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불평등을 넘어] - 지도자의 철학-정부의 역할이 관건
[Book | 불평등을 넘어] - 지도자의 철학-정부의 역할이 관건
앤서니 앳킨슨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평생 ‘불평등’을 연구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지니계수와 함께, 불평등의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수인 ‘앳킨슨 지수’를 만든 이가 그다. 해마다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앳킨슨이 신작 [불평등을 넘어]를 내놨다. 영미권에서도 올해 출간된 따 끈한 책이다. 원제는 ‘INEQUALITY(불평등)’이다.
앞서 밝혀두지만[불평등을 넘어]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만큼 어렵다. 책 서문에 앳킨슨은 ‘나는 방정식이 하나 나올 때마다 독자 수는 절반씩 줄어든다는 스티븐 호킹의 금언을 잊지 않았다. 이 책 본문에 방정식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독자들이 이 책을 끝까지 읽는 데 성공하기를 바란다’라고 썼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학 서적을 자주 접했거나, 쏟아지는 숫자와 그래프에 익숙한 독자가 아니라면, 책을 미리 훑다가 덜컥 손을 놔버릴 수 있다. 이런 독자들이라면 불평등의 증거를 제시한 1부는 건너 띄고, 2부와 3부를 읽어도 충분하다. 어차피 세상이 불균등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점점 더 불평등해진다는 것 역시 이견이 없다. 더욱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불평등을 없애는 방안, 그리고 방안을 이룰 수 있는 해법(정책) 아닌가? 2~3부에 그 내용이 집중돼 있고, 1부 보다 읽기도 편하다.
앳킨슨은 이 책의 목적을 분명히 해둔다. ‘나는 경제적 성과의 모든 차이를 제거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절대적인 평등을 목표로 삼지 않는 것이다. 완전한 평등이라기보다는 지금의 불평등 수준이 지나치다는 믿음에 따라 현재 수준 아래로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그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15가지 제안을 한다(영국 상황을 토대로 한 제안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제 안에 앞서 그는 불평등이 증가했던 요인을 역대 학자들의 이론으로 정리해 여섯 가지로 제시했다. 세계화, 기술 변화, 금융의 성장, 달라지는 보상 규칙, 노동조합의 역할 축소, 재분배를 위한 세금과 이전 정책의 후퇴. 그리고 이 여섯 가지 요인으로 인한 불평등의 확대를 줄이기 위해 그가 평생 연구해 집약한 해법을 15가지 제안에 담았다. 설명 없이, 제 안을 그대로 옮겨 보겠다(다소 긴 문장은 각색을 했다).
①정책 결정자들은 기술 변화의 방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근로자들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고 서비스 제공의 인적 측면을 강조하는 형태의 혁신을 장려해야 한다. ②공공정책은 이해관계자 간 적절한 힘의 균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경쟁 정책에 분배 정책 도입, 노동조합에 대한 법적 체계 보장, 비정부기구의 참여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 ③정부는 실업을 줄이기 위한 명시적 목표를 밝히고, 공공 부문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④생활임금으로 정해진 최저임금과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⑤정부는 저축에 대한 플러스 실질금리를 보장해야 한다. ⑥모든 성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자본(최소한의 상속)이 있어야 한다. ⑦국가의 순자산을 축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공공투자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 ⑧개인 소득세에 대해 더 누진적인 세율 구조로 돌아가야 하며 과세 대상 소득 구간에 한계 세율을 더 올려야 한다. ⑨저소득층에 대해 근로소득공제를 도입해야 한다. ⑩상속·증여 재산에는 누진적인 평생자본취득세 체계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 ⑪부동산에 대해 비례적 재산세 또는 누진적인 재산세를 시행해야 한다. ⑫모든 어린이에게 상당 금액의 자녀 수당을 지급하고, 이를 소득으로 보아 세금을 물려야 한다. ⑬기존 사회적 보호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⑭사회보험을 새롭게 해 급여수준을 늘리고 적용 대상을 넓혀야 한다. ⑮부자 나라들은 공적개발원조 목표를 국민총소득의 1%로 올려야 한다.
15가지 제안 중 일부는 한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이고, 또 일부는 한창 논의가 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앳킨슨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런 제안을 실행) 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럴 여유가 있는가?’ 이는 분배를 늘리고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정이 충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성장을 해야 하며, 성장을 하려면 분배는 뒤로 미뤄야 한다는 전형적인 반대론자를 염두에 둔 역질문인 것으로 보인다. 앳킨슨의 답은 무얼까?
