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간편결제 시장에 주목하나] 집토끼 지키며 산토끼도 노려

애플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낡은 지갑을 없애는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을 장악해 결제 수수료로 돈을 벌려는 것일까? 시장조사회사인 가트너에 따르면, 2011년 1059억 달러(약 117조원)이던 세계 모바일 결제시장은 2017년 7214억 달러(약 80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 규모와 성장성만 보면 군침을 흘릴 만한 사업이다. 하지만, 800조원은 모바일로 결제되는 거래 금액이지, 결제 회사에 돌아가는 매출이나 이익이 아니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인 아이리서치와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800조원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모바일 결제 거래 중 계좌이체를 제외하고 결제 수수료를 붙일 수 있는 유·무형 물품 거래 규모는 240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에서 애플페이의 결제 수수료는 0.15%. 만약 2년 후 애플이 이 시장의 절반을 장악한다고 가정했을 때, 애플이 가져가는 이익은 1800억원(120조×0.15%)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올 2분기(3~6월) 애플의 매출은 496억 달러(약 57조 2000억원), 순이익은 107억 달러(약 12조원)였다. 애플엔 너무 작은 시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자결제 시장 최강자인 페이팔을 통해 거래된 결제 금액은 2030억 달러(약 234조원)에 달하는데, 페이팔의 지난해 매출은 7조원 정도다.
간편결제 시장 자체는 작아

오는 9월 본격 서비스에 들어가는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도 결제 수수료에는 관심이 없다. 삼성전자는 아예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을 방침을 정했다. 지난 3월 삼성페이를 첫 공개한 MWC에서 이인종 삼성전자 B2B개발팀장(부사장)은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통해 내세우는 비전은 한마디로 지갑의 혁명과 진화”라고 밝혔다. ‘지갑의 퇴출’이라는 애플의 슬로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향점도 비슷하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고 디바이스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 ‘궁극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삼성페이는 NFC(근거리무선통신) 방식만 택한 애플과 달리 NFC는 물론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까지 지원한다. 두 기술을 쉽게 말하면, NFC는 리더기에 카드를 대는 것이고, MST는 카드를 긁는 방식이다. NFC 방식은 애플페이가 빠르게 확산하지 못하는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NFC 리더기가 보급된 상점이 미국 내 5% 남짓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1%를 조금 넘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택한 MST 방식은 당장 국내 상점의 90%에서 사용할 수 있고, 세계적으로 3000만개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박재현 삼성전자 모바일 커머스팀 상무는 “삼성페이의 장점 중 하나는 이곳에서는 결제가 될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며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긁어서 결제하는 마그네틱 결제 단말기가 있는 상점에서는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페이는 지난 4월 출시된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8~9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노트5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삼성페이는 이르면 8월 말, 늦어도 9월 중에 한국과 미국에서 먼저 서비스하고 유럽과 중국에는 연내에 진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삼성페이 이용자 목표를 1700만명으로 잡았다. 이와 관련, 정훈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삼성페이의 등장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신용카드 결제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장기적으로는 플라스틱 카드의 사용 비중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지급결제 시장에서 스마트폰 제조사의 대(對) 금융권 협상력이 확대될 수 있다. 정훈 연구위원은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의 주도권이 스마트폰 제조사로 등 비금융사로 이동하면, 신용카드사의 수익성은 다소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장악력 더 높이려는 구글·네이버

지난 5월 구글은 안드로이드페이를 발표하면서, 향후 출시되는 모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에 선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의 80%를 장악한 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만 11억명이다. 아이폰·갤럭시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애플·삼성페이에 비해 확장성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갖는다. 서비스 방식은 애플과 매우 유사하지만, 구글은 애플페이에 대적하기 위해 결제 수수료도 받지 않을 방침이다. 목적은 분명하다. 안드로이드페이 발표 당시 구글 측은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스마트폰에 머무르지 않고 웨어러블 기기, 연결 가능한 다른 기기로 점차 외연이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홈네트워킹·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도 구글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 안드로이드는 구글에겐 매출을 늘리는 보조 수단이다. 핵심은 광고다. 구글 매출의 약 90%가 광고에서 나온다. 구글은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모은 고객 정보를 보다 정교하게 빅데이터화해 새로운 맞춤형 광고 매출로 연결하려 할 것이다. 또한 구글은 안드로이드페이를 온라인 모바일 쇼핑몰 구매버튼과 연계해 원클릭 쇼핑을 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했다. 이 역시 모바일 광고 매출을 늘리려는 복안이다.
지난 6월 말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페이는 검색과 쇼핑 그리고 결제까지 아우르는 마케팅 플랫폼 강화를 노리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 필요한 상품을 찾는 이용자들에게 결제 단계까지 끊임없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는 포털·메신저·쇼핑몰 진영의 페이 서비스 중 네이버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2400만명이 모바일에서 네이버를 방문하고, 이 중 61%(약 1500만명)는 자동 로그인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검색 단어 중 34%는 쇼핑 관련이다. 네이버가 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쇼핑’에 방점을 찍은 이유다.
O2O 겨냥한 아마존·카카오페이
대표적인 곳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6월 페이팔과 비슷한 전자결제 서비스 아마존페이먼트를 출시했다. 그 다음 달에는 전자지갑 서비스 아마존월렛을 선보였다. 그해 8월에는 소규모 상점에 카드 리더기를 보급해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아마존 로컬 레지스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대해 아마존의 온라인 생태계와 연결하려는 O2O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는 카카오페이다. 카카오톡 가입자 3800만명을 무기로 지난해 9월 출시된 카카오페이는 지난 6월 기준 4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서비스도 다양화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서울시·한국전력과 제휴를 맺고 지방세와 전기요금을 카카오페이를 통해 납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올 하반기 개시할 예정이다. 또한 7월 22일부터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대한항공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고, 아시아나항공도 조만간 관련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표방한 다음카카오가 O2O 시장 선점을 위해 카카오페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이 포화상태인 이동통신 업계도 간편결제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 중에서는 LG유플러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2013년 10월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나우를 출시한 LG유플러스는 관련 시장이 확대되면서 재차 주목받고 있다. 페이나우는 8개 국내 카드사와 제휴를 맺었고, 가맹점도 10만여 곳에 달한다. 금융·유통·IT기업 등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환 거래시장에도 뛰어들었다. LG유플러스는 PG(지급결제대행업체)사도 외국환 거래 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한 외국한 거래법 시행령에 따란 7월 9일 외국환 업무 등록을 마쳤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7월 중에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국내 PG시장 점유율 2위다.
로열배틀매치로 변한 간편결제 시장
간편결제가 핀테크 시장은 물론 빅데이터, O2O, 사물인터넷 등 미래 먹거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기술이자 서비스라는 점도 시장 전망을 밝게 한다. 간편결제 시장은 이미 로열배틀매치(프로레슬링에서 여러 명이 링 위에 올라가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경기)로 변해 버렸다. 결국 승부는 누가 먼저 소비자의 마음을 유혹하고, 결제 습관을 바꾸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느냐에 달렸다.
-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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