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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의 아카데미상 ‘굿 푸드 어워즈’

식품업계의 아카데미상 ‘굿 푸드 어워즈’

지난 1월 9일 샌프란시코에서 제5회 굿 푸드 어워즈 시상식이 열렸다. 시상식이 끝난 뒤엔 이날 수상한 식품들을 맛볼 수 있는 시식회가 마련됐다.
지난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 극장에서 제5회 ‘굿 푸드 어워즈(Good Food Awards)’ 시상식이 열렸다. 지속가능성과 장인정신을 중시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 식품업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빈 프루트 커피 컴퍼니(미시시피주 잭슨시 소재)의 폴 본즈는 이렇게 말했다. “미시시피주에는 대규모 특산 커피 업체가 없습니다. 지역 농산물 직매장에 처음 부스를 열었을 때 전형적인 미시시피 사람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내게 다가왔습니다. 그 남자는 작업용 부츠를 신고 있었습니다. 멋내기용이 아니라 일할 때 신는 신발 말이죠.”

본즈는 자신의 회사에서 생산하는 에티오피아산 예가체프 첼레렉투 커피로 상(커피 머그 모양의 메달)을 받게 돼 그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농산물 직매장에서 처음 커피를 팔던 날 손님에게 원두의 품종과 유래를 설명하던 일을 회상했다. “에티오피아산 에나리아 품종은 꿀과 오렌지, 라임주스의 맛이 납니다. 콜롬비아산 핀카 로스 카우초스는 계피와 말린 사과 맛이 나고요.” 하지만 그 손님은 여기까지 듣다가 “빌어먹을. 난 그냥 보통 커피를 사고 싶단 말이요”라고 말했다.

미시시피주는 식품운동(food movement)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굿 푸드 어워즈와 잘 안 어울리는 곳일지 모른다(본즈 역시 그날 밤 시상식 무대에 오른 수상자 중 몇 안 되는 유색인종으로 그 자리에 썩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상을 주관하는 학교농장(farm-to-school) 프로그램 ‘시들링 프로젝트(Seedling Projects)’의 세라 위너(34) 이사는 이 프로그램에 다양한 지역사회와 계층을 참여시키려고 늘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우리 프로그램에 가입한 개인과 단체의 출신 주가 미국 50개주 전체로 확산됐다.”

내가 지난해 그랬듯이 뉴욕 브루클린에서 캘리포니아주 북부까지 가본 사람이라면 가장 훌륭하고 지속가능하며 혁신적인 지역 식품이 그 두 곳에서 생산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또 나는 전에 내가 살던 뉴욕 포트 그린에 있는 유기농 식료품점 그린 그레이프 프로비전의 사브리나 메인하트가 본즈를 소개하면서 자신이 샌프란시스코 바이-라이트 마켓(식품운동에 참여하는 식료품상들의 바우하우스로 알려졌다) 출신이라고 말했을 때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이 시상식에서는 맥주, 가공육류, 치즈, 초콜릿, 커피, 사탕・과자류, 꿀, 식용유, 피클, 저장식품, 증류주 등 11개 부문에 상이 주어졌다. 멀리 버몬트주(에덴 아이스 사이더의 에얼룸 블렌드)와 플로리다주(로열 구어메 컴퍼니의 망고 마말레이드)부터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근방까지 다양한 지역의 업체들이 수상했다. 일례로 샌프란시스코의 마켓 홀 푸드는 닭 간으로 만든 무스(입에서 살살 녹는 이 식품은 시상식이 끝난 뒤 극장 로비에 놓인 긴 테이블 위에서 다른 많은 식품과 함께 맛볼 수 있었다)로, 기타드 초콜릿 컴퍼니는 컬렉션 에티엔 45% 카카오로 수상했다.

