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지는 부의 격차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벌어지는 부의 격차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오그던 토박이인 크리스토풀로스는 지난 8년 동안 시청의 지역사회경제개발 국장으로 중산층을 재구축하기 위해 버려진 주차장이나 도축장, 허름한 건물을 사들여 개조해 번영을 일궜다.
인구 약 8만6000명인 오그던은 요즘 들어 각광을 받는다. 세계 대다수 국가들처럼 미국도 갈수록 벌어지는 부의 불평등에 따른 폐해와 씨름하지만 오그던은 그와 반대로 평등주의의 횃불이 됐다. 미국 통계국의 지역사회 조사에 따르면 오그던은 미국 대도시 중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작다.
약 10년 전만 해도 오그던의 미래는 암울했다. 도심은 적막했고 상가 구역은 폐허와 같았다. 부랑자들이 배회하며 마약을 팔았다. 2009년 온라인 게시판에 오른 글은 오그던의 도시 황폐화와 ‘갱이 들끓는 지역’이라는 오명을 개탄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전벽해라는 비유가 어울릴 정도로 완전히 달라졌다. 오그던의 변화는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의 깊은 골을 메우려고 발버둥치는 미국에 소중한 교훈을 준다.
‘짝퉁’ 자본주의가 부른 불평등

올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벌어지는 부의 격차를 두고 “현 시대의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불렀다.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미국인의 소득이 제자리걸음이다.” 이 같은 원인을 두고 끝없는 논란이 일지만 통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미국의 독립적 비영리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1979년 이래 미국인의 실질소득은 17% 증가했다. 그런 느린 성장으로 대다수 미국인은 재산을 형성하기는커녕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잭 루 재무장관은 최근 미국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성장국가 중 하나라고 자랑했다. 그 언급에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현실과 괴리된 평가라며 “현재 대다수 미국인에게 중산층 생활방식은 그림 속의 떡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런 상황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금전적인 차원을 넘어선다. 경제와 사회패턴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는 아직 새로운 분야지만 “갈수록 많은 미국인이 경제적 이유로 사회적 기능장애를 보인다”고 스티글리츠 교수는 말했다. 결혼과 주택 구입, 자녀 갖기를 미루거나 한 부모 가정이 늘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런 모습은 과거엔 빈곤층 가정의 속성이었지만 지금은 부유하지 않은 모든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부유층에게도 문제가 된다. 경제학자 배리 시나먼과 스티븐 파자리가 신경제사상연구소(INET)와 함께 발표한 논문은 소득 불평등의 심화가 무기력한 경제회복의 주된 이유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들은 경기침체 전에 비해 가계 수요가 17%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빈곤 퇴치를 목표로 하는 국제단체 옥스팜은 전 세계에서 소득 불평등 심화로 더 많은 부가 소수에게 이전됨으로써 ‘빈곤 퇴치 노력을 수십 년 후퇴시킨다’고 지적했다. 옥스팜에 따르면 현 추세가 유지될 경우 내년까지 세계 인구에서 가장 부유한 1%가 세계 전체 부의 50% 이상을 소유하게 된다.
최근 미국 경제연구소(NBER)가 발표한 논문에서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교수이자 평등성장센터(CEG) 소장인 이매뉴얼 새즈와 런던정경대학의 부교수 개브리얼 주크먼은 미국의 부 불평등이 커지기 시작한 연도를 정확히 짚어냈다. 1978년이었다.
새즈와 주크먼 교수는 1세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납세 기록을 바탕으로 미국 부의 격차가 최고위 1%보다는 0.1%의 탓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2000만 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가진 약 16만 가구를 가리킨다. (부의 격차와 소득 불평등은 서로 얽혀 있지만 똑같지는 않다. 이 연구는 부채를 감한 가구 자산의 현 시세를 부로 정의했다.)
1986∼2012년 미국 가구 당 부의 연간 평균 실질 증가율은 1.9%였지만 그 수치는 같은 기간 실질적인 부가 연간 5.3% 증가한 가장 부유한 16만 가구에 의해 왜곡됐다. 대조적으로 미국의 아래쪽 90%에선 부의 성장이 거의 없었다.
그 이전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새즈와 주크먼 교수에 따르면 미국인의 소득 하위 90%는 1920년대엔 국가 전체 부의 20%를 소유했지만 1980년대 중반엔 35%로 늘었다. 그러다가 2012년 23%로 다시 떨어졌다.
한편 미국의 가장 부유한 16만 가구는 1978년엔 국가 전체 부의 7%를 소유했지만 2012년엔 22%로 3배 이상 늘었다. 워싱턴 소재 정책연구소의 마조리 우드 선임연구원은 “아주 걱정스런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빈부격차를 제2의 ‘도금시대(Gilded Age)’에 비유했다. 그러나 19세기 말의 ‘도금시대’와 달리 요즘 부자는 호사를 과시하지 않는다. 우드 연구원은 “과거엔 부를 과시해 대중의 항의가 훨씬 심했다”고 설명했다.
부의 불평등 심화라는 개념은 많은 미국인을 불쾌하게 만든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아메리칸 드림과 ‘평등한 기회의 땅에 산다’는 믿음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그 문제에 주목했다. 2011년 캐나다 오타와대학 공공·국제문제 대학원의 경제학 교수 마일스 코랙은 ‘대대로 이어지는 불평등’이라는 논문에서 부의 불평등과 사회적 이동성 사이의 불길한 관계를 밝혔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할수록 부모의 부가 자식에게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그의 이론에 ‘위대한 개츠비 곡선(the Great Gatsby Curv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터무니없고 부도덕한 격차’

