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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허은철 사장 - 일동제약 흔들어 판 뒤집을까

녹십자 허은철 사장 - 일동제약 흔들어 판 뒤집을까

허 박사. 그동안 녹십자 내에서 허은철(43)부사장은 이렇게 불렸다. 서울대 식품공학학사·석사, 미 코넬대학 식품공학 박사과정을 마친 후 녹십자 목암생명공학연구소 기획관리실, 연구개발(R&D) 기획실 등 주로 R&D 부문에서 일했기 때문에 붙은 닉네임이다. 2015년부터 그는 ‘허 사장’으로 불린다. 녹십자는 1월 1일자로 부회장에 조순태 사장을, 사장에 창업자 고(故) 허영섭 회장의 차남 허은철 부사장을 선임했다.

허 사장은 1998년 녹십자에 입사한 후 2009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3년 11월 말 인사에서는 신설된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됐다. 녹십자에는 영업, 생산, R&D 등 부문별로 기획실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R&D분야에서만 일해 온 허 부사장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는 게 당시 업계 분석이었다. 이후 1년 만에 그는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허영섭 회장이 2009년 별세한 후 6년 만이다.

경영권 승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업계에서는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이 회사를 물려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창업자는 허은철 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했고, 유산상속 소송에서도 허 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허은철 사장은 선친의 지분을 물려받았는 데도 녹십자홀딩스 지분이 2.36%에 불과하다. 허 사장의 숙부이자 창업자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10.82%로 최대주주다. 허씨 일가의 지원을 받아야만 회사 경영에 무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녹십자는 유한양행과 ‘제약기업 최초 1조원 매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연매출이 1조원은 돼야 R&D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글로벌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본다. 유한양행이 강력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다국적 제약사의 유명약품을 국내에 들여와 파는 전략이라면 녹십자는 독감백신 자체 개발, 혈액제제 연구등의 신약개발로 수출을 늘려왔다. 녹십자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신약 개발, 수출 전략을 허일섭 회장이 주도하고 있어 허 사장이 당장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허은철 사장은 사내에서 ‘조용하면서도 스마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년간 생산과 영업, R&D 등 경영 전반을 이끌며 경영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특히 2013년 북미지역 백신 공급 등 해외 수출을 대폭 늘린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의 향후 숙제는 R&D와 해외 진출로 요약된다”면서 “이를 위해 허 신임 사장이 일동제약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 M&A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창업자 세대엔 기업인들 간에 동료의식이 강했지만 무한경쟁에 내몰린 2·3세들은 그 유대감이 희박해지면서 약육강식의 M&A가 시작될 것이다. 피인수 기업의 젊은 경영자 입장에서도 매각 대금으로 신사업을 모색코자 할 것이다.”

앞서 2014년 1월 일동제약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정관을 변경하고 회사를 분할할 계획으로 임시주주총회를 열었지만 2대 주주(29.36%)인 녹십자의 반대로 무산됐다. 증권가에서는 전문의약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녹십자가 일반의약품 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일동제약을 인수하면 취약했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래서 M&A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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