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고독을 이겨낸 사랑
10년의 고독을 이겨낸 사랑
“난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병상에 누워서 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다. 생각은 뒤죽박죽이었지만 내 몸이 처한 상황은 명확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5년 2월 20일 스코틀랜드의 싱어송라이터 에드윈 콜린스(당시 45세)는 뇌졸중을 일으킨 뒤 깊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런던의 왕립시료병원에 입원한 그는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병상 주변에 둘러서서 그와 의사소통을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자신에게 닥치기 전에는 그렇게 살 수 없다고 말한다”고 콜린스가 느릿느릿하고 뚝뚝 끊기는 말투로 얘기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처하면 맞서 싸우게 된다. 영화에서와 똑같다. 영화에서 그 공포감을 완벽하게 포착했다.”
키가 크고 주의 깊은 성격의 콜린스는 여전히 팝스타의 매력적인 미소를 지니고 있다. 그는 부인이자 매니저인 그레이스 맥스웰, 그리고 아들 윌과 함께 사는 런던 북부의 자택 거실에 앉아 있었다. 몸집이 작고 쾌활한 맥스웰은 남편 곁 거실 바닥에 앉아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가끔 대화에 불쑥 끼어들어 남편이 하려던 말을 마저 끝냈다. 콜린스는 부인이 그럴 때면 “그 입 좀 다물어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가능성은 무한하다(The Possibilities Are Endless)’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국에서는 DVD가 출시됐고 미국에서는 곧 영화가 개봉된다.
영화의 초반 25분은 보기가 쉽지 않다. 병상의 콜린스가 자신의 정체성을 재형성하는 과정을 그린 이 부분은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 콜린스가 언어 능력을 회복하기 시작하는 대목에서는 그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오디오가 사운드트랙으로 흐르면서 천상의 소리 같은 음악이 섞인다.
영화는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의 느낌을 포착하려고 애쓴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한 사람이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오려고 느린 동작으로 몸부림친다. 불빛이 반짝인다. 피아노가 슬프고도 불안한 멜로디를 연주한다. 콜린스 가족이 찍은 홈비디오와 오래된 TV 프로그램 장면들이 지나간다. 서서히 이 영화의 세 번째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진다. 인버네스에서 북쪽으로 110㎞ 떨어진 스코틀랜드의 작은 어항 헴스데일이다.
콜린스 가문은 1820년대부터 그곳에 집을 갖고 있었다. 에드윈 콜린스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해변의 바위투성이 오솔길을 걷고 새를 관찰하면서 꿈을 키웠다. 그 기억은 이제 그를 “머나먼 곳(the faraway place)”(맥스웰은 남편의 혼수상태를 이렇게 표현했다)으로부터 다시 제자리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콜린스는 말하는 능력을 되찾기 시작하면서 “가능성은 무한하다”라는 말을 떠올리고 반복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맥스웰은 “매우 심오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하루에 85번 정도 듣다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고 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감독을 맡은 에드워드 러브레이스와 제임스 홀은 둘 다 30세다. 콜린스가 1980년대 글래스고의 아트펑크 밴드 오렌지 주스의 리드 싱어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을 기억하기엔 너무 젊다. 1995년 그가 솔로 가수로 발표한 ‘A Girl Like You’가 영국 톱10, 미국 톱40 안에 들었던 일도 마찬가지다. 영화 학교에서 만난 러브레이스와 홀은 인상적인 영화 기술을 이용해 실화를 영화화하는 일에 대해 서로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러브레이스와 홀은 음악저술가 마이클 애저래드의 커트 코베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커트 코베인: 어바웃 어선(Kurt Cobain: About A Son)’(2006)과 기울어가는 웨일스의 한 마을 이야기를 담은 기디언 코펠 감독의 ‘작은 마을의 평범하나 장엄한 생활(Sleep Furiously)’(2009)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두 사람은 첫 공동 작품 ‘미국의 늑대인간들(Werewolves Across America)’에서 노숙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만든 음악을 다뤘다. 그 다음 작품 ‘케이티 페리: 나의 일부(Katy Perry: Part Of Me)’에서는 “한 평범한 사람이 격렬한 폭풍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조명했다.
