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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타임머신 ‘식물 화석’

미래의 타임머신 ‘식물 화석’

아르헨티나 패터고니아 지역의 식물 화석은 약 500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과학자들은 고대 식물이 남긴 미세한 흔적을 통해 지구 환경 변화에 대한 새 정보를 얻는다. 아르헨티나 패터고니아 지역의 식물 화석은 얼음이 거의 없었던 에오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화석은 그 지역에 각 시기별로 식물이 얼마나 밀집했는지를 보여준다. 워싱턴대 국제연구팀의 연구원들은 식물 밀집도 변화를 문서화하면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지구 생태계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물론 어쩌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도 알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지구상의 동식물 집단이 지난 수백만 년 동안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할 수 있다. 향후 다가올 기후변화 속에서 생태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필수 자료”라고 워싱턴대 생물학과 교수 캐롤라인 스트룀버그는 말했다.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이 연구는 지구상에서 특정 시기에 어떤 식물 종이 살았는지를 밝히려는 작업의 일부다. 식물 종의 유전 형질을 함유한 꽃가루 화석 분석을 주로 한다.

과학자들은 화석 속의 세포 패턴을 연구하면서 그 식물이 음지나 양지 중 주로 어느 곳에서 자랐는지를 파악한다. 이를 알면 해당 지역에 당시 얼마나 많은 식물이 밀집했는지도 알 수 있다. 세포에서 식물암(phytoliths)이라 불리는 미세 이산화규소를 추출한 뒤 현대의 식물암과 비교하는 연구도 있다. 스미소니언 연구소는 식물이 죽어 없어진 뒤에도 오랜 기간 흙 속에 남는 식물암을 고식물학자의 ‘최고의 친구’라 불렀다.

한 지역에 하늘을 뒤덮는 나무가 얼마나 무성했는지 알면 강수량, 기후, 심지어 그곳에 살던 동물 집단까지도 알 수 있다. “식물 구조는 육지 생태계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연구를 주도하는 워싱턴대 버크자연사문화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리건 던은 말했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식물 구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던 역사 상의 중요한 간격들을 들여다볼 도구가 생겼다.”

식물 화석으로 고대 기후를 연구하려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잭 울프는 20세기 중반에 잎사귀 형태와 기후의 관계를 비교 연구하면서 이 분야의 선구자가 됐다. 그의 연구는 방사성 연대 측정법으로 고대 식물을 분석하는 오늘날 연구에 기초를 놓았다.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진은 최근 연구를 통해 식물 화석 속의 산소동위원소를 측정하면 그 식물 종이 어떤 기후에서 생성됐는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방법으로 수백 만년 전 환경을 얼음 속에 보존된 표본 없이도 복원이 가능하다.”

약 5600만년 전에서 3400만년에 걸친 에오세 동안 세계 기온은 급등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지구는 온난화가 진행 중인 오늘날보다 훨씬 따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는 과도한 탄소를 흡수했고 기온은 낮아졌다. 오늘날엔 인간이 화석 연료를 태우는 등의 활동을 하면서 지구 속에 저장된 엄청난 양의 탄소를 단기간 내에 다시 대기 중에 쏟아내고 있다. “우리는 수백만년 동안 축적된 것을 순식간에 꺼내놓고 있다”고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기후학자인 제임스 재코스는 네셔널지오그래픽스에 말했다. “결국 지구는 탄소를 다시 땅속으로 되돌려놓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수천만년은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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