 어떻게 드러나는지 많은 사실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도시 학교들의 현실은 아무리 열성적인 차터 스쿨 지지자들이라도 멈칫하게 만들기에 충분할 듯하다.
사이아카데미는 철망 울타리 둘러쳐진 조립식 건물들로 이뤄진 캠퍼스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이후 계속되는 건물 부족사태의 결과다. 그다지 타의 모범이 되는 학교처럼 보이지 않는다. 신입생들은 폴로 셔츠와 카키색 바지 교복 차림이다. 그들은 학교의 옥외통로를 관통하는 빨간 직선을 따라 걸어야 한다. ‘지름길은 없다, 변명은 필요 없다’ ‘더 높이 멀리 날아라’ 같은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머리 위에 걸려 있다.
사이아카데미에선 모든 일이 철저히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 규율을 유지하고 학교의 지상목표 달성에 전력투구하기
위해서다. 바로 전교생의 대학 진학이다. 교사는 거의 모두 20대의 백인이다. 매일 아침 8시에 직원조회에 참석해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때리고 손뼉을 치며 구호를 외친다. 투지를 일깨우는 일종의 부흥회다. 거의 모두에게 14~16시간에 달하는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30분 뒤 학생들이 교실에 도착한다. “여기에 왜 왔는가?”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같은 질문을 받으면 그들은 “배움을 얻기 위해”라고 대답한 뒤 학교의 6대 핵심 가치를 외워야 한다. ”성취, 존경, 책임, 인내, 팀워크, 열정”이다.
교과과정과 행동양식의 세밀한 부분까지 사전에 정해진다. 학생들이 교실에 줄지어 입장할 때 교사가 ‘입장권(entry ticket)’을 배부한다. 학생들이 전 시간의 수업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조사다. 수업이 끝날 때 나눠주는 ‘퇴장권(exit ticket)’으로는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얼마나 소화했는지 확인한다. 출결 상황, 불량한 행동에 대한 감점, 좋은 품행에 대한 ‘사이 머니’뿐 아니라 퇴장권에서 얻은 정보를 매일 밤 교사가 학교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입력한다. 학생과 교사 모두의 성과를 모니터하는 방식이다.
카트리나 참사 이후 주 정부는 시의 노조 가입 교사들을 해고했다. 주로 중년의 흑인들이었다. 이 조치를 두고 소송이 제기됐다. 몇몇 학교는 카트리나 이전에 근무했던 교사들을 재고용했다. 하지만 지역의 대다수 학교는 현재 경험 없는 교육자들에게 크게 의존한다. 주로 타지 출신의 백인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적어도 단기간이나마 장시간의 고된 근무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이아카데미를 포함한 다수의 학교에서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교사가 많다. 뉴올리언스에는 비영리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에서 발급한 자격증을 가진 교사가 400명에 가깝다. 몇 해 전의 5배 수준이다. 2011년 RSD 내에서 경력 3년 미만의 교사가 42%에 달했다. 1년 이하의 경력자는 22%였다. 친 차터스쿨 성향의 털레인 대 코원 연구소가 2012년 발표한 보고서 ‘뉴올리언스 공교육 실태’의 내용이다.
차터 스쿨들은 교사들에게 엄격히 통제된 매뉴얼 교육을 실시한다. 일정 부분 경험이 부족한 교사들에게 수업 중 학생들을 통제하는 요령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카트리나 이후 차터스쿨 운영자들은 단기간에 규모를 키워야 했다. 그러려면 기본부터 시작해야 했다고 지역의 차터 스쿨 지지자들은 주장한다. 우선 질서와 안정을 확보한 다음 학업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위험한 곳으로 여긴다. 그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학교에 온다.” 워싱턴 DC의 명문 마렛 스쿨과 예일대를 졸업한 사이아카데미 설립자 마코비츠가 설명했다. 그들의 매뉴얼은 뉴올리언스에서도 몇몇 학교를 운영하는 전국적인 차터 스쿨 체인 KIPP가 창안한 방식을 차용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안전하다는 의식을 갖고 학업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졌다.
