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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이종호 LA중앙일보 논설위원] 우리가 무관심했던 자랑스런 명장면

[저자와의 대화 | 이종호 LA중앙일보 논설위원] 우리가 무관심했던 자랑스런 명장면

현대 경영에서 인문학은 필수가 됐다. CEO, 기업 간부, 고위공무원 너나 할 것 없이 단단한 인문학 콘텐트로 무장하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될 정도다. 역사도 그중의 하나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역사적 지식으로 무장을 했다 해도 막상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풀어놓자면 딱히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전체 역사를 관통하는 맥락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본다는 것은 상당히 유용한 인문학적 교양으로서의 역사 접근법이다. 최근 출간된 『세계인이 놀라는 한국사 7장면』은 그런 점에서 꽤 눈길을 끈다.

마침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한국사가 화두가 되고 있다. 핵심 논점은 우리 현대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다. 상고사 부분도 논란의 요소들이 잠재해 있다. 그렇다면 다른 시대는 문제가 없을까. ‘한국사 7장면’은 어렴풋이나마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저자는 말한다. “민족사를 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다. 긍정의 역사냐 부정의 역사냐가 그것이다. 우리 역사에도 안타깝고 속상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부끄러운 부분만큼 자랑스러운 역사도 충분히 많다. 과거를 너무 미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낮춰 보는 것도 피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자랑스러운 부분조차 우리가 잘 알지 못한다는데 있다.” 역사학을 전공한 현직 언론인이 강연 형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은 이야기 한국사로 우리 역사에 대한 맥락을 잡아 주고, 동시에 자부심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저자인 이종호 LA중앙일보 논설위원을 e메일로 만났다.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직접적인 계기는 한 공기업의 입사시험 문제 출제와 채점 때의 경험이었다. 당시 출제한 문제가 ‘세계인이 놀랄 만한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을 꼽고 그 이유를 설명하라’였는데 응답자 대부분이 김연아 선수나 박태환 선수 같은 스타를 언급했었다. 충격이었다. 우리 젊은이들의 역사 인식이 이렇게 스포츠 스타나 TV 드라마, 영화에서 만난 인물에 그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똑똑한 젊은이들인데 우리 역사에 대해 그 정도밖에 생각을 못한다는 것이 심히 안타까웠다. 주변에 아직도 우리 역사를 비하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점도 아쉬웠다. 일제의 폐해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 의식을 좀먹는 식민사관의 폐해라고 생각한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세계를 무대로 뛰면서 다음 세대를 살아갈 우리 젊은이들이 최소한 이 정도의 한국사 지식으로는 무장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정체성 확립 문제라고나 할까.”



‘7장면’엔 신라 통일, 과학 기술, 기록문화 등 뜻밖의 장면도 들어가 있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책을 보면 알겠지만 모두 내 스스로 뽑았다. 대학 때 역사를 공부했던 이유로 평소 늘 역사 관련 책을 취미 삼아 읽어왔는데 그러다 보니 우리 역사에서 적어도 이런 부분은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좋겠구나 하는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다. 주로 삼국시대, 고려, 조선 시대에서 골랐고 요즘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서처럼 해석상 민감한 부분이 많은 20세기 이후는 의도적으로 제외했다.”



저자로서 책에 대해 자평한다면.


“대개 전공 학자들이 쓴 글은 너무 전문적이거나 어려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대중적인 글쓰기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기 쉬운 우리 역사를 나름 재미있게 소개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용상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그동안은 너무 당연시했고 무관심했던 우리 역사의 많은 장면이 세계인들도 놀라워하는 위대한 역사의 일부라는 점을 한 번 더 일깨워 준 것이다.”



저자 후기를 보니까 ‘한강의 기적’이야말로 세계인이 놀라는 진짜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라고 했던데 정말 그런가?


“그렇다. 실제로 외국에 살면서 한국에 대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다. 어떻게 그 가난했던 나라가 이렇게 잘 살게 됐느냐는 것이다. 당연히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진부한 이야기지만 외국서 살아보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 조국이 더 잘 되기를 바라고 조국에 대해 좋은 점만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정작 우리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현실이 너무 어렵고 팍팍하니까 과거 역사까지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거기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각자 이념의 잣대로 일방적으로만 과거를 평가하려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다. 과거 정권의 공과도 있는 그대로 기억할 수 있고 논의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역사서 저자로서 요즘 논란이 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우리 역사를 긍정의 역사로 바라보자는 점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국정화라는 수단이 옳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이렇게 다수 역사학자나 전문 지식인들을 적으로 돌려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텐데 아쉽다. 애국심은 다양한 경험 속에서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지 누가 억지로 강요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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