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먹어도 고급지게!
하나를 먹어도 고급지게!
고급 마트에 가면 상표에 ‘장인(artisanal)’ ‘소량생산(small batch)’ ‘공정무역(fair-trade)’ 등 최근 식품업계에서 유행하는 수식어가 들어간 고가의 초콜릿 바가 눈에 많이 띈다. 그런 제품들은 화려한 포장과 달리 대개가 가짜다. 대다수 소비자는 값비싼 초콜릿과 슈퍼마켓에서 흔히 보는 초콜릿의 맛 차이를 못 느낀다. 일각에서는 초콜릿 업체 역시 구분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업계 지도자들이 에얼룸 카카오 보존(HCP)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다. 고급초콜릿산업협회(FCIA)와 미국 농무부(USDA) 농업연구청이 공동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장인 초콜릿 산업 성장의 결과물이다. HCP는 업계 최고의 감별사들과 유전학적 분석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맛 좋은 카카오의 식별과 보존을 목표로 한다. 질 좋은 카카오의 이용도를 높이고 농부들에게 그런 품종을 권장한다. 현재 시장은 맛이 밍밍한 다수확 품종이 장악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초콜릿 제조업자들과 열정적인 감정가들을 위한 웹사이트 C-스팟의 설립자 마크 크리스천은 “초콜릿 산업은 맛을 비롯한 근본적인 요소들을 망각했다”고 말했다. “초콜릿 제조업자 대다수가 어떤 게 좋은 초콜릿인지 알지 못한다.”
2011년 창설된 HCP는 지금까지 벨리즈, 코스타리카, 하와이,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지에서 생산되는 카카오 7종을 ‘에얼룸’ 카카오로 지정했다. 기타드 초콜릿, 샤펜 버거, 발로나 같은 유명 초콜릿 업체의 간부 등 초콜릿 업계의 거물들로 맛 평가단이 조직됐다. 평가단은 카카오 품종의 역사적·문화적·식물학적·지리학적 특성을 검토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전자 프로파일링(genetic profiling)이라는 혁신적 측정 기준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차세대 초콜릿 산업에 진입하고 있다”고 크리스천이 말했다. “지금까지 초콜릿 산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 않았다.”
사실 린트, 허시, 마스(M&M, 트윅스, 밀키웨이 등을 생산하는 초콜릿 업체) 등 초콜릿 대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유전학에 관심을 가져 왔다. 하지만 대개가 가뭄과 질병에 강하고 다수확할 수 있는 카카오 원두의 보전과 번식을 위한 연구에 이용됐다. USDA 농업연구청과 트리니다드 섬에 있는 코코아 연구소, 코스타리카 투리알바에 있는 열대농업연구소 등이 모두 카카오 유전학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해 목록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HCP의 프로젝트는 이들과는 다른 유형으로 양보다 품질에 초점을 맞춘다. 초콜릿 맛을 위해 유전학을 이용하는 최초의 체계적인 노력이다.
초콜릿 업계에서는 전통적으로 다수확 품종의 카카오 나무를 다른 나무에 접목시켜 품종을 번식시켜 왔다. 복제(cloning)라고 불리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다수확 품종을 질병에 잘 견디는 나무의 뿌리 줄기에 접목해 업계가 요구하는 품종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가장 인기 있는 고성장 다수확 품종 2가지는 에콰도르산 CC-N51과 서아프리카산 카카오 메르세데스다. 이 두 품종은 접목한지 18개월 만에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이들 품종의 맛은 저질이며 코코아 버터와 코코아 매스(카카오 원두에서 외피와 배아를 제거하고 분해한 액체 상태의 페이스트)의 대량생산에 더 적합하다. 이것들은 스니커즈 같은 대중적인 초코바를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하지만 다른 재료가 거의 안 들어가는 고급 초코바에 넣으면 오히려 맛을 해친다.
최근까지 농학자들은 테오브로마 카카오 나무의 품종이 크리올로·포라스테로·트리니타리오 등 3가지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8년 USDA 산하 국립유전자원보존원의 열대 농학자이자 마스의 코코아 유전학 연구팀을 이끄는 후안 카를로스 모타마요르가 플로스원 학회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업계의 그런 믿음을 뒤집었다. 그의 연구팀은 3가지 품종의 표본에 대한 유전학적 분석을 실시했다. 각각의 DNA 조각 패턴을 비교한 결과 10개의 서로 다른 카카오 유전자형(genotype)이 발견됐다.