2012년 가을의 어느 영어 수업. 1년가량 사이아카데미에서 근무한 한 교사가 법조동사와 조동사 간의 미묘한 차이 등 까다로운 문법 문제를 설명하고 있었다. 몇몇 학생이 고개를 아래로 떨구자 그녀는 학급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대표적인 차터스쿨 관리 매뉴얼에 따랐다. “스파크(SPARK) 점검!”이라고 소리쳤다. SPARK는 똑바로 앉아서, 연필은 종이에(또는 양 손을 앞에 모으고), 질문을 던지고 답하며, 존경을 표시하고, 시선은 교사에게 고정하라는 뜻의 두문자어다. “앞으로 15초 동안 고개를 들고 똑바로 앉아 있어.” 학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려 애쓰며 그녀가 말했다.
“내가 셋을 세면 모두 과제물을 위로 들어 올리세요. 완성된 과제물을 중심으로 학업 목표를 정해야겠어요. 3분의 1가량만 숙제를 해왔군요.”

요즘 뉴올리언스의 대다수 차터 고등학교는 자칭 ‘입시 준비학교(college prep)’로 변했다. 정부정책과 자선기금의 영향이다. 입시준비를 잘 하는 학교에는 보상을 주고 못하는 학교에는 불이익을 준다. 바람직한 목표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뉴올리언스 학교 시스템에선 8학년생(5-3-4년 학제에서 우리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과정수료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커원 연구소에 따르면 그 비율이 사실상 60% 선에서 정체됐다.
따라서 대학진학에 초점을 맞추면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중 다수가 뒤처지게 된다. 안 그래도 빈곤, 부모의 방임, 그리고 미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총기폭력 때문에 이미 커다란 장벽에 가로막힌 아이들이다. 이들 중 일부 학생들에겐 대학진학이 반드시 현실적인 목표는 아니다.
물론 뉴올리언스는 카트리나 참사 오래 전부터 문제가 많은 교육구였다. 그 전부터 학교가 개선되고는 있었지만 차터 스쿨 지지자들은 그뒤로 개선율이 더 빨라졌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참사 전후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상당부분 참사 후 차터 스쿨 지원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06~07년과 2007~08년 학기 중 학생 당 지원액은 허리케인 발생 직전 2년간의 갑절 수준이었다. 그리고 같은 기간 중 루이지애나의 다른 지역보다 50~100% 더 컸다. 뉴올리언스에서 차터스쿨 네트워크를 운영한 교육 전문가 앤드리 페리와 교육학자 마이클 슈웜-베어드의 추산이다.
한 가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있다. 차터 스쿨 중심의 새 시스템이 복잡해 학생들이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부모의 지원을 많이 받는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 사이아카데미의 스타인 에디 반스 같은 학생들이 최고의 행운아다. 대단히 헷갈리는 지원절차를 그의 모친이 무난히 헤쳐나갈 수 있었다. RSD 초기에는 그 때문에 애를 먹는 학부형이 특히 많았다(뉴올리언스 학교 시스템을 그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시스템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한 쪽은 대체로 학생을 가려 뽑는 주로 실적 좋은 소규모 학교들이다. 다수가 차터 스쿨로 전환됐지만 주 정부에 운영권을 넘기지 않았다. 또 한 쪽은 RSD 내의 60여 개 학교다).

대다수 급우들과 마찬가지로 에디는 카트리나 참사 후의 고통스러운 대장정을 거쳐 사이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그 장기간의 방랑은 11세 때 부모·동생들과 함께 도시를 탈출하면서 시작됐다. 텍사스를 거쳐 나중에 조지아주로 건너갔다. 2008년 에디의 엄마 아냐 반스가 뉴올리언스로 귀향을 결심했다. 하지만 두 어린 남동생의 친부인 아버지는 그냥 남기로 했다. 따라서 엄마와 에디는 아버지 없이 뉴올리언스로 돌아갔다. 에디가 1학년을 시작한 지 3개월 뒤였다. RSD 초창기의 혼란스러웠던 시절이었다. 부모들이 모든 차터 스쿨에 개별적으로 지원해야 했다. 그에 따라 학교들이 입맛에 맞는 학생들을 골라 뽑았다는 주장이 폭넓게 제기됐다(2012년 RSD는 간소화된 지원절차를 도입했다).
