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속 혼다의 미래는 - 리콜, 불량 은폐 의혹, 보고 누락으로 급제동
시련 속 혼다의 미래는 - 리콜, 불량 은폐 의혹, 보고 누락으로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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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하지만 지금은 단결해 이 상황을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사이타마현에 있는 한 혼다 매장 점장은 강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이 매장은 2014년 가을 이후 신차 판매대수가 전년도의 60% 이하로 떨어졌다. 소비세 인상의 영향만은 아니다. 피트와 베젤의 리콜 사태로 인해 거의 모든 차종의 판매가 저조했다. 2013년 9월 혼다는 ‘연비 No.1’을 내걸고 신형 피트를 출시했다. 새 하이브리드(HV) 시스템을 장착한 피트의 연비는 L당 36.4㎞로 도요타 소형 하이브리드 ‘아쿠아’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란 전망이 줄을 이었다.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한 달 만에 예약 판매량이 5만7000대를 돌파해, 월 판매 목표의 4배를 웃돌았다. 3개월 후에는 소형 SUV ‘베젤’도 라인업에 추가됐다.
주력 ‘피트’ 전대미문의 5번 연속 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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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혼다는 ‘동시 출시’를 목표로 피트와 베젤 그리고 파생형 HV 세단인 ‘그레이스 등 3개 차종에 온 힘을 쏟았다. 그사이 현장은 과부하에 걸려 있었다. 한 개발 간부는 “기존에 비해 실질적으로 개발 리소스가 부족해 고생이 많았다”고 밝혔다. 피트 리콜 사태는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엔진제어 프로그램 불량으로 한 차례, 엔진 점화 코일과 전원 공급회로 불량으로 또 한 차례, 개발 후 1년 만에 다섯 차례 리콜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논란이 확산되자 혼다는 품질관리 체제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이토 타카노부 사장의 월급 20% 등 임원들이 월급 일부를 반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리콜의 악영향은 계속 됐다. 원래 혼다는 소비세 인상 대책으로 2014년에 6개 차종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HV 세단 그레이스는 애당초보다 6개월이나 늦은 2014년 12월에야 출시됐다. 그레이스도 피트와 같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의 개발 책임자인 히로세 토시카즈는 “반년 사이, 도치기나 홋카이도에 있는 테스트 코스나 일반 도로에서 주행시험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품질 ‘숙성’에 만전을 기했다”고 말했다. 고급 세단인 ‘레전드’ 역시 결정된 출시일을 두 차례나 연기했다. 국내 판매계획도 당초 103만대에서 10% 하향 수정했다. 중국 판매 또한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2014년 10월 말부터 한 달 간 사이타마현에 있는 사야마 공장이 평일 작업을 쉬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평일 휴업은 자동차 업계에서 상당히 드문 일이다. 영향이 확산되면서 혼다 계열 부품 제조 매출 상위 10개 사 중 8개 사가 2014년 실적을 하향 수정했다.
피트 리콜과 함께 혼다를 위기에 빠뜨린 것이 다카타(TAKATA)제 에어백 리콜 문제다. 2008년 이후 혼다는 몇 번이나 다카타제 에어백의 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해왔다. 충돌 때 에어백이 이상 파열을 일으켜 금속 파편이 튀는 게 원인이었다. 2014년 들어 원인불명의 이상 파열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것은 미국 남부 등 고온다습한 지역에서만 발생했는데 감독기관인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지시로 혼다 등 자동차 메이커 9개 사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에어백 리콜 조사를 실시해 왔다.
에어백 사고 미국 전역 확대 지시 거부하다 역풍
끝이 아니었다. 혼다 차량의 에어백 파열 사망사고가 2014년 7월 말레이시아에서도 발생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플로리다 사망사고나 미국 남부지역의 리콜과는 별개의 에어백 결함으로 혼다는 발표와 동시에 리콜을 결정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늑장 대응에 혼다에게 또 한번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혼다와 다카타가 2000년대 전반에 일으킨 에어백 불량을 은폐해왔다는 보도(양사는 부인)까지 터져 나왔다. 11월 18일 NHTSA는 미국 남부지역에서의 운전석 에어백 리콜 조사를 미국 전 지역으로 확대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이틀 후 열린 미국 상원 공청회에서 다카타·혼다 모두 이 지시에 불응했다. 혼다에 대한 미국 여론은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은 혼다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2013년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세계 총 판매대수(432만대) 중 40%가 미국 등 북미지역에서 팔렸다. 미국에서의 이미지 악화가 경영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혼다 미국 법인은 여론을 따라 리콜 조사의 전미 확대를 주장했지만 일본 본사는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다 12월이 돼서야 NHTSA의 뜻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세 번째 실수는 NHTSA에 대한 보고 누락이었다. 미국은 차량 불량이나 결함 정보를 파악하고 조기 리콜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목적으로 ‘조기경계보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는 사상사고나 손해배상청구 등의 정보를 3개월마다 NHTSA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혼다가 보고를 의무화한 사상 사고 중 60%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2014년 11월 드러났다. 이번 보고 누락은 제도가 적용된 200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약 11년 간에 걸친 것이다. 혼다는 사고 데이터 입력 누락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담당자 실수, 보고 범위를 둘러싼 법률적 오해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혼다가 2011년 보고 누락 가능성을 파악하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월에는 NHTSA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북미 혼다의 쇼스텍 수석 부사장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다카타제 에어백이 파열한 사고 8건(1건은 사망사고)도 보고에서 빠져 있었다. 에어백 리콜 대응으로 비판이 높아져 있던 상황에서 혼다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결국 이토 사장이 나서 “현장 관리에 실수가 많았다. 면목 없다”고 사죄까지 해야 했다.
예전부터 혼다가 보고를 게을리했다고 지적한 미국 민간소비자 단체, 자동차 안전운전센터의 클라렌스 데토로 대표는 ‘NHTSA가 제재금의 최고액인 3500만 달러(약 42억엔)을 혼다에 부과 해야 마땅하다. 은폐가 의도적인지 확인하기 위해, NHTSA는 형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데토로 대표는 도요타 자동차 리콜 문제로 미국 상원공청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만큼 교통 행정에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미국 상원·상업과학위원회의 록펠러 위원장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민사 제재금 법정 상한을 인상해야만 한다”며 엄정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후폭풍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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