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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 회오리 휘말린 신일산업 - “기업사냥꾼” vs “경영진 전횡” 주장 팽팽

적대적 M&A 회오리 휘말린 신일산업 - “기업사냥꾼” vs “경영진 전횡” 주장 팽팽

신일산업은 지난 12월 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적대적 M&A 측이 인력을 동원해 신일산업 측 관계자들의 입장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풍기·전기오븐 등 가정용 전기기기를 만드는 신일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 회오리에 휘말렸다. 현재 경영진은 “기업사냥꾼들이 55년 동안 한 우물만 파온 중견기업을 빼앗으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측에서는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이익을 무시한 채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반박한다. 양측은 반목을 일삼다 지난 12월 1일에는 한 장소에서 따로 주주총회를 여는 촌극을 보이기도 했다. 해결의 끝이 보이지 않자 양측은 결국 고소·고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분율 경쟁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전선 확대
신일산업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2월 13일 공인노무사 황귀남씨가 신일산업 지분 5.11%를 매수하면서 시작됐다. 황씨는 소액 주주로서 앞으로 경영에 참가하겠다며 지분 취득 목적을 밝혔다. 황씨는 닷새 후 다시 신일산업의 지분 6.16%를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11.27%로 높였다. 황씨 측은 단 두 차례 지분 인수로 순식간에 신일산업의 최대주주인 김영 회장의 지분율 8.40%을 넘어섰다. 신일산업은 지난 2004년 자본잠식에 따른 경영상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 등 오너의 우호지분이 급격히 줄어든 상태였다. 그러나 김 회장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를 매각하고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을 더하면 지분율이 14.21%로 확대돼 경영권은 방어할 수 있었다.

상당량의 주식을 확보한 황씨는 이어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다. 자신과 지인인 L씨 등 3명을 사내이사로, O씨 등 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려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낸 것. 아울러 주주명부·회계장부 열람과 유상증자 철회 등도 요구했다. 황씨 측의 가처분 신청으로 싸움은 지분율 경쟁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됐다. 황씨는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도 요청했다. 이에 신일산업은 금융감독원에 황씨 측의 시세조종과 주가조작 조사를 의뢰하는 한편 소액주주의 이탈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법원은 황씨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3월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선임의 건이 새로 상정됐다. 양측이 칼을 맞댄 상황에서 주주들의 판단만이 남은 상황. 결과는 주총 출석 주식비율 64.32% 중 25.54%만이 황씨 측의 손을 들어주며,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주주들이 신일산업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황씨는 반발하며 법원에 주총 결의안 취소 신청을 내고, 다시 주총을 열어야 한다며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이미 부결된 안건으로 또 다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것은 권리 남용’ 이라며 기각했다. 주총 결의안에 대한 취소 신청도 ‘해당사항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실력행사에서 밀린 황씨 측은 다시 신일산업 주식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했다. 4월부터 8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지분율을 18.58%(8월 8일 주권 기준)으로 끌어올렸다. 지분율에서 앞선 황씨 측은 9월 19일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신청 결정을 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신일산업으로서는 경영권을 고스란히 내주게 될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돌연 법원이 임시주주총회 승인 결정을 번복하며 상황이 뒤바뀌었다. 황씨가 신일산업 주식 취득을 위해 타인으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기 때문에, 황씨는 명의만을 대여한 형식상 주주에 불과할 뿐 실권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황씨 등은 주식 취득자금의 출처를 사업·근로소득·금융회사 차입으로 공시해 왔다. 법원은 황씨의 경영권 취득 자격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법원 판결로 신일산업의 경영권 분쟁은 잠잠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황씨의 지인인 윤대중씨가 10월 소액주주 자격으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윤대중씨는 천안에 있는 다우에프에이라는 전자부품 도매 업체의 대표이사다. 임시주총 개최 날짜는 12월 1일. 이날 임시주총은 치열한 표 대결을 통해 경영권 분쟁의 종지부를 찍을 것이란 전망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양측이 각기 한 호텔의 다른 층에서 주총을 진행하며, 정상적인 표 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황씨 측은 안건을 통과시킨 반면 사측은 모든 안건을 부결시키는 꼴이었다.

황씨 측은 신일산업이 표 대결에서 불리할 것으로 판단해 의도적으로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황귀남 노무사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보유 중인 주식과 소액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것까지 합하면 의결권은 53%에 달한다”며 “사측이 표 대결을 해봐야 질 것 같으니 따로 주총을 진행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신일산업 측은 정식으로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참석했으나 황씨 측의 인력 동원 등으로 회의장에 입실조차 못했다고 주장한다. 오영석 신일산업 전무는 “주총을 9시에 열기로 했는데 7시 30분 경에 이미 자리가 꽉 차 있었고 대기표를 뽑는 상황이었다”며 “(황씨 측이) 주주들의 입장을 통제해 우리측 주주는 3~4명밖에 들어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양측 변호사 입회 하에 진행되는 주주권 개·검표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양측 모두 20% 안팎의 지분율을 확보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가조작 vs 분식회계 맞고소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결국 법정싸움으로 넘어갔다. 양측이 벌인 송사만 20건이 넘는다. 신일산업은 지난 10월 황씨 등 7명을 시세조종 및 부정거래,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여기에는 신일산업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L씨와 고문 회계사를 지난 U씨 등도 포함됐다. 직무상 얻은 회사의 정보를 적대적 M&A 세력에 넘겼다는 것이 이유다. 현재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금융감독당국이 의뢰한 황씨 측의 시세조종 혐의등과 묶어 신속처리절차(패트스트랙)로 처리 중이다.

이에 대해 황씨는 “난 일반 개미투자자일 뿐이며, 갖고 있던 돈과 은행·주변에서 빌린 돈으로 주식을 산 것”이라며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상법상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말했다. 황씨 측도 신일산업의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횡령과 분식회계 등으로 고발하며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다. 신일산업 오너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회계조작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신일산업 관계자는 “과거 제조회사와 판매회사를 합하면서 판매 회사 측에 있던 일부 부실과 창고에 있던 노후 장비를 떨어낸 것이 분식으로 비쳐줬을 수 있다”며 “이는 현 경영진 흠집 내기에 불과하며, 모든 것은 검찰 조사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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