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날려서 환경 지키는 공동체 과학의 힘
연 날려서 환경 지키는 공동체 과학의 힘
미국의 환경 관련 규제는 심각한 기능장애에 빠졌다. 얼마나 심각한지 미 환경 당국의 고위 관료가 익명으로 “우리가 제대로 일을 하려면 시민들의 고소가 필요하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만약 정말 고소한다고 해보자. 동네 발전소가 아이의 천식을 유발했는지, 화학공장이 강에 유독성 물질을 불법으로 버리는지 어떻게 증명할까?
만(灣)복원연합의 연안 습지 전문가 스캇 유스티스는 연을 날렸다. 40달러짜리 소형 카메라를 부착한 연으로 미시시피만 연안의 물길 지도를 그렸다. 늪지, 호수, 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파괴 현장도 촬영했다. 이 연을 통해 촬영된 사진들은 지난 3월 뉴올리언즈주의 석탄수출시설 ‘유나이티드 벌크 터미널스 대번트(UBTD)’에 제기된 형사소송의 밑바탕이 됐다. 이 소송에 따르면 UBTD는 연방청정수질법을 어기고 미시시피강에 유해 석탄 유출물과 석유 부산물을 방출했다. 여러 환경단체가 이 지역을 수년간 지켜봐왔지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연 덕분”이라고 유스티스는 말했다. “이 회사가 오염물질 배출 허용량을 초과했을 뿐 아니라 석유·석탄 부산물을 대량으로 방출하고 있음을 입증한 고해상도 사진은 연에서 나왔다.”
과거엔 법적으로 활용 가능할 만한 대규모 환경감시를 개인이 하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런 경향도 바뀐다. 해커들이 개척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환경운동가들이 점점 늘어난다. 유스티스도 그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서로 협력하고 작업을 공유하기도 한다.
비영리단체 퍼블릭랩이 이 분야를 선도한다. 퍼블릭랩은 이런 현상을 도시과학 또는 공동체과학이라고 부른다. 시민과학과는 다르다. 시민과학은 과학자들이 사용할 대용량 자료 수집을 일반 시민에게 맡기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집단지성 과학이다. 비록 집단지성이란 단어가 등장하기 한참 전부터 있었던 방식이지만 말이다. 한 가지 좋은 예는 1990년부터 실시된 전미오듀본학회의 연례크리스마스조류집계다. 매년 미국 전역의 자원봉사자 수천 명이 자신들의 지역에서 발견된 조류의 종류와 수를 기록한다. 이런 방식은 유익하고 대중과의 접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하향식이다. 위 사례의 경우 경우 오듀본학회가 전체 데이터를 손에 쥐고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한다.
퍼블릭랩의 공동체개발부문 이사 리즈 배리는 자신들이 구축한 공동체 과학자 네트워크가 집단지성 과학 프로젝트와는 대체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배리는 말했다. “만약 우리 네트워크 사람들한테 누군가가 집단지성 프로젝트에 참가하라는 메일을 보내더라도 호응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 네트워크 사람들은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공동체가 더 나은 답을 찾도록 돕는다.” 세이프캐스트를 시민과학과 비교해보라. 세이프캐스트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후 개발된 전세계 방사선 지도제작 프로젝트다. 세이프캐스트의 공동설립자 션 보너는 일본에 친구가 몇 있었지만 그 누구도 방사선량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린 인터넷 세대다.” 보너는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정보가 어딘가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정보는 없었다. 아무런 감시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너와 그 친구들은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가이거 계수기를 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가이거 계수기 수요가 급등하면서 물량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고작 10개를 사는 데 그쳤다. 휴대용으로 만들지 않는 한 일본 전역을 측정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였다. 그래서 그들은 그 기계를 휴대용으로 만들었다. 보너의 팀은 계수기를 랩탑 컴퓨터와 위치추적장치에 부착하고 일본을 돌아다니면서 방사선량을 측정했다. 이 실험용 기기가 잘 작동하자 그들은 보다 저렴하고 정확하며 소스가 공개된 자신들의 기기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세이프캐스트는 대학, 연구자들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가이거 계수기 제조업체 IMI인터네셔널메드컴의 CEO 댄 사이드도 그중 하나였다. 이들은 25달러짜리 제어용 기판 아두이노를 이용해 도시락 상자 만한 크기의 초기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이 모델은 세이프 캐스트의 대표 상품인 b가이기 가이거 계수기가 된다.
