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S | IMPORTED CAR MARKET IN BUSAN - “벤츠 정도는 타야 뽀대난다카이”
AUTOS | IMPORTED CAR MARKET IN BUSAN - “벤츠 정도는 타야 뽀대난다카이”
#1. 60~70층짜리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이곳 거리에서 수입차 보기는 아주 쉬운 일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가 대부분이고 아우디, 렉서스, 크라이슬러 등의 모델도 자주 눈에 띈다. 고급주상복합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보니 어림잡아 석 대 중 한 대는 수입차 브랜드다. 주차관리원은 최근엔 벤틀리, 마세라티, 포르셰 등 고가 브랜드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9월 하순에 찾은 해운대 달맞이길 주변엔 컨버터블 차량을 타고 초가을 날씨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2. 해운대 일대 수입차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는 확장세다. 포르셰,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전시장이 이어진 센텀 시티역 인근 수입차거리엔 차를 보러 온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부산의 수입차 판매가 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수입차 업체들은 앞다퉈 시설 확충에 나섰다. 지난 해 1월 슈퍼카 브랜드 벤틀리가 지방 첫 전시장을 해운대구 우동에 개장했고, 연말엔 마세라티가 근처에 해운대 전시장을 열었다. 아우디도 올해 1월 경남지역 수입차 전시장 중 최대 규모인 7층짜리 해운대 전시장을 오픈했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도 곧 전시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비스센터 확충도 이어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4월 사상구 감전서비스센터를 부산지역 최대 규모로 리모델링했고, 올해 8월엔 마세라티가 서비스센터를 오픈했다. 부산지역 수입차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수입차협회)에 따르면 부산지역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2011년 6735대로 전국 비중이 6.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만 7259대, 점유율 11.0%로 급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증가율 39%는 전국 평균 19.5%의 2배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9월까지 부산지역에선 1만 6657대의 수입차가 팔려 전국 점유율 11.4%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 10.8%보다 상승했다.
차윤표 메르세데스-벤츠 부산 감전서비스센터장은 “업계 종사자들도 놀랄 만큼 부산의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2년 전만 해도 부산엔 부산시와 해운대시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운대구의 수입차 구매율이 독보적 이었으나 최근엔 부산지역 전반에 걸쳐 수입차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부산지역 등록 승용차 중 수입차 비중은 8.42%로 서울(10.32%), 대구(8.55%) 다음으로 높았다. 특히 부산 중구(15.79%), 부산진구(16.99%), 해운대구(14.92%), 연제구(16.65%)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부산지역 수입차 브랜드 선호도를 서울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수입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폴크스바겐으로 점유율이 19.8%에 달한다. 이어 BMW(18.9%), 메르세데스-벤츠(15.6%), 아우디(13.3%) 순이다. 경기도 역시 폴크스바겐이 1위다. 점유율이 20.7%로 서울보다 높았다. BMW 18.0%, 아우디 13.6%, 메르세데스-벤츠가 13.1%를 기록했다. 서울과 엇비슷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아우디에 밀려 4위까지 내려앉았다.
부산은 서울·경기와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서울·경기 판매 1위 브랜드인 폴크스바겐이 부산시장에선 점유율 8.9%로 4위에 머물렀다. 대신 메르세데스-벤츠가 점유율 24.2%를 나타내며 BMW(27.0%)와 함께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3위는 아우디로 10.5%를 점유했고, 크라이슬러가 도요타를 밀어내고 5위에 올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점유율은 서울과 부산에서 10%가량 차이 났다. 벤츠는 지난해 부산에서 23.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잘 팔린 상위 모델을 봐도 부산은 벤츠의 무대다. 1위는 BMW 520d가 차지했지만 10위권 내에 메르세데스-벤츠 E 300, E220 CDI, E250 CDI 4MATIC, GLK 220 CDI 등 4개 모델이 올랐다.
차윤표 센터장은 “부산은 ‘벤츠의 도시’로 불린다”며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이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A, B, CLA, GLA 등 모델과 가격대가 다양해지면서 젊은층에게 엔트리 카로 인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인 S클래스, E클래스는 여전히 사업하는 분들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찾는다.”
