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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외국인 아빠 되기

한국에서 외국인 아빠 되기

산후조리원은 안락한 환경에서 아기와 함께 출산 첫날을 보내기에 완벽한 장소다.
한국에서 아버지와 자식 간의 관계는 큰 변화를 겪는 중이다.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이 그런 변화를 입증한다. ‘아빠! 어디가?’는 한국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20%가 넘는 시청률을 올렸다. 중국에도 수출돼 큰 성공을 거뒀다. 이 프로그램들은 아버지가 자식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런 프로그램의 인기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양육 역할을 창조하려는 아버지들의 욕구에서 비롯된다.

한국에 오래 거주한 외국인으로서 한 가지 제안할 사항이 있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에게 아버지 역할을 하게 해주면 어떨까? 말하자면 산부인과에서부터 말이다. 얼마 전 나는 운 좋게도 아빠가 됐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출산 문화를 경험했다. 내가 한국에 와서 받은 문화적 충격 가운데 가장 강력하면서도 기분 상하는 것이었다. 산부인과 직원들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그들은 친절하고 인내심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수십 년 전에 세워진 규칙을 아직도 신봉한다. 때로는 아버지가 갓난아기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프랑스의 육아서적은 부모에게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접촉하라고 권한다. 가능하다면 아이가 태어난 직후에 아버지가 목욕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간호사들은 내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어디론가 데리고 가버렸다. 우리 부부는 아이와 고작 5분밖에 못 지냈다. 아들을 보기 위해 다음날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것도 하루 3번 정해진 시간에 창문 너머로만 볼 수 있었다. 복도에서 간호사를 마주칠 때마다 어눌한 한국어로 아들을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졸랐지만 그 유괴범들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내는 모유를 수유할 때 아들을 만났지만 나는 수유실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외롭고 비참한 심정으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수유실에서 나오는 아기에게 접근하자 간호사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빠는 아기 만지면 안 돼요! 아빠는 만지면 안 돼요!” 내가 무슨 방사성 물질이라도 된 듯한 심정이었다. 각 방마다 소독제가 하나씩 있었지만 별 쓸모는 없었다. 설령 병째로 마시더라도 아기에게 다가갈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국의 출산문화엔 한 가지 놀라운 장점이 있다. 산후조리원이다. 프랑스에서 산모는 출산 후 산부인과에서 이틀을 더 지낸 뒤에 집으로 돌아간다. 출산의 고통이 아직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잠이 오지 않는 밤을 견뎌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아기도 있다. 한국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한국은 산모들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산후조리원은 안락한 환경에서 아기와 함께 출산 첫날을 보내기에 완벽한 장소다. 아빠에게도 그렇다. 언제든지 아기를 안을 수 있다. 아기가 울면 간호사가 도와준다. 아기를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어떻게 먹이고 기저귀는 어떻게 갈아야 하는지도 가르쳐준다.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고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해줬다.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한국은 아시아의 성형수술 허브가 되고자 하지만 난 이 아이디어가 썩 달갑지 않다. 차라리 산후조리원 산업을 개발해보면 어떨까? 인근 국가 임신부들이 한국에 와서 애를 낳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회복한 뒤 돌아가는 것이다. 잠깐만 틈을 내면 쇼핑도 가능하다. 다만 외국인 부모를 유치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아빠들이 출산 첫날부터 아이를 만지도록 허락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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