아두이노는 2005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디자인경연대회에 디자인과 학생 두 명이 처음 내놓은 오픈 소스 전자기판이다. 센서를 부착해서 정보를 입력하고 가정용 컴퓨터를 통해 프로그래밍이 가능해 비교적 단순한 기기다. 자신만의 로봇을 꿈꿔본 적이 있거나 알람시계가 잠을 확실하게 깨워주길 바란다면, 그리고 자신만의 가이거 계수기를 개발하고 싶다면 아두이노는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마법의 도구다.
아두이노는 저작물 사용 조건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가 정한 동일조건변경 허락 라이선스 아래 판매된다. 누구나 아두이노 기판을 개조해서 시중에 내놓아도 된다는 의미다. 덕분에 b가이기는 시제품부터 최신판 b가이기나노까지 빠른 변화를 거쳤다. b가이기와 b가이기나노는 실시간으로 각 지역 방사선량을 기록하고 중계하는 가이거 계수기다. b가이기나노는 IMI인터네셔널메드컴 웹사이트와 아마존에서 450달러에 판매된다. 이 가격 중 75달러는 제조사 세이프 캐스트에 돌아가는 기부금이다. 아니면 세이프 캐스트 웹사이트에서 세부적인 디자인을 다운받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보너는 이 기기가 2500달러 이하로 판매되는 그 어떤 기기보다 성능이 뛰어나며 1만 5000달러짜리 기기 못지않은 정확성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사태가 일어난 뒤 세이프 캐스트는 검사장비를 소지품 수집이 허가된 오염지역 주민들에게 보냈다.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곳에도 방사선량이 낮은 지역이 있고, 위험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도 방사선량이 높은 지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보너는 말했다.
세이프캐스트가 자료를 발표한 지 1주일 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약 4달이 지나서야 일본 정부는 사고보고서를 발표했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미국이 방사선 측정 헬기를 띄워 방사선의 이동 경로를 파악했던 것이 밝혀졌다. 이 경로는 세이프캐스트가 밝혀낸 것과 동일했지만 일본 정부는 세이프캐스트가 자료를 발표하기 전까지 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그 전에 공개된 공식 방사선 지도는 잘못된 정보였다. “일본 정부가 어떤 의도였을지는 추측할 길이 없다”고 보너는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정보를 몇 달 전부터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자료를 발표하기 전까지 침묵하고 있었다. 우리가 발표한 뒤에야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고 피난구역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도시과학운동은 가능한 한 단순한 기술과 낮은 비용을 요한다. “연은 재미있지만 무인항공기는 소름끼친다”고 유스티스는 말했다. “다른 사람의 사유지를 촬영하고 싶다면 위를 올려다봐야 한다. 줄을 눈으로 좇아서 누가 풍선을 쓰고 있는지 보라.” 고와너스운하보호협회의 에드먼드 디겔은 말했다. 그는 폭풍으로 인해 땅속에 잠겨 가정집 지하실로 스며드는 지하 물줄기를 찾아내기 위해 풍선을 활용했다. 일단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고 나자 바로잡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 “무지개색 연이나 풍선 같이 유쾌한 도구를 사용하는 건 심리학적 이점이 있다”고 디겔은 말했다. “내가 CIA처럼 무인항공기를 사용했더라면 아마 돌을 맞았을 거다.”