부산지역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선전은 지역경제와 관련이 깊다. 부산엔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많은 데 이 기업의 오너와 CEO들이 주로 찾는다. 해운대 인근의 한 증권사 지점장은 “부산 부자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차를 고를 때도 세세한 성능보다는 브랜드 인지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50대 이상의 자산가들은 정통 세단 S클래스를 타야 ‘폼도 나고 점잖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벤츠 브랜드를 유지하고 계속 시리즈만 업그레이드해서 타는 마니아층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소비자는 브랜드 충성도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고가 모델의 판매량이 치솟는 것도 부산 수입차 시장의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보니 이를 벗어나 ‘튀는’ 모델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분석이다. 2억 원 안팎의 인기 있는 모델의 판매량을 서울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된다. 수입차협회 자료를 분석해 보면 올 들어 9월까지 럭셔리 스포츠카인 아우디 ‘R85.2 FSI 콰트로’, 포르셰 ‘파나메라 GTS’, 메르세데스-벤츠 ‘S 500 4MATIC’과 ‘S 500’ 등은 서울보다 부산에서 더 많이 팔렸다. 부산이 서울보다 법인 구매 비율이 높다는 것도 고가 모델 판매의 증거다. 지난해 서울은 법인 구매 비율이 개인 구매 비율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지만 부산은 법인 구매 비율이 개인 구매 비율보다 2배 남짓 높았다. 이 때문에 슈퍼카 브랜드가 부산 해운대에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1월 해운대에 전시장을 연 벤틀리는 올 들어 9월까지 38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3대)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주력 세단 모델인 플라잉스퍼가 인기를 끄는 등 라인업이 형성된 덕분이다. 벤틀리 부산전시장 운영을 책임지는 방순환 차장은 “VIP 고객의 기호는 일본차에서 독일차, 그리고 희소가치가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 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우리 전시장을 찾는 고객 대부분 이 기존에 독일차 브랜드를 탔다”고 말했다. “고객 중에는 선박, 자동차산업의 밴더기업 오너가 많지만 최근엔 식품·유통 분야의 CEO, 의사 등 전문직도 상당히 늘었다. 부산의 서비스산업이 커지면서 신흥부자가 늘었고 이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찾고 있다.”
방 차장은 부산 자산가의 소비 성향을 ‘지역성’에서 찾았다. “서울은 고급 소비를 하는 계층과 지역이 광범위하다. 하지만 부산은 중소기업 오너가 주소비층이다 보니 한 사람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처지다. 그래서 아직 체면치레라는 것이 존재하고, 입소문 영향도 강하다.” 벤틀리 부산전시장은 연 4~5회 정도 골프 이벤트를 펼친다. 출고 고객, 계약 고객과 그들의 지인들을 초청해 유명 프로들과 함께 라운딩을 주선하는데 이들 중에서 계약이 상당수 이뤄진다고 한다. 그는 “고소득층의 수입이 늘수록, 독일 차 브랜드가 많이 팔릴수록 하이엔드 브랜드를 찾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벤틀리 SUV가 출시되면 부산 수입차 시장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부산지역의 네트워크 확충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수도권 시장의 정체다. 투자 우선순위에 있던 수도권 수입차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부터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이 혼탁해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또 소형차를 선호하면서 수도권 시장의 수입차 1대당 평균 판매가도 낮아지고 있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서울 등 수도권 시장에 이어 판매량이 빠르게 느는 부산지역을 선점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 말했다.