그 후 새로운 주제를 찾던 두 사람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4인조 밴드 프란츠 페르디난드를 인터뷰하던 중 콜린스에 대해 알게 됐다. 밴드 멤버들은 콜린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러브레이스와 홀은 콜린스가 새 앨범 ‘Losing Sleep’을 발표했고 오른팔을 쓸 수 없는데도 라이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그 두 사람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됐다”고 맥스웰은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분명하고 알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을 믿었다.” 그렇게 해서 섬세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랑의 초상이 완성됐다.
맥스웰은 콜린스를 끊임없이 꾸짖고, 격려하고, 구슬리고, 잔소리를 해가면서 자신의 친구이자 애인이자 남편으로서의 에드윈 콜린스로 되돌려놓았다. 그 과정은 지금도 계속된다. 콜린스는 새 앨범 작업이 어떻게 돼가느냐는 질문에 음악은 괜찮은데 가사가 문제라고 했다.
“아니, 아니, 아니죠.” 맥스웰이 남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어요? 책 좀 읽으라고 했죠!” 그녀는 사랑과 실망이 뒤섞인 시선으로 남편을 바라봤다. “남편은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해요. 자신의 등을 두드리면서 ‘잘했어’라고 말하죠. 난 그게 짜증나요. 어휘를 늘려야 하는데 말이죠. 이건 일이잖아요!” 콜린스는 약간 슬픈 표정으로 “그레이스는 내게 엄격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래서 잘못된 게 있어요?” 맥스웰이 끼어들었다. “가끔은 그랬지.” 콜린스가 유들유들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콜린스의 커다란 코웃음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들은 둘이 함께할 때 각자의 힘을 합친 것보다 더 큰 힘이 난다고 했다. “모든 게 엉망이 될 수도 있었지만 내가 쓰러졌을 때 아내는 매일 나를 보러 왔다”고 콜린스가 말했다.
맥스웰은 남편의 투병 과정을 중심으로 한 회고록 ‘폴링 앤 래핑(Falling & Laughing)’을 펴냈다. 병원 또는 테라피스트와의 문제, 그리고 남편과의 갈등을 묘사한 이 책은 충격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하다. NHS(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그들이 남편을 살린 건 맞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어리석고 상식이 부족해 놀랐다.”
맥스웰은 그동안 남편에게 읽기와 쓰기, 왼손으로 그림 그리기 등을 가르치면서 재활을 돕는 한편 10대 아들 윌을 키웠다. 영화 ‘가능성은 무한하다’가 끝나갈 무렵에 가서야 우리는 몇몇 회상 장면에서 어린 에드윈 역할을 한 배우는 전문 배우가 아니라 아들 윌 콜린스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니면 영화에서도 그랬듯이 그가 자신의 밴드와 함께 공연할 때 자기를 소개하는 방식을 따라 윌 맥스웰이라고 해야 할까? 그 콘서트는 다큐멘터리에 진정한 드라마를 가미한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맥스웰과 콜린스는 콜린스가 뇌졸중을 일으킨 지 10년이 되는 시점에 헴스데일에 정착했다. 옛 집은 보수공사를 했고 가까이 있는 농장 건물은 최신식 시설을 갖춘 녹음 스튜디오로 개조했다. 그 옆에는 별장도 딸려 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투표 결과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일부로 계속 남게 됐다) 이후 그들은 스스로를 영국인이라고 여길까, 스코틀랜드인이라고 여길까?
“물론 영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콜린스는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분리·독립에 ‘찬성’ 표를 던졌다. 보수당이 지배하는 영국에 싫증난 데다 새로워진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을 밀어주자는 취지였다.
윌은 좋아하는 아스널 축구 클럽이 있는 런던에 남기로 했다. 그는 에미리츠 스타디움 관중석에 자리 잡고 늘 그러듯이 양편 선수들에게 강한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욕설 섞인 충고를 퍼부을 것이 분명하다. 그는 잉글랜드 지방에서 태어났고 킬번(런던 북서부의 한 지역) 북쪽에서는 살아본 적도 없지만 스코틀랜드 억양을 구사한다.
