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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 ‘세월호’ 각인 ‘교황’ ‘이건희’ 기억에 남아

절반 이상 ‘세월호’ 각인 ‘교황’ ‘이건희’ 기억에 남아

2014년이 저물어간다. 포브스코리아가 CEO 50명과 올 한 해를 돌아봤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고민도 들어봤다. 표본 수는 많지 않지만 주관식 질문으로 깊이 있는 답변을 얻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도심 곳곳에 걸렸다.
올해를 돌아보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냐는 질문에 50명 중 22명(44%)이 ‘세월호’라고 답했다. 세월호 사고와 연관된 인재(人災), 재난, 안전 등의 관련어를 더하면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다. ‘가슴이 아파서’ ‘너무 큰 사고이고 오래가서’ 같은 감정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많은 CEO가 세월호를 단순 재난사고 이상의 것으로 봤다. 소비 침체의 원인으로 여기기도 했다. “우리가 이룩한 것, 이룩하지 못한 것을 명확히 보여주며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서재형 대신자산운용 대표).” “고비에 선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 하기 위해 기존 사회체제에 대변화가 필요하다는 경고장이다(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 “인간존중, 책임감이 화제가 된 계기였다(박영식 삼원가든·SG다인힐 부사장).” 한 CEO는 세월호에 대해 “경제침체, 국론 분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폐해를 남겼다”고 말했다.

세월호 다음으로 5명(10%)의 CEO가 초심, 정심(正心), 평화, 정직 같은 긍정적인 단어들을 꼽았다. 혼돈, 불신, 감탄고토 등 사회의 부정적 분위기를 나타내는 단어를 제시한 CEO는 4명(8%)이었다. 경기침체, 불경기, 불황 등 저성장 국면을 얘기한 CEO 역시 4명이었다. 소통이라고 답한 CEO는 2명이었다. 기타 의견은 대부분 경제와 관련한 키워드로 규제 개혁, 환율, 패러다임의 변화, 아베노믹스, 글로컬라이제이션, 자유무역협정(FTA), 아베노믹스, 환율, 양적완화, 샌드위치 등이다.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은 “가계부채 증가, 내수소비 위축과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등 안팎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한 해”라며 ‘내우외환’을 올해의 키워드로 뽑았다.

프란치스코 교황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는 10명(20%)의 CEO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꼽았다. 2011년, 2012년 1위는 각각 스티브 잡스와 가수 싸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월 한국을 찾았다. 배순훈 S&T중공업 회장은 “짧은 방문 기간에 우리 문제점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유의 말을 전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위로 꼽힌 인물은 역시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다. 6명(12%)이 답했다. 뒤를 이어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기억에 남는 인물로 뽑혔다. 역시 세월호 사고 보도로 화제가 된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과 영화 ‘명량’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이순신 장군,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각각 2표를 얻었다. 응답자의 10%(5명)는 올해 기억에 남는 인물이 없다고 답했다.

CEO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제계 인물은 누구인지 물었다. 14명(28%)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라고 답 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CEO들은 “이 회장의 건강이 국내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재가 오히려 존재의 중요성을 알려줬다” “삼성그룹의 새로운 방향이 궁금하다” 등의 다양한 이유를 내놨다. “쾌유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정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지난 8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 미사.
2011년에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면 올해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높은 관심을 받았다. 9명(18%)의 CEO가 마윈 회장을 기억에 남는 인물로 뽑았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지난 9월 회사를 뉴욕 증시에 상장해 중국 부자 순위 1위에 올랐다. CEO들은 그를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의 선구자, 창의성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 개척자라고 평가했다. 알리바바에 투자해 ‘잭팟’을 터뜨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덩달아 주목 받았다. 지난 7월 취임해 공격적인 경제정책을 펼친 최경환 경제부총리 역시 9표를 받았다.

