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격전지로 떠오른 중금리 대출시장] 신용등급 7등급도 연 9%대 대출 받아
[금융권 격전지로 떠오른 중금리 대출시장] 신용등급 7등급도 연 9%대 대출 받아
지난 11월 27일 금융위원회와 새누리당 금융개혁추진위원회는 10%대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날 정부는 10대 금융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중금리 대출 지원 방안을 포함시켰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면 20%대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등 금리 격차가 크다”며 중간금리 대출 활성화 배경을 설명했다. 중금리 대출이란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5~7등급 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시중은행의 저금리와 저축은행, 캐피털 등의 고금리 중간인 연 10%대 안팎의 대출 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하나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금리단층 현상으로 5~6등급의 중간 신용계층 1216만명이 금리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연계해 10%대 대출 상품을 출시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 10%대 대출상품을 내놓으면 가점을 주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앞서 지난 6월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은행연합회에서 하나, 신한, NH농협, KB 등 국내 은행장들을 만나 “시중은행도 10%대의 중금리 상품을 취급해달라”며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독려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간 신용등급자들의 대출이 늘고 있어서다. 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10단계 신용등급 가운데 5~6등급인 중간 신용등급 비중은 27.6%다. 1~2등급(36.5%) 다음으로 많다. 5~6등급이 받은 대출 규모는 지난 9월 말 기준 52조5000억원으로, 전체 대출 시장의 29.4%에 해당한다. 통상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인 고객이 시중은행에서 개인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연 4~5%대의 저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중간 신용등급의 대출 상품이 없어 대출 한도도 작고 금리도 최소 7~8%로 오른다.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대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하거나 대출 금액이 부족한 고객들은 카드론·현금서비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을 통해 연평균 15~20%가 넘는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9월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5~6등급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20%가 넘는다. 대부업체는 연 30%에 달한다. 이처럼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3~4%대의 시중은행 저금리와 연 15~34.9%인 제 2금융권(카드·저축은행·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로 양분돼 있다.
정부의 독려에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SGI서울보증과 함께 ‘위비 모바일 대출’을 내놓으며 발 빠르게 중금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1등급부터 최저 7등급까지 1년간 최대 1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11월 25일 기준으로 신용 7등급이 대출을 받으면 기준금리 연 1.6%, 가산금리 최대치인 8%를 적용해도 대출금리가 10%를 넘지 않는다. 직업이나 소득을 따로 평가하지 않고, 보험증권을 발급받을 경우 무직자나 주부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신청은 스마트폰 앱으로 가능하다. 관련 서류는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된다. 대출 신청 후 10분 이내로 통장으로 입금이 된다. 반응도 좋다. 출시 이후 11월 25일까지 총 1만1000건(430억원)이 대출됐다. 신한은행도 최근 6개월 이상 재직 중인 급여소득자를 대상으로 ‘신한S뱅크 스피드업 직장인 대출’을 내놨다. 7등급까지 가능한 이 상품의 금리는 최고 8.2%(11월 12일 기준)다. 대출 한도는 최대 500만원까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전용 상품으로 기존 13단계에 이르던 신청 절차를 5단계로 축소하며 편리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하나 이지세이브론’은 3개월 이상 급여 또는 사업소득이 있으면 연 10%대 금리에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다. 다른 금융회사에 신용대출이 있는 경우, 연 소득의 30% 범위 내에서 대출된다.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금리 혜택도 주어진다. ‘위비 모바일 뱅크’ 대출은 대출 이자 이체를 우리은행 계좌로 지정하거나 관리비 등의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최대 0.3%포인트 할인해 준다. 중금리 상품 출시로 대출자와 은행들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자들은 낮은 금리에 우대 금리까지 받을 수 있어 가계 부담을 덜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서도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불황 지속으로 가계 신용대출이 늘고 있는 만큼 고금리에 내몰렸던 중간 신용등급자들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포함한 예금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159조원이다. 올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가계 신용대출 증가액은 5조 7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9000억원)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은행들에 이어 핀테크(Fin-Tech) 기반의 P2P대출중개회사는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을 노리는 3개(I뱅크·K뱅크·카카오뱅크) 컨소시엄도 일제히 중금리 대출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다. P2P대출중개회사는 인터넷 또는 모바일을 통해 돈이 필요한 개인이나 사업자에게 다수의 개인 투자자가 돈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회사다. 온라인을 통한 금융 직거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예금 대비 높은 수익률을, 대출자들은 더 낮은 이자율을 제공받을 수 있다. P2P대출중개회사인 8퍼센트와 랜딧은 신용등급이 1~6등급인 개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각각 최대 2000만원, 3000만원 한도로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금리는 최고 연 15%다.