USDA 농업연구청의 지속가능한 다년생 작물 실험실 책임자 린델 마인하트에 따르면 그로부터 몇 년 후에는 대다수 사람이 훨씬 더 다양한 품종이 존재한다고 믿게 됐다. 그는 마스의 연구가 극소수의 생식세포질 은행에서 제공한 표본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 있는 카카오 유전자형 모두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마인하트는 맛이 아주 좋다고 알려진 카카오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협조하고 있으며 HCP 1차 에얼룸 표본들의 유전자형 분류를 이미 끝냈다. 현재 발견된 유전자형은 14가지이지만 그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듯하다. USDA는 아마존강 유역의 미탐험 지역에 더 다양한 카카오 품종을 퍼뜨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10년 전 독일 농부 폴커 레만은 아마존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마드레 데 디오스강의 지류인 베니강의 여러 섬에 카카오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는 걸 발견했다. DNA분석 결과 이 나무들은 새 카카오 품종으로 확인됐다. 볼리비아 트랑킬리다드라고 명명된 이 품종은 볼리비아 알토 베니에 이어 HCP 에얼룸 카카오 2호로 지정됐다. HCP 맛 평가단에 따르면 이 품종은 “은은한 꽃 향기와 약간 매운 맛이 나며 희미한 바닐라 향과 발삼 나무향, 숙성된 과일향이 난다.”
USDA가 더 우수한 카카오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유전학적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준다. 마인하트는 “(미국 초콜릿 업체가) 초콜릿을 만들 때 미국에서 생산된 설탕과 우유, 아몬드와 땅콩을 사용한다”며 “초콜릿 업계를 지원하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다른 많은 상품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카카오 원두의 에얼룸 품종을 지정하는 프로그램은 미국 초콜릿 제조업체들과 그 업체에 재료를 공급하는 농부들에게 혜택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체 간부로 일하던 토드 매소니스는 2010년 친구 집 차고에서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했다. 몇 년 후 그는 초콜릿 생산업체 댄더라이온 초콜릿을 공동 창업했다. 현재 이 업체에서 만든 초콜릿을 사려고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는 상점이 400개에 이른다. 매소니스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생산 시설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HCP 이사회의 일원이기도 한 매소니스는 카카오 원두에 초점을 맞추는 미국의 새로운 초콜릿 생산 물결에 합류했다. “우리 회사의 초콜릿 바에는 카카오 원두와 설탕만 들어간다”고 매소니스는 말했다. “마다가스카르 원두로 만든 제품은 과일 맛이 많이 나고 베네수엘라 원두로 만든 것은 초콜릿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견과류 맛이나 꽃 향기가 나는 제품도 있다. 소비자도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반면 대량생산하는 초콜릿은 오랫동안 맛이 일관되고 싼 가격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게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우선 순위가 다르다는 말이다.”
매소니스는 한 제품에 벨리즈의 마야 마운틴 카카오(MMC)에서 공급받은 원두를 사용한다. 올해 에얼룸 품종으로 지정된 2가지 중 하나다. 5년 전 설립된 MMC는 역내 309개 농장에서 생 카카오 원두를 사들여 발효와 건조 과정을 거친 뒤 댄더라이온 같은 소량생산 초콜릿 업체에 판매한다.
고급 카카오 원두의 가격은 t당 5600달러로 현재 세계 카카오 원두 시장가보다 2600달러가 더 비싸다. MMC의 마야 그래니트 상무는 원두를 1t 판매할 때 약 3300달러가 농부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녀는 HCP의 에얼룸 원두 지정이 벨리즈의 원두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믿는다.
‘초콜릿: 달콤한 역사(Chocolate: The Sweet History)’의 저자 베스 키머럴은 “HCP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초콜릿 맛을 다시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댄더라이온이나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매스트 브러더스 같은 회사들은 고급 초콜릿 바를 위한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키머럴은 업체들이 위험을 감수할 의지만 있다면 더 고급스런 초콜릿도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콜릿 업체 토악은 희귀한 에콰도르산 에얼룸 카카오 원두로 다크 초콜릿 바를 소량 생산했다. 이 제품은 스페인산 느릅나무로 만든 수제 상자에 각각 포장됐고 상자 안에는 시식용 도구가 들어 있다. 손가락으로 집어 먹으면 맛이 떨어질까 우려해서다. 이 특제 초콜릿 바는 개당 가격이 260달러나 했지만 순식간에 다 팔렸다.
HCP의 에얼룸 카카오 지정이 초콜릿 애호가들을 겨냥한 유용한 마케팅 도구가 된다는 증거다. 이런 방식은 와인 산업의 아펠라시옹(AOC) 제도(와인 명산지에 주어지는 원산지 호칭 제도)처럼 초콜릿 업체와 소비자 모두가 품질에 주목하게 만든다.
