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선동가의 차이
리더와 선동가의 차이
현재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인물 중 누가 리더십을 보이고 누가 그렇지 않은가?
리더십이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만약 그런 능력만으로 따지자면 역사상 최악의 폭군도 위대한 리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리더가 아니라 선동가였다. 그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리더는 국민에게서 최선의 행동과 정신을 이끌어내지만 선동가는 거꾸로 최악을 이끌어낸다.
리더는 관용을 설파하지만 선동가는 증오심을 부추긴다.
리더는 무력한 사람에게 힘을 부여한다. 그들이 목소리를 내고 존중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반면 선동가는 무력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권력을 강화할 수단으로 그 희생양을 활용한다.
리더는 대중의 비합리적인 두려움을 없애준다. 선동가는 오히려 그런 두려움을 부추겨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한다.
내가 생각하는 미국의 위대한 리더 목록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여성참정권·노예제 폐지 운동가 수전 B 앤서니,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 사회보장제도를 창안한 혁신가이자 뉴딜정책의 챔피언이었던 프랜시스 퍼킨스 전 노동장관, 흑인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포함된다.
링컨 전 대통령은 남북전쟁 끝 무렵인 1865년 4월 두 번째 취임식 연설에서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모두를 관용으로 대하라(malice toward none, with charity for all)”고 촉구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대공황이 기승을 부리던 1933년 3월 첫 취임식 연설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라며 “해야 할 노력을 마비시키는 이름 없고, 비이성적이며, 부당한 공포를 말한다(nameless, unreasoning, unjustified terror which paralyzes needed efforts)”고 역설했다.
킹 목사는 1963년 흑인들이 민권을 요구했을 때 지지자들에게 “비통과 증오의 잔을 마심으로써 자유를 향한 우리의 갈증을 채우려 하지 말라(not to seek to satisfy our thirst for freedom by drinking from the cup of bitterness and hatred)”고 촉구했다.
내가 생각하는 선동가 리스트엔 1890년대 린치 폭도를 지지한 ‘피치포크’ 벤저민 틸먼 전 민주당 상원의원, 1930년대 라디오 방송으로 나치를 찬양한 반유대주의자 찰스 커플린 신부, 1950년대 ‘공산주의자 마녀사냥(Red Purge, 빨갱이 숙청)’에 나섰던 조셉 매카시 전 공화당 상원의원, 인종차별주의를 끝까지 옹호한 조지 C 월리스 전 앨라배마 주지사 등이 포함된다.
그들은 국민에게 최악을 장려했다. 약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미국인을 서로 반목하게 했다. 또 두려움을 이용해 증오를 부추기면서 자신의 권력을 다졌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인물로 돌아가 보자. 누가 리더이고 누가 선동가일까? 리더는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연결하는 다리를 놓으려 했다.
예를 들어 공화당 경선후보 랜드 폴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에서 연설하며 그 대학의 가장 진보적인 학생들과 합의점을 찾으려 했다. 민주당 경선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버지니아주의 리버티대학을 찾았다. 대다수 학생과 교수가 동성 결혼과 낙태 문제에서 그의 입장에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여기 온 것은 진심으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우리가 시민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I came here today, because I believe from the bottom of my heart that it is vitally important for those of us who hold different views to be able to engage in a civil discourse)”이라고 말했다.
그와 대조적으로 다른 후보들은 분열을 부추겼다. 공화당의 벤 카슨 후보는 동성애는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감옥에 들어갈 때는 이성애자였던 사람이 나올 때는 동성애자가 된다(A lot of people who go into prison straight and when they come out they’re gay). 그렇다면 감옥에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So did something happen while they were in there)? 한번 자문해보라(Ask yourself that question).”
카슨 후보는 또 무슬림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난 무슬림이 미국의 수반이 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I would not advocate that we put a Muslim in charge of this nation).”
