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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계의 신성 톱모델 한혜진 - “까칠하다고? 절 순종케 하는 남자를 좋아하는데요?”

예능계의 신성 톱모델 한혜진 - “까칠하다고? 절 순종케 하는 남자를 좋아하는데요?”

작은 얼굴, 9등신의 비율, 거기다 동양인 특유의 작고 찢어진 고양이 눈빛은 누구보다 더 강렬하다. 177㎝ 키에, 33-24-35 몸매로 월드클래스급 톱모델의 조건을 두루 갖춘 한혜진(33)이 2년 전 JTBC의 [마녀사냥] 패널 MC로 처음 나섰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7세에 데뷔한 프로모델로 2030 여성들의 패션 뮤즈이자 후배 모델들에게는 포즈와 존재감만으로 스타일 교본이 되고 있는 그가 예능프로그램이라니!

그런데 웬걸? 그 ‘욱’ 하는 성격 덕분에 한혜진은 방송에서도 제대로 떴다. 과감하고 거침없는 독설은 기본이고, ‘연애론’에 있어서는 같은 여자라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멋진 언니’로 새로운 매력을 뿜어냈다. 특히 뾰로통한 무표정을 짓고 있다가 ‘빵’ 하고 웃음이 터질 때면 입술 양 밑으로 작고 깊게 들어가는 보조개와 귀엽게 튀어나오는 토끼 이빨, 양 옆으로 볼록하게 올라가는 광대뼈가 ‘반전매력’을 발산했다.

그가 다시 올해 JTBC 건강프로그램인 [에브리바디] MC로 발탁돼 예능계의 화제를 모았다. MC 발탁 이유는 ‘건강미’ 때문이란다. 모델계에서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소문난 그는 단순히 마른 몸이 아니라 건강하고 탄력 있는 명품 몸매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워너비(wannabe)’ 아이콘이 됐다.

한혜진을 2월 11일 만났다. 스튜디오 촬영에 나선 그는 장신의 신체 비율을 맘껏 과시하며 시크한 매력을 뽐냈다. 그는 촬영 중간중간 조명과 배경, 소품, 옷 상태까지 꼼꼼히 따져가며 정성을 다했다. 패션 뮤즈의 아우라가 그대로 뿜어져 나왔다.



<에브리바디> MC를 새로 맡았어요. 설마 모델 출신이란 수식어가 어색해진 건 아니죠?


격주 촬영이라 10~12시간씩 힘든 촬영을 하지만 정말 즐거워요. 먹고 마시는 일을 즐기는 일상에서의 이야기이고 제가 관심이 많은 분야라 지루할 틈이 없어요. 이영돈 PD나 김종국 오빠, 제작진 모두 호흡이 잘 맞고요.



<마녀사냥> 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죠? 처음에는 다소 성격이 까칠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텐데 후유증은 없었나요?


그런 모습 또한 제 일부인데요, 뭘. 다른 면도 있다고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어요. 저는 SNS를 안 하니까 악플이나 저에 대한 피드백을 잘 모르기도 해요.(웃음)



방송을 하면서 얻은 것도 적지 않을 텐데요.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연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간의 연애를 돌아보게 됐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서 저를 보게 되더라고요. 비슷한 에피소드를 들으면 아 나도 그랬었지! 하기도 하고 참 어렸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과거 남자친구가) 잘사는지도 궁금하고 그래요.



갑자기 이렇게 묻고 싶어요. 한혜진은 마녀인가요?


일할 때는 마녀, 사랑할 때는 그 반대죠. 일을 같이하는 사람은 아마 저한테 욕 엄청 할 걸요? (웃음) 시니컬하고 까다롭고 완벽주의 스타일이에요. (옆에서 매니저는 ‘철두철미라고 해두자’고 말하며 웃었다) 반대로 연애할 때는 자아분열 수준이죠. 일할 때의 제 모습을 스스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더 여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많이 헌신적이에요. 절 순종적으로 만드는 남자를 좋아하고요.

