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미식’ 푸아그라의 잔혹성
프랑스 ‘미식’ 푸아그라의 잔혹성
프랑스 남서부의 휴양지 비아리츠에서 자동차를 타고 동쪽으로 달린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급수탑이 있는 곳에서 도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면서 작은 마을 지브레로 가는 길이 나온다. 햇살 가득한 언덕 위의 나지막한 오두막집 밖에 곡물저장고가 서 있다. 그곳에선 작은 숲들로 뒤덮인 완만한 계곡과 풍성한 들판, 소규모 경작지들이 바라다보인다. 검은목두루미가 상공을 느릿느릿 날아다니는 황금색 옥수수밭 옆으로 개울물이 졸졸 흐른다.
시골의 목가적인 풍경이지만 여느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오두막의 문을 열면 흐릿한 네온 전등이 이 전원 마을의 이면을 비춘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악취가 진동하고 후끈한 열기가 몰려온다. 그 순간 우리가 들었던 개울물 소리는 자갈밭 위를 흐르는 물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낡은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이 마치 거대한 자동차 라디에이터처럼 생긴 물체를 통과하면서 내는 소리다.
이곳은 이 지역 최대 사업인 푸아그라의 생산 라인 중 하나인 벨뷔 농장이다. 우리가 예고 없이 그곳을 방문했을 때는 마침 점심 시간이었다. 전화를 걸었더니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농장주 뱅상 다제스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초인종을 눌러봐도 오두막의 문을 두드려봐도 아무 대답이 없다. 오두막의 문은 닫혀 있었지만 잠기지는 않았다. 그곳은 여전히 점심 식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프랑스 남서부 랑드 지방에 속한 곳이니 이해할 만하다.
긴 여름 동안 길이 50m의 이 오두막 안에서는 실내 온도를 25도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그 선풍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약 850마리의 청둥오리가 도살장으로 끌려갈 때까지 그곳에서 강제급식(forcefeeding)을 당하며 마지막 나날을 보낸다. 오리들은 좁은 개별 우리 안에 갇혀 있는데 우리 사이의 간격은 강제로 사료를 먹이는 가뵈르(gaveur)에게 오리들이 머리를 내밀 수 있을 만큼만 떨어져 있다. 가뵈르는 기다란 금속 튜브를 이용해 삶은 옥수수로 만든 노란색 사료 1㎏을 불과 2~3초 사이에 오리의 식도 안으로 밀어 넣는다. 하루 두 번씩 이런 식의 강제급식이 이뤄진다.
“이것은 인간의 식도로 파스타 20㎏을 한꺼번에 밀어 넣는 것과 같다. 2주일 동안 하루 두 번씩.” 전설적인 여배우이자 동물권리 옹호운동가인 브리지트 바르도는 생 트로페즈의 자택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움직일 수도 없는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있는데 음식물이 튜브를 통해 위 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고 상상해 보라.”
우리가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을 때 오리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푸아그라나 오리고기 제품에 이용하기 위해 이종 교배한 다른 청둥오리들과 마찬가지로 이 오리들도 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오리들은 또 새끼를 낳지 못하고 날지도 못한다. 절름발이가 되는 경우도 많다. 강제급식을 당하는 동안 금속망 위에 서 있는데 거기서 발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들을 금속망 위에 세워놓는 이유는 감당하지 못할 양의 먹이로 인한 간 이상으로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대·소변이 아래쪽의 웅덩이로 흘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끔찍한 광경이다. 오리들은 힘이 없고 흰 털이 노리끼리한 색으로 변한다. 또 피부를 통해 물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생성된 기름기로 온몸이 번들번들하다. 이들은 깃털을 털지도 못한다. 12일 동안 강제급식을 당하면서 몸무게가 4㎏에서 6㎏으로 늘어나면 좁은 우리 안에서 꼼짝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엑셀(산업 푸아그라의 최대 생산업체 중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벨뷔 농장의 페이지를 보면 그곳이 꽤 목가적인 곳처럼 느껴지게 꾸며놨다. 마치 베아트릭스 포터의 동화를 보는 듯하다.벨뷔 농장은 랑드와 제르 지방에서 여전히 운영 중인 소규모 전통 농장들에 비하면 규모가 꽤 큰 편이다. 하지만 갈수록 커지는 산업 푸아그라 시장의 규모로 볼 때는 존재감이 별로 없다. 이 농장은 매년 1만 7000마리의 오리를 델페이라라는 대형업체에 납품한다. (한때 특정 지역에서 정해진 계절에만 맛볼 수 있던 푸아그라가 이제는 대형 식품업체에서 산업화된 방식으로 생산돼 세계 시장에 공급된다.)
