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주목 받는 ‘한국형 일학습병행제’ - 일하면서 공부하는 실무형 인재 키워
Management | 주목 받는 ‘한국형 일학습병행제’ - 일하면서 공부하는 실무형 인재 키워
씨앤엠로보틱스는 2000년 사업을 시작한 벤처기업이다. 주요 사업은 자동조립과 압입시스템. 임직원 40명에 불과 한 작은 기업이지만 현대자동차와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납품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문 기업이지만 회사엔 고졸 출신이 여럿 일하고 있다. 핵심 인력 가운데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출신 기술자들이 있다. 석·박사 학위는 없지만 기계 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어 기술 개발과 제작 공정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주묘희 씨앤엠로보틱스 대표는 “중소기업에서 일을 시작하는 경우 학력에 관계없이 처음부터 일을 배워야 한다”며 “신입사원을 기업에 맞는 인재로 얼마나 빠르게 키워내는지 여부가 기업 성장의 큰 변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고졸 직원들이 보여준 업무 능력을 높게 평가한 주 대표는 공식적으로 고졸 채용을 늘리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추진하는 ‘일학습 병행제’에 참가한 것이다. 이곳 근로자들은 희망자에 한해서 학습과 일을 병행한다. 이들은 1년 동안 현장교육 656시간, 이론교육 244시간 등 모두 900시간의 학습 과정을 거친다. 근로시간을 쪼개 하루 2시간씩 기계 메커니즘, 설계도면 작성 등을 배운다. 주 대표는 “일을 먼저 배운 다음 필요한 부분을 공부할 수 있어 실용적”이라며 “성실한 기술자에게 한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해서 일학습 병행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업무통합 솔루션 서비스 기업 솔트웨어도 일학습 병행제를 도입했다. 연초에 이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6명은 모두 특성화고를 졸업했다. 이들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일반 직원들과 똑같이 회사를 다닌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대학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 6명 모두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 특별전형으로 합격했다. 이론과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어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무작정 대학에 진학해서 졸업 후 취직하는 게 아니라 취직 후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을 대학에서 보충한다는 순서를 선택하면 돈을 벌면서 현장 경험도 쌓을 수 있다. 독일식 도제 제도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일학습 병행제’를 활용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일학습 병행제는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해 기업이 근로자를 직접 교육하는 제도다. 취업희망자는 현장과 교육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다. 훈련을 마치면 교육 기관이나 국가 또는 해당 산업체가 평가해 자격을 부여한다.
예컨대 고등학교 졸업생이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산업현장에서 ‘학습근로자’ 신분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일터 및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훈련 과정을 통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며 직무자격을 취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학위를 딸 수도 있다. 학습근로자들은 특정 자격증이나 학위 등 이른바 무분별한 스펙을 쌓기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 노력을 아낄 수 있다. 무엇보다 청년기에 기업에 취직해 전문가로 빨리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에도 이익이다. 적은 인건비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형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업은 행정·재정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000개 기업에 이런 제도를 도입해 7000명을 뽑고 2017년까지 1만 개 기업에 도입해 7만 명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이진영 한국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학습 근로자 자격을 졸업생에서 재학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학습 병행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독일이다. 중등학교를 졸업한 독일 학생들은 직업학교와 산업체 훈련장에서 약 3년간 교육 훈련을 받는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과정을 거치면 전문 기술자로 인정받을 수 있어 많은 근로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독일의 교육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먼저 일터에서 선배 장인들에게 배우는 현장 실습이다. 현장 훈련교사는 산업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한다. 기업은 견습생에게 임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불만은 거의 없다. 이를 통해 기업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어서다. 또 한 가지는 직업학교에서 실시하는 이론교육이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아야 과정을 수료할 수 있다. 평가 이후 견습생은 세 개의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숙련 근로자 자격증, 기업에서 발행하는 기술자격증, 그리고 다음 단계의 직업 학교에 등록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독일에선 매년 150만 명이 도제 훈련을 받는다. 