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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 두드리는 한국 소주] 제2의 일본을 찾아라

[세계 시장 두드리는 한국 소주] 제2의 일본을 찾아라

하이트진로는 지난 1979년 일본 소주 시장에 ‘진로(JINRO)’ 소주를 선보였다. /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롯데주류가 일본에서 내놓은 ‘경월소주’는 일본인이 즐겨 찾는 소주 중 하나다. 롯데주류가 1996년 일본 소주 시장에 진출한 후 팔고 있는 소주 브랜드는 ‘처음처럼’이 아닌 ‘경월’이다. 경월은 ‘거울에 비친 달’이란 뜻으로 은유적인 표현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을 고려했다. 또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한 초록색 고급 사각병을 사용했다. 롯데주류 강원섭 팀장은 “천연암반수로 만든 부드러운 맛인 경월소주와 과일향을 첨가한 리큐르 소주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하이트진로의 대표 브랜드 소주인 ‘참이슬’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하이트진로는 1979년 한국 소주 ‘진로(JINRO)’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본에 진출한 지 36년째인 진로소주의 인지도는 높은 편이다. 일본의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진로 소주의 인지도가 76.4%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대표 소주인 타카라소주(68.9%)보다 높다. 하이트진로 일본법인 진로 권홍봉 부장은 “맛과 향이 깔끔해서 일본 소주보다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진로와 경월소주는 20도와 25도 두 가지로 판매되고 있다. 일본은 소주를 물이나 얼음에 희석해서 8~12도로 마시기 때문에 소주 자체는 한국에서보다 고도수로 출시한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일본을 포함해 중국·미국 등 전 세계 60여개국에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일본 시장은 롯데주류의 전체 소주 수출액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40%선이다. 일본 다음으로 큰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다. 강원섭 팀장은 “미국 시장은 여전히 교민 중심으로 판매되지만 중국은 교민은 물론 현지인들의 소비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주류 업체들의 중국 수출액은 953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5% 늘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소주 도수는 국내 소주와 동일하다. 소주 브랜드는 하이트진로는 ‘참이슬(17.8도)’, 롯데주류는 ‘추인추러(17.5도)’다.
 세계 2위 인도 시장 공략 나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일본이나 중국 등지에서 인기를 끈 건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진로의 경우 1997년 마시는 즐거움을 강조했던 광고 마케팅이 지금의 진로를 만들었다. 당시 진로의 TV 광고를 보면 소주란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마시는 즐거움만 강조했고, 일본인에게 진로는 ‘즐거움’ ‘젊음과 활력’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롯데주류도 건강을 중시하는 일본의 소비 트렌드에 맞춰 감미료 대신 보리 증류소주를 첨가하고 ‘부드러운 소주’라는 새로운 소주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여기에 일본 최대 주류·음료 업체 중 하나인 산토리(Suntory)사의 유통망 활용해 판매량을 늘렸다.

중국 공략에서도 중국 고유의 문화를 브랜드에 담았다. 롯데 주류의 ‘추인추러’는 국내 제품명인 ‘처음처럼’과 발음이 비슷하면서도 ‘첫 맛, 첫 기쁨’이란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에선 40~50도대의 백주나 3~5도의 맥주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20도 내외의 한국 소주가 중국인들의 선택을 받을 만한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는 게 롯데주류 측의 설명이다.

세계 60여개국에 진출했지만 아직까지는 일본이나 중국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 소주 판매는 미미하다. 진로 양인집 사장은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소주에 대한 인지도 낮다”며 “특히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경우 소주 판매를 위한 등록기간도 길어 진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맛과 품질을 앞세워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현지화 상품 개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인구가 많은 나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인구 10억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했다. 가나에서는 현지 주류제조 업체와 제휴해 진로 소주 원액을 공급해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진로 포도주를 판매하며 TV나 라디오 광고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양인집 사장은 “아직 씨를 뿌리는 초기 단계여서 판매량은 많지만 젊은층에서 소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유럽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8월 10일 폴란드의 식음료 수입·유통업체 ‘알코S.C와 주류 수출과 유통계약을 했다. 하이트진로는 이 계약으로 폴란드에 ‘참이슬’과 ‘하이트’ 등 맥주와 소주 6개 품목 2만5000병(330㎖)을 수출하게 됐다. 또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에 있는 20여 개의 대형할인매장과 소매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롯데주류는 12억 인구의 인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강원섭 팀장은 “이미 인도 소주 시장에 진출했지만 그동안 소극적인 마케팅 탓에 별 성과가 없었다”며 “처음처럼의 인지도를 높이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하이트진로도 2013년 인도 현지에서 소주를 병입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JINRO24’ 제품에 대해 인도 주류 수입 전문회사인 ABH(Advent Brand House)업체와 수출, 유통계약을 맺었다.

이들이 해외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고민도 있다. 바로 최대 수출 시장인 일본에서의 판매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주류 업체들의 일본 수출액은 6780만 달러로 전년보다 14% 줄었다. 이렇다 보니 전체 수출액도 감소 추세다. 지난해 한국 주류 업체들의 소주 수출액은 9951만 달러다. 전년과 비교하면 8%, 소주 수출이 역대 최대였던 2004년보단 24%가량 줄었다. 양인집 사장은“40~50대 소비는 꾸준하지만 20~30대 젊은층의 소비가 많지 수출이 주춤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와 1인당 음주량 감소 등의 구조적인 요인으로 일본의 주류 시장 규모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도 젊은층 겨냥한 리큐르 소주로 반격
일본에서는 얼마 전부터 도수가 낮은 리큐르(증류주에 과일향을 입힌 혼성주) 시장이 커지고 관련 제품도 눈에 띄게 늘었다. 소주에 탄산수나 음료를 넣어 희석시켜 칵테일처럼 마시는 일본인에게 리큐르 제품이 먹히고 있는 것이다. 롯데주류가 2012년 말 리큐르 소주인 ‘훈와리 경월’을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훈와리 경월은 아세로라·매실·시소레몬·시쿠아사(열매) 등 4가지가 있다. 롯데주류도 소주 판매 감소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리큐르 소주 출시 이후 매출이 다시 늘고 있다. 롯데주류의 지난해 일본 소주 시장 수출액은 68억엔으로 2013년(63억엔)보다 8% 늘었다. 강원섭 팀장은 “상큼한 맛과 부담 없는 알코올 도수를 앞세워 20~30대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도 증류주·리큐르 소주인 ‘진로오츠’를 판매하고 있다. 진로 권홍봉 부장은 “일본에선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여성들끼리의 가벼운 담소 자리에서 마시기에 적합한 소주라는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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