근처 포야르텡 마을 외곽의 수풀 우거진 길에 크리스토프 뮈레의 농장이 있다. 그는 대형 강제급식 오두막 세 채를 갖고 있다. 각 오두막에서는 오리 1500마리를 기를 수 있다. 강제급식으로 간을 살찌운 오리를 1년에 약 6만 마리씩 외랄리스라는 대형 업체에 납품한다. 오두막의 문들은 빗장이 단단히 걸려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오두막 안을 보여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단호하게 ‘노’라고 말하면서 농장주의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줬다.
과거에 럭비로 유명했던 도시 닥스 근처에는 이 두 농장과 유사한 곳이 많다. 그곳의 농부들은 대형 식품회사에 살찌운 오리 간을 연간 약 3800만 개 공급한다. 최근 인도·이스라엘·독일·노르웨이·폴란드·스웨덴·스위스 등 12개국이 윤리적인 이유로 푸아그라 수입을 금지했지만 국제시장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난다.
더구나 유럽연합(EU)이 프랑스의 산업화된 푸아그라 생산 방식 중 다수에 금지 조치를 내린 상황인데도 그렇다. 엄밀히 말하자면 다제스 같은 농장주들은 개별 우리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오리를 사육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2015년 말까지 이런 상황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현재 생산되는 푸아그라의 95%가 산업화된 생산 방식을 이용하는 대형업체들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생각할 때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프랑스 동물권리보호기구 L214의 창단 멤버인 세바스티앙 아르삭에 따르면 2016년 개별 우리를 대체하게 될 공동 우리는 개별 우리보다 나을 게 없다. 비좁은 공동 우리 안에서 5~6마리의 수컷 오리가 함께 지내게 된다.
아르삭의 말을 들어보자 “강제급식 시간이 되면 리모콘을 이용해 금속으로 된 우리의 전면이 오리들의 머리 위로 내려온다. 가뵈르가 오리의 모래주머니 속에 튜브를 꽂아 넣기 쉽도록 오리들을 아래쪽으로 누르는 역할을 한다. 강제급식 기간(보통 12일)이 끝날 때쯤에는 대다수 오리가 몸 여기저기에 골절상을 입게 된다. 이 기간이 끝나가면서 사망하는 오리도 늘어난다."
“이 두 종류의 우리는 푸아그라 생산이 산업화하기 시작한 1980년대에 디자인됐다. 그 전에는 3m x 1m의 울타리 안에서 오리들의 강제급식이 이뤄졌다. 프랑스 의회에서는 그 방식을 해결책으로 채택했어야 했지만 대형업체들의 반대에 부닥쳐 좌절됐다.”
더구나 푸아그라 생산을 동물권리에 대한 인식이 낮은 중국으로 넘기는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어 큰 우려를 자아낸다. 문제는 프랑스로부터 푸아그라 만드는 법을 배운 중국이 이제 독자적으로 푸아그라 산업을 운영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은 지난 4월 프랑스산 푸아그라의 수입이 금지된 후 내수시장의 수요(오리 약 1억3000만 마리 분으로 추정된다)를 스스로 충족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서방의 동물권리 옹호가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중국에서는 푸아그라 생산에 어떤 윤리적 제한도 가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파리에서는 TV 요리 경연 프로 ‘매스터셰프’의 심사위원인 유명 요리사 이브 캉드보르드가 “산업화된 푸아그라 생산방식은 국가적 수치요 불명예”라고 말했다. (캉드보르드는 푸아그라 애호가다.) “어떤 상품이든 산업화되면 그걸로 끝이다. 송아지고기와 돼지고기, 유제품을 비롯해 많은 상품이 그렇다. 문제는 농산물가공업계가 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필요한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든 상품을 ‘진짜’로 보이게 만드는 일련의 상표를 도입했는데 그건 위장에 불과하다.”
