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CAL ECONOMY - 악어의 보은

바깥은 습했다. 기온이 32℃를 웃돌았다. 만차크 패스로부터 불과 수십m 떨어진 주차장에는 습지의 퀴퀴한 악취가 퍼져 있었다. 만차크 패스는 루이지애나주 남부의 두 대형 호수 머레파스와 폰차트레인을 연결하는 얕은 수로다.
앞서 인근의 한 식당(‘세계적으로 유명한 살짝 튀긴 메기 요리의 원조!’ 미덴도프스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거기서 주변 어딘가에 헤이든 리노라는 악어 사냥꾼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운 좋으면 오늘 잡은 악어의 가죽을 벗기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으리라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곧 쓰러질 듯한 건물들을 지나 주차장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갈라진 콘크리트 틈새로 잡초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정확히 무엇을 찾는지 나 자신도 몰랐다. 그때 간판 하나가 시야에 잡혔다.
손으로 그린 간판이 통나무집에 걸려 있었다. ‘팻보이스 앨리게이터 디너’. 간판 너머에 리노의 작업장이 있었다. 그가 방금 잡은 악어 고기 한 토막을 잘라내 요리해서 파는 곳이다.
2014년에 악어가 식당 메뉴에 올라 있다는 사실은 보통 일이 아니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아메리칸 악어(American alligator)를 마구 사냥해 루이지애나에선 거의 멸종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17세기 초부터 루이지애나 식민지 초기 정착민들 사이에서 ‘크라커다일(crocodiles, 프랑스인들이 부르는 이름이었다)’ 목격담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루이지애나 스포츠맨 신문의 기록이다(alligator는 실제로 Crocodilia 목에 속하지만 진짜 crocodile과는 다른 속이다). “크라커다일이 많이 눈에 띈다.” 1699년 바이유 만차크(바이유는 늪 같은 강) 탐사 일기에서 그 식민지의 건설자 피에르 르 모인 디버빌이 썼다. “244㎝ 길이의 작은 놈을 잡았다. 맛이 아주 좋다.”
그후 수십 년 간은 악어 사냥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혁명 후 뉴욕과 유럽에서 상업적 피혁가공 공장들이 들어섰다. ‘이색적인’ 가죽 구두·가방·액세서리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악어 가죽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규제가 거의 전무해 밀렵이 횡행하면서 파괴적인 남획으로 이어졌다. 1950년대에는 가뭄에 콩 나듯 잡혔다. 1962년 주 전체적으로 악어 사냥이 금지됐다. 아메리칸 악어는 1967년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됐다.
루이지애나 야생생물·어류국(LDWF)은 해양 생물학자 테드 조애넌의 인도 아래 악어 개체 수 복원 노력에 착수했다. 악어의 라이프사이클을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밀렵 단속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1972년 ‘습지에서 시장으로(Marsh to Market)’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지주들이 자신의 소유지에 할당된 ‘(악어) 포획 증표’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사냥꾼들은 허가 받은 구역에서 정해진 숫자의 악어만 잡을 수 있었다).
이들 지주는 농민들에게 악어 알도 판매할 수 있었다. 정해진 숫자의 새끼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조건이었다. 이들 두 가지 정책은 지주들에게 자기 땅에서 밀렵 관행을 감시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사냥꾼들에게는 포획물로 수입을 올리는 합법적 수단을 제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 사냥시즌이 시작됐다. 캐머런 패리시(행정구)에서 13일간의 사냥이 허용됐다. 점차로 악어 개체수가 불어나면서 다른 패리시들이 추가됐다. 그리고 1981년 사냥 시즌이 주 전체로 확대됐다.
프로그램은 대성공을 거뒀다. 이름이 시사하듯 시장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람들이 악어를 돕는 최선의 방법은 악어 제품을 구입하는 일이다. 벨트든 가방이든 부츠든 구입해 자랑스럽게 착용하자.” 지금은 은퇴한 조애넌이 2013년 캐피털리서치센터(자선활동 전문 비영리 단체)에 말했다.
현지에선 그의 말이라면 복음처럼 떠받든다.’악어를 살리자, 핸드백을 사자’는 자동차 범퍼 스티커도 인기가 많다. 조애넌 팀은 루이지애나 악어 개체 수를 복원시켰다. 이들 멸종 위기 동물이 계속 살려둘 만한 가치가 있으며 아주 큰 돈이 될 수 있다고 시골 지주들을 설득했다.
악어의 부활은 미국 동물보호 운동에서 큰 승리 중 하나로 종종 일컬어진다. 1972년 이후 80만 마리 가량의 야생 악어가 포획됐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으로 생겨난 양식장들에서 수 많은 악어들이 사육됐다. 사냥 시즌은 여전히 9월 한 달간만 지속된다. 2014년 사냥 시즌의 최종 통계는 몇 달 뒤에나 나온다. 하지만 올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어느 때보다 악어가 많이 눈에 띈다.” 루이지애나 주 리나에서 버비 레이크 헌팅 클럽을 운영하는 제이디 리가드가 말했다. “루이지애나 주에 있는 모든 구멍에 악어가 들어 있는 것 같다.”
자연에 좋은 일이지만 지역 경제에는 더 유익하다. 악어가 높은 가치를 지닌 자원이기 때문이다. LDWF는 “보수적으로 잡아” 총 가치를 7억 400만 달러로 추산했다. 근년 들어 연간 포획량이 급증했다. 2012년 3만 4376마리의 악어가 야생에서 “포획됐다”고 기록됐다(가장 최근의 통계다). LDWF가 1972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다. 거기에 양식장에서 잡은 악어 28만 마리를 더하면 2012년 가죽과 고기를 더한 총액이 7900만 달러를 웃돈다.
