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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포용 외교’ 거침없다

인도의 ‘포용 외교’ 거침없다

68년 간 사실상 무국적자로 살아 온 인도-방글라데시 국경 지역 주민들은 마침내 원하는 국가에서 살게 됐다. 사진은 축하 행사를 벌이는 주민들의 모습.
14개월 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총리직에 취임한 이래 방문한 25개 국가 중에서 가장 확실한 성과를 올린 곳은 최근 찾은 이웃나라 방글라데시였다.

모디 총리는 지난 6월 주말을 할애해 비교적 짧은 기간 방글라데시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와 양국 국경에 위치한 162개 마을을 상호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1947년 국경을 정할 때 어느 국가 소속인지 정해지지 않은 채로 남았던 마을들이다. 7월 31일 인도 정부는 8월 1일 오전 0시부터 변화가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단순하고 평범한 결정처럼 보이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던 남아시아 정치·외교 분야에서 이번 합의는 보기 드문 파격이다. 모디 총리의 해외 순방 중 이와 비견될 만한 것은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난 정도다. 모디 총리는 2002년 구라자트주 총리 재임 시절 발생한 폭력사태 탓에 이후 9년 동안 미국 입국을 거부당했다.

모디 총리가 방글라데시에서 체결한 20개 조약 가운데 하나인 마을 교환으로 40년 넘게 이어진 방글라데시와의 갈등은 종식됐다. 인도가 지역 외교를 올바르게 수행한 보기 드문 사례다. 성공적으로 체결된 몇 안 되는 조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 델리 주재 외교위원을 역임한 타릭 카림 전 방글라데시 고위급 외교관은 “독립 이후 남아시아 지역 식민지 영토분쟁에 제시된 첫 해결책”에서 모디 총리가 수행한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인도측은 이번 합의가 다른 이웃국가와의 관계에 적용할 만한 모범 사례로 자리 잡길 바란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파키스탄과의 아슬아슬한 관계나 인도를 누르고 지역 패권을 거머쥐려는 중국의 야망 때문에 빛이 바랜다. 중국은 지난 수년 간 인도의 이웃국가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키웠다. 최근엔 심지어 아프가니스탄과의 평화 협상 초기 단계에서 인도를 제치고 주요 협상국가로 자리 잡기까지 했다.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기는 무척 어렵다. 모디 총리는 지난 7월 초 러시아에서 열린 다자 간 회담을 통해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국 관계에 대한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바람이었다. 긍정적인 외교 언사가 오갔고,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 역시 놀라우리만치 희망적이었지만 그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7월 27일엔 파키스탄 접경지역 구르다스푸르의 경찰서에서 인도 경찰측과 파키스탄 테러 집단이 12시간 동안 총격전을 벌인 끝에 7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장비가 열악한 인도 경찰 4명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간 국경은 인구 밀집 지역 4100㎞에 걸쳐 불규칙하게 그어져 있다. 이번에 교환하기로 합의한 마을들은 지도에 표시되지도 않은 상태다. 방글라데시령 인도 마을 111개와 인도령 방글라데시 마을 51개에 거주하는 주민 약 5만 명은 사실상 무국적자에 가까웠다. 심지어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령 인도 마을 속의 방글라데시령에 둘러싸인 인도 마을”까지 있었다. 한 가지 가설은 이 마을이 “수 세기 전 두 왕국이 벌인 일련의 외교 전쟁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18세기 인도가 영국을 지배하기 전 무굴 제국과 지역 지도자들이 맺은 조약”의 산물이라는 설도 있다.

두 나라의 다음 과제는 양국 사이를 흐르는 54개 강 가운데 하나인 테스타강 수자원 공유 협약을 완료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연기를 거듭한 협약이다. 테스타강은 인도령인 시킴에서 시작해 방글라데시 서벵갈 주로 흐른다. 이 물의 공유 방식은 양국에서 민감한 사안이다. 만모한 싱 전 총리가 2011년 다카를 방문했을 때 협약이 거의 성사될 뻔했지만 변덕스런 서벵갈 주지사 맘트라 바네르제가 협약 승인을 거부하면서 실패했다. 바네르제가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것은 인도 입장에서 어느 정도 불쾌했을 법하다. 바네르제는 그 협약으로 서벵갈 주 북부 지역에서 수자원이 줄어들면서 발생할 정치적 역풍을 우려했다.

마을을 상호 교환하는 모디 총리의 파격적 결정은 바네르제와 지속적으로 소통한 결과다. 파키스탄 방문 당시 그는 서벵갈 주에 재정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바네르제를 다카로 불러냈다. 또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관계자들을 설득함으로써 인도가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는 방글라데시 측의 해묵은 의심을 불식시켰다.

아마 이번 방문에서 모디 총리가 얻어낸 가장 놀라운 성과는 방글라데시 내 정적으로부터 받은 환대일 듯하다. 특히 방글라데시국민당(BNP)을 이끄는 칼레다 지아는 수십 년 간 하시나와 경쟁을 벌이며 방글라데시 국내 정치·경제 발전에 제동을 걸었다. 그녀는 지난 1월 총선을 거부하고 재선거를 요구하며 길거리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지아의 환대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협력 관계가 정권 교체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BNP가 테스타강 협상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있다. 방글라데시 정치는 변덕스럽고 예측이 불가능하다. 최근엔 한 주요 BNP 정치인이 1971년 파키스탄과의 독립전쟁에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아 정국이 불안정해졌다.

인도 평론가들은 이번 마을 교환이 이웃국가와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발판이 되리라고 분석했다. 수브라마냠자이샹카 인도 외무장관은 인도가 최근 지진이 발생한 네팔에 즉각 구호의 손길을 보내고 지난 수년 간 네팔이 거부하던 수력발전소 협력을 성사시키면서 인도와 네팔 관계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관계 개선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인도는 어떤 행보를 취하든 항상 중국의 영향력과 맞닥뜨린다. 친중국 성향 정부가 이끌던 스리랑카에선 올해 초 대선을 통해 친인도파 대통령이 선출됐지만 오는 8월 17일 치러질 총선에서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다. 그 사이 중국은 한때 인도의 우방이던 몰디브 제도 인근 지역을 완전히 장악한 듯하다.

인도는 이제 걸음을 멈출 수 없다. 향후 과제는 가능한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는 것이다. 이번에 모디 총리가 방글라데시와 마을 상호 교환을 성사시켰듯이 말이다.

- JOHN ELLIOTT / 번역 이기준



[ 필자는 ‘내파: 인도와 현실의 밀회(Implosion: India’s Tryst With Reality)의 저자다. 이 기사는 RidingTheElephant.WordPress.com에 먼저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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