“그 애는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말을 배웠어요. 우리집 사람들은 시끄러워요.” 맥스웰이 말했다. “당신이 특히 심하지.” 콜린스가 되받았다. 두 사람은 또 웃음을 터뜨렸다.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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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5년 2월 20일 스코틀랜드의 싱어송라이터 에드윈 콜린스(당시 45세)는 뇌졸중을 일으킨 뒤 깊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런던의 왕립시료병원에 입원한 그는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병상 주변에 둘러서서 그와 의사소통을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자신에게 닥치기 전에는 그렇게 살 수 없다고 말한다”고 콜린스가 느릿느릿하고 뚝뚝 끊기는 말투로 얘기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처하면 맞서 싸우게 된다. 영화에서와 똑같다. 영화에서 그 공포감을 완벽하게 포착했다.”
키가 크고 주의 깊은 성격의 콜린스는 여전히 팝스타의 매력적인 미소를 지니고 있다. 그는 부인이자 매니저인 그레이스 맥스웰, 그리고 아들 윌과 함께 사는 런던 북부의 자택 거실에 앉아 있었다. 몸집이 작고 쾌활한 맥스웰은 남편 곁 거실 바닥에 앉아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가끔 대화에 불쑥 끼어들어 남편이 하려던 말을 마저 끝냈다. 콜린스는 부인이 그럴 때면 “그 입 좀 다물어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가능성은 무한하다(The Possibilities Are Endless)’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국에서는 DVD가 출시됐고 미국에서는 곧 영화가 개봉된다.
영화의 초반 25분은 보기가 쉽지 않다. 병상의 콜린스가 자신의 정체성을 재형성하는 과정을 그린 이 부분은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 콜린스가 언어 능력을 회복하기 시작하는 대목에서는 그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오디오가 사운드트랙으로 흐르면서 천상의 소리 같은 음악이 섞인다.
영화는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의 느낌을 포착하려고 애쓴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한 사람이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오려고 느린 동작으로 몸부림친다. 불빛이 반짝인다. 피아노가 슬프고도 불안한 멜로디를 연주한다. 콜린스 가족이 찍은 홈비디오와 오래된 TV 프로그램 장면들이 지나간다. 서서히 이 영화의 세 번째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진다. 인버네스에서 북쪽으로 110㎞ 떨어진 스코틀랜드의 작은 어항 헴스데일이다.
콜린스 가문은 1820년대부터 그곳에 집을 갖고 있었다. 에드윈 콜린스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해변의 바위투성이 오솔길을 걷고 새를 관찰하면서 꿈을 키웠다. 그 기억은 이제 그를 “머나먼 곳(the faraway place)”(맥스웰은 남편의 혼수상태를 이렇게 표현했다)으로부터 다시 제자리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콜린스는 말하는 능력을 되찾기 시작하면서 “가능성은 무한하다”라는 말을 떠올리고 반복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맥스웰은 “매우 심오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하루에 85번 정도 듣다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고 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감독을 맡은 에드워드 러브레이스와 제임스 홀은 둘 다 30세다. 콜린스가 1980년대 글래스고의 아트펑크 밴드 오렌지 주스의 리드 싱어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을 기억하기엔 너무 젊다. 1995년 그가 솔로 가수로 발표한 ‘A Girl Like You’가 영국 톱10, 미국 톱40 안에 들었던 일도 마찬가지다. 영화 학교에서 만난 러브레이스와 홀은 인상적인 영화 기술을 이용해 실화를 영화화하는 일에 대해 서로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러브레이스와 홀은 음악저술가 마이클 애저래드의 커트 코베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커트 코베인: 어바웃 어선(Kurt Cobain: About A Son)’(2006)과 기울어가는 웨일스의 한 마을 이야기를 담은 기디언 코펠 감독의 ‘작은 마을의 평범하나 장엄한 생활(Sleep Furiously)’(2009)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두 사람은 첫 공동 작품 ‘미국의 늑대인간들(Werewolves Across America)’에서 노숙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만든 음악을 다뤘다. 그 다음 작품 ‘케이티 페리: 나의 일부(Katy Perry: Part Of Me)’에서는 “한 평범한 사람이 격렬한 폭풍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조명했다.