올해 들어 재닛 옐런 FRB 의장도 그 논쟁에 뛰어들었다. “가정은 경제적 이동의 기회인 동시에 장애물”이라며 이 문제의 철저한 검토를 촉구했다. 비판자들은 소득 불평등 문제가 정치 이슈로 변질될 수 있다며 FRB의 개입에 반대했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경제적 불평등은 오래 전부터 연방준비제도 시스템의 주된 관심사”라고 반박했다.

앳킨슨 교수는 새 책 ‘불평등 해소 방안(Inequality: What Can Be Done?)’에서 부유층 증세와 근로계층 감세라는 ‘진보적인’ 세제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피케티 교수는 얼마 전 그 책의 서평에서 그런 제안을 지지했다. “1980년대 이래 최고 소득세율이 크게 낮아진 것이 불평등 심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에선 그런 변화가 조만간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2016년 대선을 앞둔 미국인은 이전의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듣던 것과 똑같은 공약을 자주 듣는다. 민주당의 유력한 경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은 불평등 해소를 선거운동의 초석으로 삼으려 한다. 공화당의 젭 부시 후보도 “요즘 가난하게 태어나면 계속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민주당 경선후보로 돌풍을 일으키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재임 이래 빈부격차를 계속 비판해왔다. 일찍이 1973년 그는 미국인 2%가 미국 전체 부의 3분의 1 이상을 소유한다며 “극소수가 거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거의 모두가 아무 것도 소유하지 못한다”고 개탄했다. 최근 그는 연방정부가 정하는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시급 15달러(현재 7.25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주장하며 “소득과 부의 불평등 수준이 계속 벌어지는 것은 터무니없고 부도덕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모든 상황은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불평등 문제가 지도자나 경제팀이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끝없는 토론과 분석보다는 이런 문제의 많은 부분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지역사회를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
뉴스위크는 인구 30만 명 이상인 대도시권을 조사한 미국 통계국의 자료를 검토했다. 그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부의 격차가 가장 큰 도시는 코네티컷주의 브리지포트·스탬퍼드·노워크였다.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들이 정착한 곳으로 미국의 ‘헤지펀드 구역’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오그던은 그 구역과 어떻게 비교될까? 오그던 가구의 가장 부유한 20%는 도시 전체 소득의 약 40%를 차지한다. 반면 코네티컷의 브리지포드·스탬퍼드·노워크를 포함한 대도시권의 경우 가장 부유한 20%가 전체 소득의 60% 가까이를 차지한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대도시 정책 프로그램국장인 마크 뮤로는 지난 6월 오그던을 ‘첨단산업에 가장 인기 있는 대도시 15개 중 하나’로 꼽았다. 고성장 부문의 일자리를 유치하려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뮤로 국장에 따르면 오그던은 기술직과 직업훈련에 초점을 맞춰 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 STEM) 관련 일자리의 중심지가 됐다.
오그던 주민 중 대졸자는 성인 인구의 절반도 안 되지만 이곳의 모든 학교는 다양한 STEM 프로그램을 개설해 학생과 시민에게 첨단기술 분야의 고용 기회를 제공한다. 기술훈련은 유치원부터 시작한다. 4년제 학사 학위가 없어도 고임금 일자리를 쉽게 구한다. 따라서 학자금 부채가 적어 재산을 모을 수 있다.

