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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이 숨기는 것

‘오마하의 현인’이 숨기는 것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오른쪽)과 그의 오른팔인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올해에도 현지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참석자들에게 단체로 스테이크 만찬을 대접할 예정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는 전설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반세기 가까이 이끌어온 대형 복합기업이다. 어떻게 그렇게 큰 이익을 남기는지 투명하게 밝히지 않아 요즘 많은 의혹을 사고 있다.

5170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거대기업이면서도 근년 들어 경영실적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갈수록 투명성을 잃고 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보험 전문가,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하며 갈수록 조명이 집중되고 있다. 버크셔는 1965년 창업 이후 무려 69만3000%가 넘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주주들에게 안겨준 일로 유명해졌다. 스탠더드&푸어 500 지수 수익률의 70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하지만 세계적인 대기업이면서 미국에서 가장 불투명한 기업으로도 손꼽힌다.

“실제로 이 회사에 관해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엄청나게 많다”고 마이어 실즈가 말했다. 투자은행 키프 브루예트&우즈에서 버크셔를 담당하는 증권 분석가다. “그 때문에 실적의 질을 평가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버크셔는 이번 3월 초에도 역시 양호한 결산실적을 발표하고 대망의 연례서한을 주주들에게 발송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84세인 버핏의 은퇴 시기를 둘러싼 의문이 불거지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추산에 따르면 그는 자산규모 729억 달러로 세계 2위의 갑부다. 버핏이 물러나면 이른바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이 수십 년간 닦아온 ‘나만 믿으라(trust me)’와 ‘세부정보는 필요 없다(details not needed)’는 분위기가 도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버핏이 투명성의 표준이 되고 싶어 하리라고 사람들은 착각하기 쉽다. 특히 지난 경기순환 단계 중 미국 금융시스템의 불투명성과 파생상품의 급증에 수반되는 비밀주의로 시스템이 파탄 지경에 이르는 홍역을 치렀으니 말이다.” 버크셔를 성토해온 헤지펀드 매니저 더글러스 카스의 말이다.

대중적 이미지로 유명한 버핏은 오래 전부터 수수한 재담을 통해 겸허한 이미지를 다져 왔다(“나는 멍청이라도 경영할 수 있을 만큼 기막힌 기업의 주식을 사려 애쓴다. 언젠가는 멍청이가 경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버크셔의 웹사이트에 실린 한 사진에선 미니스커트 차림에 꽃술을 손에 들고 미소 짓는 치어리더 3명이 그를 에워싸고 있다. 그는 포켓에 10달러 지폐가 수놓아진 버크셔 ‘액티브웨어(여가활동용 의류)’ 옥스퍼드 셔츠 차림이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리는 연례 주주 총회에는 초대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다. 5만 명을 웃도는 열성 팬 주주들이 몰려들어 종교 부흥회를 방불케 한다. 버핏이 우쿨렐레를 들고 나와 ‘Over the Rainbow’ 연주도 곁들인다. 2년 전에는 버핏과 그의 오른팔인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91)이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맞춰 춤추기도 했다.

버핏은 기업 왕들의 도금시대(Gilded Age, 19세기 후반 남북전쟁 후의 호황기)를 마지막으로 사라졌던 제국 건설자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자료에 따르면 개인 순자산의 98%가량이 버크셔 주식에 묶여 있다. 세계의 대표적인 자선사업가인 그는 2010년 자신의 전 재산을 거의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바로 지난해에도 21억 달러 상당의 버크셔 주식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

버핏은 민주적인 성향과 직설적인 말투에 서민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나는 비싼 옷을 사 입는다. 단지 내가 입으면 싸 보일 뿐이다”). 이는 제왕적인 최고경영자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한다. 그 증거는 도를 넘는 보수나 별세계 같은 특전이 아니다. 버크셔가 핵심 보험사업의 실적에 관한 주요 세부정보의 공개를 갈수록 꺼린다는 사실이다. “주력 사업의 실제 재무실태를 들여다볼 수 없다”고 잼 섀너헌이 말했다. 투자은행 에드워드 존스의 버크셔 담당 애널리스트다. “그들의 실적공개는 우리가 특히 보험업계에서 다른 금융 서비스 업체들에 기대하는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글로벌 기업 감시단체 ‘트랜스페어런시 인터내셔널’이 최신 ‘기업 실적보고의 투명성(Transparency in Corporate Reporting)’ 연례 보고서를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버크셔에는 100점 만점 중 가장 낮은 점수에 속하는 35점을 줬다. 4개 중국은행과 러시아의 스베르방크 바로 위였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는 5만 명을 웃도는 열성 팬들이 몰려들어 종교 부흥회를 방불케 한다. 버핏이 악기를 들고 나와 연주도 곁들인다.
CEO이자 회장인 버핏이 투명성에 대해 입에 발린 말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매년 5월 오마하에서 ‘자본주의자들의 우드스톡 콘서트(Woodstock for Capitalists)’로 불리는 버크셔 연차총회를 갖고 일반 주주들과 어울린다. 올해에도 버크셔는 현지 음식점인 고라트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참석자들에게 단체로 스테이크 만찬을 대접할 예정이다. 하지만 버핏은 그런 불투명성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양면성을 보인다. “표준회계원칙에 따라 우리가 고시할 수 있는 1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편보다는 고시할 수 없는 2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편이 훨씬 낫다.” 버크셔 웹사이트에 올린 그의 성명서 스타일 논문 ‘투자자 매뉴얼(Owner’s Manual)’ 중 그의 논평이다.