‘이 제안들은 대담한 것이지만, 이전의 불평등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대담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기존의 경제적·사회적 정책 수단들을 만지작거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제와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 개입하는 중대한 개혁들이 이뤄줘야 한다. 21세기는 인구 고령화, 기후변화, 그리고 글로벌 불균형 면에서 여러 도전을 불러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은 우리 손 안에 있다. 우리가 오늘날 더욱 거대해진 부를 이러한 도전에 맞서는 데 기꺼이 쓰려고 한다면, 그리고 자원을 덜 불평등하게 나눠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분명 미래는 낙관할 근거가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바랄 수 있는 것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치적 결정과 그에 따른 정책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불평등과 정치의 상호 관계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쉽게 말하면 지도자의 철학, 그리고 정부의 역할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가 불평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이때 필요한 것이 행동하려는 시민의 욕구, 즉 ‘정치적 행동’이다. 우리는 준비가 돼 있는가? 이 책이 던진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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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밝혀두지만[불평등을 넘어]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만큼 어렵다. 책 서문에 앳킨슨은 ‘나는 방정식이 하나 나올 때마다 독자 수는 절반씩 줄어든다는 스티븐 호킹의 금언을 잊지 않았다. 이 책 본문에 방정식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독자들이 이 책을 끝까지 읽는 데 성공하기를 바란다’라고 썼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학 서적을 자주 접했거나, 쏟아지는 숫자와 그래프에 익숙한 독자가 아니라면, 책을 미리 훑다가 덜컥 손을 놔버릴 수 있다. 이런 독자들이라면 불평등의 증거를 제시한 1부는 건너 띄고, 2부와 3부를 읽어도 충분하다. 어차피 세상이 불균등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점점 더 불평등해진다는 것 역시 이견이 없다. 더욱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불평등을 없애는 방안, 그리고 방안을 이룰 수 있는 해법(정책) 아닌가? 2~3부에 그 내용이 집중돼 있고, 1부 보다 읽기도 편하다.
앳킨슨은 이 책의 목적을 분명히 해둔다. ‘나는 경제적 성과의 모든 차이를 제거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절대적인 평등을 목표로 삼지 않는 것이다. 완전한 평등이라기보다는 지금의 불평등 수준이 지나치다는 믿음에 따라 현재 수준 아래로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그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15가지 제안을 한다(영국 상황을 토대로 한 제안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제 안에 앞서 그는 불평등이 증가했던 요인을 역대 학자들의 이론으로 정리해 여섯 가지로 제시했다. 세계화, 기술 변화, 금융의 성장, 달라지는 보상 규칙, 노동조합의 역할 축소, 재분배를 위한 세금과 이전 정책의 후퇴. 그리고 이 여섯 가지 요인으로 인한 불평등의 확대를 줄이기 위해 그가 평생 연구해 집약한 해법을 15가지 제안에 담았다. 설명 없이, 제 안을 그대로 옮겨 보겠다(다소 긴 문장은 각색을 했다).
①정책 결정자들은 기술 변화의 방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근로자들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고 서비스 제공의 인적 측면을 강조하는 형태의 혁신을 장려해야 한다. ②공공정책은 이해관계자 간 적절한 힘의 균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경쟁 정책에 분배 정책 도입, 노동조합에 대한 법적 체계 보장, 비정부기구의 참여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 ③정부는 실업을 줄이기 위한 명시적 목표를 밝히고, 공공 부문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④생활임금으로 정해진 최저임금과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⑤정부는 저축에 대한 플러스 실질금리를 보장해야 한다. ⑥모든 성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자본(최소한의 상속)이 있어야 한다. ⑦국가의 순자산을 축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공공투자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 ⑧개인 소득세에 대해 더 누진적인 세율 구조로 돌아가야 하며 과세 대상 소득 구간에 한계 세율을 더 올려야 한다. ⑨저소득층에 대해 근로소득공제를 도입해야 한다. ⑩상속·증여 재산에는 누진적인 평생자본취득세 체계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 ⑪부동산에 대해 비례적 재산세 또는 누진적인 재산세를 시행해야 한다. ⑫모든 어린이에게 상당 금액의 자녀 수당을 지급하고, 이를 소득으로 보아 세금을 물려야 한다. ⑬기존 사회적 보호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⑭사회보험을 새롭게 해 급여수준을 늘리고 적용 대상을 넓혀야 한다. ⑮부자 나라들은 공적개발원조 목표를 국민총소득의 1%로 올려야 한다.
15가지 제안 중 일부는 한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이고, 또 일부는 한창 논의가 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앳킨슨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런 제안을 실행) 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럴 여유가 있는가?’ 이는 분배를 늘리고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정이 충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성장을 해야 하며, 성장을 하려면 분배는 뒤로 미뤄야 한다는 전형적인 반대론자를 염두에 둔 역질문인 것으로 보인다. 앳킨슨의 답은 무얼까?
‘이 제안들은 대담한 것이지만, 이전의 불평등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대담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기존의 경제적·사회적 정책 수단들을 만지작거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제와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 개입하는 중대한 개혁들이 이뤄줘야 한다. 21세기는 인구 고령화, 기후변화, 그리고 글로벌 불균형 면에서 여러 도전을 불러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은 우리 손 안에 있다. 우리가 오늘날 더욱 거대해진 부를 이러한 도전에 맞서는 데 기꺼이 쓰려고 한다면, 그리고 자원을 덜 불평등하게 나눠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분명 미래는 낙관할 근거가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바랄 수 있는 것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치적 결정과 그에 따른 정책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불평등과 정치의 상호 관계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쉽게 말하면 지도자의 철학, 그리고 정부의 역할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가 불평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이때 필요한 것이 행동하려는 시민의 욕구, 즉 ‘정치적 행동’이다. 우리는 준비가 돼 있는가? 이 책이 던진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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