인터뉴스 지구저널리즘네트워크의 프로젝트관리자 윌리 슈버트는 2014년 1월 자카르타에서 홍수가 났을 때 연을 활용해 현황을 파악하던 기억을 돌이켰다. “모두가 집 밖에 나와 물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나는 연에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장착해 날렸다. 수많은 사람이 응원을 보냈다.” 슈버트는 말했다. “아무도 미심쩍게 여기지 않았다. 모두가 홍수로 우울하고 감정이 격해진 상태였다. 연은 사람들에게 기운을 불어넣고 즐거움을 줬다.”
더 재미있다고 해서 과학적으로 덜 엄격한 것은 아니다. 매튜 슈로이어는 55달러짜리 기기 더스트두이노를 개발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와이파이 연결을 지원한하는 아두이노 기반 기기로 영아 사망의 주요 요인인 공기 중 부유물질을 측정한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자들이 올해 초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슈로이어의 기기는 지역 공기질측정위원회가 사용하는 BAM-1020과 같은 정확성을 보였다. 가격이 무려 수 만 달러에 달하는 기기다.
투명성을 향한 신념과 모든 것을 오픈 소스로 만들겠다는 집념은 이 운동의 또 다른 특징이다. 좋은 정보가 부족한 탓에 가려져 있던 재앙에 빛을 비추겠다는 욕구에서 비롯된 운동이다. 예를 들면 퍼블릭랩은 2010년 BP의 멕시코만 석유유출사고 중에 가시화됐던 항공편 제한에 대응하면서 성장했다. 당시 항공편 제한은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했을 뿐 아니라 환경변호사들이 유출 사진을 촬영하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직접 유출현황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런 장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UBTD를 고소한 집단의 일원인 유스티스는 환경운동이 마무리되고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환경고발보고서 검토가 끝나면 미시시피만 연안의 지도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송은 현재 루이지애나주 동부지검에서 진행 중이다. UBTD 시설에서 방출된 부산물이 강을 오염시키는 데 그쳤는지, 아니면 보다 더 큰 환경문제를 야기했는지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설전을 벌인다. “과학은 공동체와 연결돼야 한다”고 유스티스는 말했다. “산업의 영향을 직접 받는 공동체는 관찰한 것을 효과적으로 주고받을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연구를 위해 과학자를 고용할 자원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거라곤 주말과 싸구려 카메라, 그리고 연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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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灣)복원연합의 연안 습지 전문가 스캇 유스티스는 연을 날렸다. 40달러짜리 소형 카메라를 부착한 연으로 미시시피만 연안의 물길 지도를 그렸다. 늪지, 호수, 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파괴 현장도 촬영했다. 이 연을 통해 촬영된 사진들은 지난 3월 뉴올리언즈주의 석탄수출시설 ‘유나이티드 벌크 터미널스 대번트(UBTD)’에 제기된 형사소송의 밑바탕이 됐다. 이 소송에 따르면 UBTD는 연방청정수질법을 어기고 미시시피강에 유해 석탄 유출물과 석유 부산물을 방출했다. 여러 환경단체가 이 지역을 수년간 지켜봐왔지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연 덕분”이라고 유스티스는 말했다. “이 회사가 오염물질 배출 허용량을 초과했을 뿐 아니라 석유·석탄 부산물을 대량으로 방출하고 있음을 입증한 고해상도 사진은 연에서 나왔다.”
과거엔 법적으로 활용 가능할 만한 대규모 환경감시를 개인이 하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런 경향도 바뀐다. 해커들이 개척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환경운동가들이 점점 늘어난다. 유스티스도 그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서로 협력하고 작업을 공유하기도 한다.
비영리단체 퍼블릭랩이 이 분야를 선도한다. 퍼블릭랩은 이런 현상을 도시과학 또는 공동체과학이라고 부른다. 시민과학과는 다르다. 시민과학은 과학자들이 사용할 대용량 자료 수집을 일반 시민에게 맡기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집단지성 과학이다. 비록 집단지성이란 단어가 등장하기 한참 전부터 있었던 방식이지만 말이다. 한 가지 좋은 예는 1990년부터 실시된 전미오듀본학회의 연례크리스마스조류집계다. 매년 미국 전역의 자원봉사자 수천 명이 자신들의 지역에서 발견된 조류의 종류와 수를 기록한다. 이런 방식은 유익하고 대중과의 접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하향식이다. 위 사례의 경우 경우 오듀본학회가 전체 데이터를 손에 쥐고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한다.