에디와 엄마는 아직 빈자리가 남아 있던 소수의 RSD 스쿨을 순회했다. 결국 막 첫 신입생을 받기 시작한 사이아카데미로 결정했다(에디가 지원했던 다른 두 학교는 그뒤 폐쇄되거나 운영권이 넘어갔다). 엄마 아냐 반스는 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학업을 마치지는 못했다. 그녀는 사이아카데미가 입시준비에 역점을 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에디는 엄마의 열정에 이끌렸다. 3년 뒤 대입 에세이를 작성할 때 자신의 학업성취에서 엄마의 역할을 주제로 쓸 정도였다.
학교에서 에디는 학급의 리더였다. 체중 73kg에 신장 173cm의 체구로 신생 농구팀과 미식축구 팀의 주장을 맡았다. 학교의 협력적 가치를 구현하는 학생에게 주는 ‘미스터 사이아카데미’ 상도 받았다. 졸업 무도회의 왕(prom king)으로 뽑히기도 했다. 학업성적도 뛰어났다. 2학년 때 에디의 표준시험 성적이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장학생 선발 요건뿐 아니라 사이의 대학 배치 담당관이 기획한 동해안 대학순례 지원자격에도 부합됐다.
2012년 봄 에디와 그의 동급생들이 졸업할 무렵 그 학년은 학교의 ‘변명하지 말라’는 입시준비 방침뿐 아니라 뉴올리언스 전체 차터 스쿨 모델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듯했다. 사이아카데미 졸업반 거의 모두(95% 가까이)가 대학에 합격했다. 에디와 동급생 6명이 동부 해안의 대학에 진학했다. 미들베리·웨슬리안·앰허스트·바드 같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장학금을 받았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결과가 전부는 아니었다. 대학에 합격한 사이아카데미 졸업생이나 학업을 끝까지 마치지 못한 학생 모두 마찬가지였다.
2010년 여름, 사이아카데미의 설립자 벤 마코비츠는 웨슬리언 대학의 앨리 레비 입학사정 부담당관을 영입했다. 졸업반 학생들의 대학진학을 지도하는 상담교사 역할을 그에게 맡겼다. 당시 25세였던 레비는 자신이 명문대 입학 비결을 아는 일종의 ‘이중 간첩’ 역할을 담당한다는 구상이었다고 말했다. 사이아카데미의 우수생들이 그 과정을 잘 헤쳐나가도록 그가 도울 수 있을 터였다.
레비는 마코비츠와 마찬가지로 워싱턴 DC 지역 사립학교와 명문 대학 출신이다(레비의 경우엔 시드웰 프렌즈 스쿨과 웨슬리언 대학이다). 마코비츠는 “학생들이 교회 신도처럼 믿음을 갖기 원한다”고 레비가 말했다.
동안의 외모에 열정적인 레비는 사이아카데미의 접근법에 매료됐다. 조회시간에는 항상 동료 교사들보다 먼저 동기유발 구호를 선창하고, 학생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그러나 그 과업은 처음부터 벅찬 일이었다. “졸업반 진급생들의 평점(GPA)과 대입학력고사(ACT) 점수표를 처음 봤을 때를 결코 잊지 못한다”고 레비가 말했다.
“이건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평균 ACT 점수가 17점이었다. 36점 만점에서 2012년 주 장학금 수혜자격 커트라인 20점에 크게 못 미쳤다. 레비는 불가능한 과업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레비와 마코비츠의 태도는 단호했다. 레비는 대학순례를 기획하고, 졸업반 학생들을 상대로 멘토 역할을 맡고, 옛 대학 입학사정관 동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한편 사이아카데미는 표준시험에 관한 한 총력을 기울였다. 봄부터 툭하면 진도를 멈추고 추가 학습을 했다.
ACT 점수가 20점을 밑도는 졸업반 학생은 3주 동안 지역 ‘입시준비 권위자’ 알렉스 거섀니크의 개인지도를 받았다. 학생 당 1000달러의 과외비용은 사이아카데미가 부담했다.

