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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을 구합니다

기업가 정신을 구합니다

토미타 히데키는 시간제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사업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관심을 사로잡는 주제는 바로 일본의 기업가 문화다.일본 최대 구직 사이트 중 하나인 DIP(Dream, Idea, Passion) 코퍼레이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인 토미타 히데키는 일본의 벤처기업 환경보다 고용 시장이 더 낙관적이라며 “일본은 기업가보다 월급쟁이를 키우는 국가”라고 말했다. ‘월급쟁이’는 보수적이며 위험을 회피하는 화이트칼라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 어감을 담은 단어다. 월급쟁이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던 토미타는 현재 회사를 경영 중이다. 회사는 2월 말 끝난 회계연도에서 매출액 1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 27%를 올리는 등 수익 또한 대폭 성장했다.

이렇게 뛰어난 성적을 올린 토미타의 회사 DIP는 2015 포브스아시아 유망기업(Best Under A Billion)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DIP 주가는 세 배나 급등하며 도쿄증권거래소 1부시장(First Section: 대형주로 구성) 상장 종목 중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48세의 토미타는 지난 20년간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에는 나고야에서 아버지의 소규모 사업을 도우며 일을 시작했다. 영어 교과서 출판 및 어학학원 운영 사업이었다. 그 과정에서 고리대금업자나 실패를 회피하는 일본 기업문화와 맞서 싸워야 했고, 거대기업 IBM에 사업 아이디어 관련 선수를 뺏기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올해 DIP의 매출은 29%, 수익은 2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대표적인 웹사이트 바이토루닷컴(Baitoru. com)은 시간제 구인구직 연결 사업에 집중하며 회사 매출액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바이토루닷컴은 브랜드 인지도와 사이트 방문 수, 실질적 구직 지원자 수를 기준으로 일본 주요 도시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시간제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라고 DIP는 말했다. (일본어 ‘얻다’가 ‘일하다’는 뜻의 독일어 ‘아르바이트’와 합쳐져 탄생한 신조어 ‘바이토루’는 일본에서 ‘고용됐다’ 혹은 ‘취직했다’를 의미하게 됐다.)

일본 시간제 노동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일본 기업들이 유럽과 미국에 계속 뒤처져 있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전일제 근로자와 경력직, 대학졸업자의 신입 채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평생 고용이 당연시되고 거의 모든 일자리가 전일제였던 일본 노동시장이 변화를 겪는 중이다.
 급성장 중인 일본의 시간제 노동시장
실제 노동통계를 살펴보면, 1984년만 해도 전체의 15%밖에 차지하지 못했던 시간제 및 계약직 근로자는 2014년 37% 이상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이 비중은 향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 자료를 보면 5월 기준으로 구직자 한 명당 시간제 일자리는 1.32개 있었지만, 정규직은 0.67개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고용 및 수입 불안정으로 결혼 및 출산율이 감소했고, 소비지출이 둔화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전일제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임금을 인상하라고 기업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아직 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건 없다. 오히려 근로자 해고를 쉽게 만드는 법안이 입안 중이다. 노동 이동성을 높이고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토미타의 경우, 평범한 회사원의 길을 선택해 경력을 쌓을 거란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대신 사업가였던 아버지를 모델로 삼아 따르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아버지 영어 학원을 맡아 대신 경영에 나섰다. 그러다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마케팅으로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해 1997년 DIP를 설립했다. 2500달러를 들여 신문광고를 내봐야 등록을 알아보러 오는 학생은 다섯 명이 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강의나 웨딩 서비스, 자동차 매매, 여행 등 다양한 광고 전단을 원하는 대로 찾아볼 수 있는 사이트를 생각했다. 아이디어는 발전하여 구독 신청한 잠재 고객에게 해당 유형의 정보를 이메일로 보내는 인트라넷 컴퓨터 단말기가 개발됐다.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위해 접근한 맥도날드로부터 IBM이 같은 구상을 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은 토미타는 이를 포기하는 대신 IT 거대기업과 함께 일하자고 결심했다. “3년의 세월이 허망하게 날아갔다고 느꼈지만 이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토미타는 말했다.

그렇게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아주는 구직 서비스가 시작됐다. 서비스 이용은 편의점에 설치된 단말기로 가능했다. 단말기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2000년 서비스가 인터넷으로 확장되면서 사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DIP는 2004년 TSE 벤처기업 전용 거래소 마더스(Mothers)에 상장됐고, 2년 후에는 1부 시장으로 활동 무대를 바꿔 도쿄증시 호황기에 혜택을 받았다. 덕분에 토미타가 지분을 47% 이상 보유한 회사의 시가총액은 8억6300만 달러로 늘어났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그가 아니다. 실질매출 기준으로 업계에서 가장 몸집이 큰 리크루트 홀딩스의 타운워크를 앞지르고, 다른 기준에서 바이토루닷컴이 가진 우위를 유지하는 게 그의 목표다. 그러려면 2020년까지 매출액을 지난해보다 3배 높은 수준으로 증가시켜야 한다.

DIP는 국내 지부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유명 여배우 우에토 아야와 대히트를 친 여자 아이돌그룹 AKB48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기도 했다. 올해는 300명의 대졸 신입직원을 고용해서 정규직 총 직원 수가 1300명 이상으로 늘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신입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일본 특유의 역동성 덕분에 기업 문화도 빠르게 변했다. DIP 창업 이후 회사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토미타는 인정했다. 기업 설립을 위한 자본요건이 하향 조정됐고 자본 접근권도 크게 확대됐다. 자스닥(JASDAQ)을 비롯한 증권 거래소가 신규 개장되어 벤처 투자금을 쉽게 모집할 수 있게 된 덕도 크다. 2013년만 해도 IT 기업 설립부터 증시 상장까지 평균 17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최소 3년이면 상장할 수 있다.

토미타는 근 1년간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를 받기 위한 구애를 펼쳐왔다. 그러나 해외 기업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일본에서 24만2000달러의 자기자본을 포함한 투자금을 모집하는 데에는 4년이 걸렸다. “나한테 돈이 얼마나 없었는지 알면 놀랄 것”이라고 토미타는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벤처기업을 위한 환경은 전보다 우호적으로 변했지만, 실패를 회피하는 문화는 여전히 남아 있다. 토미타는 “모험을 선택한 사람을 인정하는 문화가 확대돼야 한다”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본에서 사업에 한 번 실패했다고 ‘루저’로 낙인 찍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재도전에 나서는 건 분명 어렵다. ‘필요한 능력이 없다’거나 ‘불가능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얻는 가치를 높이 쳐주지 않는다며, 토미타가 말했다. “스스로 서본 적이 없는 사람은 높이 뛰어올랐다 떨어진 사람을 비판할 수 없다.”

- JAMES SIMMS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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