그 후 새로운 주제를 찾던 두 사람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4인조 밴드 프란츠 페르디난드를 인터뷰하던 중 콜린스에 대해 알게 됐다. 밴드 멤버들은 콜린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러브레이스와 홀은 콜린스가 새 앨범 ‘Losing Sleep’을 발표했고 오른팔을 쓸 수 없는데도 라이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그 두 사람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됐다”고 맥스웰은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분명하고 알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을 믿었다.” 그렇게 해서 섬세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랑의 초상이 완성됐다.
맥스웰은 콜린스를 끊임없이 꾸짖고, 격려하고, 구슬리고, 잔소리를 해가면서 자신의 친구이자 애인이자 남편으로서의 에드윈 콜린스로 되돌려놓았다. 그 과정은 지금도 계속된다. 콜린스는 새 앨범 작업이 어떻게 돼가느냐는 질문에 음악은 괜찮은데 가사가 문제라고 했다.
“아니, 아니, 아니죠.” 맥스웰이 남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어요? 책 좀 읽으라고 했죠!” 그녀는 사랑과 실망이 뒤섞인 시선으로 남편을 바라봤다. “남편은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해요. 자신의 등을 두드리면서 ‘잘했어’라고 말하죠. 난 그게 짜증나요. 어휘를 늘려야 하는데 말이죠. 이건 일이잖아요!” 콜린스는 약간 슬픈 표정으로 “그레이스는 내게 엄격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래서 잘못된 게 있어요?” 맥스웰이 끼어들었다. “가끔은 그랬지.” 콜린스가 유들유들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콜린스의 커다란 코웃음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들은 둘이 함께할 때 각자의 힘을 합친 것보다 더 큰 힘이 난다고 했다. “모든 게 엉망이 될 수도 있었지만 내가 쓰러졌을 때 아내는 매일 나를 보러 왔다”고 콜린스가 말했다.
맥스웰은 남편의 투병 과정을 중심으로 한 회고록 ‘폴링 앤 래핑(Falling & Laughing)’을 펴냈다. 병원 또는 테라피스트와의 문제, 그리고 남편과의 갈등을 묘사한 이 책은 충격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하다. NHS(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그들이 남편을 살린 건 맞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어리석고 상식이 부족해 놀랐다.”
맥스웰은 그동안 남편에게 읽기와 쓰기, 왼손으로 그림 그리기 등을 가르치면서 재활을 돕는 한편 10대 아들 윌을 키웠다. 영화 ‘가능성은 무한하다’가 끝나갈 무렵에 가서야 우리는 몇몇 회상 장면에서 어린 에드윈 역할을 한 배우는 전문 배우가 아니라 아들 윌 콜린스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니면 영화에서도 그랬듯이 그가 자신의 밴드와 함께 공연할 때 자기를 소개하는 방식을 따라 윌 맥스웰이라고 해야 할까? 그 콘서트는 다큐멘터리에 진정한 드라마를 가미한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맥스웰과 콜린스는 콜린스가 뇌졸중을 일으킨 지 10년이 되는 시점에 헴스데일에 정착했다. 옛 집은 보수공사를 했고 가까이 있는 농장 건물은 최신식 시설을 갖춘 녹음 스튜디오로 개조했다. 그 옆에는 별장도 딸려 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투표 결과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일부로 계속 남게 됐다) 이후 그들은 스스로를 영국인이라고 여길까, 스코틀랜드인이라고 여길까?
“물론 영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콜린스는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분리·독립에 ‘찬성’ 표를 던졌다. 보수당이 지배하는 영국에 싫증난 데다 새로워진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을 밀어주자는 취지였다.
윌은 좋아하는 아스널 축구 클럽이 있는 런던에 남기로 했다. 그는 에미리츠 스타디움 관중석에 자리 잡고 늘 그러듯이 양편 선수들에게 강한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욕설 섞인 충고를 퍼부을 것이 분명하다. 그는 잉글랜드 지방에서 태어났고 킬번(런던 북서부의 한 지역) 북쪽에서는 살아본 적도 없지만 스코틀랜드 억양을 구사한다.
“그 애는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말을 배웠어요. 우리집 사람들은 시끄러워요.” 맥스웰이 말했다. “당신이 특히 심하지.” 콜린스가 되받았다. 두 사람은 또 웃음을 터뜨렸다.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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