캉드보르드의 레스토랑에 푸아그라를 공급하는 상드린 레구르그는 닥스 근처의 포마레즈에서 ‘파리 푸아그라 & 콩피’를 운영한다. 그녀의 집안은 1907년부터 이 사업을 해 왔다. 그녀와 남편 모리스(비아리츠 올림픽 럭비 팀의 트레이너 출신이다)는 자신들이 제시한 지침을 철저히 따르는 현지 소규모 업체로부터만 상품을 구매한다. “윤리적인 소규모 생산업자를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져서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꾸려갈지 걱정”이라고 레구르그는 말했다. “대형업체들이 소규모 생산업체들을 인수하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서서히 압박해 온다. 그들은 완전한 통제를 원한다.”푸아그라의 약 97%가 오리 간으로, 나머지 3%가 거위 간으로 만들어진다. 또 푸아그라는 수컷에게서만 나온다. ‘그렇다면 암컷 청둥오리는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이 저절로 든다. “암컷들은 산업용 분쇄기로 분쇄된다”고 아르삭이 말했다. “매년 약 4000만 마리의 오리새끼가 산 채로 분쇄기 안에 넣어진다고 알려졌다.” 분쇄된 오리새끼들은 도살장의 잔여물을 처리하는 가공업체에서 수거해 간다. 이런 업체들에서 유기농 폐기물은 고양이 사료와 비료를 만드는 데, 혹은 제약산업에 이용된다.
영화 ‘007’로 유명한 영국 배우 로저 무어는 “메뉴에 ‘깡통 속의 고문(torture in a can, 푸아그라를 일컫는다)’이 포함된” 저녁식사 초대에는 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아그라에 대한 무어의 견해는 그가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동물보호단체 PETA의 노력에 힘을 실어준다.
“과거엔 나도 푸아그라를 먹었었다”고 무어가 말했다. “파티와 저녁식사 모임에서 푸아그라를 먹는 게 유행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푸아그라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전혀 몰랐다. 오리들에게 날마다 그렇게 엄청난 양의 먹이를 강제로 먹이면 간이 거대하게 부어 오르고 지방간(hepatic steatosis) 질환이 생긴다.” 이 오리들은 내부출혈(internal haemorrhaging)과 진균 또는 박테리아 감염, 간성 뇌병증(hepatic encephalopathy, 간이 손상됐을 때 생기는 뇌 질환) 등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랑드는 세계 최대의 푸아그라 생산지다. 랑드 외곽의 몽-드-마르상은 높은 담으로 둘러쳐진 흰색의 요새다. 면적은 약 16만㎡인데 툴루즈 외곽순환도로에서 바라다보이는 에어버스 본사보다 꽤 커 보인다.
이곳은 푸아그라 시장을 주도하는 델페이라의 본사다. 대규모 생산 라인을 둘러보는 일은 이곳에서도 허용되지 않았다. 명령을 하는 쪽은 매사두르, 델페이라, 외랄리스 등 대기업들이고 프랑스 정부는 그들의 명령을 따를 뿐이다. 델페이라는 본사 건물을 둘러보도록 해달라는 뉴스위크의 요청을 거절했으며 정보를 요청하는 이메일과 전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유일한 한 가닥 희망은 소비자의 인식 증진”이라고 아르삭은 말한다. 스페인의 파테리아 데 수자는 백악관에 식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푸아그라의 윤리적 생산 방식을 선도하는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강제급식 방식을 이용하지 않고 놓아 기른 거위들의 간을 채취하기 전 먹이를 마음껏 먹도록 내버려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가격이 올라갔다. 이 회사에서 생산되는 푸아그라는 세금을 포함해 1㎏에 약 833유로다.
프랑스 농업부와 죽이 잘 맞는 푸아그라 생산업자협회 CIFOG의 대변인 마리-피에르 페는 “ ‘산업화된’이란 용어의 사용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 말이 경멸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강제급식이 이뤄지는 사육장이 200마리 규모든 1000마리 규모든 급식 과정은 똑 같다. 사료를 먹이는 사람과 오리가 일대일로 상호 작용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수 세대 동안 이어져 내려온 방식이다. 이 과정은 소규모 업체와 대규모 업체 사이에 차이가 없다.” CIFOG에 따르면 2013년 프랑스의 푸아그라 산업은 16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페는 오리들이 가능한 최상의 조건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개별 우리에서 공동 우리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1억 유로가 투자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50만 개의 개별 우리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페는 또 강제급식 기간 중 최대 약 4%의 오리가 사망한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며 실제 사망률은 “1~2%”라고 말했다.