버크셔는 명목상 금융 서비스 회사다. 주로 산하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와 젠 리 보험 사업부를 통해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완전 소유(또는 그에 가까운) 사업체들의 방대한 결합체다. 그중에서도 철도(북미 2위 규모의 철도화물 업체인 벌링턴 노던 산타페, 약칭 BNSF 레일웨이), 조립식 트레일러와 이동주택 제조사(클레이턴 홈스), 개인 전용기 운항사(넷제츠), 언더웨어(프루트 오브 더 룸), 조리기구(더 팸퍼드 셰프), 그리고 시스 캔디스(캔디 업체)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전력과 에너지 서비스부터 오리엔탈 트레이팅(디렉트 마케팅 업체)과 데어리 퀸(아이스크림 체인)에 이르는 약 60개 기업을 거느린다. 시가총액이 3660억 달러 선에 달하는 버크셔는 2013년 195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코카콜라, 웰스파고, IBM,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상당 지분도 보유한다.

BNSF 같은 몇몇 사업체의 경우엔 버크셔가 지출·수입·마진·원가배분에 관해 상당이 많은 세부정보를 공개한다. 그러나 다른 업체 특히 핵심 보험사의 경우엔 블랙박스에 가까운 편이다. 버크셔가 각종 사업체들의 재무실적을 하나의 보고서에 통합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자회사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항목’으로 분류한다.

버크셔에는 월스트리트와 연락창구 역할을 하는 투자정보 담당 부서가 없다. 대기업 사이에선 유례 없는 일이다. 그리고 분기별 실적발표를 하지 않는다. 웹사이트는 고등학생이 디자인한 듯 조잡하다. 연차총회에 녹음장치 휴대를 허용하지도, 회의록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버크셔 대변인 캐리 소바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답신이 없었다.

사실상 버크셔 주식의 20% 선을 소유하는 버핏은 세부정보 공개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투자자 매뉴얼’에서 그는 “전통 회계의 한계 때문에 통합 실적발표에는 우리의 진정한 경영실적 정보가 거의 드러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공개되지 않은 의문점 중 젠 리와 가이코에 관한 예를 들어보자. 변동성이 심하기로 유명한 그 사업체들이 얼마나 큰 리스크에 노출됐는가? 투자자나 분석가들이 쉬 답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버크셔가 대다수 대형 보험사들과 달리 주요 척도들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보험료 수입, 보험인수 비용, 순 경과보험료(net earned premiums, 보험책임이 경과된 기간에 해당하는 보험료) 등의 증가 같은 척도들이다. SEC 규정 아래서는 이 같은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

클레이턴 홈스는 전형적으로 저소득 차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위험 소비자 금융 업체다. 여기서도 차입자들에게 적용하는 주택가치 대비 최대 대출 가능 범위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는 담보인정비율(loan-to-value ratio)로 알려진 주요 척도다. 그뿐 아니라 차입자의 상환금 연체 비율 또는 차입자의 평균 신용점수, 압류 건수에 관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다.

버크셔의 파생상품 노출은 어떤가? 2008년 모기지 시장 붕괴와 신용위기 때 월스트리트를 발칵 뒤집어놓은 고도로 복잡한 금융계약 상품 말이다(2002년 버핏은 파생상품을 ‘금융업의 대량살상무기’로 불렀다). “그들이 얼마나 큰 위험을 부담하는지, 그 회사가 사업체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섀너헌이 말했다.

