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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사라지는 ‘버뮤다 삼각지대’

세금이 사라지는 ‘버뮤다 삼각지대’

아마존 배송센터 직원에 부과되는 세율은 구글·애플·아마존의 해외 사업수익에 대한 세금보다 필시 더 높을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다국적기업들의 세금회피 저지 방안을 마련하려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각국 영토 안에서 이익을 올리고는 세금을 내지 않고 케이먼 제도 같은 조세피난처로 수조 달러를 빼돌린다. 영국 정부는 조사 끝에 구글이 자국 내에서 올리는 이익에 세금을 물리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그 해법은 간단하고 세련됐다. 하지만 필시 하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구상이 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기업들은 세무 변호사들이 말하는 이른바 ‘더블 아이리쉬 곁들여 네덜란드 샌드위치 먹는’ 삶을 누린다. 그들이 먹다 남긴 빵 부스러기나 주워먹는 현실에 영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염증을 느낀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고세율 국가에서 사업수익을 올리지만 세금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아일랜드 같은 곳에서 납세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 세금회피 전략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세무 당국자들은 그것을 가리켜 속임수라고 부른다. 그리고 유럽의 일부 관료와 평론가들은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조세회피에 관해 한 말을 인용해 왔다. “그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내야 한다. 바로 여러분과 나다.”

4년 전 블룸버그 뉴스의 제시 드러커 기자가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유럽에서 거둔 이익에 대한 세금을 어떻게 회피하는지 폭로했다. 대다수 개인과 영세 사업체들에 무거운 세금이 부과되는 유럽에서 그 기사가 도화선이 되어 관련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구글은 해외 사업소득에 대해 불과 2.4%의 세금을 납부한다. 반면 미국에서의 이익에 부과되는 공식 세율은 35%, 구글의 제2위 시장인 영국에선 28%다. 구글의 전 세계 세전 이익은 2009~2013년 72% 증가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올린 이익은 77억 달러에서 389억 달러로 5배 이상 불어났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모든 관련 법규를 준수한다고 말한다. 그는 2013년 한 공개서한에서 간단한 해법이 있다고 주장했다가 웃음거리가 됐다. 각국 정부가 국내기업들의 세율을 다국적기업들의 수준에 맞게 낮추면 된다는 요지였다. (구글은 이 문제에 관한 뉴스위크의 답변 요청에 직접적으로 논평하기를 거부했다. 유럽 지역의 세금과 경쟁을 포함한 경제정책 현안과 관련해 대 정부 관계를 담당하는 애덤 코언은 회사의 입장을 논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자신의 말을 인용하지 않고 자신의 발언을 어떤 식으로든 회사와 결부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뉴스위크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유럽 정치인들은 구글 등의 대기업이 자국에서 거의 무임승차하는 데 유권자들이 분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 12월 2일 의회에서 입장을 밝혔다. 기업들이 과세되지 않은 이익을 조세피난처로 빼돌리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은 다른 영국 기업들에 공평하지 않다”고 그가 말했다. “영국 국민에게도 공평하지 않은 일이다. 이제 그것을 막는 조치를 취하려는 참이다.”

애플의 ‘버뮤다 삼각지대’ 세금회피 전략이 주효하면 구글 등의 기업이 뒤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홍콩 애플 매장에 줄을 선 고객들.
의회에 제출하는 법안은 “다국적기업들이 현지에서의 경제활동으로 창출한 이익”에 대한 25%의 세율 그리고 국내 유보이익에 대한 21%의 세율 중 택일하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그는 발표했다. 기업들이 더 높은 세율을 선택하기보다는 21%의 세금을 내고 이익을 영국 내에 재투자하도록 하려는 포석이다.

영리하고 공정한 듯하지만 필시 효과가 없을 성싶다. 첫째, 거액을 받는 세무 변호사와 회계법인들이 갈수록 이익을 조세피난처로 빼돌리는 더 고도의 수법을 끊임없이 고안한다. 둘째, 미국 정부를 포함해 상당수 유럽 정부가 이 같은 전략의 공범이기 때문이다. “국제 세무의 세계에 관해 약간의 지식이라도 있는 사람에게는 유럽연합 한복판에서 세금회피가 최근 발견됐다는 소리는 쉽게 말해 코미디다.” 캐플린&드라이스데일의 저명한 국제세무 변호사 H 데이비드 로젠블룸이 말했다. “특정 EU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원칙 없고 불투명한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그런 식으로 투자 따라서 일자리를 유지하는 정책을 채택해 왔음은 수십 년 전부터 뻔히 알려진 사실”이라고 그가 말했다. “룩셈부르크와 아일랜드가 주범이다. 하지만 네덜란드도 여러 해에 걸쳐 일부 의심스러운 일들을 해 왔다. 영국과 벨기에도 돌을 던질 입장은 아니다.”

“분별력 있는 기업이 세율 높은 유럽국가에서 납세신고를 할 만한 이유가 있을지는 미스테리”라고 로젠블룸이 말했다. 이들 국가에서 세금회피 규칙과 아울러 “유럽사법재판소의 몇몇 상당히 무분별한 결정을 이용하면 거의 누구라도 아주 낮은 수준까지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 경제분석가 출신인 마틴 A 설리번이 10년 전 밝혀낸 사실이 하나 있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 이익 신고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점이었다. 영국·캐나다·프랑스·독일 등 돈을 벌어들인 곳으로부터 실제 사업활동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아일랜드·버뮤다·케이먼제도·싱가포르 같은 곳으로 신고지를 바꿨다. 설리번은 또한 세금피난처에서 대기업들의 매출, 자산, 고용 근로자 수에 근거해 그들이 이 같은 수법으로 거둬들인 천문학적인 이익을 해부했다. 미국 내에서 미국 기업이 올렸다고 신고된 이익 비중은 수십 년 동안 꾸준히 감소해 왔다고 그가 말했다.

의회는 대기업들이 세금피난처로 이익을 빼돌리기 쉽게 만든다. 기업들이 납세신고서 네모 칸에 화살표 체크만 하면 그들의 이익이 국세청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규정도 있다. 조지프 브라더스가 지난 11월 ‘택스 노츠 인터내셔널’ 잡지에서 지적한 사항이다. 또한 아일랜드 정부가 수입 좋고 기업친화적인 세금회피 법규 중 하나를 폐지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애플이 그에 맞서 그 나라에서의 세금 회피 전략을 바꾸려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더블 아이리쉬’가 곧 새로운 종류의 ‘버뮤다 삼각지대’로 대체될지 모른다고 브라더스는 썼다. 선박과 비행기들이 불가사의하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아일랜드·네덜란드·버뮤다 간 삼각 조세협약을 지칭하는 말이다. 서로 차이가 생기는 그곳의 규칙들을 활용해 이익이 감쪽같이 사라지게 할 구멍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최소한 국세청 감사 담당자들의 눈에는 말이다. 그 전략이 주효하면 구글 등의 기업들이 뒤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 조세 회피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무 변호사 에드워드 D 클라인바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초국가 소득’이다. 유럽·일본·북미의 고세율 국가로부터 빼돌려 각종 조세협정 밑으로 여기 저기 이동시킨다. 결국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 납세신고를 해서 아무런 세금도 물지 않을 때까지 그것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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