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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나온 원작의 10가지 유형] 성서·셰익스피어는 마르지 않는 샘물

[영화로 나온 원작의 10가지 유형] 성서·셰익스피어는 마르지 않는 샘물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 영화로 나오면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걸 보는 건 흥미진진하지만 영화가 책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스럽다. 하지만 책에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가 들어 있다. 때때로 그 이야기들은 서점 진열대보다 좀 더 눈에 잘 띄는 무대를 차지해야 마땅하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공주를 찾아서] [파이트 클럽] 같은 책이 영화로 나와서 세상이 좀 더 좋은 곳이 된 건 사실이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 중에는 형편없는 작품도 있지만 영화로 나오지 않았다면 아쉬웠을 작품도 있다. 영화평과 상관없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다음 10가지 유형로 나눌 수 있다.
 01. 성서
성서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책을 원작으로 한 모든 영화의 아버지 같은 존재다. 성서는 전형적인 인물과 고전적인 이야기들의 보고다. 그 인물과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상상 가능한 모든 매체로 수없이 재해석될 것이다.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성서를 바탕으로 한 가장 최근의 영화는 CGI 이미지가 가득한 <노아> (2014)다. 주인공 노아 역의 러셀 크로우가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2시간 동안 소리를 지른다. 할리우드 영화가 얼마나 더 오랫동안 성서라는 우물을 찾을까? 이제 웬만한 이야기는 다 영화로 나오지 않았을까? 두번째 질문의 대답이 ‘그렇다’라고 해도 첫 번째 질문의 답은 물론 ‘영원히’다. 새로운 그래픽 기술로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좀 더 처참하게 그릴 수 있다면 그렇게 될지어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십계> <노아> <이집트 왕자> <엑소더스:신들과 왕들> <다윗과 골리앗>
 02. 셰익스피어 작품
성서와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본질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야기의 핵심만 유지한다면 얼마든지 살을 붙여서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성서와 비교할 때 주제(사랑·가족·권력 등)가 현대 관객에게 훨씬 더 친근해서 영화로 만들기에 더 적합하다.



<로미오와 줄리엣>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템피스트> <타이투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오델로> <한여름 밤의 꿈>
 03. 중·고교 필독서
미국 중·고등학교의 필독서로 지정됐던 책 대다수가 영화화됐다. 클리프노트(CliffsNotes, 학습 보조용 소프트웨어)의 발명에 기여한 <주홍글씨> 도 1995년 데미 무어와 게리 올드먼 주연의 영화로 나왔다. 이런 책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얼마나 스타성 있는 배우를 내세우느냐에 따라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원작의 영향력을 뛰어 넘을 가능성은 없다는 게 한계지만 그래서 오히려 다행 아닐까?



<위대한 개츠비> <앵무새 죽이기> <파리대왕> <더 기버:기억전달자> <주홍글씨> <크루서블> <동물농장> <화씨 451> <호빗> <톰 앤 허크>
 04. 장기 베스트셀러
장기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는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진다. 영화화될 경우 영화제작사와 출판사 간의 공생관계는 너무도 매력적이어서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사 입장에서 보면 책의 성공은 돈 안 들이고 영화를 홍보하는 효과를 낸다. 책 읽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극장 좌석이 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출판사 입장에서는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나를 찾아줘> <해리 포터> <트와일라잇>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라이프 오브 파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다빈치 코드>
 05. 영화적 요소가 다분한 책
소설 중에는 영화적 요소가 가득한 작품들이 있다. 영화로 만들어서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부 작품은 책으로 먼저 나왔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영화 버전이 큰 성공을 거뒀다.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을 제대로 만날 경우 역사에 길이 남을 영화로 거듭날 수 있다.



<조스> <쥬라기 공원> <프린세스 브라이드> <포레스트 검프> <브로크백 마운틴> <죽은 시인의 사회> <엑소시스트> <혹성탈출> <캐치 미 이프 유 캔>
 06. 낭만적인 문학작품
페이지마다 글자가 빽빽한 19세기 문학작품을 영화로 만들 때는 유명 배우를 써야 한다. 많은 의미가 숨어 있는 400쪽짜리 낭만 문학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포스터에 유화를 쓴다고 생각해 보라. 누가 보러 가고 싶겠는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플로베르의 팬들은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게 좋겠다. 미아 와시코우스카와 에즈라 밀러가 주연하는 <마담 보바리> 가 6월에 개봉되니 말이다.



<안나 카레니나>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마담 보바리> <센스 앤 센서빌리티> <순수의 시대> <엠마>
 07. 감독의 상상력이 빛난 책
훌륭한 책이 꼭 좋은 영화가 되진 않는다. 위대한 문학작품 중 일부는 숨은 의미와 캐릭터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나타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아 보이는 책도 감독을 잘 만나면 상상력 풍부한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지옥의 묵시록> <대부> <쉰들러 리스트> <인히어런트 바이스> <파이트 클럽>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 <시계태엽 오렌지> <재키 브라운> <악마의 씨>
 08. 스릴러
1962년 이언 플레밍의 소설 <닥터 노> 가 최초의 ‘007’ 영화로 나온 이후, 아니 1946년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빅 슬립> 이 영화화된 이후 똑같은 주인공이 계속 등장하는 스파이 스릴러 시리즈는 크게 성공했다. 플레밍의 ‘007’ 시리즈가 단연 선두를 달렸지만 잭 라이언을 주인공으로 한 톰 클랜시의 정치 스릴러나 로버트 러들럼의 ‘본’ 시리즈, 존 르 카레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와 짐 그랜트 <잭 리처> 같은 작가들의 작품도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007 살인번호> <007 골드핑거> <007 위기일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긴급명령> <잭 리처> <본 아이덴티티> <붉은 10월> <모스트 원티드 맨>
 09. 아동도서와 만화책
1903년 제작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는 책을 원작으로 한 최초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조니 뎁이 출연한 107년 뒤의 버전이 보여주듯이 아동도서를 영화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책에 장편 영화로 만들기에 충분한 이야기나 숨은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엔 영화감독이 창조성을 발휘해야 한다. 때로는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스파이크 존스와 데이브 에거스가 만든 <괴물들이 사는 나라> 가 좋은 예다. 그런가 하면 닥터 수스의 과학동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처럼 형편없는 작품이 될 때도 있다.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대체로 큰 성공을 거둔다는 사실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지난 5월 초 미국에서 개봉한 <어벤저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은 아직도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린치> <스파이더맨> <배트맨> <어벤저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판타스틱 4> <아이언맨> <씬 시티>
 10. 스티븐 킹
1982년 스티븐 킹은 중편소설 4편을 모은 작품집 ‘사계(Different Seasons)’를 발표했는데 그중 3편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은 <쇼생크 탈출> , <더 바디> 는 <스탠드 바이 미> , <우등생> 은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재탄생했다.

그러니 ‘스티븐 킹’이라는 분류 목록이 나올 만하지 않은가? 소설가로 돈 벌고 싶다면 킹을 본받아라. 그가 쓴 소설 중 50권 이상이 영화화됐다. 고개가 절로 숙여지지 않는가?

번역=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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