사이아카데미의 첫 졸업생이 배출될 무렵 레비의 의구심은 깊어졌다. 전교생의 대학진학 목표, 그리고 일이 자신의 개인생활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한 회의가 커졌다. 사이아카데미에 합류한 지 2년도 채 안 된 다음 해 봄 레비는 사표를 내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기를 학교 지도부 모두가 충심으로 원한다고 믿는다.” 사직서를 제출하기 직전 눈에 띄게 침울한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한 일임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사이아카데미가 이룬 인상적인 대학 진학률의 이면에는 놀라운 통계가 숨겨져 있었다. 이 학교의 첫 졸업반 학생 수가 고교 1학년 때보다 37%나 감소했다. 그것도 1학년을 마친 뒤 몇몇 학생이 전학을 와서 떠난 학생들의 빈 자리를 채운 뒤였다. 그나마 자연감소율은 하락했다. 2013년 졸업반 학생 수의 1학년 대비 감소율은 28%였다. 그러나 사이아카데미의 정학률은 증가세를 보여 2012년 49%에 이르렀다. 시에서 두 번째로 높으며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하는 한 가지 이유다. 일부 학칙을 완화해 정학을 줄이려 시도했지만 오히려 폭력행위의 증가를 초래했다고 사이아카데미는 밝혔다. 예를 들어 교내 무기소지가 늘면서 정학이 급증하는 식이다.

레비를 고민하게 만든 또 하나의 문제는 학생들의 학자금 빚이었다. 레비에 따르면 사이아카데미의 평균적인 졸업생이 대학을 끝까지 다닐 경우 2만 2000~2만 7000달러의 부채를 안고 졸업하게 된다. 그 학생이 주 또는 연방 정부 원조 대상이라도 마찬가지다. 한편 중퇴하는 학생들의 경우도 수천 달러의 학자금 융자가 남게 된다. 레비는 이렇게 말한다. “턱걸이로 졸업해 4년제 대학 지원 자격을 획득했지만 실상은 학업에 관심이 전혀 없는 학생도 있다. 내가 왜 그들의 대학 입학원서에 교양과정 아니면 간호학이나 화학공학을 써넣도록 해야 하나?”
트레번이라는 학생의 사례를 보자. 그는 졸업반이 되던 해 사이아카데미에 등록했다. 그 전에는 뉴올리언스의 차터 고등학교 두 군데를 다녔다. 첫 학교는 그가 2학년에 진급할 때 재등록을 받아주지 않았다. 둘째 학교는 여러 모로 엉망진창이었으며 그가 2학년을 마친 뒤 폐교됐다. 트레번은 학력 수준이 떨어졌으며 졸업반 때까지 학기 말 리포트 작성법을 배우지 못했다. 올 봄까지만 해도 트레번은 대학진학에 자신이 없었다. 대신 육군 입대를 생각하고 있었다.트레번은 사이아카데미의 입시 문화에 고무되어 몇 개월 동안 입시 전문가에게 과외를 받는 등 대입준비를 했다. 그 뒤 ACT 점수를 18점까지 끌어올렸다. 주 장학금을 타내기에는 부족한 점수였다. 하지만 그는 대학생 융자를 받아 마침내 2013년 가을 서던 대학 뉴올리언스 캠퍼스(SUNO)에 등록하기로 결정했다. 서던 대학은 졸업률이 낮기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학교다(2009년 8%). 하지만 SUNO의 “학비가 싸기” 때문에 트레번과 그의 동급생 여럿을 그 학교로 유도했다고 레비는 말한다. 근로장학 제도를 이용하고 집에서 통학하면 1년에 학자금 융자를 1000달러 선 이상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있었다.
사이아카데미의 한 행정관이 그의 등록과 전공선택(창업학)을 도왔다. 그러나 학기가 시작된 지 2주가 지난 뒤까지 트레번은 자신의 학자금 융자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책도 구입하지 않고 블랙보드에도 접속하지 않았다. 블랙보드는 교수들이 강의 자료를 게시하는 온라인 포털이다.
전원 진학을 표방하는 차터 스쿨의 세계에 플랜 B는 없다. 일정 부분 주 당국의 성적 책임 시스템(accountability systems, 학업성적에 따라 학교 예산배분이 결정되는 방식)과 기부자들의 기대가 오로지 학생들의 대입준비가 성공적인지를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루이지애나주의 학교 평가 시스템에선 학생들이 고교 4년 과정을 제때 마치고 ACT와 대학과정선이수제(AP·Advanced Placement) 테스트 같은 대입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학교를 높이 평가한다. 반면 학생들이 졸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입시 성적이 나쁘면 낮은 평점을 매겨 불이익을 준다. 통상 5년마다 학교 평가를 실시하지만 차터 스쿨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3년 만에 폐쇄될 수도 있다. 2011~12 학년도에만 뉴올리언스의 10개교가 폐쇄되거나 통합됐다. 지역 조사·지원 단체 개혁리서치(Research on Reforms)의 통계자료다. 그 과정에서 9~12학년의 청소년 수백 명이 새 학교에 자리를 찾아 법석을 피워야 했다.