게리 기타드는 코엔라트 요하네스 반 후텐의 코코아 버터 분리 압착기로 시작된 유럽의 초콜릿 제조 역사에 관해 강연했다. 그는 프랑스식 장인 초콜릿을 미국으로 들여온 캘리포니아주의 스파클링 와인 제조업자 존 샤펜버거에게 경의를 표했다. 기타드는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그 소리에 놀라 졸음기가 달아난 나는 강연장 안을 둘러봤다. 청중 대다수가 그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듯 보였다. 식품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사람, 사업가, 소규모 농장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수상의 영광을 위해 혹은 동료 미식가들을 만나기 위해 그 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날 밤 시상식에서는 한꺼번에 수십 명씩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수상자들은 올림픽 선수처럼 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은 어워즈 주최측과 앨리스 워터스, 루스 레이철, 넬 뉴먼 등 심사위원들이 맡았다. 수상자 대다수가 열정에 이끌려 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퓨어 로 허니콤(Pure Raw Honeycomb)이라는 제품으로 수상한 애리조나주 양봉업체 AZ 퀸 비의 에밀리 브라운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양봉업자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중에 “비가 올 때는 벌집을 건드려선 안 된다는 걸 처음엔 몰랐다”고 덧붙였다.

식품 제조업자들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회합을 주선하는 것이 위너 이사의 임무 중 하나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카를로 페트리니가 이끄는 슬로우 푸드 운동 조직에서 일한 뒤 미국 유기농 레스토랑 셰 파니스(Chez Panisse)의 창업자 앨리스 워터스의 조수가 됐다. 그녀는 워터스를 도와 지속가능한 식품을 주제로 한 행사 슬로우 푸드 네이션(Slow Food Nation)을 위해 초기 자금 40만 달러를 모금했다.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 행사는 5만 명 이상을 끌어 모았다. 위너 이사는 그 행사에서 한 농부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저장식품 제조업자인 나는 치즈업자나 커피업자, 초콜릿업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다. 이런 행사를 계기로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분야는 달라도 우리가 겪는 어려움에 얼마나 공통점이 많은지를 깨닫게 된다.”

이것은 대다수 사람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세상에서 소규모 식품 제조업체와 공급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콜로라도주의 치즈업체 애버랜치 치즈의 웬디 미첼은 염소를 키우게 된 사연과 농장 관리인을 여러 번 갈아치울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녀는 “벡(미국 싱어송 라이터)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의 오페라를 더 즐겨 듣던 남자와 사무실을 함께 썼던 일”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핵주먹’이라 불리던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날 밤 어떤 연사보다 더 큰 소리로 웃었다. “누구나 그럴 듯한 계획을 갖고 있다. 주둥이를 한 대 얻어맞기 전에는 말이다(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위너 이사는 시상식을 마무리하면서 그 자리에 모인 식품업자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여러분은 일반적인 사업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가족 같은 회사를 세웠고, 여러분이 사는 도시를 유대가 긴밀한 지역사회로 탈바꿈시켰으며, 맥주 한 통과 치즈 한 덩어리로 모든 사회운동을 지지했습니다. 여러분은 또 수천㎞ 밖에 사는 납품업자들에게 공정무역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으며 지역 농부들의 최고 고객입니다. 여러분은 염소에게 이름을 붙이고 벌들을 ‘숙녀 여러분(ladies)’이라고 부릅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자란 위너 이사는 “16세 때 유럽 배낭여행 길에 올라 스위스에서 생우유를 마셔보기 전엔 우유를 아주 싫어했다”고 말했다. 미식가 대다수에게 이런 순간이 있었다. 워터스는 프랑스에서 살구잼을 바른 바게트를 먹었을 때가 그런 순간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건 지역이 아니라 음식 맛이었다.

“식품운동에 쏟아지는 가장 흔한 비난은 엘리트주의라는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인데 꼭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고 시상식이 끝난 뒤 위너 이사가 내게 말했다. “난 늘 ‘더 좋은 식품을 더 적게 사라’고 말한다. 같은 비용으로도 더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냉장고 안에 개봉한 잼 병 일곱 개를 한꺼번에 넣어두고 다 먹기도 전에 상해서 버리는 일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그녀가 어떻게 우리 집 냉장고 안을 들여다봤을까?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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