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애플빠’는 ‘애플봉’?
한국의 ‘애플빠’는 ‘애플봉’?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출장으로 일본엘 갔다. 알려진 것과 달리, 일본 사람들은 참 말이 많았다. 손으로 일일이 받아적기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간단히라도 사용할 노트북이 절실했다. 호텔에서 가까운 긴자 유락초로 가 양판점 빅카메라(BIC CAMERA)를 둘러보다 애플 맥북 에어가 눈에 들어왔다.신제품 맥북 에어가 ‘8만엔’이었다. 한국에서 같은 맥북 에어는 110만원이 넘는다. 모든 의문을 제쳐두고 맥북 에어를 집었다. 혹시 싼 만큼 뭔가 빠진 것이 아닐까? 점원은 기본 소프트웨어가 들어가 있으니 추가 비용이 필요없다고 했다. 현재까지 나의 맥북은 추가 비용 없이 잘 돌아간다. 양판점이 판촉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덤핑한 건 아닌지 의아할 정도다. 영수증으로 실제 구매가격을 확인했다. 가격 8만엔에는 7~8%의 소비세가 별도로 추가된다. 하지만 외국인이니 면세다. 수수료를 포함한 엔화 표시 가격은 8만560엔. 의심이 생긴다. 어떻게 1만~2만원도 아니고 30여만원 이상 한국과 가격 차이가 생길 수 있나. 일본만 저렴한가?
그래서 주요 애플 소비국 맥북 에어 가격을 조사해봤다. 결과는 한국인에게만 다소 충격적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애플 제품의 가격이 월등히 비쌌다. 품목에 따라서는 가격차가 30만~60만원 날 정도다. 애플의 기본 라인업 4개 제품의 평균 가격차는 10만1796원에 이른다. 가장 가격차가 많이 나는 제품은 휴대전화 아이폰이다. 최대 65만원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통신사 제품 구입 조건 등의 차이가 없는 일반 컴퓨터도 최고 30만원 이상 한국 시판 제품이 비쌌다. 세계 주요 애플 수입국의 신제품 애플 가격을 조사·비교한 결과(3월 3일 기준)다. 조사 품목은 11인치 맥북 에어(Macbook air), 아이폰6플러스(iPhone 6 Plus), 아이패드 에어2(iPad Air 2), 21.5인치(1.4GHz) 아이맥이다. 가격을 조사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캐나다·일본·중국(홍콩 별도)·베트남·영국·독일 등이다. 가격은 애플이 수출국 각국마다 마련한 공식 웹사이트(apple.com)내 애플스토어 공시가로 조사했다.(114쪽 도표 참조)
먼저 기자가 일본에서 기분좋은 충격으로 구매한 11인치 맥북 에어(1.4GHz, 4GB메모리, 128GB 플래쉬 저장 장치)부터 보자. 한국에서 이 제품은 113만원에 판매 중이다. 같은 사양은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899달러다. 원화로 환산(3월 3일 고시환율 1달러당 1096.4원)하면 98만5663원으로 가격차는 14만4336원이다.
아시아에서도 한국 시판 가격이 가장 비쌌다. 같은 제품의 일본 애플 스토어 가격은 8만8800엔으로 한국보다 31만6494원이나 저렴했다. 일본은 세금을 별도로 받는 가격이다. 통상 적용하는 세금 8~10%를 감안해도 한국 가격 보다 23만5145원 싸다.
중국 쪽을 살펴봤다. 중국은 본토와 홍콩 사이 통화가 달라 가격도 다르다. 본토에서 같은 제품은 6288위안으로 3만2932원 저렴했고, 홍콩은 6688홍콩달러로 18만4450원 더 쌌다.
이 때문에 기자처럼 애플 컴퓨터를 사기 위해 일본으로 원정구매에 나서는 한국인들도 꽤 많다고 한다. 외국인은 부가소비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30만원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한 사이트에서는 일본에서 애플컴퓨터를 공동구매하자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일본 현지에 있는 유학생 등이 수수료를 뗀 뒤 제품을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애플 판매량이 한국에 비해 훨씬 적은 베트남도 비교했다. 11인치 맥북 에어의 베트남 가격은 2049만9000동, 한국 돈으로 105만3648원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7만6351원이나 저렴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애플 제품이 많이 팔리는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독일에서 같은 제품은 899유로(110만4043원)로 한국보다 2만6000원정도 저렴했다. 독일 뿐 아니라 유로존 전역에서 같은 가격으로 맥북 에어를 살 수 있다. 그럼 전 세계 중에서 한국 판매 애플 제품이 가장 비쌀까? 그건 아니었다. 한국보다 비싼 곳도 있었다. 영국이다. 세계 최대 애플 매장이 있는 런던에서의 가격은 749파운드다. 환산하면 한국보다 13만3832원 비쌌다. 그래서 런던에 사는 한 영국인에게 “너희들이 맥북 에어를 가장 비싸게 사는 호객님(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이라고 알려줬다. 그러자 그는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런던에서 그 정도는 큰 부담도 아니다”면서도 “애플빠(애플 제품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군)’로서 좀 섭섭하다”고 답했다.