한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에 견줬다. “그들은 마약과 범죄를 미국에 들여온다. 그들은 성폭행범이다(They’re bringing drugs. They’re bringing crime. They’ re rapists).” 그는 또 자녀가 미국 시민이 되도록 미국에 와서 아기를 낳는 ‘원정 출산’을 맹비난했다. “우리가 미국을 되찾아야 한다. 미국이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다(we have to start a process where we take back our country. Our country is going to hell).”
트럼프 후보의 지지자가 “무슬림은 우리를 죽이려고 훈련하고 있는데 언제 우리가 그들을 몰아낼 수 있나?”라고 묻자 그는 “많은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한다”며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최근 유세에서 트럼프 후보가 불법 체류 근로자를 폄하하자 지지자들은 그에게 항의하러 온 이민자 운동가들에게 침을 뱉으며 밀쳐냈다. 또 그의 지지자들은 라틴계 미국인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백인만 정당한 시민이다”고 외쳤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자들은 이민자 운동가들에게 “xx! 내 호텔방이나 청소해”라고 말했다. 그들은 노숙자를 구타하고 그에게 소변을 본 뒤 “불법으로 우리 국경을 넘어오는 자들을 얼마든지 쏴 죽여봐”라고 말했다.
미국은 누구나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선거자금을 충분히 동원하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리더와 선동가를 구분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리더는 사회의 품격을 높인다. 그러나 선동가는 사회를 타락시키고 위험하게 만든다. 그들이 선거에서 져도 그럴 수 있다.
- ROBERT REICH / 번역 이원기
[ 필자 로버트 라이시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이며,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다. 그의 영화 ‘모두를 위한 불평등’이 현재 넷플릭스·아이튠스·DVD 등으로 나와 있다. 이 기사는 RobertReich.org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리더십이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만약 그런 능력만으로 따지자면 역사상 최악의 폭군도 위대한 리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리더가 아니라 선동가였다. 그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리더는 국민에게서 최선의 행동과 정신을 이끌어내지만 선동가는 거꾸로 최악을 이끌어낸다.
리더는 관용을 설파하지만 선동가는 증오심을 부추긴다.
리더는 무력한 사람에게 힘을 부여한다. 그들이 목소리를 내고 존중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반면 선동가는 무력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권력을 강화할 수단으로 그 희생양을 활용한다.
리더는 대중의 비합리적인 두려움을 없애준다. 선동가는 오히려 그런 두려움을 부추겨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한다.
내가 생각하는 미국의 위대한 리더 목록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여성참정권·노예제 폐지 운동가 수전 B 앤서니,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 사회보장제도를 창안한 혁신가이자 뉴딜정책의 챔피언이었던 프랜시스 퍼킨스 전 노동장관, 흑인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포함된다.
링컨 전 대통령은 남북전쟁 끝 무렵인 1865년 4월 두 번째 취임식 연설에서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모두를 관용으로 대하라(malice toward none, with charity for all)”고 촉구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대공황이 기승을 부리던 1933년 3월 첫 취임식 연설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라며 “해야 할 노력을 마비시키는 이름 없고, 비이성적이며, 부당한 공포를 말한다(nameless, unreasoning, unjustified terror which paralyzes needed efforts)”고 역설했다.
킹 목사는 1963년 흑인들이 민권을 요구했을 때 지지자들에게 “비통과 증오의 잔을 마심으로써 자유를 향한 우리의 갈증을 채우려 하지 말라(not to seek to satisfy our thirst for freedom by drinking from the cup of bitterness and hatred)”고 촉구했다.
내가 생각하는 선동가 리스트엔 1890년대 린치 폭도를 지지한 ‘피치포크’ 벤저민 틸먼 전 민주당 상원의원, 1930년대 라디오 방송으로 나치를 찬양한 반유대주의자 찰스 커플린 신부, 1950년대 ‘공산주의자 마녀사냥(Red Purge, 빨갱이 숙청)’에 나섰던 조셉 매카시 전 공화당 상원의원, 인종차별주의를 끝까지 옹호한 조지 C 월리스 전 앨라배마 주지사 등이 포함된다.