이 숫자가 곧 천정부지로 치솟을지 모른다. 지난 2013년 루이지애나 주립대학(LSU)은 배턴 루지 시계 외곽에 있는 ‘악어연구소(Alligator Research Station)’의 개장 테이프를 끊었다. “소·돼지·닭 양식업에서 과학이 이미 이룬 성과를 악어 양식업에 재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바꿔 말해 LSU 연구팀과 그 연구를 후원하는 업계의 희망대로 된다면 머지않아 대량양식 악어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베테랑 수생동물 영양학자인 로버트 레이가 ‘악어연구소’를 이끈다. 먼저 악어 사료를 최적화하는 방안의 연구에 착수했다. 소 사육자들은 사료에 성장 호르몬을 첨가해 발육을 가속화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도살 전까지 3~6개월 동안 옥수수 기반 사료를 먹이면 소들이 빨리 살 쪘다. 이 같은 발견이 1950년대와 60년대 쇠고기 거래의 폭발적인 성장을 부채질했다. 그리고 돼지고기를 제치고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국민 식육으로 자리잡았다.
산지 직송 악어고기!
사이프러스 나무에 매달린 스페니시 모스(Spanish moss, 나무에 착생하는 지의류), 표준형 스태플러 만한 메뚜기, 그리고 우리 발 아래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파충류들…. 가라앉은 통나무처럼 꼼짝도 하지 않다가 먹이 냄새를 맡으면 탄력적인 몸을 날려 쏜살같이 먹잇감을 향해 달려든다.
“악어는 거의 무엇이든 잡히는 대로 먹어 치운다”고 레이가 말했다. 거의 항상 다른 동물이다. 오늘날 양식장의 악어들에게 다량의 동물 단백질을 먹이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그런 것들만 먹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야생에선 육식 생활습관을 갖고 있지만 식물성 먹이도 소화할 수 있다”고 레이가 덧붙였다. 더 균형 잡힌(또는 나아가 채식) 영양공급으로 악어들을 더 크고 빨리 싸게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아직은 속단할 수 없다. 연구소는 2014년 1월 부지 내에 악어 수조를 설치했다. 9월 중순에야 악어들을 채워 넣었다. 갖가지 사료를 테스트하겠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레이는 이미 대충 감을 잡고 있다. “무엇을 먹느냐는 면에선 동물들에게 다른 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은 편”이라고 그가 말했다. 옥수수 사료 먹인 악어 소재 구치 지갑이 곧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암시다.
미국 최고의 빈민지역으로 꼽히는 주에서 악어가죽 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미국 통계국의 2012년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베이’에 따르면 예컨대 루이지애나 가구의 소득 중앙값은 미국 전체적으로 뒤에서 3위인 3만 9085달러였다. 아칸소와 미시시피주의 가구 소득만 더 낮았다. 상당 부분 빈곤과 관련된 범죄가 계속 만연한다. 루이지애나주의 강력 범죄 비율은 미국 전체에서 7위, 절도 범죄 비율은 5위다. 최근의 FBI 보고서 통계다.
레이의 연구가 지역의 산업성장으로 이어지기를 악어 양식업자들은 희망한다. 20세기 중반 미국 중서부에서 소가 그런 효과를 가져왔듯이 말이다. 자신들이 백만장자가 되고 지역에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악어 양식장이 주로 가족 기업이지만 언젠가 원스톱 종합매장이 되는 미래를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고급스런 제품을 생산해 뉴욕·파리·밀라노의 구매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주나 외국 피혁가공 공장을 건너뛰어 루이지애나로 직접 돈이 몰려들게 할 수 있다. 1950년대와 60년대 일단의 중서부 소 목축업자들이 목장을 공장으로 개조하면서 들판에서 임원실로 자리를 옮겼다. 21세기에는 어쩌면 몇몇 창업지향적인 악어 양식업자들이 습지에서 고급 펜트하우스로 이주할 전망이다.
모두가 그와 같은 비전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악어산업이 활성화되면 관광산업에 약간 도움을 주거나 LA 기반의 리얼리티 쇼 시청률을 높여줄지 모른다. 하지만 주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루이지애나 주립대 비즈니스 스쿨의 경제개발과 과장인 스티븐 반스 조교수가 말했다. 한편으론 “악어 양식이 주의 문화에 독특한 기여를 하는 산업 중 하나”라고 반스는 평한다. 따라서 관광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관광업이 침체됐다가 근년 들어 지역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됐다. 최근 몇 년 사이 히스토리 채널의 ‘늪지 사람들(Swamp People)’ 같은 TV 프로그램이 기록적인 숫자의 시청자를 끌어들였다고 반스가 덧붙였다. 그리고 실제 방문객들이 2012년 루이지애나에서 99억 달러를 썼다. 지출액이 2006년의 64억 달러에서 35억 달러나 늘어났다.
이들 달러 중 상당액이 프렌치맨 거리의 재즈 클럽, 버번 거리의 주점을 비롯해 뉴올리언스의 기타 다양하고 종종 너저분한 구경거리로 유입된다. 하지만 습지 주변지역으로도 다수 흘러든다.
일례로 제이디 리가드는 악어 사냥 그룹을 인도하며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 실상 더는 직접 동물을 사냥하지도 않는다. “악어 사냥은 할 만큼 했으며 이 일을 좋아한다”고 그가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투어 가이드로] 훨씬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악어 한 마리 당 3000달러에 판매한다. (악어 10마리 사냥) 증표로는 3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
악어의 공개시장 판매가보다 훨씬 큰 액수다. 죽었든 살았든 상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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