맥북 에어만 큰 가격 차이가 나는 걸까? 내친 김에 다른 제품들도 가격을 뒤져봤다. 애플 컴퓨터의 기본 라인업 중 하나인 21.5인치 화면 아이맥(iMac)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국에서는 137만원인데 같은 사양의 아이맥은 미국에서 16만3517원 가량 저렴하다. 이 외에 캐나다(31만7997원), 일본(29만9598원), 홍콩(18만2594원), 독일(2만911원)도 한국보다 저렴하다.
통신상품이 결합될 수 있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가격차이는 더 벌어졌다. 최신폰인 아이폰6플러스(언락폰)의 한국 가격은 98만원이다. 원화로 계산한 미국 가격은 32만7823원이고, 캐나다에서는 75만3085원에 팔리고 있다. 일본은 17만5655원 가량 더 저렴한 8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아이패드 에어2는 미국(5만2896원), 캐나다(11만8691원), 일본(10만7132원), 홍콩(7만6864원) 등지에서 한국보다 싸게 팔리고 있다. 중국(2만5998원)과 영국(7만3256원) 그리고 유럽(531원)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더 비싸다.
영국에서 처럼 각국의 물가 수준 때문에 가격이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다. 애플도 각국에서 판매되는 애플 가격에 그 나라의 물가 수준을 반영했을 수도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영국 『더 이코노미스트』에서 올해 1월 산정한 빅 맥지수(Big Mac Index)를 활용해 비교했다. 각국 빅맥 가격으로 해당국 4개 애플 제품의 가격을 나눴다. 빅맥 몇 개로 해당 제품을 살 수 있는지 알아본 것이다.
그 결과, 11인치 맥북 에어는 한국에서 빅맥 275개 가량의 값이다. 미국에서는 빅맥 189개 가량으로 그 차이는 85.89개 정도다. 빅맥 85개와 한 입 베어문 버거 1개 가치 정도를 한국인이 더 부담한다는 의미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보면, 아이폰6플러스는 175개, 아이패드 에어2는 41개, 21.5인치 아이맥은 101개 가량 한국에서 애플 가격이 더 부담스럽다. 빅맥 가격이 4.64달러인 캐나다에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 아이맥은 빅맥 125개나 차이난다. 빅 맥 가격이 3.14달러로 더 저렴한 일본과 비교하면 맥북 에어는 36개로 차이가 벌어진다. 한국보다 애플 절대가격이 더 비쌌던 영국에서도 빅맥지수로 환산하면 한국보다 구매 부담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빅맥 가격은 4.37달러로 맥북 에어는 한국보다 9개, 아이폰6플러스는 18개, 아이패드 에어2는 4개, 아이맥은 14개어치 만큼 저렴했다. 정말로 런던 사람들에게 애플 제품은 한국보다 부담이 덜했다!