부산 수입차 시장에 대한 투자는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차윤표 센터장은 “부산 수입차 시장의 성장을 더디게 한 직접적인 원인은 부실한 서비스 네트워크였는데 최근 이것이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입차 브랜드의 네트워크 투자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다. 1990년대 말까지도 이 지역에서 수입차 판매의 70%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초기 부산 시장에서 견디지 못한 딜러들이 속속 사업을 접자 네트워크의 안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수입차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는 수입차 시장 상위 5개 브랜드가 부산에 복수의 판매·서비스망을 갖춘 것은 물론 벤틀리나 마세라티처럼 슈퍼카 브랜드도 거점을 확보하 고 있다. 국산차에 비해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와 모델이 라인업을 갖추고 서비스에서도 큰 불편이 사라지자 소비 패턴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해 4월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사하구 감전서비스센터를 부산 최대 규모의 서비스 센터로 오픈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곳엔 25개의 워크베이가 설치됐고, 소모품 점검과 교환을 보다 빠르게 진행하는 퀵샵을 운영해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였다. 단순 점검 차량부터 대형 사고차량 수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 센터장은 “우리 센터를 찾는 고객은 호텔 수준의 고객 전용 라운지에서 차량 정비가 끝날 때까지 편하게 기다릴 수 있다”며 “하루 종일 채광이 좋고 통풍이 잘되는 워크베이 작업환경이 최고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수입차시장이 커지면서 고객이 요구하는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차 센터장은 “예전에는 무조건 물질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고객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차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고객이 늘었다”며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불만을 가격, 편의시설, 스피드, 픽업&딜리버리, 경청 등으로 분류한 ‘서비스 고객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입차 판매 증가로 부산지역 독일차 딜러들도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BMW의 부산 딜러인 동성모터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 3072억 원에 8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도 매출액(2481억 원)과 영업이익(72억 원)을 넘어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부산딜러인 스타자동차는 지난해 1154억 원의 매출을 올려 36억 80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2년 대비 매출은 36억 원, 영업이익은 9억 원가량 늘었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의 부산 딜러인 유카로 오토모빌도 지난해 2254억 원 매출에 영업이익 31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매출(1669억원)과 영업이익(17억9000만원)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부산 수입차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서울 등 수도권 시장의 보완재로 변질되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선 부산국제모터쇼를 진정한 국제행사로 키우고, 부산지역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지난 6월 열린 ‘2014 부산국제모터쇼’는 수입차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하고 관람객이 사상 최대인 115만 명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쳤다. 양적·질적인 면에서 성공을 거두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일부의 회의적 시각을 잠재웠다는 평가다. 하지만 세계적인 위상을 갖춘 모터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업체 참여 확대와 차별화 등의 숙제를 풀어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과) 교수는 “모터쇼는 신차와 콘셉트카, 해외브랜드 참여 규모 등이 중요한데 최근 추세는 중국의 베이징·상하이모터쇼로 몰리고 있어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모터쇼도 위기 상황”이라며 “부산모터쇼가 롱런하기 위해선 이곳만의 차별화된 장르나 콘셉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 경제 활성화 여부도 수입차 시장 확대의 가늠자다. 부산지역 경제는 최근 몇 해 동안 침체기를 맞고 있다. 한때 400만 명에 육박했던 부산 인구도 올해 4월 기준 352만 명으로 줄었다. 직장이나 주거지를 찾아 김해, 양산, 창원 등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고 학업과 구직을 위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젊은층 인구가 많아야 하는데 올 들어서도 여전히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시는 해운대 신도시와 수영만 지역에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신규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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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운대 일대 수입차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는 확장세다. 포르셰,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전시장이 이어진 센텀 시티역 인근 수입차거리엔 차를 보러 온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부산의 수입차 판매가 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수입차 업체들은 앞다퉈 시설 확충에 나섰다. 지난 해 1월 슈퍼카 브랜드 벤틀리가 지방 첫 전시장을 해운대구 우동에 개장했고, 연말엔 마세라티가 근처에 해운대 전시장을 열었다. 아우디도 올해 1월 경남지역 수입차 전시장 중 최대 규모인 7층짜리 해운대 전시장을 오픈했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도 곧 전시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비스센터 확충도 이어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4월 사상구 감전서비스센터를 부산지역 최대 규모로 리모델링했고, 올해 8월엔 마세라티가 서비스센터를 오픈했다.
