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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춘추전국이야기] 펴낸 공원국 작가 - 中 철학·사회·문화·경제의 창

저자와의 대화 | [춘추전국이야기] 펴낸 공원국 작가 - 中 철학·사회·문화·경제의 창

공자·노자·맹자·순자·한비자를 비롯한 수많은 성인의 등장과 제자백가의 치열한 철학논쟁. 국가관의 형성과 통치의 기본 원리, 행정체제의 도입과 경제시스템의 등장….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400여 년에 불과했지만 동아시아를 2000년 넘게 장악하고 있는 철학적 기반은 물론, 근대 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다. 잔혹한 전쟁과 치열한 체제 경쟁 속에서 어느 때보다도 빛난 중국을 만들었던 시기다.

이런 춘추전국시대를 한국인 작가의 손으로 재조명한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의 8번째 책이 새로 나왔다. 공원국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고민이 담긴 이 책은 작가가 직접 수개월간 중국을 돌며 모은 사료 연구의 결과물이다. 특히 그동안 우리 학계와 출판계가 춘추전국시대 연구에 소홀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춘추전국시대를 집대성한 첫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공 작가는 한국과 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중국을 너무 모른다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이 중국에 관심을 갖지만, 이전까지 학계에서는 중국을 알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연구도 1차원적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영토와 철학적 기반을 보면, 중국의 역사는 춘추전국시대 때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국내에서는 열국지와 같은 소설만 나왔을 뿐, 고대의 행정과 경제·군사제도를 다룬 책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 작가는 우리가 고대 중국을 알아야 하는 건 앞으로 더욱 커질 중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입지와 그런 중국의 국가 시스템을 이해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 작가는 춘추전국시대의 시스템을 구축한 인물로 사자성어 ‘관포지교’의 주인공이자 제나라의 재상이었던 관중을 꼽았다. 관중은 고대 중국의 경제시스템과 군사·행정제도, 사회시스템, 국제질서를 모두 디자인했다. 최근 중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중국 정부는 관중을 인류 최초의 경제학자로 꼽기도 했다. 공 작가는 “춘추전국시대의 판을 관중이 모두 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현대 중국의 기획자라고 볼 수도 있다”며 “생산 증대를 위한 집적효과와 분업, 시장경제, 자유무역의 개념을 첫 도입하고 시스템화했으며, 이를 통한 국부 창출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중은 클러스터 개념의 생산지를 구성하고, 기술혁신을 이끌기 위해 농노제를 폐지하는가 하면, 세제개혁을 통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등 혁신적인 경제정책을 내놨다. 또 관세를 낮춰 재화의 유통 속도를 올려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금을 이용해 국제질서를 개편했다. 이를 기반으로 당시 제나라는 중국 최대의 상업국가로 부상하는 한편 막대한 부와 군사력을 통해 춘추전국의 주도권을 쥐었다.

공 작가는 당시 제나라의 경제제도와 통치 시스템이 현재의 미국과 흡사하다고도 설명한다. “고대국가는 정치의 안정을 위해 전쟁 전사자에 대한 예우가 중요했으며, 여기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이 어려운 철 등은 국가 단위에서 생산하고, 쌀 등의 품목은 모두 개인에게 돌려줘 부를 분배하는 중상주의적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분석이다. “모든 생산물을 국가가 쥐고 있으면 관리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쌓을 곳을 골고루 나누면 작은 정부가 가능해지며, 백성들의 자연스런 충성을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공 작가는 중국이 여러 민족을 융합한 국가이기 때문에 사고나 제도가 다층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에 우리가 춘추전국시대를 연구해 거대한 중국 사회가 움직이는 매커니즘과 자율과 통제의 시스템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여러 방면에서 중국을 이해할 수 있는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 작가는 현재 국제사회를 춘추전국시대에 대입하면 한국은 정나라에 빗댈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당시 정은 진의 변방국가로 취급됐으며, 제와 위 등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외교력을 이용해 생존을 꾀한 나라다. “정은 작지만 중원에 있었고, 현대 국제정치 이론의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외교를 펼치며 자기만의 위치를 지켜갔다”는 설명이다.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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