중화권은 반대 경향을 나타 냈다. 빅맥가격이 각각 2.77달러와 2.43달러로 저렴한 편인 중국과 홍콩에서는 절대 구매가격에 비해 부담 비중이 늘었다. 중국에서 아이맥은 한국보다 빅맥 130개, 홍콩에서는 116개 정도 더 부담해야 한다. 중국과 홍콩 현지에서 전자제품 가격이 패스트푸드 음식과 비교해 비싸기 때문이다. 식료품 가격이 절대적으로 저렴한 중화권을 제외하면 한국의 애플제품 구매 부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왜 이런 가격차가 나는 것일까? 애플 측은 공식적으로 “글로벌 가격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일제품-동일가격 정책’에 따라 가격을 정할 뿐 국가별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각국별 절대 가격이 다른 것은 환율·부가세·무역 관세·물류비용 등에 따른 소비자 가격 차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한화로 15만~20만원 정도 차이는 동일가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플의 주장은 자신만만하고 과감하다. 100여만원짜리 제품에 가격 차가 15만원이면 15%나 된다. 이를 두고 어떻게 ‘동일가격’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애플은 동북아시아 판매 거점을 중국에 두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한국과 일본에서 크게 차이 나긴 어렵다. 소비자 가격을 각국별로 동일하게 정했다는 애플의 설명이 무색한 이유다. 환율 등 경제 사정이 달라지기 전에 제품의 가격을 정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 사정이 변하면 애플은 가격을 재조정해 왔다. 애플은 최근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자 러시아 제품의 가격을 일부 조정했다. 동일계열 제품 중에 신제품이 나와도 가격을 재조정했다. 애플 측 설명에 따르면, 한국과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일본에선 일본 전자제품 시장 상황을 고려하기도 한다. 일본의 다른 전자제품 가격이 크게 저렴해 이에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이런 설명도 무색하다. 이미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의 중심 축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했다. 한국 시장과 일본 시장 간에 차별이 없다면, 생산지 한국 시장의 저렴한 전자제품 가격도 애플 가격에 감안했어야 했다. 하지만 애플은 한국에선 이런 고려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인이 애플에 봉 잡혔다”는 말이 나온다. 애플을 좋아하는 ‘애플빠’는 많지만 결국은 애플에 봉이 잡힌 ‘애플봉’인 셈이다.
애플은 한국에 제품을 비싸게 판매하고도 별다른 혜택을 주진 않는다. 오히려 서비스 질이 낮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애플은 한국에서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일방적인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4월 7일 ‘애플 수리 정책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냈다. 애플이 한국어로 된 A/S 약관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지만,약관 적용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꼼수를 써 소비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 12월 애플 아이폰5를 구매한 오모(31)씨는 사용한 지 1년이 좀 못돼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과 액정 이상, 배터리 지속시간 단축 등의 문제를 겪었다. 애플코리아 공인 서비스센터는 오씨에게 “고칠 수 없으니 34만원을 내고 리퍼폰을 받아 쓰라”고 했다. 리퍼폰은 중고 부품을 조립해 만든 재제작품이다. 오씨는 이를 거절하며 휴대전화를 돌려달라고 했지만 애플코리아 측은 수개월간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광주지방법원은 애플코리아가 오씨에게 152만7000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애플의 A/S 약관을 보면 ‘수리과정에서 교체된 부품이나 제품은 애플의 소유로 한다’, ‘계약서에 명시된 경우를 제외하고 애플은 결과적 손해, 특별한 손해, 간접적 손해, 징벌적 손해나 제3자 청구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애플은 계약을 언제든 변경할 권리를 보유하고, 서비스가 시작되면 그 주문은 취소할 수 없으며 고객은 계약을 철회할 수 없다’라고 적혀있다. 애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약관이다. 이런 문제가 있는 약관이 왜 인정되는 걸까? 애플은 약관 적용 국가를 명시하면서 한국을 슬쩍 빼놨다. 한국어로 약관을 명시하면서도 적용대상에는 한국을 제외해 한국 소비자의 불편을 외면하는 방식이다. 이와 비슷한 꼼수는 지난해 판결 이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국제적으로 보면 애플은 인기가 여전히 높다. 혁신적인 제품과 아름다운 디자인이 핵심 역량이다. 하지만 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국제적인 인권 문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제조과정에서 아시아 지역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했다는 논란은 이제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 최근엔 분쟁 지역에서 재료가 되는 광석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뉴스위크> 는 애플이 아이폰 재료 중 하나인 탄탈룸을 콩고민주공화국 분쟁지역에서 조달한 것이라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 분쟁지역은 군벌과 성폭행 범들이 광산으로 이익을 얻는 곳이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 이 문제에 대해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겠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현재 애플은 이런 부정적 이슈에 대해선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왜 한국에서만 유독 애플 제품이 비싼지 속 시원히 답하지 않는 것처럼, 늘 최소한 일관된 자세다.
-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뉴스위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래서 주요 애플 소비국 맥북 에어 가격을 조사해봤다. 결과는 한국인에게만 다소 충격적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애플 제품의 가격이 월등히 비쌌다. 품목에 따라서는 가격차가 30만~60만원 날 정도다. 애플의 기본 라인업 4개 제품의 평균 가격차는 10만1796원에 이른다.
애플컴퓨터, 한국이 일본보다 30만원 비싸
먼저 기자가 일본에서 기분좋은 충격으로 구매한 11인치 맥북 에어(1.4GHz, 4GB메모리, 128GB 플래쉬 저장 장치)부터 보자. 한국에서 이 제품은 113만원에 판매 중이다. 같은 사양은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899달러다. 원화로 환산(3월 3일 고시환율 1달러당 1096.4원)하면 98만5663원으로 가격차는 14만4336원이다.