인터파크를 비롯해 IBK기업은행, SK텔레콤, NH투자증권 등 14개 기업이 주주로 참여한 I뱅크는 지난 11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축은행보다 10%포인트 이상 금리가 싼 13.5%대 중금리 대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상규 I뱅크 단장은 “중 금리 대출로 현재 연간 4조9000억원에 달하는 개인 대출자의 이자를 절반 수준인 2조4000억원으로, 소상공인 이자비용은 2조9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 역시 서민들에게 10%대 중금리로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KT가 주축인 K뱅크도 소상공인들에게 연 10% 초반의 금리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유망한 잠재고객이 될 것”이라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지금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과 다르게 저축은행 업계는 울상이다. 금리 규제와 광고 규제에 이어 이번에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두고 은행과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응책도 마땅치 않다는 게 저축은행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다.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신용등급 7~9등급의 저신용자가 절대 다수다. 황용규 KB저축은행 부장은 “현재 15%대 금리의 ‘착한대출’이 500억원 정도 운용되는데 1000억원이 넘으면 순익분기점에 다다를 것”이라며 “이 상품이 활성화될 경우에도 중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을 강화해 편의성을 높여야 하지만 저축은행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황용규 부장은 “은행처럼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거나 은행채널을 이용해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 고객 특성상 대손율(손해볼 수 있는 확률) 10%에 육박하고, 조달금리, 인건비 등 저축은행의 원가 구조를 고려할 때 10%대 신용대출 상품 운영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저축은행에서 거래하는 고객들이 은행으로 이탈시 저축은행의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중금리 대출시장이 커질수록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건전성 관리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이 독자적으로 중금리 대출상품을 취급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해당 부문의 건전성 악화 등 위험요인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7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5~7등급 신용자를 위한 연 10~14%대의 중금리 대출 상품인 셀렉트론을 출시했다. 하지만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2013년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의 연체율은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11월 25일까지 우리은행의 ‘위비 모바일 뱅크’ 대출 연체율은 1%대 초반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품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연체율이 1%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양호한 성적”이라면서도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상품은 정부의 중금리 상품 독려로 출시돼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이 강조되는 만큼 높은 금리로 운용하기 어렵다.
P2P대출중개회사도 대출자가 만기에 돈을 갚지 못하면 고스란히 투자자 손실로 이어진다. 은행처럼 선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아 중개기관이 부담하는 리스크가 없고, 그래서 대출금리도 낮다. 걸음마 단계인 8퍼센트는 아직 디폴트 경험이 없다. 규정상 2개월까지 연체금리를 적용하며 자체 채권추심을 한다. 그래도 갚지 않으면 전부 대손처리한다. 8퍼센트가 사업모델로 삼은 미국 최대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의 부실률은 평균 6.7%다.
전문가들은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일본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 확보를 위해 중금리 대출 시장에 적극 진출했다. 그러나 중간 신용고객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만큼 단독 진출보다는 보증업체와 보증계약을 하고 6% 내외의 보증수수료를 지급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은행들이 보증수수료 비용을 지급해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종호 수석연구원은 “정부 차원의 간접적인 지원이나 보증기관의 보증서 발급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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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등급 1200만명 혜택?
