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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은 어디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미인주

[주식 시장은 어디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미인주

6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상반기 주식 시장은 ‘선방한 코스피’와 ‘질주한 코스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비교적 잘 버텼다’. 증시 관계자 사이에서 나오는 올 상반기 주식 시장에 대한 평가다. 2015년을 시작하기 전 주식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밝지 않았다. 큰 기대를 걸었던 2014년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 탈출에 실패하자 연초 늘 낙관적인 전망치를 내놓던 증권사들도 2015년 문 앞에선 몸을 사렸다. 코스피 지수가 2300선까지 갈 것이라 예상한 증권사가 한 곳 있었지만 대부분은 1800~2150 정도의 박스권을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출발이 좋았다. 1월 예열을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2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가파르게 치고 올라갔다. 4월 23일엔 1차 고지인 2200선을 넘보기도 했다.

이후 조정에 들어갔다. 6월 말 현재 2100 전후에 머물고 있지만 비교적 나쁘지 않은 결과다.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8.0%(6월 24일 기준) 상승했다. 코스피가 선방하는 동안 코스닥은 상반기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코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무려 34.8%나 올랐다. ‘불닥(불 붙은 코스닥)’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고,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지난해보다 80%가량 늘어난 3조5000억원 수준에 도달했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붕괴된 후 오르지 못했던 ‘800고지’도 눈앞이다.
 ‘고공행진 코스닥’ 마의 800고지 눈앞
돌아보면 악재가 꽤 많았다. 유럽 경기가 더딘 회복세를 이어가던 차에 러시아 사태가 터졌다. 이른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도 계속됐다. 그러나 다행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뒤로 미뤄졌고, 기업 실적도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증시 가격제한폭을 30%로 확대하는 큰 이벤트가 있었지만 아직까진 큰 충격이 없었다. 코스닥의 상승세에서 보듯 기업 규모별로는 대형주보단 중소형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피 기준으로 대형주는 연초 대비 3.8%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중형주는 30.8%, 소형주는 33.2% 급등했다. 대형주는 대부분이 상승장에서 재미를 못 봤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대비 도리어 2.1% 하락했고, 2위 SK하이닉스도 -9.2%를 기록했다. 특히 4위인 현대차의 부진이 가장 두드러졌다.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에 따른 실적 부진과 판매 정체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현대차의 목표 주가를 낮추고,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꿨다.

업종별로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가릴 것 없이 바이오와 헬스케어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에서는 의약품과 의료정밀 업종이 연초 대비 87% 올랐고, 증권과 음식료품 상승률도 각각 38.8%, 32.1%로 성적이 좋았다. 상반기 코스피 시장을 달궜던 주요 종목(주가상승률이 높고, 거래량 또는 거래대금이 많았던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제약·한미약품·JW중외제약 등 제약 업체가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이와 달리 대형주가 많은 전기전자(-2.2%)·통신(-8.6%)·운수장비(-11.5%)는 부진했다. 코스닥에서는 종이·목재, 섬유·의류 업종 주가지수가 가장 많이 상승했고, 제약과 화학도 각각 88.2%, 68% 올랐다. 코스닥의 맹주 역할을 해왔던 IT 관련 종목의 주가는 큰 움직임이 없었다. 인터넷과 디지털콘텐트 업종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美 금리 인상국채 매각의 파장 경계해야
복수의 증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 꺼리면서도 하반기 코스피 지수를 2200선 정도로 예상했다. 하단은 대략 2050 정도다. 각 증권사의 공식적인 발표보다는 낙관적이다. 나름 근거가 있다. 2015년 상반기가 어두운 전망 속에 출발해 나름 선방했다면 하반기는 호재를 안고 출발한다. 일단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해 15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했다. 메르스 사태에 따른 피해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 또한 반가운 뉴스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경기 둔화가 부담스럽지만 미국 금리 인상을 제외하곤 크게 눈에 띄는 악재가 없다. ‘원고’와 ‘엔저’라는 환율 문제가 부담스럽긴 해도 ‘원화 강세가 차츰 완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상반기 내내 간헐적으로 증시를 출렁이게 했던 그리스 사태가 봉합되고, 글로벌 경기 회복세 역시 구체적인 지표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란 낙관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아직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도 든든한 우군이다.

다만, 미국 금리 인상은 악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하기 어렵다. 고용 회복과 임금상승 압력에 직면한 미국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는 평균 5.1% 하락했다. 하반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증시에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오랫동안 예상해온 변수인데다, 인상 속도가 점진적일 전망이어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많지만 예상보다 충격이 클 것이란 우려도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일반적으로 출구 전략이라고 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만을 생각하지만, 2016년 만기가 도래하는 216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상환 여부도 고민해야 한다”며 “1986년·1994년·1999년·2004년에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지만 연준이 국채 매각을 동시에 시행한 적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과 국채 만기가 만나면 예상보다 시중금리가 더 많이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기업 실적은 상반기보다 더 나아지리란 전망이 많다. 수익성이 최악이었던 지난해 수준은 면할 것이란 예상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구조적 수출 부진을 당장 해결하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과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감소 효과를 볼 것”이라며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지난해보다 이익은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매출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건 걱정거리다. 유가 하락 등 외부 변수 덕분에 수익성은 개선했지만 대부분의 상장기업은 최근 매출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교역 성장률이 후퇴한데다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도 좋지 않아서다.