“강제급식 반대론자들은 동물에게도 사람과 똑같은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격적인 채식주의자들과 절대채식주의자들”이라고 페는 말했다. “그런 견해를 가질 권리는 존중하지만 그들이 퍼뜨리는 동물의 의인화된 이미지는 전적으로 잘못됐다. 오리가 지각이 있는 동물이긴 하지만 인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리에겐 구역질반사(gag reflex)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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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목가적인 풍경이지만 여느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오두막의 문을 열면 흐릿한 네온 전등이 이 전원 마을의 이면을 비춘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악취가 진동하고 후끈한 열기가 몰려온다. 그 순간 우리가 들었던 개울물 소리는 자갈밭 위를 흐르는 물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낡은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이 마치 거대한 자동차 라디에이터처럼 생긴 물체를 통과하면서 내는 소리다.
이곳은 이 지역 최대 사업인 푸아그라의 생산 라인 중 하나인 벨뷔 농장이다. 우리가 예고 없이 그곳을 방문했을 때는 마침 점심 시간이었다. 전화를 걸었더니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농장주 뱅상 다제스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초인종을 눌러봐도 오두막의 문을 두드려봐도 아무 대답이 없다. 오두막의 문은 닫혀 있었지만 잠기지는 않았다. 그곳은 여전히 점심 식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프랑스 남서부 랑드 지방에 속한 곳이니 이해할 만하다.
긴 여름 동안 길이 50m의 이 오두막 안에서는 실내 온도를 25도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그 선풍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약 850마리의 청둥오리가 도살장으로 끌려갈 때까지 그곳에서 강제급식(forcefeeding)을 당하며 마지막 나날을 보낸다. 오리들은 좁은 개별 우리 안에 갇혀 있는데 우리 사이의 간격은 강제로 사료를 먹이는 가뵈르(gaveur)에게 오리들이 머리를 내밀 수 있을 만큼만 떨어져 있다. 가뵈르는 기다란 금속 튜브를 이용해 삶은 옥수수로 만든 노란색 사료 1㎏을 불과 2~3초 사이에 오리의 식도 안으로 밀어 넣는다. 하루 두 번씩 이런 식의 강제급식이 이뤄진다.
“이것은 인간의 식도로 파스타 20㎏을 한꺼번에 밀어 넣는 것과 같다. 2주일 동안 하루 두 번씩.” 전설적인 여배우이자 동물권리 옹호운동가인 브리지트 바르도는 생 트로페즈의 자택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움직일 수도 없는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있는데 음식물이 튜브를 통해 위 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고 상상해 보라.”
우리가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을 때 오리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푸아그라나 오리고기 제품에 이용하기 위해 이종 교배한 다른 청둥오리들과 마찬가지로 이 오리들도 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오리들은 또 새끼를 낳지 못하고 날지도 못한다. 절름발이가 되는 경우도 많다. 강제급식을 당하는 동안 금속망 위에 서 있는데 거기서 발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들을 금속망 위에 세워놓는 이유는 감당하지 못할 양의 먹이로 인한 간 이상으로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대·소변이 아래쪽의 웅덩이로 흘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끔찍한 광경이다. 오리들은 힘이 없고 흰 털이 노리끼리한 색으로 변한다. 또 피부를 통해 물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생성된 기름기로 온몸이 번들번들하다. 이들은 깃털을 털지도 못한다. 12일 동안 강제급식을 당하면서 몸무게가 4㎏에서 6㎏으로 늘어나면 좁은 우리 안에서 꼼짝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엑셀(산업 푸아그라의 최대 생산업체 중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벨뷔 농장의 페이지를 보면 그곳이 꽤 목가적인 곳처럼 느껴지게 꾸며놨다. 마치 베아트릭스 포터의 동화를 보는 듯하다.벨뷔 농장은 랑드와 제르 지방에서 여전히 운영 중인 소규모 전통 농장들에 비하면 규모가 꽤 큰 편이다. 하지만 갈수록 커지는 산업 푸아그라 시장의 규모로 볼 때는 존재감이 별로 없다. 이 농장은 매년 1만 7000마리의 오리를 델페이라라는 대형업체에 납품한다. (한때 특정 지역에서 정해진 계절에만 맛볼 수 있던 푸아그라가 이제는 대형 식품업체에서 산업화된 방식으로 생산돼 세계 시장에 공급된다.)
