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오피스텔 분양시장 - 수익률 하락세에도 뭉칫돈 몰려
달아오른 오피스텔 분양시장 - 수익률 하락세에도 뭉칫돈 몰려
오피스텔 시장이 연초부터 심상치 않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2월 2~3일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내놓은 ‘힐스테이트 광교’는 172실 모집에 7만2639건이 접수돼 평균 422.3대 1, 최고 800.4대 1이란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2년 4월 오피스텔 인터넷 청약접수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오피스텔 인터넷 청약접수를 통해 분양한 단지 가운데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이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2012년 8월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분양된 ‘호수의아침’ 오피스텔로, 평균 청약 경쟁률이 75.9대 1이었다.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은 이보다 55배 높은 경쟁률로 신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효성이 같은 날 경기도 광명시 광명역 세권지구에서 청약 접수를 받은 ‘광명역 효성해링턴 타워 더 퍼스트’ 오피스텔도 평균 10.8대 1, 최고 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616실 모집에 총 6600여 건이 접수됐다. 전문가들은 갈 곳을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오피스텔로 몰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금리 기조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오피스텔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연 5.3%다. 인천은 연 6.4%, 경기도는 연 5.7%다. 1년 새 서울은 0.1%포인트, 인천은 0.3%포인트, 경기도는 0.2%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1%대 수준인 은행 정기 예금금리에 비해선 훨씬 높다. 공실을 반영한 FR인베스트먼트의 집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연 5.12%다. 2013년 말(연 5.16%)보다 0.04%포인트 내렸지만 여전히 정기예금 금리보단 높다. 경기 성남 분당구는 5.11%였고, 고양 일산 동구와 서구가 각각 5.35%와 5.40%, 인천 송도신도시 4.75%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초저금리 기조로 5억원 미만의 소액 투자를 희망하는 수익형 부동산 수요층이 두터워 당장 오피스텔 분양 열기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수익률이 계속 하락세여서 지역·면적별 희비는 갈릴 것 같다. 안 연구원은 “오피스텔 시장은 주택 시장의 월세 전환 가속화로 경쟁상품이 늘면서 임차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고 앞으로 2∼3년은 지나야 공급 과잉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교통 여건이 양호한 서울 마포구·성동구 등 도심권 오피스텔은 괜찮지만 공급이 많았던 구로구나 분당구 일대는 수익률이 떨어지는 추세”라며 “기반 시설이 부족한 신도시 오피스텔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오피스텔 투자 상품 변화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요즘 나오는 오피스텔은 아파트를 닮아가고 있다. 원룸 구조에서 벗어나 가족이 살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어지고, 채광·환기에 좋도록 집 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이 덕분에 직장인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광교에도 투룸과 쓰리룸 구조가 있다. 3~4베이 일자형 맞통풍 구조로 통풍과 채광이 뛰어나다는 점도 장점이다. 베이란 전면에서 거실과 방이 보이는 숫자다. 베이가 많을수록 채광이 좋고 베란다·테라스 등의 면적이 늘어난다. 화장실이 2개인 곳도 있다. 통상 오피스텔은 거실과 주방이 연결되고 방이 1개가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위례 우남역에 분양하는 ‘아이파크’도 오피스텔이지만, 투룸과 쓰리룸 평면을 갖췄다. 74실이 공급되는 투룸은 침실 옆에 드레스룸과 파우더룸까지 마련했다. 57실인 쓰리룸은 알파 공간이 제공돼 서재나 드레스룸으로 꾸밀 수 있고, 현관 대형 수납장과 안방 붙박이장 설치로 수납공간을 넉넉하게 만들었다. 소형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화건설이 위례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위례 오벨리스크’는 전용면적 65㎡와 77㎡가 3베이 구조다. 특히 65㎡에는 주방용품과 음식재료를 보관하는 주방용 팬트리를 뒀고, 드레스룸으로 활용 가능한 알파룸도 있다. 부동산개발회사인 네오밸류는 올 상반기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할 오피스텔 300실을 모두 쓰리룸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처럼 업체들이 투룸·쓰리룸을 늘리는 건 초소형 주택이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10만7727가구에 이르는 소형 주택 중 70%인 7만3348가구가 30㎡ 이하 초소형 원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역에선 미분양과 공실(빈 방)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룸·쓰리룸의 주 수요층인 2~3인 가구가 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서울시에선 2~3인 가구의 비율이 2000년 39%에서 2010년에는 45%로 증가했다. 서울시는 이 비율이 2020년엔 50%, 2030년에는 54%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소형 주택 10만7727가구 중 2~3인 가구에 적합한 30~60㎡는 3만여 가구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실과 방 1~2개로 이뤄진 소형 주택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리 대출 등을 통해 투룸·쓰리룸 공급을 장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같은 초소형과 소형은 크기뿐만 아니라 성격이 달라 투자 때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대수익률은 원룸인 초소형이 유리한 편이다. 보증금보다는 월세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FR인베스트먼트가 1997년 이후 준공된 서울·수도권 오피스텔 2만5535실 임대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투자수익률은 초소형이 연 5.28%이었던 데 반해 투룸형은 연 5.09%였다. 실제로 서울 가락동 A오피스텔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을 기준으로 원룸인 30㎡는 월세가 70만원, 투룸인 56㎡는 월세가 110만원 선이다. 매매가격은 30㎡가 1억5000만원 선, 56㎡가 3억1000만원 정도한다. 단순히 투자비 대비 임대수익률이 30㎡는 연 5.6%, 59㎡는 연 4.2%대인 셈이다.