어차피 낙관과 비관이 상존하는 게 주식시장이다. 탁월한 대안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 여파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주식은 꽤 유효한 투자법이다. 고작 0.1%를 더 받겠다고 금융상품 갈아타기에 동참하느니 주식 시장에서 괜찮은 종목을 한두 개 골라보는 게 더 합리적인 투자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옥석을 가리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하반기에도 대형주보단 중소형주의 강세가 이어질 걸로 본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거래대금 비중이 지난 5년간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과거의 상승장과 질적인 면에서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역시 글로벌 주요 지수에 비해 과하지 않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다만, 이미 주가가 충분히 상승한 종목이 많다는 게 부담이다. 하 연구원은 좋은 중소형주를 가려내기 위한 세 가지 기준으로 주가 모멘텀과 펀더멘털, 수급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최근 52주 고가와 현재 주가와의 괴리율이 5% 미만인 종목, 최근 네 분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매출액 증가율이 평균 10% 이상인 종목, 최근 1개월 동안 투신과 사모펀드의 순매수대금 합계가 평균 시가총액 대비 1% 이상인 종목이다.
 반도체, 호텔·레저, 제약·바이오 기대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사보다 스스로 브랜드를 확보하고 완성품을 만드는 기업을 주목하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평진 KDB대우증권 스몰캡 팀장은 6월 23일 열린 한 투자 토론회에서 “상반기에 오른 중소형주를 보면 대기업에 납품하지 않는 사업 구조를 가진 종목이 많았다”며 “스스로 완성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의 주가가 올랐다는 건 대기업의 실적을 믿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3~4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지는 업종별 차별화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환율 하락에도 글로벌 독과점 체제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나 중국 소비 관련주인 화장품, 호텔·레저, 글로벌 트렌드인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는 2012년부터 올해 6월 초까지 평균 112.7% 상승했다. 반면 글로벌 경쟁 격화와 환율 문제가 겹치며 이익률이 크게 떨어진 자동차·철강·조선·건설 업종 주가는 평균 29.2% 하락했다. 송흥익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특히 제약·바이오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은 2000년 1월 0.9%에서 현재 5.3% 수준으로 늘어났다”며 “글로벌 시장 전체가 커지고 있고, 글로벌 환율 전쟁 속에 투자 대안이 별로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중이 장기적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동차·철강·조선·건설 업종은 2011년 이후 매출이 정체돼 있고,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상황이다. 실적에 연동된 주가 하락인 만큼 수출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반기에 추세적인 주가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송 연구원의 분석이다. 전자·IT 업종의 경우 전문가의 예상이 엇갈린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고배당주의 인기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부터 주식 시장에서 관측된 유의미한 변화 중 하나는 기업의 배당 확대다. 2014년 기업의 현금배당 총액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고, 코스피 배당성향은 20.4%(2012년~2014년 평균 15.5%)로 상승했다. 아직 1% 초반에 머무는 배당수익률이 2%대에 근접하면 바닥을 기는 시중금리를 역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투자 수익은 덤이다. 상반기부터 꾸준히 고배당 종목이 관심을 받아온 이유다. 강현철 투자전략부장은 “기존 배당성장지수 내에서 배당 확대 가능성이 큰 기업, 신규로 배당성장지수 편입이 예상되는 기업, 배당 성향 확대가 가능한 공기업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가격제한폭 확대’ 우선주 과열 주의해야
개별 배당 종목을 고르기가 어렵다면 배당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수익률도 좋았다. ‘코스피 배당성장50지수’는 연초 이후 20% 넘게 상승했다. 이를 추종하는 ETF 역시 2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배당지수를 기초로 한 ETF 자산액이 ETF 전체 시장의 5.4%에 이르지만 한국은 아직 1.3% 정도다.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늘어나는 배당투자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배당지수선물도 이르면 8월 도입된다. 미리 공부를 해 둘 필요가 있다.

일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종목은 피해야 한다. 상반기 주식 시장의 선전은 펀더멘털보다는 유동성 덕이 컸다.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종목이 꽤 있다. 경기에 대한 불신이 잠재된 상황에서 유동성에 기대 주가가 올랐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종 중에선 재무 상황이나 실적이 명확하지 않은 기업이 많다. 장기 전망이 좋다고 무턱대고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코스닥 상장 기업 중 3분의 2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잘 모르는 ‘깜깜이’ 기업이란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단기 호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최근의 우선주 열풍이 대표적이다. 배당 활성화 정책에 가격제한폭 확대가 맞물리면서 6월 중순부터 일부 우선주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보통 우선주는 실적이나 배당과 무관하게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투자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태양금속 우선주는 6월 12일부터 단기 과열로 거래가 중지된 6월 18일을 제외하고 8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25일 개장하자마자 하한가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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