“요즘은 소믈리에가 아니더라도 와인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키머럴은 말했다. “소비자에게 초콜릿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고 8달러나 10달러짜리 초콜릿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설명하면 그들은 ‘내가 싼값에 먹고 있네요’라고 말할 듯하다.”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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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지도자들이 에얼룸 카카오 보존(HCP)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다. 고급초콜릿산업협회(FCIA)와 미국 농무부(USDA) 농업연구청이 공동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장인 초콜릿 산업 성장의 결과물이다. HCP는 업계 최고의 감별사들과 유전학적 분석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맛 좋은 카카오의 식별과 보존을 목표로 한다. 질 좋은 카카오의 이용도를 높이고 농부들에게 그런 품종을 권장한다. 현재 시장은 맛이 밍밍한 다수확 품종이 장악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초콜릿 제조업자들과 열정적인 감정가들을 위한 웹사이트 C-스팟의 설립자 마크 크리스천은 “초콜릿 산업은 맛을 비롯한 근본적인 요소들을 망각했다”고 말했다. “초콜릿 제조업자 대다수가 어떤 게 좋은 초콜릿인지 알지 못한다.”
2011년 창설된 HCP는 지금까지 벨리즈, 코스타리카, 하와이,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지에서 생산되는 카카오 7종을 ‘에얼룸’ 카카오로 지정했다. 기타드 초콜릿, 샤펜 버거, 발로나 같은 유명 초콜릿 업체의 간부 등 초콜릿 업계의 거물들로 맛 평가단이 조직됐다. 평가단은 카카오 품종의 역사적·문화적·식물학적·지리학적 특성을 검토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전자 프로파일링(genetic profiling)이라는 혁신적 측정 기준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차세대 초콜릿 산업에 진입하고 있다”고 크리스천이 말했다. “지금까지 초콜릿 산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 않았다.”
사실 린트, 허시, 마스(M&M, 트윅스, 밀키웨이 등을 생산하는 초콜릿 업체) 등 초콜릿 대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유전학에 관심을 가져 왔다. 하지만 대개가 가뭄과 질병에 강하고 다수확할 수 있는 카카오 원두의 보전과 번식을 위한 연구에 이용됐다. USDA 농업연구청과 트리니다드 섬에 있는 코코아 연구소, 코스타리카 투리알바에 있는 열대농업연구소 등이 모두 카카오 유전학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해 목록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HCP의 프로젝트는 이들과는 다른 유형으로 양보다 품질에 초점을 맞춘다. 초콜릿 맛을 위해 유전학을 이용하는 최초의 체계적인 노력이다.
초콜릿 업계에서는 전통적으로 다수확 품종의 카카오 나무를 다른 나무에 접목시켜 품종을 번식시켜 왔다. 복제(cloning)라고 불리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다수확 품종을 질병에 잘 견디는 나무의 뿌리 줄기에 접목해 업계가 요구하는 품종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가장 인기 있는 고성장 다수확 품종 2가지는 에콰도르산 CC-N51과 서아프리카산 카카오 메르세데스다. 이 두 품종은 접목한지 18개월 만에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이들 품종의 맛은 저질이며 코코아 버터와 코코아 매스(카카오 원두에서 외피와 배아를 제거하고 분해한 액체 상태의 페이스트)의 대량생산에 더 적합하다. 이것들은 스니커즈 같은 대중적인 초코바를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하지만 다른 재료가 거의 안 들어가는 고급 초코바에 넣으면 오히려 맛을 해친다.
최근까지 농학자들은 테오브로마 카카오 나무의 품종이 크리올로·포라스테로·트리니타리오 등 3가지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8년 USDA 산하 국립유전자원보존원의 열대 농학자이자 마스의 코코아 유전학 연구팀을 이끄는 후안 카를로스 모타마요르가 플로스원 학회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업계의 그런 믿음을 뒤집었다. 그의 연구팀은 3가지 품종의 표본에 대한 유전학적 분석을 실시했다. 각각의 DNA 조각 패턴을 비교한 결과 10개의 서로 다른 카카오 유전자형(genotype)이 발견됐다.