뉴올리언스 당국은 기존 차터 스쿨들에게 마지막 남은 RSD 직영 학교들을 인수하도록 권장한다. 그런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차터 시스템은 일률적인 입시준비 모델의 결함에 직면하게 됐다. 시의 차터 스쿨 중 일부는 다른 대안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직업학교, 그리고 특히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중퇴한 학생들을 도우려는 취지의 이른바 대안학교들이다. 2013년 존 화이트 루이지애나 교육감이 고등학교 교육과정 개편안을 발표했다. 졸업생들을 위한 기술직 취업과정을 개설했다. 주 당국의 전원 대학진학 구호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조치다. 루이지애나주에는 이미 ‘직업 수료증’이 있지만 유명무실한 자격증으로 널리 간주된다. 대입 준비도 못 하고 전문기술 교육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의 성적책임 평가점수에 신경을 쓴다면 왜 이런 일을 하겠는가?” 퍼스트라인의 CEO 제이 올트먼이 반문했다. 그는 NET 설립 첫 해 퍼스트라인 소속 학교 중 한 곳을 그들에게 내줬다. 요즘엔 조셉 S 클라크 고등학교 인수작업의 일환으로 직업 교육과정을 시범 운영한다. 역사가 깊지만 붕괴 직전의 상태에 있는 학교다.
더욱이 개인 기부자들은 가능한 한 많은 학생의 대학 진학을 원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 마음은 이해할 만하지만 모든 학생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사고방식이다(차터스쿨 예산의 3분의 1이 개인 기부자들에게서 나온다. 사이아카데미의 경우 2011년 예산 390만 달러 중 130만 달러가 민간 기부금이었다). 예컨대 오스트버그의 학교는 한 대형 재단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가 처음에는 퇴짜를 맞았다. 학교 설립목적에서 대학진학을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확신한다. 결국에는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냈다. 일정 부분 뉴올리언스에 “성공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설득이 통했기 때문이다. “우수한 대안학교를 만들면 입시준비 학교도 더 좋아진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 많은 학생이 벌어진 틈새로 추락한다. 오스트버그가 NET 설립 허가를 받은 2010년 학교 울타리 밖에 있던 십대 청소년은 4000명으로 추산됐다. 시의 전체 학생 인구 중 10%선이었다(그 통계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같은 해 루이지애나주의 한 보고서에선 학교 중퇴율을 5.7%로 잡았다. 하지만 루이지애나 의회 감사원은 2013년 보고서에서 주 교육부가 “더 이상 현장 감사나 평가를 실시하지 않아 그 시스템의 전자 데이터의 정확성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뉴올리언스 차터스쿨 실험은 그 학교가 모든 청소년의 교육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전제가 바탕을 이룬다. 그러나 사이아카데미의 또 다른 학생인 로렌스 멜로즈 같은 청소년의 경험은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현재 18세인 로렌스의 삶은 빈곤과 폭력을 포함한 고도의 사회적 역기능, 그리고 가장 불우한 청소년들의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일부 차터 스쿨의 무능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로렌스의 인생이 언제부터 빗나가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의 가족은 카트리나 참사 후 조지아주로 이사했다.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가 암 선고를 받자 그는 조지아주와 뉴올리언스의 종조부 댁을 오가며 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또는 14살이던 해 8월의 무더운 어느 날 종조부 댁 근처에서 농구경기를 하던 중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다른 청소년이 그의 등에 총격을 가해 거의 죽다 살아났다. 아니면 사이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2년 동안 어려움을 겪는 6개 RSD 학교들을 정신 없이 전전할 때였을지도 모른다.
로렌스는 아동병원에 입원해 몇 주 동안 총상 치료를 받았다. 그동안 그의 신경심리학 상태에 관한 조사 보고서는 이렇게 진단했다. 로렌스는 “사회의 생산적인 구성원이 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지닌 듯하다. 하지만 또한 가능한 최고 수준의 특별지원 교육 서비스를 계속 받아야 한다.”