일상의 한혜진은 전혀 다르다. 일할 때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고 여성스럽고 아기자기한 취미를 좋아한다. 어릴 때는 미술로 예고 진학을 준비했을 정도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닮았단다. 집이 화분으로 가득할 정도로 꽃을 키우는 것도 좋아한다. “꽃을 좋아하는 건 말을 하지 않고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면서 저한테 덜 집중하는 거죠. 꽃을 사서 이리저리 꽂아보고 장식하는 걸 좋아해요. 꽃꽂이는 5~6년 정도 된 것 같아요. 특히 백합을 좋아해요. 향이 없는 꽃은 매력이 없는 것 같아서요.”
 “향기 없는 꽃이라면 매력 없어”
한혜진은 1999년 데뷔 때부터 승승장구한 한국 모델계의 ‘톱스타’다. 프로모델 17년 경력으로 국내 모델계에서는 장윤주, 송경아, 박둘선 다음 서열일 정도로 ‘맏언니’다. 모델 데뷔 과정도 흥미롭다. 껑충껑충 날아올라 바로 발탁될 것 같았던 그는 슈퍼모델 선발대회 예선 2차에서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SBS슈퍼모델 콘테스트에서 서류전형과 예선 1차를 통과했어요. 당연히 1등 할 줄 알았는데 수영복 심사에서 덜컥 떨어졌지요. 마침 그때 현 소속사 대표가 러브콜을 보냈어요. ‘널 세계 최고로 만들어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더군요.(웃음) 그런데 10대 사춘기잖아요. 탈락한 것도 기분 나쁜데 자꾸 전화하니까 ‘안 한다’고 싸늘하게 거절했어요. 그런데도 대표가 끈질기게 우리 가족들을 설득해서 시작한 거예요.”

앞서가는 사람은 새 지도를 그린다고 했던가? 한혜진은 모델계의 글로벌화에 첫 깃발을 꽂은 해외진출 모델 1세대다. 그녀는 뉴욕, 파리, 밀라노 등 세계적인 컬렉션 무대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알렸다. 2006년 1월 26일 그의 표현대로라면 “그다지 가고 싶지 않던” 해외무대에 진출했다. “저는 확실하지 않은 것에 배팅하기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모델로서) 어린 나이도 아니고 가기가 싫었죠. 이미 쌓아둔 커리어를 두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느낌이랄까, 그게 힘들었어요. 똑같은 걸 다시 하는 게 힘들었어요. 사실은 등 떠밀리듯이 간 거라니까요.

그래서 초반에는 많이 낯설었어요.”



동양모델의 강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해외에서는 동양모델의 ‘다른 느낌’을 좋아하시더라고요. 또 일 열심히 하는 동양모델들의 성실함을 좋아했어요. 특히 한국모델은 영리하단 말을 많이 들어요. 눈치가 빨라서 상황 파악을 빨리 한다고.(웃음) 끈질긴 근성, 특유의 에너지 같은 게 있나 봐요. 저도 그렇고요.



세계 무대에서 떨리거나 실수를 했던 적은 없나요?


네버(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했다). 일을 한 게 몇 년인데 실수를 해요? (긴장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모든 명품 브랜드 쇼는 기억에 남고 소중하지만 실수를 할 정도로 긴장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모델은 감정노동…그래도 런웨이 때 행복
‘타고난 무대체질’의 모델답게 대답도 당당했다. 모델과 대화할 때 흔히 ‘사진촬영’과 ‘쇼’ 중 무엇이 좋으냐를 질문을 많이 받는단다. 그때마다 한혜진은 늘 ‘쇼’라고 답했다고 했다. “라이브 무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 성격인지는 모르겠는데 카메라에 담을 때보다 런웨이 때 느껴지는 조명과 긴박함, 생동감을 몸으로 기억하는 것 같아요. 나이아가라 폭포를 봐도 그때의 그 감정을 깊게 새기는 게 좋아요.”

한혜진은 후배들의 멘토를 자처한다. 지도자 과정을 걷기 위해 현재 동덕여대 공연예술대학원 모델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어떤 계기로 공부를 시작했죠?


오랫동안 해보니까 노래나 연기와는 달리 외형적인 모습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델이 외모만이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오래 버틸 수 없어요. 다른 능력을 개발하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갖춰가라고 조언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모델이 ‘감정노동’이 심한 직업이라고 말한 적이 있죠?


아마 갓 시작한 후배 모델들은 잘 모를 수 있어요. 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거니까요. 모델이 하나의 상품으로 여겨질 때가 있어요. 온 감정을 쏟아내며 일해도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상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느껴지는 거죠. 또 우리 직업은 호흡이 짧고 몰입도가 높아요. 무대에서의 그 순간과 촬영을 위해 다 쏟았다가 무대를 내려오면서 오롯이 자신으로 돌아왔을 때 감정이 확 바뀐다고 할까요? 그런 것들을 컨트롤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에브리바디] MC에 걸맞게 한혜진은 건강관리에 관해서는 전문가급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그의 집 냉장고 안 식단이 화제가 됐다. 예를 들어 “달걀은 흰자만 섭취해 탄수화물을 덜어내는 대신 브로콜리 등 야채를 넣어먹는다. 라면은 반 개만 먹는다”는 식이다.



얼마 전에 철저한 식단 관리로 화제가 됐죠?