버크셔가 기업공시나 회계상 어떤 부적절한 행위를 한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보험사의 회계규칙은 버크셔 같은 금융서비스 회사와는 다르다. 따라서 SEC 공시에는 그들의 보험관련 위험 중 많은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다.

버핏의 회사인 버크셔가 안고 있는 잔존 보험채무 비중이 가장 높다. 주로 석면과 환경 보험금과 관련된 것들이다. 다른 보험사로부터 버크셔로의 손실이전(loss transfer)이 수반되는 일련의 복잡한 거래를 통해서다. 손실이전은 당초 한 보험사가 맡았던 채무 지급 의무를 다른 보험사가 넘겨받는, 파생상품 비중이 높은 사업이다. 상당수 관측통들은 모르는 일이다. 스위스 보험사 취리히 파이낸셜 서비스의 고위 임원 출신으로 워싱턴 DC에 있는 위험관리 컨설팅 업체 KCIC의 창업자 겸 사장인 조너선 테렐의 지적이다.

테렐 사장은 버크셔 산하의 NICO로 알려진 보험업계 자회사 내셔널 인뎀니티의 예를 들었다. NICO는 2013년 규정에 따라 업계 규제당국인 미국보험감독관협회(NAIC)에 별도의 연례 실적을 공시했다. 버크셔의 핵심 자회사인 NICO는 소급형 재보험(retroactive reinsurance)으로 알려진 복잡한 금융수단을 통해 손실이전을 취급한다.

NAIC 공시에서 NICO는 무려 170억 달러의 준비금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2012년 연말 시점에서 주로 석면과 환경 보험금과 관련된 손실이전에 대한 소급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자금이다. 업계 전체를 통틀어 단연 최대 규모다. 그 수치는 버크셔가 SEC 공시에서 공개한 석면 및 환경 보험금에 대한 26억 달러 가까운 준비금을 제외한 추가 금액이다.

입이 딱 벌어지는 NAIC 통계는 버크셔의 SEC 공시자료에는 눈 씻고 봐도 없다. 상장 보험사들은 손실이전과 관련한 세부정보를 SEC에 공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버크셔가 주주들에게는 약 26억 달러를 비축해 뒀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190억 달러 이상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테렐 사장은 말한다. “부적절한 행위는 없다. 단지 SEC 공시만으로는 투자자를 오도하기 쉽다”고 테렐 사장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초 이후 NICO 규모에 관해 별도의 우려를 품어 왔다. 블룸버그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보도한 내용이다. 버크셔가 연방감독의 대상이 될 만큼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시스템 측면에서 중요하냐’는 문제다. 잠재적으로 더 엄격한 자본통제와 유동성 요건을 강화해야 하느냐는 고민이다. 재무부 대변인은 당국의 몇 가지 원칙을 들어 논평을 거부했다. 해당 업체가 그것을 공개하지 않는 한 재무부 금융안전감독위원회의 그와 같은 평가에 대한 확인이나 부인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버크셔는 전에도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2008년 회계감사에 걸려든 제너럴 리 고위 임원 4명이 연방배심원단에 형사상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2011년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졌다. 2013년 1월에는 버핏의 전 고위 측근인 데이비드 소콜이 SEC의 내부자거래 혐의를 빠져나갔다. 버크셔가 화학업체 루브리졸을 90억 달러에 인수하기 약 2개월 전에 그 회사 주식을 사들인 뒤였다.

그렇다면 주주들은 왜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가? 특히 요즘은 투자자 행동주의가 확대되고 투명성과 지배구조가 더 강조되는 분위기 아닌가?

버크셔의 주주 기반에는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는 대형 기관투자자 비중이 낮은 반면 소액 주주 비중은 높다. 그만큼 대규모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소액주주들은 투자금이 불어나는 한 정보를 알 필요도 없고 또는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버크셔 주주들은 평범한 주주들이 아니다. 그들은 버핏의 말이라면 해가 서쪽에서 뜬다 해도 믿는다”고 시브리즈 파트너스 매니지먼트의 카스 사장이 말했다. 버핏을 의심하는 것은 “할아버지를 의심하는 격이다. 다른 사람은 걸릴지라도 그는 무사히 빠져나간다”고 CorpGov.net 운영자 제임스 맥리치가 말했다.

버핏은 2012년 후계자를 선택했지만 아직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버핏이 은퇴하거나 뭔가 크게 잘못돼야만 그 회사가 더 투명해질 듯하다.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물이 빠져야 누가 알몸으로 수영했는지 알게 된다(Only when the tide goes out do you discover who’s been swimming naked).”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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