오그던에선 이런 이야기가 흔하다. 중위연령(median age, 인구를 나이 순으로 일렬로 세울 때 중앙에 위치하는 연령)이 30세이며 식당 종업원도 집을 살 수 있다(대다수에겐 주택 구입이 재산 형성의 첫 단계다). 오그던의 소득 중앙값은 3만5844달러로 미국 평균보다 낮지만 첨단기술 부문이 성장을 이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그 부문의 평균 연봉은 6만580달러다.
가장 중요한 점은 오그던이 원래 이렇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오그던은 지금 미국이 직면한 문제와 똑같은 고질적인 문제에 시달렸다. 인프라가 노후화됐으며,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괜찮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주택과 학교가 부족했으며, 주민은 갈수록 좌절해 변화를 끔찍이 싫어했다.
크리스토풀로스 국장은 “뭘 하기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훨씬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50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바닥을 친 뒤에야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960년대까지 오그던은 번창하는 철도 도시였다. 1869년 동부에서 서부로 철도를 건설하던 유니언퍼시픽 철도와 서부에서 동부로 건설되던 센트럴퍼시픽 철도가 오그던 부근에서 합류하면서 북미 지역 최초로 대륙 횡단 철도가 탄생했다. 마이크 콜드웰 전 오그던 시장에 따르면 20세기 초엔 이곳에 미국의 어느 도시보다 1인당 백만장자 수가 더 많았다.
그러나 주간 고속도로가 등장하고 철도가 쇠락하면서 오그던은 유타주 북부의 상업 중심지라는 지위를 잃었다. 1960∼1990년 주민 수천 명과 수많은 사업체가 오그던을 이탈했다. 1990년대 말 오그던은 끔찍한 상황에 이르렀다. 한때 번쩍이던 도심은 우중충하게 변했고 쇼핑가는 텅 비었다.
그러다가 2002년 매튜 고드프리가 시장에 선출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당시 29세로 미국의 최연소 시장이던 그는 다음 10년 동안 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심을 재건설하고 오그던을 첨단기술 인력의 메카로 홍보하며 기업체를 유치했다. “난 젊었고 야심만만했다. 많은 사람은 우리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기업체가 오그던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우리의 기술산업은 사실상 전무했다. 그냥 지저분하고 황폐한 철도 도시였다. 기업체가 와서 둘러 보곤 솔트레이크시티나 다른 곳을 선택했다. 그래서 우린 첨단기술 업체 유치를 포기하고 산악지대라는 지리적 위치를 내세워 아웃도어 회사 유치에 전념했다. 2008년 그런 회사들이 오그던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갑자기 첨단기술 업체들도 관심을 가졌다. 오그던이 첨단 유행을 달리는 아웃도어 레크리에이션 도시가 된 것이다.”
크리스토풀로스 국장은 정부 보조금과 융자 등 모든 자금을 동원해 버려진 땅과 공장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2007년이 되자 재단장한 건물에 상인들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건물 임대료, 판매세, 조세담보 금융으로 수백만 달러가 들어왔다. 그 자금은 더 많은 프로젝트와 개발에 재투자됐다. 지금까지 세입이 40억 달러 이상 늘었다.
그 핵심은 활기찬 도심이었다.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가 밀주 사업을 하던 오그던의 역사 깊은 25번 스트리트는 최근 들어 원형 극장, 축제, 거리 예술로 이름을 떨치며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로 중 하나로 선정됐다. 2009년 금융위기가 미국 전역을 휩쓸었을 때 서부에서 일자리가 성장한 도시는 오그던과 뉴멕시코주 앨버커키뿐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의 재발견

체티 교수 팀은 기회균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국 도시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출생 도시가 평생 동안 개인의 신분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예를 들어 오그던의 저소득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26세가 되면 연간 미국 평균보다 소득이 9%(2440달러) 더 높다.
체티 교수는 “지역사회나 지방정부 차원에선 좀 더 손쉬운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연방·주정부의 정책이 모든 도시의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지역에 따른 맞춤형 접근법이 필요하다.”
오그던은 하나의 지역사회로서 전반적인 번영을 위해 노력했다. 존재하는 부의 재분배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논쟁을 뛰어넘어 주민에게 고소득을 제공하는 사업체를 육성하고 스티글리츠 교수가 말한 ‘경제 파이’를 키움으로써 새로운 부를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근로소득은 높고 생활비가 낮으면 저축률이 높아져 부가 축적된다. 크리스토풀로스 국장은 지금이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이 아니라 재발견의 시대라고 말했다. “철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부를 더 많이 창출하고 소득 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게 더 낫다. 빈부격차 해소보다 경제적 기회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크리스토풀로스 국장은 오그던의 곳곳을 둘러보며 재개발할 곳을 계속 찾는다. “사회적 변화를 위해 경제학을 활용하려 했지만 어려웠다. 미국 정부와 달리 우리는 통화공급을 늘릴 수 없다. 우리에겐 그런 관리 장치가 없다. 상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만능해법이란 있을 수 없다.”
그는 미국을 위한 해법이 무엇이든 정치와는 상관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진정한 격차를 대수롭지 않게 만들어버리는 당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난 공화당원도 해봤고 민주당원도 해봤다. 지금은 공동체주의자다.”
- LEAH MCGRATH GOODMAN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등 패션 플랫폼 ‘비상경영’ 돌입...무신사 갑자기 왜
2美 CSIS "조선 재건 위해 韓 한화오션·HD현대重 맞손 제시"
3“과태료 내고 말지”…15회 이상 무인단속 상습 위반자, 16만명 넘었다
4지은 지 30년 넘었으면 재건축 더 쉬워진다
5"中에 AI 칩 팔지마"…엔비디아에 이어 인텔도 못 판다
6클릭 한번에 기부 완료…동물구조 돕는 ‘좋아요’ 캠페인
7제니가 콕 집은 '바나나킥'...미국서 도넛으로 변신, 그 모습은?
8TSMC “인텔과 협의 없다”…기술 공유설 선 그어
9제주항공 참사, 美 소송 초읽기...‘보잉·FAA’ 전방위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