아시아에서도 한국 시판 가격이 가장 비쌌다. 같은 제품의 일본 애플 스토어 가격은 8만8800엔으로 한국보다 31만6494원이나 저렴했다. 일본은 세금을 별도로 받는 가격이다. 통상 적용하는 세금 8~10%를 감안해도 한국 가격 보다 23만5145원 싸다.
중국 쪽을 살펴봤다. 중국은 본토와 홍콩 사이 통화가 달라 가격도 다르다. 본토에서 같은 제품은 6288위안으로 3만2932원 저렴했고, 홍콩은 6688홍콩달러로 18만4450원 더 쌌다.
이 때문에 기자처럼 애플 컴퓨터를 사기 위해 일본으로 원정구매에 나서는 한국인들도 꽤 많다고 한다. 외국인은 부가소비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30만원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한 사이트에서는 일본에서 애플컴퓨터를 공동구매하자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일본 현지에 있는 유학생 등이 수수료를 뗀 뒤 제품을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애플 판매량이 한국에 비해 훨씬 적은 베트남도 비교했다. 11인치 맥북 에어의 베트남 가격은 2049만9000동, 한국 돈으로 105만3648원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7만6351원이나 저렴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애플 제품이 많이 팔리는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독일에서 같은 제품은 899유로(110만4043원)로 한국보다 2만6000원정도 저렴했다. 독일 뿐 아니라 유로존 전역에서 같은 가격으로 맥북 에어를 살 수 있다.
한국은 영국 다음으로 애플이 비싼 나라
맥북 에어만 큰 가격 차이가 나는 걸까? 내친 김에 다른 제품들도 가격을 뒤져봤다. 애플 컴퓨터의 기본 라인업 중 하나인 21.5인치 화면 아이맥(iMac)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국에서는 137만원인데 같은 사양의 아이맥은 미국에서 16만3517원 가량 저렴하다. 이 외에 캐나다(31만7997원), 일본(29만9598원), 홍콩(18만2594원), 독일(2만911원)도 한국보다 저렴하다.
통신상품이 결합될 수 있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가격차이는 더 벌어졌다. 최신폰인 아이폰6플러스(언락폰)의 한국 가격은 98만원이다. 원화로 계산한 미국 가격은 32만7823원이고, 캐나다에서는 75만3085원에 팔리고 있다. 일본은 17만5655원 가량 더 저렴한 8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아이패드 에어2는 미국(5만2896원), 캐나다(11만8691원), 일본(10만7132원), 홍콩(7만6864원) 등지에서 한국보다 싸게 팔리고 있다. 중국(2만5998원)과 영국(7만3256원) 그리고 유럽(531원)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더 비싸다.
영국에서 처럼 각국의 물가 수준 때문에 가격이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다. 애플도 각국에서 판매되는 애플 가격에 그 나라의 물가 수준을 반영했을 수도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영국 『더 이코노미스트』에서 올해 1월 산정한 빅 맥지수(Big Mac Index)를 활용해 비교했다. 각국 빅맥 가격으로 해당국 4개 애플 제품의 가격을 나눴다. 빅맥 몇 개로 해당 제품을 살 수 있는지 알아본 것이다.
그 결과, 11인치 맥북 에어는 한국에서 빅맥 275개 가량의 값이다. 미국에서는 빅맥 189개 가량으로 그 차이는 85.89개 정도다. 빅맥 85개와 한 입 베어문 버거 1개 가치 정도를 한국인이 더 부담한다는 의미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보면, 아이폰6플러스는 175개, 아이패드 에어2는 41개, 21.5인치 아이맥은 101개 가량 한국에서 애플 가격이 더 부담스럽다. 빅맥 가격이 4.64달러인 캐나다에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 아이맥은 빅맥 125개나 차이난다. 빅 맥 가격이 3.14달러로 더 저렴한 일본과 비교하면 맥북 에어는 36개로 차이가 벌어진다. 한국보다 애플 절대가격이 더 비쌌던 영국에서도 빅맥지수로 환산하면 한국보다 구매 부담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빅맥 가격은 4.37달러로 맥북 에어는 한국보다 9개, 아이폰6플러스는 18개, 아이패드 에어2는 4개, 아이맥은 14개어치 만큼 저렴했다. 정말로 런던 사람들에게 애플 제품은 한국보다 부담이 덜했다!
