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Travel | 181년 역사의 세계 최대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 사람에 취하고 흥에 취하다
- Travel | 181년 역사의 세계 최대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 사람에 취하고 흥에 취하다

축제의 열기는 뮌헨 중앙역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곳에서 축제장인 테레지엔비제(Theresienwiese)역까지는 한 정거장 거리지만 지하철 출입문마다 역무원들이 지키고 서서 탑승 인원을 칼 같이 제한한다. 물론 매일 ‘지옥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정도쯤이야’라고 여길 만한 정도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니 놀이공원에 초대형 맥주 텐트도


텐트 규모는 어마어마하지만 안에 들어가는 일이 결코 쉽진 않다. 각 회사가 10인 이상 단체만을 대상으로 연초에 예약 판매를 하기 때문이다. 회사마다 정해진 일 정이 다르지만 대개 1월에 시작해 늦어도 5월이면 예약 이 모두 마감된다. 독일 현지인이라면 자리를 쉽게 차지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다. 옥토버페스트가 지금처럼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잡기 전 흥행 실패를 우려한 맥주 회사들이 뮌헨을 비롯한 독일 내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선판매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이때 다 예약되고 남은 테이블만 개인이 예약할 수 있어 근처에 사는 현지인이라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어렵게 예약에 성공하더라도 입장 날짜와 시간이 엄격히 정해져 있어 누구를 위한 축제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곤 한다.
한정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축제 전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암표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공식적인 루트로 예약하면 예약비는 따로 없다. 다만 일단 자리에 앉으면 개인당 10유로(약 1만 3000원)짜리 맥주 한 잔 이상 주문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예약 때 맥주와 안주를 미리 주문할 수 있는 쿠폰을 사는 식이다. 그런데 인터넷 혹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암거래에서 입장 티켓은 수백 유로를 호가하는 게 예사다. 게다가 텐트 안에선 현금결제만 가능하다는 점도 옥토버페스트가 자칫 맥주 회사 잇속을 챙기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입장 티켓 암거래 성행
안타깝게도 축제 마지막 주말이던 10월 4~5일에 방문한 나는 축제의 절정을 보는 대신 편한 자리는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날씨가 이례적으로 춥고 쌀쌀했던 4일 저녁에는 야외석을, 또 이상하리만큼 더웠던 5일 밤에는 텐트 안에서 맥주를 마셨다. 그래도 마스(1L들이)잔에 가득 찬 독일 맥주 맛은 이틀 모두 최고였다. 전 세계에서 이 축제를 보기 위해 달려온 열정적인 사람들과 연신 어깨를 부딪히며 마시는 맥주의 목넘김은 어느 때보다 상쾌했다. 서로 쉴새 없이 ‘프로스트(건배)’를 외치며 잔을 부딪히는 탓에 마실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옥토버페스트 기간 중 판매되는 맥주의 알코올 도수는 우리가 아는 맥주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가장 도수가 낮은 하커 프쇼르 맥주의 알코올 농도가 5.8%, 가장 높은 호프 브로이의 맥주 농도가 6.3% 정도다. 일반적으로 6도 내외라고 보면 된다. 옥토버페스트 방문객들은 취기보다 흥에 먼저 취하는 걸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1L짜리 맥주 2~3잔을 너끈히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옥토버페스트에는 630여만 명의 방문객이 들었는데 이들이 마신 맥주량은 650여 만L에 달했다.
음주가 기본인 잔치이다 보니 사건·사고도 빈번하다. 뮌헨시는 이번 옥토버페스트 기간 동안 여러 텐트에서 도난 당한 맥주잔이 11만 200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통 맥주잔을 기념품 삼아 챙기는 관광객의 도난 사고는 애교 수준이다. 개막 열흘째인 9월 29일 기준으로 폭력범죄(202건)와 소매치기(212건), 마약범죄(111건) 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영국인 남성 관광객이 다른 남성 2명에게 강간당한 것을 포함한 성폭행 사건도 7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최 측은 지난해 동기 831건에 비해 20%가량 감소한 수치라고 자위했지만 음주로 인한 범죄 발생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여성을 희롱하는 취객이나 시비가 붙은 일행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국과 주최측은 경찰 동원 인력과 사설 경비대를 늘리는 등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내긴 어려운 듯 보였다.
200년 가까이 축제를 이어오는 동안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긴 했지만 옥토버페스트는 평생에 꼭 한번 가봐야 할 세계 최고의 축제임은 분명하다. 텐트 안에서는 각종 춤·노래 공연이 끊이질 않는다. 사람들은 자리에 일어나 자유롭게 몸을 흔든다. 텐트마다 특색을 살려 독일 전통 민요부터 최신 팝송까지 연주해 누구라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축제 마지막 날 밤 파울라너 텐트를 찾은 나는 새로운 노래가 나올 때마다 우렁차게 따라 부르는 독일인들의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 축제의 대미에는 수만 명의 방문객들이 모두 불꽃을 흔드는 이벤트가 마련돼 있었다. 5000여 명이 모인 우리 텐트에서는 마지막 곡인 비틀즈의 ‘헤이 쥬드(Hey Jude)’ 후렴구를 모두 무한 반복하고 나서야 인파가 비로소 출구 쪽으로 조금씩 모여들었다. 그 후로도 ‘나나나나나나나~’로 이어지는 이 노래의 단순한 멜로디는 축제의 여운과 함께 오래도록 입가에 맴돌았다.
너도나도 “우리 맥주가 최고”

일을 마치고 펍에 모인 뮌헨 지역 브루마스터(양조기술자)들. 각자의 맥주가 최고라 여겨 뢰벤브로이 기술자는 뢰벤브로이 맥주를, 하커 프쇼르 기술자는 하커 맥주를 주문한다. 그런데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아우구스티너 브루마스터가 콜라를 주문하는 게 아닌가. 모두들 의아해하며 아우구스티너 기술자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길 “아무도 맥주를 주문하지 않는데 나 혼자만 맥주를 마실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즐거운 축제에서 맥주 맛을 판단하는 건 오직 당신 몫이다.

옥토버페스트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2. 축제장에선 오직 현금만 받는다. 1인당 50유로 정도면 충분하다.
3. 텐트마다 분위기가 다르므로 최소 두세 번은 방문하는 것이 좋다.
4. 인파가 덜한 낮에 도착해 주변 놀이기구를 타거나 오후 3시부터 열리는 각종 부대행사를 즐겨보자.
5. 텐트가 폐장하는 밤 11~12시 사이에는 지하철역이 혼잡하므로 서둘러 나오는 것이 좋다.
6.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혼자서는 입장이 불가한 텐트도 있다. 축제 전 동행을 구하자.
7. 맥주 도수가 높고, 용량이 많으므로 과음은 금지!
8.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독일 민요나 공연 내용을 알고 가면 더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Klout
Klout
섹션 하이라이트
섹션 하이라이트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 모아보기
- 일간스포츠
- 이데일리
- 마켓in
- 팜이데일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충청서 압승 거둔 이재명…득표율 88.15%(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어머니, 아버지 저 장가갑니다”…‘결혼’ 김종민 끝내 눈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충청서 압승 거둔 이재명…득표율 88.15%(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EU있는경제]투자만이 살 길…PE 규제 허물고 반등 노리는 英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동물실험 폐지 명암] 투심 쏠린 토모큐브, 빅파마가 주목하는 까닭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