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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 돈은 없다, 그래도 충분히 갚을 수 있다

젊다, 돈은 없다, 그래도 충분히 갚을 수 있다

벤처 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온라인 대출업체 어니스트가 신용기록이 변변찮은 청년 대출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필요한 정보만 준다면 신용거래가 별로 없는 청년들도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다.2003년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루이스 베릴(Louis Beryl)은 모건 스탠리 뉴욕본사의 에너지파생상품거래사업부에 취직했다. 고용주 모건 스탠리는 베릴의 뉴욕시 정착비를 후에 환급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사비로 필요한 돈은 8000달러였다. 이렇다 할 신용기록이라고는 없는 22살짜리 청년이 쉽게 빌릴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프린스턴 학생 재정지원 사무소는 그에게 연이율 7%에 5년 만기로 8000달러를 대출해줬다. 졸업 후 그는 6개월 만에 대출금을 전액 상환했다.

6년 뒤 대출해야 할 일이 또 생겼다. 이번에는 하버드대학원에서 진행 중이던 공공정책 석사과정과 MBA 학비 때문이었다. 연방정부에서 연이율 6.8%에 2만 500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그 이상 금액을 대출하려면 이자가 7.9%로 뛰었다. 지난 6년간 연체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건만 시중은행은 두자릿수의 이자와 함께 어머니의 연대 보증을 요구했다. 은행은 그의 검소한 생활태도나 높은 수입 잠재력을 보여주는 증거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은행의 무관심은 34세의 베릴에게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됐다. 현재 그는 온라인 대출업체 어니스트(Earnest) CEO이자 공동 창업주다. 어니스트는 첨단 알고리즘과 차별화된 정보 수집을 통해 신용기록이 너무 없어서 은행에서 합리적 금리로는 도저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청년에게 소액대출을 해주는 신생기업 중 하나다. 어니스트는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투자자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어니스트의 법인 설립을 위해 투자에 참여한 벤처 캐피탈 업체 중에는 아틀라스 벤처,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있다. 안드레슨 호로위츠는 베릴이 하버드를 졸업하고 1년 반 가량 근무했던 회사이기도 하다.

또다른 온라인 대출회사 업스타트(upstart)는 억만장자 피터 틸이 지원하는 연구 장학금을 받기 위해 예일을 중퇴한 24살의 폴 구(Paul Gu)와 구글 베테랑 2명이 함께 창업했다. 구글 벤처스와 퍼스트 라운드 캐피탈, 틸이 설립한 파운더스 펀드, 클라이너 퍼킨스와 코슬라 벤처스로부터 2000만 달러의 돈을 모집했다. 비슷한 업체인 페이브(Pave)의 경우, 엔젤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아 벤처 캐피탈과 함께 가능하면 올해 사모펀드 투자자로부터 투자 대출을 받을 계획을 세웠다.

