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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경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경

지난 6월 6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다카에서 여러 협력 프로젝트의 초석 제막식을 가졌다.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오랜 영토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6월 6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를 방문해 셰이크 하시나 총리와 월경지협정(LBA)에 서명했다. 이 협정으로 현재 나라 없는 수만 명이 앞으로 두 나라 중 원하는 쪽에서 국적을 얻을 수 있다.

이 역사적인 협정에 따르면 양국은 월경지 150곳을 교환하고 그곳 주민은 원하는 나라를 선택할 수 있다. 월경지(enclave)란 한 나라에 속하면서 본토와 격리돼 다른 나라에 둘러싸여 있는 지역을 말한다. 약 4000㎞ 국경선을 따라 형성된 월경지는 식민 시절부터 존재했으며 양국 사이의 끊임없는 분쟁이 씨앗이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현재 그곳에 사는 주민은 국적이 없으며, 사실상 공공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거주하는 주민이 약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 방송에 따르면 인도 쪽의 월경지 50곳 이상에는 방글라데시인 수천 명이, 방글라데사 국경 안의 월경지 약 100곳에는 인도인이 살고 있다. 이번에 체결된 협정에 따라 인도의 아삼·트리푸라·메갈라야·서벵골주의 월경지와 방글라데시의 랑푸르구·쿠치베하르 지역의 월경지가 맞교환된다.

인도가 방글라데시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은 인도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모디 총리는 이번 협정을 베를린 장벽 제거에 견주며 “인도-방글라데시 관계의 분수령”이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의 아불 하산 마무드 알리 외무장관은 이번 협정을 두고 “남아시아의 두 이웃나라 사이에 세워진 역사적 이정표”라고 불렀다.

1947년 파키스탄이 인도에서 분리독립한 뒤 1971년에는 ‘동파키스탄’이던 방글라데시가 다시 분리 독립했다. 1974년 인디라 간디 당시 인도 총리와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 당시 방글라데시 총리가 경계가 불분명한 양국 국경 지역을 상호 교환해 정리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듬해 라만 총리가 암살되면서 국경이 모호해진 뒤 최근까지 갈등을 겪어왔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이번 모디 총리 방문을 계기로 경제협력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와 인도 동부 4개 도시를 육로로 잇는 새 버스 노선 출범식에도 참석했다. 인도의 릴라이언스 그룹과 아다니 그룹은 4600㎿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 등 전력 부문에 모두 5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하는 협정을 방글라데시 국영 전기공사와 체결했다. 인도 정부는 또 방글라데시에 2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키로 하고, 무역과 안보 협력 증진을 위해 22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모디 총리의 방문 전 날 아티우르 라만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장은 인도 기업인들에게 방글라데시의 저비용 제조업 기반을 활용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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