근처 포야르텡 마을 외곽의 수풀 우거진 길에 크리스토프 뮈레의 농장이 있다. 그는 대형 강제급식 오두막 세 채를 갖고 있다. 각 오두막에서는 오리 1500마리를 기를 수 있다. 강제급식으로 간을 살찌운 오리를 1년에 약 6만 마리씩 외랄리스라는 대형 업체에 납품한다. 오두막의 문들은 빗장이 단단히 걸려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오두막 안을 보여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단호하게 ‘노’라고 말하면서 농장주의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줬다.
과거에 럭비로 유명했던 도시 닥스 근처에는 이 두 농장과 유사한 곳이 많다. 그곳의 농부들은 대형 식품회사에 살찌운 오리 간을 연간 약 3800만 개 공급한다. 최근 인도·이스라엘·독일·노르웨이·폴란드·스웨덴·스위스 등 12개국이 윤리적인 이유로 푸아그라 수입을 금지했지만 국제시장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난다.
더구나 유럽연합(EU)이 프랑스의 산업화된 푸아그라 생산 방식 중 다수에 금지 조치를 내린 상황인데도 그렇다. 엄밀히 말하자면 다제스 같은 농장주들은 개별 우리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오리를 사육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2015년 말까지 이런 상황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현재 생산되는 푸아그라의 95%가 산업화된 생산 방식을 이용하는 대형업체들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생각할 때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프랑스 동물권리보호기구 L214의 창단 멤버인 세바스티앙 아르삭에 따르면 2016년 개별 우리를 대체하게 될 공동 우리는 개별 우리보다 나을 게 없다. 비좁은 공동 우리 안에서 5~6마리의 수컷 오리가 함께 지내게 된다.
아르삭의 말을 들어보자 “강제급식 시간이 되면 리모콘을 이용해 금속으로 된 우리의 전면이 오리들의 머리 위로 내려온다. 가뵈르가 오리의 모래주머니 속에 튜브를 꽂아 넣기 쉽도록 오리들을 아래쪽으로 누르는 역할을 한다. 강제급식 기간(보통 12일)이 끝날 때쯤에는 대다수 오리가 몸 여기저기에 골절상을 입게 된다. 이 기간이 끝나가면서 사망하는 오리도 늘어난다."
“이 두 종류의 우리는 푸아그라 생산이 산업화하기 시작한 1980년대에 디자인됐다. 그 전에는 3m x 1m의 울타리 안에서 오리들의 강제급식이 이뤄졌다. 프랑스 의회에서는 그 방식을 해결책으로 채택했어야 했지만 대형업체들의 반대에 부닥쳐 좌절됐다.”
더구나 푸아그라 생산을 동물권리에 대한 인식이 낮은 중국으로 넘기는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어 큰 우려를 자아낸다. 문제는 프랑스로부터 푸아그라 만드는 법을 배운 중국이 이제 독자적으로 푸아그라 산업을 운영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은 지난 4월 프랑스산 푸아그라의 수입이 금지된 후 내수시장의 수요(오리 약 1억3000만 마리 분으로 추정된다)를 스스로 충족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서방의 동물권리 옹호가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중국에서는 푸아그라 생산에 어떤 윤리적 제한도 가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파리에서는 TV 요리 경연 프로 ‘매스터셰프’의 심사위원인 유명 요리사 이브 캉드보르드가 “산업화된 푸아그라 생산방식은 국가적 수치요 불명예”라고 말했다. (캉드보르드는 푸아그라 애호가다.) “어떤 상품이든 산업화되면 그걸로 끝이다. 송아지고기와 돼지고기, 유제품을 비롯해 많은 상품이 그렇다. 문제는 농산물가공업계가 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필요한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든 상품을 ‘진짜’로 보이게 만드는 일련의 상표를 도입했는데 그건 위장에 불과하다.”