세계에 『21세기 자본』 열풍을 몰고 온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역시 순위에 올랐다. 국내 경영자로는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다음- 카카오 합병을 이끈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이 기억에 남는 경제계 인물로 선정됐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제인사가 없다고 답한 CEO는 8명(16%)이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타 인물에 포함됐다.

 IT 트렌드 변화에 영향 받아
기업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경제 이슈를 묻는 질문에는 37명(74%)의 CEO가 ‘내수 부진’이라고 답했다<복수응답 질문> .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은 “재난과 악재로 위축된 사회 분위기가 소비 침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환율 불안, 중국경제 영향력을 꼽은 CEO는 각 20명(40%)이었다.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는 ‘환율’을 올해의 키워드로 꼽았다. 그의 얘기다. “상반기에는 달러 유입이 많 아 한국 수출 대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고, 하반기에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로 일본과 경쟁하는 제조업이 어려워 졌다. 환율은 현재 어려운 한국 경제를 대변한다.”

구 대표는 “중국경제 성장률 둔화는 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부담이지만 중국 소비자의 한국 방문은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는 “올해 중국인관광객은 600만 명, 이들이 쓴 돈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 이슈가 아닌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관광객 증가가 빛이라면 환율 불안은 어둠”이라며 “아베 정권의 엔저정책으로 일본 관광객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유럽 경기는 14명(28%)이 꼽아 여전히 경영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기부양책과 유럽 시장의 침체는 외국인의 투자 회수로 이어져 주가 하락을 야기했다(김웅기 세아상역 회장).”

모바일, 사물인터넷 등 IT 트렌드 변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한 CEO 역시 14명이었다. “IT 분야 전반에서 사물 인터넷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김 제임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 “소비 침체로 오프라인 매출은 줄었지만 모바일 거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양지해 메트로시티 대표).”

뒤를 이어 자동차, 철강 등 주력산업 부진과 청년실업이 경영환경에 영향을 준 경제 이슈로 뽑혔다. 한 CEO는 “주력산업 부진은 한국경제가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음을 뜻한다”며 “근본적 체질 개선과 핵심정책의 신속한 추진 없이는 10년 안에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은 각각 12%(6명), 10%(5명)에 그쳤다. 기타 의견으로는 규제 위주 정부 정책, 양극화 심화, 정치사회적 혼란, 한일관계 악화 등이 있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2015년 한국경제 성장을 위한 개선책은 무엇일까. 응답자의 68%(34명)가 기업 신성장동력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복수응답 가능> .

한 중견기업 오너는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광고 문구처럼 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추면 일자리가 생기고 내수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고 답했다. 이 CEO는 “지금은 신성장동력이 기업의 흥망성쇠와 경제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다른 금융권 CEO는 “저성장, 저금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 확보가 꼭 필요하므로 성장에 초점을 맞출 시점”이라고 말했다. CEO들은 신성장동력이 경제활력을 가져올 거라고 바라봤다. 이들은 새로운 먹거리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CEO들은 신성장동력이 날개를 펴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응답자의 58%(29명)가 내년에 가장 먼저 개선해야할 점으로 규제개혁을 꼽았다. “부처 간 칸막이를 치워 긴밀한 공조로 중복규제와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A중소기업 대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고 답한 CEO는 18명(36%)이었다.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대표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과 베이비부머의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라고 이유를 말했다.금융선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답한 CEO는 11명(22%)이었다. “객관적 판단 없이 과거실적에 의존해 자금을 지원하는 후진적 금융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B 중견기업 대표).” “지속가능금융, 책임투자 같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해야 한다(C 금융사 대표).” “IT 환경 변화에 따라 금융선진화가 시급하다(D 금융사 대표).”

부동산시장 정상화, 가계부채 해결이 각각 8표(16%)를, 양극화 해소가 6표(12%)를 얻어 뒤를 이었다. CEO들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소비 촉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정책, 미래 리더 육성, 청년에게 희망주는 정책 수립, 신속한 구조조정, 출산율 회복, 건전한 노조, 정치 선진화 등이 기타 의견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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