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 대표 - 사모펀드 도입 10년 대안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이재우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 대표 - 사모펀드 도입 10년 대안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사모투자펀드 제도가 한국에 도입된 지 10주년이 됐다. 2005년 토종 사모펀드 1호인 보고펀드를 설립한 이재우 대표는 토종 사모펀드의 10년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앞으로 사모펀드가 대안투자상품으로 더 확고한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기대했다. 2003년 8월이었다.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론스타(Lone star)가 외환은행을 1조3833억원에 인수했다. 그리고 논란이 시작됐다. 당시 우리나라 은행법에 따르면 외국계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을 10%(의결권은 4%) 이상 보유할 수 없었는데도 론스타가 버젓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게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론스타는 여론 악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환은행 직원들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였다. 비용 감소로 이익이 나자 주주들에게 고배당을 실시했다. 2007년에는 HSBC은행과 외환은행 지분 51%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HSBC은행 측이 계약 철회를 요구하면서 지분 매각은 없었던 일이 됐다. 론스타는 매각 실패의 원인을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승인 지연 탓으로 돌렸다. 2012년에는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과 국세청의 자의적 과세처분으로 4조76000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걸었다. 결국, 론스타는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팔고 고액 배당금에다 매각차익 4조6600억원까지 챙겨 유유히 한국을 떠났다. 우리나라에서 사모펀드를 ‘먹튀 자본’이나 ‘기업 사낭꾼’으로 인식하게 된 사건이다.
사모펀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49인 이하 소수 투자자에게서 모집한 자금으로 운영되는 펀드다. 국내 사모펀드들은 대부분 기업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 등에 투자해 기업을 인수한 후 가치를 높인 후 매각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게 바로 사모펀드의 대표적인 투자방법인 바이아웃(BUY-OUT)형태인데, 여기서 기업 가치를 얼마나 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사모펀드 운용의 성패가 갈린다. 그만큼 투자위험이 크다. 론스타 사건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계자본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자본의 대형화가 요구됐다. 2004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제정해 ‘사모투자 전문회사’의 설립을 허용했다. 당시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을 통한 부실기업의 회생과 금융기관 부실채권의 정리를 통한 구조조정 촉진,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기회 제공, 국내 자본의 대형화를 통한 외국계 펀드와의 경쟁력 제고 등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렇게 도입된 사모펀드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사모펀드는 그동안 양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2005년 15개에 불과했던 사모투자펀드는 2015년 260여개로 늘어났으며, 출자약정액 역시 2005년 2조9000억원에서 2015년 51조원으로 20배 넘게 증가했다. 그 사이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IMM, 한앤컴퍼니, H&Q 등 경쟁력 있는 토종 사모펀드도 많이 생겨났다. 지난 2월 11일 서울 중구 보고펀드 사무실에서 만난 이재우(57)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 대표(사모펀드협의회 회장)에게 한국 사모펀드의 지난 10년 성과에 대해 묻자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사모펀드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만들어놓은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금융솔루션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모펀드가 투자를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의 재무구조개선과 새로운 자금 확보의 기회로, 투자자로서는 채권이나 주식이 아닌 새로운 대안투자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관료 출신 변양호 대표와 함께 2005년에 보고펀드를 설립했다. 토종 사모펀드의 첫 등장이었다. 사실 사모펀드 설립을 먼저 제안한 건 변 대표였다. 이 대표는 당시 씨티은행 부대표와 미국계 사모펀드인 H&Q AP코리아 대표를 거쳐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의 한국 대표로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였다. “변 대표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30년 넘게 종사한 금융사에 남아 전문성을 더 쌓느냐, 아니면 금융사 경력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에도 조직화한 대안 자본인 사모펀드가 형성돼야 한다는 명분을 지키느냐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의 마음을 흔든 건 “왜 우리나라는 기업들에 위기가 닥쳤을 때 외국자본에만 기대야 하느냐”는 변 대표의 한탄 섞인 한마디였다. 결국, 이 대표는 명분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동아시아를 장악한 해상왕 장보고처럼 국내외 자본시장을 평정하겠는 취지에서 회사 이름을 ‘보고’로 지었다. 회사의 신조는 ‘Truly Korea, Truly Global’이었다. 한국 토종 사모펀드를 표방하되 운용방식은 선진방법을 활용하겠다는 거다.