캉드보르드의 레스토랑에 푸아그라를 공급하는 상드린 레구르그는 닥스 근처의 포마레즈에서 ‘파리 푸아그라 & 콩피’를 운영한다. 그녀의 집안은 1907년부터 이 사업을 해 왔다. 그녀와 남편 모리스(비아리츠 올림픽 럭비 팀의 트레이너 출신이다)는 자신들이 제시한 지침을 철저히 따르는 현지 소규모 업체로부터만 상품을 구매한다. “윤리적인 소규모 생산업자를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져서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꾸려갈지 걱정”이라고 레구르그는 말했다. “대형업체들이 소규모 생산업체들을 인수하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서서히 압박해 온다. 그들은 완전한 통제를 원한다.”푸아그라의 약 97%가 오리 간으로, 나머지 3%가 거위 간으로 만들어진다. 또 푸아그라는 수컷에게서만 나온다. ‘그렇다면 암컷 청둥오리는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이 저절로 든다. “암컷들은 산업용 분쇄기로 분쇄된다”고 아르삭이 말했다. “매년 약 4000만 마리의 오리새끼가 산 채로 분쇄기 안에 넣어진다고 알려졌다.” 분쇄된 오리새끼들은 도살장의 잔여물을 처리하는 가공업체에서 수거해 간다. 이런 업체들에서 유기농 폐기물은 고양이 사료와 비료를 만드는 데, 혹은 제약산업에 이용된다.
영화 ‘007’로 유명한 영국 배우 로저 무어는 “메뉴에 ‘깡통 속의 고문(torture in a can, 푸아그라를 일컫는다)’이 포함된” 저녁식사 초대에는 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아그라에 대한 무어의 견해는 그가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동물보호단체 PETA의 노력에 힘을 실어준다.
“과거엔 나도 푸아그라를 먹었었다”고 무어가 말했다. “파티와 저녁식사 모임에서 푸아그라를 먹는 게 유행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푸아그라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전혀 몰랐다. 오리들에게 날마다 그렇게 엄청난 양의 먹이를 강제로 먹이면 간이 거대하게 부어 오르고 지방간(hepatic steatosis) 질환이 생긴다.” 이 오리들은 내부출혈(internal haemorrhaging)과 진균 또는 박테리아 감염, 간성 뇌병증(hepatic encephalopathy, 간이 손상됐을 때 생기는 뇌 질환) 등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랑드는 세계 최대의 푸아그라 생산지다. 랑드 외곽의 몽-드-마르상은 높은 담으로 둘러쳐진 흰색의 요새다. 면적은 약 16만㎡인데 툴루즈 외곽순환도로에서 바라다보이는 에어버스 본사보다 꽤 커 보인다.
이곳은 푸아그라 시장을 주도하는 델페이라의 본사다. 대규모 생산 라인을 둘러보는 일은 이곳에서도 허용되지 않았다. 명령을 하는 쪽은 매사두르, 델페이라, 외랄리스 등 대기업들이고 프랑스 정부는 그들의 명령을 따를 뿐이다. 델페이라는 본사 건물을 둘러보도록 해달라는 뉴스위크의 요청을 거절했으며 정보를 요청하는 이메일과 전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유일한 한 가닥 희망은 소비자의 인식 증진”이라고 아르삭은 말한다. 스페인의 파테리아 데 수자는 백악관에 식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푸아그라의 윤리적 생산 방식을 선도하는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강제급식 방식을 이용하지 않고 놓아 기른 거위들의 간을 채취하기 전 먹이를 마음껏 먹도록 내버려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가격이 올라갔다. 이 회사에서 생산되는 푸아그라는 세금을 포함해 1㎏에 약 833유로다.
프랑스 농업부와 죽이 잘 맞는 푸아그라 생산업자협회 CIFOG의 대변인 마리-피에르 페는 “ ‘산업화된’이란 용어의 사용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 말이 경멸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강제급식이 이뤄지는 사육장이 200마리 규모든 1000마리 규모든 급식 과정은 똑 같다. 사료를 먹이는 사람과 오리가 일대일로 상호 작용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수 세대 동안 이어져 내려온 방식이다. 이 과정은 소규모 업체와 대규모 업체 사이에 차이가 없다.” CIFOG에 따르면 2013년 프랑스의 푸아그라 산업은 16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페는 오리들이 가능한 최상의 조건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개별 우리에서 공동 우리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1억 유로가 투자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50만 개의 개별 우리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페는 또 강제급식 기간 중 최대 약 4%의 오리가 사망한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며 실제 사망률은 “1~2%”라고 말했다.
“강제급식 반대론자들은 동물에게도 사람과 똑같은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격적인 채식주의자들과 절대채식주의자들”이라고 페는 말했다. “그런 견해를 가질 권리는 존중하지만 그들이 퍼뜨리는 동물의 의인화된 이미지는 전적으로 잘못됐다. 오리가 지각이 있는 동물이긴 하지만 인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리에겐 구역질반사(gag reflex)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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