투룸·쓰리룸의 임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약세인 건 수요층이 ‘가족’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대주택관리회사인 라이프테크 박승국 사장은 “세대를 이루고 있는 가족이라면 월세 지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투룸·쓰리룸은 원룸에 비해 보증금이 높고 월세가 낮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임대 안정성에선 단기 임대가 많은 원룸보다 투룸·쓰리룸이 높은 편이다. 가락동 A공인 관계자는 “원룸보다 주거 만족도가 높고 가족 단위인 만큼 임대차 기간(2년)을 꽉 채우는 예가 많다”고 말했다. 그만큼 공실 부담이 적다는 얘기다.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원룸은 대학가나 업무시설 밀집 지역이, 투룸·쓰리룸은 신도시 등 주거 쾌적성을 갖춘 곳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지난 2010∼2011년 대거 공급됐던 물량의 입주 본격화로 수도권 오피스텔은 수익률 하락 위험이 커져 향후 투자 때 공급량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단기간에 공급이 몰린 서울 강남이나 경기 성남 판교, 분당 등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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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이 같은 날 경기도 광명시 광명역 세권지구에서 청약 접수를 받은 ‘광명역 효성해링턴 타워 더 퍼스트’ 오피스텔도 평균 10.8대 1, 최고 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616실 모집에 총 6600여 건이 접수됐다.
초저금리에 부동자금 넘쳐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초저금리 기조로 5억원 미만의 소액 투자를 희망하는 수익형 부동산 수요층이 두터워 당장 오피스텔 분양 열기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수익률이 계속 하락세여서 지역·면적별 희비는 갈릴 것 같다. 안 연구원은 “오피스텔 시장은 주택 시장의 월세 전환 가속화로 경쟁상품이 늘면서 임차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고 앞으로 2∼3년은 지나야 공급 과잉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교통 여건이 양호한 서울 마포구·성동구 등 도심권 오피스텔은 괜찮지만 공급이 많았던 구로구나 분당구 일대는 수익률이 떨어지는 추세”라며 “기반 시설이 부족한 신도시 오피스텔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오피스텔 투자 상품 변화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요즘 나오는 오피스텔은 아파트를 닮아가고 있다. 원룸 구조에서 벗어나 가족이 살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어지고, 채광·환기에 좋도록 집 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이 덕분에 직장인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광교에도 투룸과 쓰리룸 구조가 있다. 3~4베이 일자형 맞통풍 구조로 통풍과 채광이 뛰어나다는 점도 장점이다. 베이란 전면에서 거실과 방이 보이는 숫자다. 베이가 많을수록 채광이 좋고 베란다·테라스 등의 면적이 늘어난다. 화장실이 2개인 곳도 있다. 통상 오피스텔은 거실과 주방이 연결되고 방이 1개가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위례 우남역에 분양하는 ‘아이파크’도 오피스텔이지만, 투룸과 쓰리룸 평면을 갖췄다. 74실이 공급되는 투룸은 침실 옆에 드레스룸과 파우더룸까지 마련했다. 57실인 쓰리룸은 알파 공간이 제공돼 서재나 드레스룸으로 꾸밀 수 있고, 현관 대형 수납장과 안방 붙박이장 설치로 수납공간을 넉넉하게 만들었다. 소형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화건설이 위례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위례 오벨리스크’는 전용면적 65㎡와 77㎡가 3베이 구조다. 특히 65㎡에는 주방용품과 음식재료를 보관하는 주방용 팬트리를 뒀고, 드레스룸으로 활용 가능한 알파룸도 있다. 부동산개발회사인 네오밸류는 올 상반기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할 오피스텔 300실을 모두 쓰리룸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처럼 업체들이 투룸·쓰리룸을 늘리는 건 초소형 주택이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10만7727가구에 이르는 소형 주택 중 70%인 7만3348가구가 30㎡ 이하 초소형 원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역에선 미분양과 공실(빈 방)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룸·쓰리룸의 주 수요층인 2~3인 가구가 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서울시에선 2~3인 가구의 비율이 2000년 39%에서 2010년에는 45%로 증가했다. 서울시는 이 비율이 2020년엔 50%, 2030년에는 54%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소형 주택 10만7727가구 중 2~3인 가구에 적합한 30~60㎡는 3만여 가구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실과 방 1~2개로 이뤄진 소형 주택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리 대출 등을 통해 투룸·쓰리룸 공급을 장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3인 가구 비율 늘어
투룸·쓰리룸의 임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약세인 건 수요층이 ‘가족’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대주택관리회사인 라이프테크 박승국 사장은 “세대를 이루고 있는 가족이라면 월세 지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투룸·쓰리룸은 원룸에 비해 보증금이 높고 월세가 낮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임대 안정성에선 단기 임대가 많은 원룸보다 투룸·쓰리룸이 높은 편이다. 가락동 A공인 관계자는 “원룸보다 주거 만족도가 높고 가족 단위인 만큼 임대차 기간(2년)을 꽉 채우는 예가 많다”고 말했다. 그만큼 공실 부담이 적다는 얘기다.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원룸은 대학가나 업무시설 밀집 지역이, 투룸·쓰리룸은 신도시 등 주거 쾌적성을 갖춘 곳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지난 2010∼2011년 대거 공급됐던 물량의 입주 본격화로 수도권 오피스텔은 수익률 하락 위험이 커져 향후 투자 때 공급량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단기간에 공급이 몰린 서울 강남이나 경기 성남 판교, 분당 등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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