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연결이 끊어놓은 것들
인터넷 연결이 끊어놓은 것들
한국은 ‘인터넷이 가장 잘 연결된 나라’란 별칭에 딱 맞는 국가다. 세상에서 가장 인터넷 속도가 빠르며 전 국민의 80%가 스마트폰을 소유한다. 한국 정부는 인천 송도에 그 첨단 기술을 집약한 ‘스마트시티’를 조성했다. 송도엔 기온과 교통정보, 수자원과 에너지 사용량을 점검하는 센서와 카메라가 가득하다. 거주자 7만 명의 거실에 동영상 중계 기술이 접목됐다. 송도 아이들은 소파에 앉아서 미국에 사는 영어 강사의 교육을 받고, 부모는 원거리 심리치료나 운동 강습을 받을 수 있다.
송도는 뛰어난 인터넷 연결이 가져다주는 편의뿐 아니라 그 그림자도 함께 보여준다. 얼마 전 송도를 방문했을 때 동영상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제어실에 들어가 볼 기회가 있었다. 아주 인상적인 광경이었다. 제어실 내에선 시설관리자들이 수많은 화면을 통해 거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약간은 무섭기도 했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묘사된 감시 장치 ‘텔레스크린’이 떠올랐다.
한 관리자는 이렇게 말했다. “거주자들로부터 화면 감시 허가를 받았다. 현재는 시범도입 기간이다. 차후엔 이 감시가 자동화되도록 만들고자 한다.” 만약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어땠을까? 이 기술이 국민을 24시간 감시하려는 전제국가의 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텔레스크린 같은 거창한 도구는 필요 없다. 정부는 이미 우리 스마트폰을 감시에 사용한다. 사생활은 고사 직전이다.
더 많은 인터넷 연결로 인한 단점은 하나 더 있다.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주변에 화면과 인터넷 접속 기기가 많아질수록 사람 간의 직접적인 소통은 줄어든다. 우리는 진짜 친구들 대신 소셜미디어의 연락처 바다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마침내는 혼자가 된다.가끔 스마트폰을 왕처럼 모시고 고개를 숙인 한국 젊은이들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노인들이 보인다. 카페에서 어떤 커플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기보다 카페 사진을 찍어서 각자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데 더 관심이 많은 듯하다. 대한민국 그 어디보다도 인터넷 연결이 잘 된 송도 스마트시티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 송도 주민은 “이곳에선 거의 아무도 서로를 모른다”고 말했다. “이웃 얼굴을 보는 일조차 드물다.”
인터넷으로 인한 외로움을 도리어 인터넷을 통해 푸는 사람들도 있다. ‘먹방’ 현상이 그 중 하나다. 먹방은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이다. 먹방을 보는 사람들은 남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낸다.
인터넷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우리는 점점 스스로 생각하고 기억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지루함에서 멀어진다. 좋지만은 않은 일이다. 정신은 다른 것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때 창의적인 발상을 해내기 때문이다.
10월 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선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대회 참가자들은 세 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 대회를 공동 주최한 작가 ‘웁쓰양’은 우리가 “외부 자극으로부터 단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뭔지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회 우승자는 9살 소녀였다.
내 생각엔 아주 기발한 기획이다. 주최측은 이 대회를 전국적인 행사로 만들고 대회 시간을 하루 종일로 연장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난 기꺼이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참가하겠다.
[ 프레데릭 오자르디아스(프랑스)는 프랑스국제라디오의 한국 특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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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는 뛰어난 인터넷 연결이 가져다주는 편의뿐 아니라 그 그림자도 함께 보여준다. 얼마 전 송도를 방문했을 때 동영상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제어실에 들어가 볼 기회가 있었다. 아주 인상적인 광경이었다. 제어실 내에선 시설관리자들이 수많은 화면을 통해 거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약간은 무섭기도 했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묘사된 감시 장치 ‘텔레스크린’이 떠올랐다.
한 관리자는 이렇게 말했다. “거주자들로부터 화면 감시 허가를 받았다. 현재는 시범도입 기간이다. 차후엔 이 감시가 자동화되도록 만들고자 한다.” 만약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어땠을까? 이 기술이 국민을 24시간 감시하려는 전제국가의 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텔레스크린 같은 거창한 도구는 필요 없다. 정부는 이미 우리 스마트폰을 감시에 사용한다. 사생활은 고사 직전이다.
더 많은 인터넷 연결로 인한 단점은 하나 더 있다.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주변에 화면과 인터넷 접속 기기가 많아질수록 사람 간의 직접적인 소통은 줄어든다. 우리는 진짜 친구들 대신 소셜미디어의 연락처 바다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마침내는 혼자가 된다.가끔 스마트폰을 왕처럼 모시고 고개를 숙인 한국 젊은이들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노인들이 보인다. 카페에서 어떤 커플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기보다 카페 사진을 찍어서 각자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데 더 관심이 많은 듯하다. 대한민국 그 어디보다도 인터넷 연결이 잘 된 송도 스마트시티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 송도 주민은 “이곳에선 거의 아무도 서로를 모른다”고 말했다. “이웃 얼굴을 보는 일조차 드물다.”
인터넷으로 인한 외로움을 도리어 인터넷을 통해 푸는 사람들도 있다. ‘먹방’ 현상이 그 중 하나다. 먹방은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이다. 먹방을 보는 사람들은 남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낸다.
인터넷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우리는 점점 스스로 생각하고 기억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지루함에서 멀어진다. 좋지만은 않은 일이다. 정신은 다른 것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때 창의적인 발상을 해내기 때문이다.
10월 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선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대회 참가자들은 세 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 대회를 공동 주최한 작가 ‘웁쓰양’은 우리가 “외부 자극으로부터 단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뭔지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회 우승자는 9살 소녀였다.
내 생각엔 아주 기발한 기획이다. 주최측은 이 대회를 전국적인 행사로 만들고 대회 시간을 하루 종일로 연장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난 기꺼이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참가하겠다.
[ 프레데릭 오자르디아스(프랑스)는 프랑스국제라디오의 한국 특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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