중화권은 반대 경향을 나타 냈다. 빅맥가격이 각각 2.77달러와 2.43달러로 저렴한 편인 중국과 홍콩에서는 절대 구매가격에 비해 부담 비중이 늘었다. 중국에서 아이맥은 한국보다 빅맥 130개, 홍콩에서는 116개 정도 더 부담해야 한다. 중국과 홍콩 현지에서 전자제품 가격이 패스트푸드 음식과 비교해 비싸기 때문이다. 식료품 가격이 절대적으로 저렴한 중화권을 제외하면 한국의 애플제품 구매 부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왜 이런 가격차가 나는 것일까? 애플 측은 공식적으로 “글로벌 가격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일제품-동일가격 정책’에 따라 가격을 정할 뿐 국가별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각국별 절대 가격이 다른 것은 환율·부가세·무역 관세·물류비용 등에 따른 소비자 가격 차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한화로 15만~20만원 정도 차이는 동일가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플의 주장은 자신만만하고 과감하다. 100여만원짜리 제품에 가격 차가 15만원이면 15%나 된다. 이를 두고 어떻게 ‘동일가격’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애플은 동북아시아 판매 거점을 중국에 두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한국과 일본에서 크게 차이 나긴 어렵다. 소비자 가격을 각국별로 동일하게 정했다는 애플의 설명이 무색한 이유다. 환율 등 경제 사정이 달라지기 전에 제품의 가격을 정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 사정이 변하면 애플은 가격을 재조정해 왔다. 애플은 최근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자 러시아 제품의 가격을 일부 조정했다. 동일계열 제품 중에 신제품이 나와도 가격을 재조정했다. 애플 측 설명에 따르면, 한국과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일본에선 일본 전자제품 시장 상황을 고려하기도 한다. 일본의 다른 전자제품 가격이 크게 저렴해 이에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A/S 약관 적용국가에 한국 슬쩍 빼기도
애플은 한국에 제품을 비싸게 판매하고도 별다른 혜택을 주진 않는다. 오히려 서비스 질이 낮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애플은 한국에서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일방적인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4월 7일 ‘애플 수리 정책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냈다. 애플이 한국어로 된 A/S 약관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지만,약관 적용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꼼수를 써 소비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 12월 애플 아이폰5를 구매한 오모(31)씨는 사용한 지 1년이 좀 못돼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과 액정 이상, 배터리 지속시간 단축 등의 문제를 겪었다. 애플코리아 공인 서비스센터는 오씨에게 “고칠 수 없으니 34만원을 내고 리퍼폰을 받아 쓰라”고 했다. 리퍼폰은 중고 부품을 조립해 만든 재제작품이다. 오씨는 이를 거절하며 휴대전화를 돌려달라고 했지만 애플코리아 측은 수개월간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광주지방법원은 애플코리아가 오씨에게 152만7000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애플의 A/S 약관을 보면 ‘수리과정에서 교체된 부품이나 제품은 애플의 소유로 한다’, ‘계약서에 명시된 경우를 제외하고 애플은 결과적 손해, 특별한 손해, 간접적 손해, 징벌적 손해나 제3자 청구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애플은 계약을 언제든 변경할 권리를 보유하고, 서비스가 시작되면 그 주문은 취소할 수 없으며 고객은 계약을 철회할 수 없다’라고 적혀있다. 애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약관이다. 이런 문제가 있는 약관이 왜 인정되는 걸까? 애플은 약관 적용 국가를 명시하면서 한국을 슬쩍 빼놨다. 한국어로 약관을 명시하면서도 적용대상에는 한국을 제외해 한국 소비자의 불편을 외면하는 방식이다. 이와 비슷한 꼼수는 지난해 판결 이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국제적으로 보면 애플은 인기가 여전히 높다. 혁신적인 제품과 아름다운 디자인이 핵심 역량이다. 하지만 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국제적인 인권 문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제조과정에서 아시아 지역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했다는 논란은 이제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 최근엔 분쟁 지역에서 재료가 되는 광석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뉴스위크> 는 애플이 아이폰 재료 중 하나인 탄탈룸을 콩고민주공화국 분쟁지역에서 조달한 것이라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 분쟁지역은 군벌과 성폭행 범들이 광산으로 이익을 얻는 곳이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 이 문제에 대해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겠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현재 애플은 이런 부정적 이슈에 대해선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왜 한국에서만 유독 애플 제품이 비싼지 속 시원히 답하지 않는 것처럼, 늘 최소한 일관된 자세다.
-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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