2005년 9월 2일 5010억원 규모의 ‘보고 1호’가 조성됐다. 사모펀드의 투자기간은 보통 10년인데, 5년은 투자기간이고 5년은 회수기간이다. 투자자금은 한 번에 약정하는 게 아니라 투자할 곳이 생기면 그때마다 투자자금을 모으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을 활용한다. 보고 1호는 지금까지 노비타(340억원에 인수)와 BC카드(약 1200억원에 인수), 아이리버(600억원), 동양생명(1조1000억원), 삼양옵틱스(680억원), 버거킹(1100억원) 등에 투자해왔다. 이 대표는 BC카드의 매각을 보고펀드의 가장 성공적인 투자 사례로 꼽았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이 보유한 BC카드 지분을 2009년 샀습니다. 그리고 인수 2년 반만에 수익이 개선돼 KT에 매각할 수 있었습니다. 3년가량 투자해 2배 넘는 차익을 냈습니다.” BC카드는 2012년 KT에 2700억원에 팔렸다.
사모펀드 투자가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다. 보고 1호는 2007년 KTB PE와 함께 LG실트론 지분 49%를 동부그룹에서 7078억원에 인수하면서 4246억원을 분담했다. 자체 보유금액 1996억원, LG실트리온 지분을 담보로 한 금융권 대출이 2250억원이었다. 하지만 2010년 LG실트론의 상장 추진이 중단 되면서 보고펀드는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인수는 투자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되면 사모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 역시 이익은커녕 원금 회수조차 어려워진다. 사모펀드들이 투자할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원칙을 갖고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투자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사모펀드의 투자원칙에 대해서 말했다. “일단 성장성이 있는 산업의 회사여야 합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있거나 업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 더 좋습니다. 그러면서 회사의 특수한 상황으로 자본 확충이 필요하거나 주주 매각이 절실한 기업이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입니다.” 너무 완벽한 기업은 오히려 투자 매력이 떨어진단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더 올릴만한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사모펀드에서 주목하는 산업은 단연 유통이다. 소비재와 프렌차이즈도 사모펀드에서 선호하는 업종이다. 현금 흐름이 안정적인데다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도입 1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사모펀드의 투자자는 대부분 기관투자자다. 개인투자자들은 아직 기업을 인수해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 구조를 어려워한다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리고 개인투자자의 최소 약정 금액이 10억원으로 투자 문턱이 높은 것도 개인투자자의 투자가 드문 이유다. “개인이 10억원을 투자하려면 재력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투자문화 특성상 재력가들은 직접 투자하는 걸 더 좋아해서 사모펀드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사모펀드에 투자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 대표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저희는 일반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에서 할 수 없는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대안투자처로 딱 맞죠. 사모펀드가 지금보다 활성화되면 이쪽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될 겁니다. 그럼 그 사람들을 통해 투자 형태도 다양해질 겁니다.”
그는 지금은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에 집중하고 있지만 조만간 부동산이나 항만 등 실물투자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토종 사모펀드의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도 크다. 실제로 베트남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한국 자본의 투자를 원하고 있단다. “과거의 어려움을 딛고 괄목 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은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롤모델입니다.” 문제는 개발도상국에 잠재된 리스크다. 실제로 한창 떠오른 햇살이었던 브라질이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빛 잃은 이머징마켓이 되면서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이 대표는 이머징마켓 투자 리스크 관리에 대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종 사모펀드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 글 정혜선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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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49인 이하 소수 투자자에게서 모집한 자금으로 운영되는 펀드다. 국내 사모펀드들은 대부분 기업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 등에 투자해 기업을 인수한 후 가치를 높인 후 매각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게 바로 사모펀드의 대표적인 투자방법인 바이아웃(BUY-OUT)형태인데, 여기서 기업 가치를 얼마나 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사모펀드 운용의 성패가 갈린다. 그만큼 투자위험이 크다.