업스타트와 페이브는 투자 자격을 갖춘 공인 개인 투자자(accredited investor)들에게 대출 상품에 투자할 기회를 준다. 하지만 베릴은 이런 방식이 대출자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니스트는 에퀴팩스와 엑스페리안, 트랜스유니언 등이 은행에 제출하는 기존 신용보고서의 한계를 벗어나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대출 신청자당 8만~10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활용해 신청자의 은행과 신용카드 계정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예치금과 인출, 잔액, 대금 지급 등의 모든 정보를 다운로드한다. 반면, 무료 신용정보 회사인 크레딧 카르마가 25살 신청자의 신용파일에서 사용하는 데이터 포인트는 500~1000개 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은행이 이용하는 FICO(Fair Isaac Corporation) 점수도 바로 이 보고서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기존 보고서들은 신청자가 신용카드 청구금액과 주택 담보대출금, 기타 다른 은행 대출금을 제때 상환했는지 여부를 살폈다. 그러나 월세를 밀리지 않고 냈는지, 학력이나 소득 잠재력 및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FICO 점수와 달리 어니스트는 보다 광범위한 데이터 포인트값을 활용해 신청자가 신용카드 청구금액을 제때 납부했는지 뿐만 아니라 최소 납부인지 전액 납부인지를 살피고 후자의 경우 추가 점수를 준다. 이와 함께 월세 납부와 신청자의 학력 및 근무회사 등을 심층 분석하고 이를 신청자의 링크드인 계정과 직접 연계해서 소득 잠재력을 산정해 대출금 신청에 대한 신용 이력을 예측한다.
 빅데이터 활용, 밀레니엄 세대가 주 고객
“FICO를 비롯한 신용평가사들이 시대의 변화에 뒤떨어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펀드운용사 디렉트 렌딩인베스트먼트(DLI)의 브렌든 로스 사장은 말했다. DLI는 공인 투자자들이 중소기업 대출상품에 직접 투자하도록 돕는 1억 1500만 달러 규모의 펀드운용사다. “신용평가 사들이 이 모든 데이터를 종합할 수 있었다면 어니스트가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저금리 대출을 감당하는 여유는 생기지 못했을 것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기존 세대보다 자신의 신용기록을 공유하는데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이렇게 해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니스트는 신용기록 자체가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 1년~3년 만기 대출금(2000~3만 달러)을 4.25%~9.25% 이자를 받으며 무담보로 제공한다. 대출 실행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25세의 재스민 노울즈는 지난 5월 말 1년 만기 대출금 3000달러를 신청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교육학 석사 프로그램을 마무리 하는 과정에 있었다. 졸업 후 급여가 높은 경영 컨설팅 회사에 채용됐고, 근무를 시작하기 전 2개월의 시간을 내 페루와 볼리비아로 여행을 가기 위해 대출이 필요했다. “이들의 사업모델이 마음에 들었다. 좋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우대하는 것도 좋았다”고 노울즈는 말했다. 그녀는 어니스트에서 신청 8일 만에 최저금리 5.5% 대출을 승인 받았다. 크라우드펀딩의 일종인 P2P 대출 웹사이트 렌딩 클럽이나 프라스퍼가 산정한 금리보다 낮고, 신용카드 대출을 했다면 적용될 이자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베릴은 은행을 두려워하는 밀레니엄 세대와 좀더 장기적이고 단단한 거래관계를 구축하려 한다. 2014년 말 기준 어니스트의 미상환 대출 금액은 800만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2015년에는 대출 총액을 수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또 다른 신생 대출업체 소피(SoFi)와 커먼본드(CommonBond)는 청년들에게 학자금 대출 상환금을 저금리로 리파이낸싱해주며 입지를 쌓았다. 미상환 학자금 대출이 1조 3000억 달러이기 때문에 베릴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한다면 다음 시장은 학자금 리파이낸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대출업체는 기존 대출산업의 비효율성을 공략해 20~35세 시장을 공략 중이다. 그 중에서도 신용등급이 높은 최상위 신청자에 집중하는 어니스트는 대출 신청자의 연봉이 평균 10만 달러를 상회한다고 말했다.

업스타트가 공략하는 대상은 조금 더 넓다. 최대 2만5000달러로 상한선이 정해진 3년 만기 대출금의 금리 또한 연 5.7%에서 시작해 최고 30%까지 다양하다. 여기에는 최대 6%의 대출실행수수료가 포함된다. 업스타트는 신용정보기관의 정보와 (FICO 점수가 640점 미만인 신청자에게는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신청자의 졸업학교, 평균학점, SAT 점수와 함께 FICO 점수보다 실제 상환 능력이 더 높은 신청자를 구분하기 위해 근무경력 등을 함께 고려한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페이브 또한 커트라인으로 기존 신용점수 최소 660점을 요구한다. 일단 660점을 넘은 신청자들에 한해 학력과 학점을 반영하고, FICO 점수가 잘못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을 분석한다. “FICO가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간과하는 위험들이 많다”고 페이브 공동창업자 오렌 배스는 말했다. 골드만삭스 구조화금융 부문에서 변호사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배스는 신용카드 한도를 다 쓴 적이 없고 신용이력이 제한된 사람이 할인을 받기 위해 백화점 회원카드를 신청할 경우, 구매능력이 충분함에도 FICO 점수가 지나치게 낮게 나온다고 예를 들었다. 최대 2만 5000달러 대출금에 대해 페이브가 적용하는 이자는 대출개시수수료 2%를 포함해 연 6%에서 16%까지다.

중요한 문제는 이런 신생업체들과 이들이 적용하는 알고리즘이 청년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실제 더 정확히 예측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들 기업의 포트폴리오가 아직 작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들은 시장에 막 들어온 풋내기다. 사업 12개월에서 24개월까지는 채무불이행이 정점을 찍지 않는다. 적어도 2년은 되어야 상환불능 문제를 맞이하게 된다”고 크레딧 카르마 창업자이자 CEO인 케네스 린은 말했다. 대출기관이 채무불이행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신생업체가 알고리즘을 정교화하기 위해선 오히려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로스는 지적했다. “채무불이행을 한 번도 겪지 못하면 대출 기준을 완화해 대출규모를 키우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된다. 한 번 기준을 완화하면 언제 멈출 지 모르게 된다”고 2011년부터 투자자와 분석가 입장에서 P2P 대출에 참여해 온 로스는 말했다. 이들이 제대로 된 수학자들과 함께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FICO보다 정확한 점수를 산정해 기존 신용평가사보다 1% 빨리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 LAURA SHI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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