퍼블릭랩의 공동체개발부문 이사 리즈 배리는 자신들이 구축한 공동체 과학자 네트워크가 집단지성 과학 프로젝트와는 대체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배리는 말했다. “만약 우리 네트워크 사람들한테 누군가가 집단지성 프로젝트에 참가하라는 메일을 보내더라도 호응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 네트워크 사람들은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공동체가 더 나은 답을 찾도록 돕는다.” 세이프캐스트를 시민과학과 비교해보라. 세이프캐스트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후 개발된 전세계 방사선 지도제작 프로젝트다. 세이프캐스트의 공동설립자 션 보너는 일본에 친구가 몇 있었지만 그 누구도 방사선량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린 인터넷 세대다.” 보너는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정보가 어딘가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정보는 없었다. 아무런 감시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너와 그 친구들은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가이거 계수기를 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가이거 계수기 수요가 급등하면서 물량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고작 10개를 사는 데 그쳤다. 휴대용으로 만들지 않는 한 일본 전역을 측정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였다. 그래서 그들은 그 기계를 휴대용으로 만들었다. 보너의 팀은 계수기를 랩탑 컴퓨터와 위치추적장치에 부착하고 일본을 돌아다니면서 방사선량을 측정했다. 이 실험용 기기가 잘 작동하자 그들은 보다 저렴하고 정확하며 소스가 공개된 자신들의 기기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세이프캐스트는 대학, 연구자들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가이거 계수기 제조업체 IMI인터네셔널메드컴의 CEO 댄 사이드도 그중 하나였다. 이들은 25달러짜리 제어용 기판 아두이노를 이용해 도시락 상자 만한 크기의 초기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이 모델은 세이프 캐스트의 대표 상품인 b가이기 가이거 계수기가 된다.
아두이노는 2005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디자인경연대회에 디자인과 학생 두 명이 처음 내놓은 오픈 소스 전자기판이다. 센서를 부착해서 정보를 입력하고 가정용 컴퓨터를 통해 프로그래밍이 가능해 비교적 단순한 기기다. 자신만의 로봇을 꿈꿔본 적이 있거나 알람시계가 잠을 확실하게 깨워주길 바란다면, 그리고 자신만의 가이거 계수기를 개발하고 싶다면 아두이노는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마법의 도구다.
아두이노는 저작물 사용 조건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가 정한 동일조건변경 허락 라이선스 아래 판매된다. 누구나 아두이노 기판을 개조해서 시중에 내놓아도 된다는 의미다. 덕분에 b가이기는 시제품부터 최신판 b가이기나노까지 빠른 변화를 거쳤다. b가이기와 b가이기나노는 실시간으로 각 지역 방사선량을 기록하고 중계하는 가이거 계수기다. b가이기나노는 IMI인터네셔널메드컴 웹사이트와 아마존에서 450달러에 판매된다. 이 가격 중 75달러는 제조사 세이프 캐스트에 돌아가는 기부금이다. 아니면 세이프 캐스트 웹사이트에서 세부적인 디자인을 다운받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보너는 이 기기가 2500달러 이하로 판매되는 그 어떤 기기보다 성능이 뛰어나며 1만 5000달러짜리 기기 못지않은 정확성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사태가 일어난 뒤 세이프 캐스트는 검사장비를 소지품 수집이 허가된 오염지역 주민들에게 보냈다.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곳에도 방사선량이 낮은 지역이 있고, 위험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도 방사선량이 높은 지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보너는 말했다.