토종 사모펀드 1호의 탄생
이 대표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관료 출신 변양호 대표와 함께 2005년에 보고펀드를 설립했다. 토종 사모펀드의 첫 등장이었다. 사실 사모펀드 설립을 먼저 제안한 건 변 대표였다. 이 대표는 당시 씨티은행 부대표와 미국계 사모펀드인 H&Q AP코리아 대표를 거쳐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의 한국 대표로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였다. “변 대표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30년 넘게 종사한 금융사에 남아 전문성을 더 쌓느냐, 아니면 금융사 경력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에도 조직화한 대안 자본인 사모펀드가 형성돼야 한다는 명분을 지키느냐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의 마음을 흔든 건 “왜 우리나라는 기업들에 위기가 닥쳤을 때 외국자본에만 기대야 하느냐”는 변 대표의 한탄 섞인 한마디였다. 결국, 이 대표는 명분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동아시아를 장악한 해상왕 장보고처럼 국내외 자본시장을 평정하겠는 취지에서 회사 이름을 ‘보고’로 지었다. 회사의 신조는 ‘Truly Korea, Truly Global’이었다. 한국 토종 사모펀드를 표방하되 운용방식은 선진방법을 활용하겠다는 거다.
2005년 9월 2일 5010억원 규모의 ‘보고 1호’가 조성됐다. 사모펀드의 투자기간은 보통 10년인데, 5년은 투자기간이고 5년은 회수기간이다. 투자자금은 한 번에 약정하는 게 아니라 투자할 곳이 생기면 그때마다 투자자금을 모으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을 활용한다. 보고 1호는 지금까지 노비타(340억원에 인수)와 BC카드(약 1200억원에 인수), 아이리버(600억원), 동양생명(1조1000억원), 삼양옵틱스(680억원), 버거킹(1100억원) 등에 투자해왔다. 이 대표는 BC카드의 매각을 보고펀드의 가장 성공적인 투자 사례로 꼽았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이 보유한 BC카드 지분을 2009년 샀습니다. 그리고 인수 2년 반만에 수익이 개선돼 KT에 매각할 수 있었습니다. 3년가량 투자해 2배 넘는 차익을 냈습니다.” BC카드는 2012년 KT에 2700억원에 팔렸다.
사모펀드 투자가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다. 보고 1호는 2007년 KTB PE와 함께 LG실트론 지분 49%를 동부그룹에서 7078억원에 인수하면서 4246억원을 분담했다. 자체 보유금액 1996억원, LG실트리온 지분을 담보로 한 금융권 대출이 2250억원이었다. 하지만 2010년 LG실트론의 상장 추진이 중단 되면서 보고펀드는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인수는 투자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머징마켓 진출 코앞…리스크 관리가 관건
사모펀드 도입 1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사모펀드의 투자자는 대부분 기관투자자다. 개인투자자들은 아직 기업을 인수해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 구조를 어려워한다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리고 개인투자자의 최소 약정 금액이 10억원으로 투자 문턱이 높은 것도 개인투자자의 투자가 드문 이유다. “개인이 10억원을 투자하려면 재력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투자문화 특성상 재력가들은 직접 투자하는 걸 더 좋아해서 사모펀드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사모펀드에 투자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 대표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저희는 일반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에서 할 수 없는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대안투자처로 딱 맞죠. 사모펀드가 지금보다 활성화되면 이쪽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될 겁니다. 그럼 그 사람들을 통해 투자 형태도 다양해질 겁니다.”
그는 지금은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에 집중하고 있지만 조만간 부동산이나 항만 등 실물투자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토종 사모펀드의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도 크다. 실제로 베트남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한국 자본의 투자를 원하고 있단다. “과거의 어려움을 딛고 괄목 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은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롤모델입니다.” 문제는 개발도상국에 잠재된 리스크다. 실제로 한창 떠오른 햇살이었던 브라질이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빛 잃은 이머징마켓이 되면서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이 대표는 이머징마켓 투자 리스크 관리에 대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종 사모펀드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 글 정혜선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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