그들은 국민에게 최악을 장려했다. 약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미국인을 서로 반목하게 했다. 또 두려움을 이용해 증오를 부추기면서 자신의 권력을 다졌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인물로 돌아가 보자. 누가 리더이고 누가 선동가일까? 리더는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연결하는 다리를 놓으려 했다.
예를 들어 공화당 경선후보 랜드 폴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에서 연설하며 그 대학의 가장 진보적인 학생들과 합의점을 찾으려 했다. 민주당 경선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버지니아주의 리버티대학을 찾았다. 대다수 학생과 교수가 동성 결혼과 낙태 문제에서 그의 입장에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여기 온 것은 진심으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우리가 시민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I came here today, because I believe from the bottom of my heart that it is vitally important for those of us who hold different views to be able to engage in a civil discourse)”이라고 말했다.
그와 대조적으로 다른 후보들은 분열을 부추겼다. 공화당의 벤 카슨 후보는 동성애는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감옥에 들어갈 때는 이성애자였던 사람이 나올 때는 동성애자가 된다(A lot of people who go into prison straight and when they come out they’re gay). 그렇다면 감옥에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So did something happen while they were in there)? 한번 자문해보라(Ask yourself that question).”
카슨 후보는 또 무슬림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난 무슬림이 미국의 수반이 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I would not advocate that we put a Muslim in charge of this nation).”
한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에 견줬다. “그들은 마약과 범죄를 미국에 들여온다. 그들은 성폭행범이다(They’re bringing drugs. They’re bringing crime. They’ re rapists).” 그는 또 자녀가 미국 시민이 되도록 미국에 와서 아기를 낳는 ‘원정 출산’을 맹비난했다. “우리가 미국을 되찾아야 한다. 미국이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다(we have to start a process where we take back our country. Our country is going to hell).”
트럼프 후보의 지지자가 “무슬림은 우리를 죽이려고 훈련하고 있는데 언제 우리가 그들을 몰아낼 수 있나?”라고 묻자 그는 “많은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한다”며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최근 유세에서 트럼프 후보가 불법 체류 근로자를 폄하하자 지지자들은 그에게 항의하러 온 이민자 운동가들에게 침을 뱉으며 밀쳐냈다. 또 그의 지지자들은 라틴계 미국인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백인만 정당한 시민이다”고 외쳤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자들은 이민자 운동가들에게 “xx! 내 호텔방이나 청소해”라고 말했다. 그들은 노숙자를 구타하고 그에게 소변을 본 뒤 “불법으로 우리 국경을 넘어오는 자들을 얼마든지 쏴 죽여봐”라고 말했다.
미국은 누구나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선거자금을 충분히 동원하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리더와 선동가를 구분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리더는 사회의 품격을 높인다. 그러나 선동가는 사회를 타락시키고 위험하게 만든다. 그들이 선거에서 져도 그럴 수 있다.
- ROBERT REICH / 번역 이원기
[ 필자 로버트 라이시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이며,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다. 그의 영화 ‘모두를 위한 불평등’이 현재 넷플릭스·아이튠스·DVD 등으로 나와 있다. 이 기사는 RobertReich.org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2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3“‘元’ 하나 잘못 보고”…中 여성, ‘1박 5만원’ 제주도 숙소에 1100만원 냈다
4'40세' 솔비, 결정사서 들은 말 충격 "2세 생각은…"
5"나 말고 딴 남자를"…前 여친 갈비뼈 부러뜨려
6다채로운 신작 출시로 반등 노리는 카카오게임즈
7"강제로 입맞춤" 신인 걸그룹 멤버에 대표가 성추행
8‘찬 바람 불면 배당주’라던데…배당수익률 가장 높을 기업은
9수험생도 학부모도 고생한 수능…마음 트고 다독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