그 냉장고가 공개되면서 그럴 것 같긴 했어요. 제 일상인데 아닌 것처럼 포장할 수 없잖아요. 저도 ‘아무리 먹어도 살 안 쪄요’라고 얘기해주고 싶지만 그렇지 않은 걸 아니까 관리하는 거죠. ‘본투비마들(Born to be model)’이면 좋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망가지기 쉬운 건 다 똑같아요.



맛있는 음식과 음주의 유혹은 어떻게 대처하세요?


안 먹으면 운동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밥과 술 안 먹고 어떻게 생활하겠어요? 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운동하는 거예요. 술도 좋아해요. 옛날보다 많이 줄어서(?) 한 병 반에서 두 병 정도 마셔요. 술 마시는 날은 탄수화물 적게 먹고, 야채와 단백질을 먹고, 저녁에 칼로리 몰아주는 방식이죠. 과일주스와 영양제도 챙겨먹어요. 술을 마시려면 거의 횟집에 가요. 기름기 없고 탄수화물이 적은 안주가 제일 좋더라고요.
 “먹어도 살 안 찌는 사람은 없죠~”
톱 모델로서 시크한 매력을 발산하던 한혜진은 예능프로에서도 과감하고 거침없는 독설로 인기몰이 중이다.


매주 운동은 얼마나 하세요?


일주일에 최소 세 번은 해요. 일어나서 자전거 타기 1시간, PT(Personal training) 1시간, 혼자 운동 1시간 정도? 두세 시간은 보내는 것 같아요.



직업정신인가요? 아니면 좀 독한가요?(웃음)


저 안 독해요. 모래성 같아요. 세웠다가 무너지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해요.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된 건 눈으로 몸으로 내 변화를 확인하게 되면서부터예요. 여자로서 좋은 몸 유지하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한혜진은 요즘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4월과 5월 사이 발간 예정인 이 책은 한혜진의 모델로서의 인생과 라이프스타일, 운동법 등을 에세이 형식으로 녹여낸 것이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한 그가 건강한 몸을 만드는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어서 지난해 여름 회사 측에 제안했고 직접 원고를 쓰고 사진을 찍으면서 준비해왔다. 책의 분량은 360쪽에 달한다고 했다.



어떤 책이에요? 건강에 대한 지론인가요?


그보다 더 나아가 ‘건강한 여성의 몸에 대한 지론’이에요. 우리는 왜 운동을 해야 하는가? 건강, 다이어트, 식이요법 등 여성들이 궁금해 하고 관심 가질 이야기들을 다뤘어요.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을 병행하지 않으면 절대 좋은 몸이 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제 나름대로 강력한 자극제를 주기 위한 책이에요. 저 또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독설도 했다가, 격려도 했다가, 다독이기도 했다가 옆집 언니나 친구가 말하는 것처럼 썼어요. 나와 함께 해보지 않을래요? 읽어보고 나서는 운동을 안하고 배길 수 없게 한 책이죠.(웃음)



아름다운 몸의 기준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자신의 기준에서 아름다운 몸이어야 해요. 모든 사람이 모델 한혜진처럼 될 수는 없어요. 어떤 분들은 꼭 제 몸무게를 물어봐요. 157㎝인 분이 몸무게를 물을 때는 왜 그걸 기준 삼느냐고 되묻죠. 누군가의 몸무게가 기준이 돼서는 안 되거든요. 저는 그 사람보다 20㎝ 더 크잖아요. 즉, 저마다의 아름다운 부분이 있어요. 긴 다리, 잘록한 허리, 풍만한 가슴. 장점이 다 달라요. 대부분 자신을 보지 않고 다른 걸 보는 것 같아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아름다운 몸에 대한 관찰과 분석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한혜진과의 인터뷰 내내 그를 설명해줄 만한 색깔은 뭘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콕 집어낼 수는 없지만 명쾌한 원색들이 다양하게 배색된 느낌이랄까. 빨강도 파랑도 순백의 하얀색도 그의 컬러인 것 같다. 다채로운 색이 그에게는 모두 잘 어울렸다. 고양이에게 있는 날카로움과 부드러운 애교와 활기가 한데 모아졌다. 분명한 건 왜 그가 여성들이 열광하는 패션 뮤즈가 됐는지 알 것 같다는 것. 새로운 걸 도전하고 그걸 유행으로 완성시키는 그가 왠지 이번에도 제대로 한 번 터뜨릴 것 같다. 한혜진은 자신의 휴대폰에 담긴 표지사진이 어떻느냐며 슬쩍 보여주기도 했다. 파격적인 상반신 누드에서 톱모델의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 글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 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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