고용노동부는 일학습 병행제를 확대 보급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 중이다. 10월 28일 고용노동부는 ‘산업현장 일·학습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9월에 법률안을 입법 예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자리에서 한국노총·경총· 대한상의 등 노사단체와 한국기계산업진흥회·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관련 기업 등 노동시장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한국형 도제 제도인 일학습병행제의 성공적 정착과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관련 법률이 조속히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 학원 박지순 교수는 “학교와 노동시장을 연계하는 현장 실습과 산학 협력 등에 대한 부재를 개선해 논란이 되었던 특성화고· 대학 현장실습생 등의 과잉근로 문제를 해소하고 기업이 주도 하는 새로운 직업교육 훈련 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 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공청회 토론 내용을 보완해 관계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법안을 연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나영돈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관은 “100년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업교육 훈련 제도인 일 학습병행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정안을 신중하게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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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묘희 씨앤엠로보틱스 대표는 “중소기업에서 일을 시작하는 경우 학력에 관계없이 처음부터 일을 배워야 한다”며 “신입사원을 기업에 맞는 인재로 얼마나 빠르게 키워내는지 여부가 기업 성장의 큰 변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고졸 직원들이 보여준 업무 능력을 높게 평가한 주 대표는 공식적으로 고졸 채용을 늘리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추진하는 ‘일학습 병행제’에 참가한 것이다. 이곳 근로자들은 희망자에 한해서 학습과 일을 병행한다. 이들은 1년 동안 현장교육 656시간, 이론교육 244시간 등 모두 900시간의 학습 과정을 거친다. 근로시간을 쪼개 하루 2시간씩 기계 메커니즘, 설계도면 작성 등을 배운다. 주 대표는 “일을 먼저 배운 다음 필요한 부분을 공부할 수 있어 실용적”이라며 “성실한 기술자에게 한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해서 일학습 병행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업무통합 솔루션 서비스 기업 솔트웨어도 일학습 병행제를 도입했다. 연초에 이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6명은 모두 특성화고를 졸업했다. 이들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일반 직원들과 똑같이 회사를 다닌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대학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 6명 모두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 특별전형으로 합격했다. 이론과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어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무작정 대학에 진학해서 졸업 후 취직하는 게 아니라 취직 후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을 대학에서 보충한다는 순서를 선택하면 돈을 벌면서 현장 경험도 쌓을 수 있다.
현장과 교육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 받아
예컨대 고등학교 졸업생이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산업현장에서 ‘학습근로자’ 신분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일터 및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훈련 과정을 통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며 직무자격을 취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학위를 딸 수도 있다. 학습근로자들은 특정 자격증이나 학위 등 이른바 무분별한 스펙을 쌓기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 노력을 아낄 수 있다. 무엇보다 청년기에 기업에 취직해 전문가로 빨리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에도 이익이다. 적은 인건비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형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업은 행정·재정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000개 기업에 이런 제도를 도입해 7000명을 뽑고 2017년까지 1만 개 기업에 도입해 7만 명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이진영 한국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학습 근로자 자격을 졸업생에서 재학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학습 병행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독일이다. 중등학교를 졸업한 독일 학생들은 직업학교와 산업체 훈련장에서 약 3년간 교육 훈련을 받는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과정을 거치면 전문 기술자로 인정받을 수 있어 많은 근로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독일의 교육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먼저 일터에서 선배 장인들에게 배우는 현장 실습이다. 현장 훈련교사는 산업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한다. 기업은 견습생에게 임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불만은 거의 없다. 이를 통해 기업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어서다. 또 한 가지는 직업학교에서 실시하는 이론교육이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아야 과정을 수료할 수 있다. 평가 이후 견습생은 세 개의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숙련 근로자 자격증, 기업에서 발행하는 기술자격증, 그리고 다음 단계의 직업 학교에 등록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독일에선 매년 150만 명이 도제 훈련을 받는다.
법안 마련 공청회에서 열띤 토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 학원 박지순 교수는 “학교와 노동시장을 연계하는 현장 실습과 산학 협력 등에 대한 부재를 개선해 논란이 되었던 특성화고· 대학 현장실습생 등의 과잉근로 문제를 해소하고 기업이 주도 하는 새로운 직업교육 훈련 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 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공청회 토론 내용을 보완해 관계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법안을 연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나영돈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관은 “100년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업교육 훈련 제도인 일 학습병행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정안을 신중하게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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