1년 후 2010년 로렌스는 사이아카데미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뉴올리언스 학교 시스템에서 여러 차례 정학과 제적을 당하며 2년을 보낸 뒤였다. 사이아카데미에서 처음 몇 달은 순탄치 않았다. 전교생이 이웃한 교회에서 마코비츠의 오프라 윈프리쇼 출연에 환호할 때 로렌스는 그 자리에 없었다. 학교 교무실에 남아 벌을 받고 있었다.
2010년 그는 남부빈곤법률센터(SPLC)가 루이지애나주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10명의 원고 중 한명으로 참여했다. “시 교육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동등한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차별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SPLC는 그뒤 그 소송을 집단소송으로 인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가 다닌 뉴올리언스의 여러 학교 중에서 사이아카데미는 처음으로 로렌스의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RSD의 모든 차터 스쿨은 독자적으로 감독 기능을 수행하며 모든 학생에게 제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사이아카데미는 로렌스의 모든 필요에 대처할 만한 자원이 없는 듯했다. 학교는 결국 그에게는 집중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지 못했다. 정신질환을 가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입원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마지막 남은 공립병원을 밥 진달 주지사가 폐쇄한 참이었다. 수년 전 시작된 주 단위 민영화 노력의 일환이었다.
로렌스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17세 때 무장강도로 체포됐다. 재판을 받기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연거푸 받았다. 1년 반 동안 구금 생활을 했다. 결국 유죄를 인정해 이미 복역한 기간을 제하고 10년형을 받기로 했다.
최근의 어느 일요일 아침, 로렌스가 올리언스 패리시 교도소의 강화유리 칸막이 뒤에 앉았다. 교도소 내 구타로 골절된 턱뼈가 약간 부어 있었다. 소매가 없는 커다란 자살 방지복 차림이었다. 교도소 내의 또 다른 폭력 사건에서 입은 자상을 방지복이 가리고 있었다. 실상 로렌스에게 자살 위험은 없다고 그를 담당한 SPLC의 후원자 채서리 그리핀이 설명했다. 수감자의 옷을 모두 벗기는 자살방지 감방동 배치가 주 교도소로 이감될 때까지 그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로렌스는 교도소에서 수업을 받았지만 졸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루이지애나주가 중퇴율 통계를 산정할 때 로렌스를 비롯한 십대 수감자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로렌스를 예외적인 경우로 보기 쉽다. 하지만 그의 케이스는 뉴올리언스 각 학교들의 교육 품질뿐 아니라 정부 감독과 차터스쿨 대상의 인센티브 구조에 따르는 문제들을 가리킨다. “주의 모니터링이 사실상 중단됐다.” 2012년 RSD 중재 서비스 국장으로 은퇴한 마거릿 랭이 말했다. “장애와 어려움을 가장 많이 안은 학생들이 가장 불이익을 당한다.”
뉴올리언스의 학교들은 학생들의 시험성적과 대학진학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심하게 받는다. 게다가 학생들의 정학과 제적 문제에서 차터스쿨에 폭넓은 재량권이 주어진다. 따라서 “가르치기 어려운” 학생들은 사실상 버려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파괴적이고 학업의지가 없는 학생들의 교육방법과 관련해 차터스쿨에서 나온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다”고 바버라 퍼거슨은 비난한다. 뉴올리언스 공립학교의 전 교육감이자 ‘개혁리서치’의 설립자다. “차터스쿨에서 퇴학당하든 RSD에 폐쇄된 학교를 다녔든 ‘가르치기 어려운’ 고등학생들은 나락으로 던져진 버림받은 그룹이다. RSD든 교육부든 이들의 동태를 파악해서 다른 고등학교에 입학하는지 알아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갈라진 틈새로 추락하거나 퇴학당하지 않은 학생의 경우라도 다음의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차터 스쿨을 둘러싼 압력과 인센티브 시스템이 공교육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는가? 앤서니 리캐스너는 뉴올리언스 차터 미들스쿨과 퍼스트라인 창립 파트너다.

[이 기사는 네이션 연구소의 조사 펀드와 제휴해 작성됐다. 또한 뉴월드 재단 산하 시민기회 이니셔티브 네트워크의 후원을 받았다. 필자 안드레아가보는 바룩칼리지/뉴욕시립대의 비즈니스 저널리즘 학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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