중소기업 오너가 주도하는 ‘벤츠의 도시’
차윤표 메르세데스-벤츠 부산 감전서비스센터장은 “업계 종사자들도 놀랄 만큼 부산의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2년 전만 해도 부산엔 부산시와 해운대시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운대구의 수입차 구매율이 독보적 이었으나 최근엔 부산지역 전반에 걸쳐 수입차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부산지역 등록 승용차 중 수입차 비중은 8.42%로 서울(10.32%), 대구(8.55%) 다음으로 높았다. 특히 부산 중구(15.79%), 부산진구(16.99%), 해운대구(14.92%), 연제구(16.65%)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부산지역 수입차 브랜드 선호도를 서울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수입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폴크스바겐으로 점유율이 19.8%에 달한다. 이어 BMW(18.9%), 메르세데스-벤츠(15.6%), 아우디(13.3%) 순이다. 경기도 역시 폴크스바겐이 1위다. 점유율이 20.7%로 서울보다 높았다. BMW 18.0%, 아우디 13.6%, 메르세데스-벤츠가 13.1%를 기록했다. 서울과 엇비슷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아우디에 밀려 4위까지 내려앉았다.
부산은 서울·경기와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서울·경기 판매 1위 브랜드인 폴크스바겐이 부산시장에선 점유율 8.9%로 4위에 머물렀다. 대신 메르세데스-벤츠가 점유율 24.2%를 나타내며 BMW(27.0%)와 함께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3위는 아우디로 10.5%를 점유했고, 크라이슬러가 도요타를 밀어내고 5위에 올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점유율은 서울과 부산에서 10%가량 차이 났다. 벤츠는 지난해 부산에서 23.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잘 팔린 상위 모델을 봐도 부산은 벤츠의 무대다. 1위는 BMW 520d가 차지했지만 10위권 내에 메르세데스-벤츠 E 300, E220 CDI, E250 CDI 4MATIC, GLK 220 CDI 등 4개 모델이 올랐다.
차윤표 센터장은 “부산은 ‘벤츠의 도시’로 불린다”며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이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A, B, CLA, GLA 등 모델과 가격대가 다양해지면서 젊은층에게 엔트리 카로 인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인 S클래스, E클래스는 여전히 사업하는 분들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찾는다.”
부산지역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선전은 지역경제와 관련이 깊다. 부산엔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많은 데 이 기업의 오너와 CEO들이 주로 찾는다. 해운대 인근의 한 증권사 지점장은 “부산 부자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차를 고를 때도 세세한 성능보다는 브랜드 인지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50대 이상의 자산가들은 정통 세단 S클래스를 타야 ‘폼도 나고 점잖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벤츠 브랜드를 유지하고 계속 시리즈만 업그레이드해서 타는 마니아층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소비자는 브랜드 충성도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고가 모델의 판매량이 치솟는 것도 부산 수입차 시장의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보니 이를 벗어나 ‘튀는’ 모델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분석이다. 2억 원 안팎의 인기 있는 모델의 판매량을 서울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된다. 수입차협회 자료를 분석해 보면 올 들어 9월까지 럭셔리 스포츠카인 아우디 ‘R85.2 FSI 콰트로’, 포르셰 ‘파나메라 GTS’, 메르세데스-벤츠 ‘S 500 4MATIC’과 ‘S 500’ 등은 서울보다 부산에서 더 많이 팔렸다. 부산이 서울보다 법인 구매 비율이 높다는 것도 고가 모델 판매의 증거다. 지난해 서울은 법인 구매 비율이 개인 구매 비율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지만 부산은 법인 구매 비율이 개인 구매 비율보다 2배 남짓 높았다.