USDA 농업연구청의 지속가능한 다년생 작물 실험실 책임자 린델 마인하트에 따르면 그로부터 몇 년 후에는 대다수 사람이 훨씬 더 다양한 품종이 존재한다고 믿게 됐다. 그는 마스의 연구가 극소수의 생식세포질 은행에서 제공한 표본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 있는 카카오 유전자형 모두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마인하트는 맛이 아주 좋다고 알려진 카카오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협조하고 있으며 HCP 1차 에얼룸 표본들의 유전자형 분류를 이미 끝냈다. 현재 발견된 유전자형은 14가지이지만 그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듯하다. USDA는 아마존강 유역의 미탐험 지역에 더 다양한 카카오 품종을 퍼뜨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10년 전 독일 농부 폴커 레만은 아마존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마드레 데 디오스강의 지류인 베니강의 여러 섬에 카카오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는 걸 발견했다. DNA분석 결과 이 나무들은 새 카카오 품종으로 확인됐다. 볼리비아 트랑킬리다드라고 명명된 이 품종은 볼리비아 알토 베니에 이어 HCP 에얼룸 카카오 2호로 지정됐다. HCP 맛 평가단에 따르면 이 품종은 “은은한 꽃 향기와 약간 매운 맛이 나며 희미한 바닐라 향과 발삼 나무향, 숙성된 과일향이 난다.”
USDA가 더 우수한 카카오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유전학적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준다. 마인하트는 “(미국 초콜릿 업체가) 초콜릿을 만들 때 미국에서 생산된 설탕과 우유, 아몬드와 땅콩을 사용한다”며 “초콜릿 업계를 지원하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다른 많은 상품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카카오 원두의 에얼룸 품종을 지정하는 프로그램은 미국 초콜릿 제조업체들과 그 업체에 재료를 공급하는 농부들에게 혜택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체 간부로 일하던 토드 매소니스는 2010년 친구 집 차고에서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했다. 몇 년 후 그는 초콜릿 생산업체 댄더라이온 초콜릿을 공동 창업했다. 현재 이 업체에서 만든 초콜릿을 사려고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는 상점이 400개에 이른다. 매소니스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생산 시설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HCP 이사회의 일원이기도 한 매소니스는 카카오 원두에 초점을 맞추는 미국의 새로운 초콜릿 생산 물결에 합류했다. “우리 회사의 초콜릿 바에는 카카오 원두와 설탕만 들어간다”고 매소니스는 말했다. “마다가스카르 원두로 만든 제품은 과일 맛이 많이 나고 베네수엘라 원두로 만든 것은 초콜릿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견과류 맛이나 꽃 향기가 나는 제품도 있다. 소비자도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반면 대량생산하는 초콜릿은 오랫동안 맛이 일관되고 싼 가격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게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우선 순위가 다르다는 말이다.”
매소니스는 한 제품에 벨리즈의 마야 마운틴 카카오(MMC)에서 공급받은 원두를 사용한다. 올해 에얼룸 품종으로 지정된 2가지 중 하나다. 5년 전 설립된 MMC는 역내 309개 농장에서 생 카카오 원두를 사들여 발효와 건조 과정을 거친 뒤 댄더라이온 같은 소량생산 초콜릿 업체에 판매한다.
고급 카카오 원두의 가격은 t당 5600달러로 현재 세계 카카오 원두 시장가보다 2600달러가 더 비싸다. MMC의 마야 그래니트 상무는 원두를 1t 판매할 때 약 3300달러가 농부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녀는 HCP의 에얼룸 원두 지정이 벨리즈의 원두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믿는다.
‘초콜릿: 달콤한 역사(Chocolate: The Sweet History)’의 저자 베스 키머럴은 “HCP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초콜릿 맛을 다시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댄더라이온이나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매스트 브러더스 같은 회사들은 고급 초콜릿 바를 위한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키머럴은 업체들이 위험을 감수할 의지만 있다면 더 고급스런 초콜릿도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콜릿 업체 토악은 희귀한 에콰도르산 에얼룸 카카오 원두로 다크 초콜릿 바를 소량 생산했다. 이 제품은 스페인산 느릅나무로 만든 수제 상자에 각각 포장됐고 상자 안에는 시식용 도구가 들어 있다. 손가락으로 집어 먹으면 맛이 떨어질까 우려해서다. 이 특제 초콜릿 바는 개당 가격이 260달러나 했지만 순식간에 다 팔렸다.
HCP의 에얼룸 카카오 지정이 초콜릿 애호가들을 겨냥한 유용한 마케팅 도구가 된다는 증거다. 이런 방식은 와인 산업의 아펠라시옹(AOC) 제도(와인 명산지에 주어지는 원산지 호칭 제도)처럼 초콜릿 업체와 소비자 모두가 품질에 주목하게 만든다.
“요즘은 소믈리에가 아니더라도 와인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키머럴은 말했다. “소비자에게 초콜릿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고 8달러나 10달러짜리 초콜릿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설명하면 그들은 ‘내가 싼값에 먹고 있네요’라고 말할 듯하다.”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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