정부의 독려에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SGI서울보증과 함께 ‘위비 모바일 대출’을 내놓으며 발 빠르게 중금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1등급부터 최저 7등급까지 1년간 최대 1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11월 25일 기준으로 신용 7등급이 대출을 받으면 기준금리 연 1.6%, 가산금리 최대치인 8%를 적용해도 대출금리가 10%를 넘지 않는다. 직업이나 소득을 따로 평가하지 않고, 보험증권을 발급받을 경우 무직자나 주부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신청은 스마트폰 앱으로 가능하다. 관련 서류는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된다. 대출 신청 후 10분 이내로 통장으로 입금이 된다. 반응도 좋다. 출시 이후 11월 25일까지 총 1만1000건(430억원)이 대출됐다.
신용대출 금리 양극화
업계에서는 불황 지속으로 가계 신용대출이 늘고 있는 만큼 고금리에 내몰렸던 중간 신용등급자들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포함한 예금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159조원이다. 올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가계 신용대출 증가액은 5조 7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9000억원)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은행들에 이어 핀테크(Fin-Tech) 기반의 P2P대출중개회사는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을 노리는 3개(I뱅크·K뱅크·카카오뱅크) 컨소시엄도 일제히 중금리 대출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다. P2P대출중개회사는 인터넷 또는 모바일을 통해 돈이 필요한 개인이나 사업자에게 다수의 개인 투자자가 돈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회사다. 온라인을 통한 금융 직거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예금 대비 높은 수익률을, 대출자들은 더 낮은 이자율을 제공받을 수 있다. P2P대출중개회사인 8퍼센트와 랜딧은 신용등급이 1~6등급인 개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각각 최대 2000만원, 3000만원 한도로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금리는 최고 연 15%다.
인터파크를 비롯해 IBK기업은행, SK텔레콤, NH투자증권 등 14개 기업이 주주로 참여한 I뱅크는 지난 11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축은행보다 10%포인트 이상 금리가 싼 13.5%대 중금리 대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상규 I뱅크 단장은 “중 금리 대출로 현재 연간 4조9000억원에 달하는 개인 대출자의 이자를 절반 수준인 2조4000억원으로, 소상공인 이자비용은 2조9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 역시 서민들에게 10%대 중금리로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KT가 주축인 K뱅크도 소상공인들에게 연 10% 초반의 금리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유망한 잠재고객이 될 것”이라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지금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시장이 커질수록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건전성 관리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이 독자적으로 중금리 대출상품을 취급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해당 부문의 건전성 악화 등 위험요인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7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5~7등급 신용자를 위한 연 10~14%대의 중금리 대출 상품인 셀렉트론을 출시했다. 하지만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2013년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의 연체율은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11월 25일까지 우리은행의 ‘위비 모바일 뱅크’ 대출 연체율은 1%대 초반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품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연체율이 1%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양호한 성적”이라면서도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상품은 정부의 중금리 상품 독려로 출시돼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이 강조되는 만큼 높은 금리로 운용하기 어렵다.
P2P대출중개회사도 대출자가 만기에 돈을 갚지 못하면 고스란히 투자자 손실로 이어진다. 은행처럼 선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아 중개기관이 부담하는 리스크가 없고, 그래서 대출금리도 낮다. 걸음마 단계인 8퍼센트는 아직 디폴트 경험이 없다. 규정상 2개월까지 연체금리를 적용하며 자체 채권추심을 한다. 그래도 갚지 않으면 전부 대손처리한다. 8퍼센트가 사업모델로 삼은 미국 최대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의 부실률은 평균 6.7%다.
전문가들은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일본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 확보를 위해 중금리 대출 시장에 적극 진출했다. 그러나 중간 신용고객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만큼 단독 진출보다는 보증업체와 보증계약을 하고 6% 내외의 보증수수료를 지급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은행들이 보증수수료 비용을 지급해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종호 수석연구원은 “정부 차원의 간접적인 지원이나 보증기관의 보증서 발급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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