벤틀리·마세라티 해운대에 전시장 오픈
방 차장은 부산 자산가의 소비 성향을 ‘지역성’에서 찾았다. “서울은 고급 소비를 하는 계층과 지역이 광범위하다. 하지만 부산은 중소기업 오너가 주소비층이다 보니 한 사람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처지다. 그래서 아직 체면치레라는 것이 존재하고, 입소문 영향도 강하다.” 벤틀리 부산전시장은 연 4~5회 정도 골프 이벤트를 펼친다. 출고 고객, 계약 고객과 그들의 지인들을 초청해 유명 프로들과 함께 라운딩을 주선하는데 이들 중에서 계약이 상당수 이뤄진다고 한다. 그는 “고소득층의 수입이 늘수록, 독일 차 브랜드가 많이 팔릴수록 하이엔드 브랜드를 찾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벤틀리 SUV가 출시되면 부산 수입차 시장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부산지역의 네트워크 확충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수도권 시장의 정체다. 투자 우선순위에 있던 수도권 수입차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부터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이 혼탁해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또 소형차를 선호하면서 수도권 시장의 수입차 1대당 평균 판매가도 낮아지고 있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서울 등 수도권 시장에 이어 판매량이 빠르게 느는 부산지역을 선점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 말했다.
부산 수입차 시장에 대한 투자는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차윤표 센터장은 “부산 수입차 시장의 성장을 더디게 한 직접적인 원인은 부실한 서비스 네트워크였는데 최근 이것이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입차 브랜드의 네트워크 투자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다. 1990년대 말까지도 이 지역에서 수입차 판매의 70%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초기 부산 시장에서 견디지 못한 딜러들이 속속 사업을 접자 네트워크의 안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수입차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는 수입차 시장 상위 5개 브랜드가 부산에 복수의 판매·서비스망을 갖춘 것은 물론 벤틀리나 마세라티처럼 슈퍼카 브랜드도 거점을 확보하 고 있다. 국산차에 비해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와 모델이 라인업을 갖추고 서비스에서도 큰 불편이 사라지자 소비 패턴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해 4월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사하구 감전서비스센터를 부산 최대 규모의 서비스 센터로 오픈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곳엔 25개의 워크베이가 설치됐고, 소모품 점검과 교환을 보다 빠르게 진행하는 퀵샵을 운영해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였다. 단순 점검 차량부터 대형 사고차량 수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 센터장은 “우리 센터를 찾는 고객은 호텔 수준의 고객 전용 라운지에서 차량 정비가 끝날 때까지 편하게 기다릴 수 있다”며 “하루 종일 채광이 좋고 통풍이 잘되는 워크베이 작업환경이 최고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부산모터쇼·지역경제 살아야 ‘롱런’
최근 수입차 판매 증가로 부산지역 독일차 딜러들도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BMW의 부산 딜러인 동성모터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 3072억 원에 8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도 매출액(2481억 원)과 영업이익(72억 원)을 넘어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부산딜러인 스타자동차는 지난해 1154억 원의 매출을 올려 36억 80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2년 대비 매출은 36억 원, 영업이익은 9억 원가량 늘었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의 부산 딜러인 유카로 오토모빌도 지난해 2254억 원 매출에 영업이익 31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매출(1669억원)과 영업이익(17억9000만원)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부산 수입차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서울 등 수도권 시장의 보완재로 변질되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선 부산국제모터쇼를 진정한 국제행사로 키우고, 부산지역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지난 6월 열린 ‘2014 부산국제모터쇼’는 수입차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하고 관람객이 사상 최대인 115만 명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쳤다. 양적·질적인 면에서 성공을 거두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일부의 회의적 시각을 잠재웠다는 평가다. 하지만 세계적인 위상을 갖춘 모터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업체 참여 확대와 차별화 등의 숙제를 풀어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과) 교수는 “모터쇼는 신차와 콘셉트카, 해외브랜드 참여 규모 등이 중요한데 최근 추세는 중국의 베이징·상하이모터쇼로 몰리고 있어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모터쇼도 위기 상황”이라며 “부산모터쇼가 롱런하기 위해선 이곳만의 차별화된 장르나 콘셉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 경제 활성화 여부도 수입차 시장 확대의 가늠자다. 부산지역 경제는 최근 몇 해 동안 침체기를 맞고 있다. 한때 400만 명에 육박했던 부산 인구도 올해 4월 기준 352만 명으로 줄었다. 직장이나 주거지를 찾아 김해, 양산, 창원 등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고 학업과 구직을 위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젊은층 인구가 많아야 하는데 올 들어서도 여전히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시는 해운대 신도시와 수영만 지역에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신규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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