세이프캐스트가 자료를 발표한 지 1주일 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약 4달이 지나서야 일본 정부는 사고보고서를 발표했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미국이 방사선 측정 헬기를 띄워 방사선의 이동 경로를 파악했던 것이 밝혀졌다. 이 경로는 세이프캐스트가 밝혀낸 것과 동일했지만 일본 정부는 세이프캐스트가 자료를 발표하기 전까지 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그 전에 공개된 공식 방사선 지도는 잘못된 정보였다. “일본 정부가 어떤 의도였을지는 추측할 길이 없다”고 보너는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정보를 몇 달 전부터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자료를 발표하기 전까지 침묵하고 있었다. 우리가 발표한 뒤에야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고 피난구역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도시과학운동은 가능한 한 단순한 기술과 낮은 비용을 요한다. “연은 재미있지만 무인항공기는 소름끼친다”고 유스티스는 말했다. “다른 사람의 사유지를 촬영하고 싶다면 위를 올려다봐야 한다. 줄을 눈으로 좇아서 누가 풍선을 쓰고 있는지 보라.” 고와너스운하보호협회의 에드먼드 디겔은 말했다. 그는 폭풍으로 인해 땅속에 잠겨 가정집 지하실로 스며드는 지하 물줄기를 찾아내기 위해 풍선을 활용했다. 일단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고 나자 바로잡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 “무지개색 연이나 풍선 같이 유쾌한 도구를 사용하는 건 심리학적 이점이 있다”고 디겔은 말했다. “내가 CIA처럼 무인항공기를 사용했더라면 아마 돌을 맞았을 거다.”
인터뉴스 지구저널리즘네트워크의 프로젝트관리자 윌리 슈버트는 2014년 1월 자카르타에서 홍수가 났을 때 연을 활용해 현황을 파악하던 기억을 돌이켰다. “모두가 집 밖에 나와 물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나는 연에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장착해 날렸다. 수많은 사람이 응원을 보냈다.” 슈버트는 말했다. “아무도 미심쩍게 여기지 않았다. 모두가 홍수로 우울하고 감정이 격해진 상태였다. 연은 사람들에게 기운을 불어넣고 즐거움을 줬다.”
더 재미있다고 해서 과학적으로 덜 엄격한 것은 아니다. 매튜 슈로이어는 55달러짜리 기기 더스트두이노를 개발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와이파이 연결을 지원한하는 아두이노 기반 기기로 영아 사망의 주요 요인인 공기 중 부유물질을 측정한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자들이 올해 초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슈로이어의 기기는 지역 공기질측정위원회가 사용하는 BAM-1020과 같은 정확성을 보였다. 가격이 무려 수 만 달러에 달하는 기기다.
투명성을 향한 신념과 모든 것을 오픈 소스로 만들겠다는 집념은 이 운동의 또 다른 특징이다. 좋은 정보가 부족한 탓에 가려져 있던 재앙에 빛을 비추겠다는 욕구에서 비롯된 운동이다. 예를 들면 퍼블릭랩은 2010년 BP의 멕시코만 석유유출사고 중에 가시화됐던 항공편 제한에 대응하면서 성장했다. 당시 항공편 제한은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했을 뿐 아니라 환경변호사들이 유출 사진을 촬영하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직접 유출현황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런 장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UBTD를 고소한 집단의 일원인 유스티스는 환경운동이 마무리되고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환경고발보고서 검토가 끝나면 미시시피만 연안의 지도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송은 현재 루이지애나주 동부지검에서 진행 중이다. UBTD 시설에서 방출된 부산물이 강을 오염시키는 데 그쳤는지, 아니면 보다 더 큰 환경문제를 야기했는지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설전을 벌인다. “과학은 공동체와 연결돼야 한다”고 유스티스는 말했다. “산업의 영향을 직접 받는 공동체는 관찰한 것을 효과적으로 주고받을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연구를 위해 과학자를 고용할 자원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거라곤 주말과 싸구려 카메라, 그리고 연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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